2011년 3월 11일 금요일

현대 프랑스 연극: 1940-1990



☑ 책 소개

1940년에서 1990년 사이에 프랑스 연극은 전면적인 변화를 겪었다. 연기와 연출, 극작과 무대장치 모든 부문에서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때까지 파리가 독점하고 있던 자본이 지방으로 분배되기 시작했다. 세계 제2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중요한 연극 행사들은 파리에서 개최되었다. 그러나 1990년에 이르러서는 파리 바깥에서 작업을 하는 상설 극단의 수가 55개에 달하게 되었다. 전쟁 전에는 초연작의 경우 보조금이 없는 사설 극장에서 먼저 공연되었다면, 1990년에 접어들면서는 젊은 극작가도 캉이나 스트라스부르, 마르세유 혹은 빌뢰르반의 보조금 지원이 있는 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 전쟁 전에는 아르토를 제외하고, 연극에서 아방가르드라고 하면 시적이고 제법 엄격한 문학적인 취향을 보여 주면서 엘리트적인 속성을 띠는 것에 그쳤다면, 전쟁이 끝나면서 아방가르드는 매우 다양한 영향들, 이를테면, 브레히트(Brecht)와 ‘민중극 스타일’, 스트렐러(Strehler)와 다리오 포(Dario Fo), 그로토프스키(Grotowski), 리빙 시어터, 빵과 인형 극단, 밥 윌슨(Bob Wilson)과 그 밖의 다른 영향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보여 주었다.
양차 대전 사이 기간에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실험적인 연극들은 자연주의 연극 스타일에서 보다 덜 사실주의적인 형태로 옮겨 가는 경향을 보여 주었고, 심지어 몇몇 극단들은 집단 연극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르크시즘 이론의 영향이나 브레히트의 출현, 서사극의 발전 등은 지방 분산화의 신속한 확산 못지않게 예기치 않은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1950년대의 누보테아트르(Nouveau Théâ̂tre)의 출현과 그것의 보편성의 확보, 뒤이어 ‘부조리극’ 지지파와 ‘정치극’ 지지파로의 연극계의 분열 또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파리와 지방을 갈라놓는 깊은 균열의 반증인 이러한 상징적인 분열은 1960∼1970년대의 훌륭한 작품들 속에서 그 돌파구를 발견하게 된다. 브레히트주의자들이 주장했던 ‘사회극’에 대한 관심과, 전적으로 새로운 극적효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아르토 추종자들의 관심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극작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50여 년 동안에, 연극 현장에서 이루어진 발전은 연극비평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개혁을 촉발시켰다. 이는 한편으로는 동시대 연극이 채택한 새로운 극구성의 방법론에 따른 것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학, 인류학, 구조주의 언어학의 발달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사회학적 비평은 작품의 의미는 오로지 쓰인 텍스트에 의해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공연되는 장소, 건축물의 특성, 무대와 객석의 관계, 관중의 사회적 구성 등에 의해서도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 주었다. 공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인 지배 요소들과 연극의 정치적인 특성에 대한 증대된 관심으로 인해 연극적 실험들, 특히 극장 건물로 국한되지 않는 비일상적인 연기 공간에 대한 실험들이 시도되었다.
구조주의 언어학에 뿌리를 둔 비평은 연극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비구술적인 기호를 수단으로 실행되는지를 보여 주면서 사회학적인 관점을 보완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와 그의 후계자들은 공연장 가기의 제의(祭儀) 속에서 작동되는 의미 작용의 코드들을 분석했고 1960년대의 상당수의 극작가들이 채택한 탈신화화(脫神話化)의 수법들을 발전시켰다. 이 새로운 비평학파는 연극의 특수성이 현실의 모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의미화’할 수 있는 관습의 발전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우리에게 기호와 현실 사이의 관계를 이론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해 주었다. 이 방법론은 작가들뿐 아니라 비평가들에게도 그때까지 자명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던 공연의 관습적인 양태들을 유용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고, 연극 환경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연극 형태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첨예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책에서는 출판된 희곡 텍스트들, 특히 비평적 연구를 촉발한 공연의 희곡 텍스트들만을 선별해서 다루고자 한다. 전쟁 전의 극작가들은 극장의 단골손님들 못지않게 희곡의 독자들이 내린 평가에도 청각을 곤두세우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의 궁극 지점이 책이 아니라 무대라는 인식하에 무대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연출가들과 혹은 극단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아예 자신의 작품들을 공연한 극단 자체의 전속 작가가 되기도 했다. 태양극단의 희곡들처럼 극단적인 경우 진짜로 쓰인 것이라 할 수 없는 희곡 텍스트들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몇몇 특별한 공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비평의 방법론, 글쓰기, 연극적 실천의 상호작용을 보여 주면서 여러 가지 연출 가능성을 품고 있는 희곡들에 대한 소개도 함께 제시될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연극의 독창성이 발현된 것은 신작들보다는 오히려 고전 레퍼토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서였다. 특히 셰익스피어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의 무게를 담아내고, 육체적이고 제스처 연기를 독려하는 연출을 통해서 프랑스 관중들의 사랑을 다시금 누리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독보적인 선구자는 플랑숑(Planchon)이다. 그는 대단히 탁월한 극작가인 만큼, 이 책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다뤄지게 될 것이다. 플랑숑의 작업은 그 자체의 내적인 흥미로움뿐 아니라 배우와 연출가, 극작가의 재능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게 해 주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 지은이 소개

데이비드 브래드비(David Bradby)는 프랑스 연극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영국의 연극학자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 후 프랑스 리옹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중 로제 플랑숑의 극단에서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 연극에 입문했다. 그 후 그는 글래스고 대학에서 아다모프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캉대학을 거쳐 2007년 런던대학에서 은퇴할 때까지 37년 동안 교육과 집필 활동에 열정적으로 매진해 왔다. 베케트, 아다모프 등 부조리극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해 브래드비는 1970년대 일상극의 작가인 미셸 비나베르와 1980년대의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그리고 최근에는 에리크-에마뉘엘 슈미트에 이르기까지 최근 반세기 동안의 프랑스 연극의 주요 극작가들의 작품들을 집중 조명해 프랑스 학자들 못지않은 연구 성과물들을 발표하고 영미권에 그들의 작품을 번역, 소개하는 일에 몰두했다. 또한 최근에는 포스트콜로니즘, 페미니즘, 동양 연극, 정치극 쪽에도 관심을 두고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극작가에 대한 연구서로는 ≪아다모프(Adamov)≫(1975),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Samuel Beckett: Waiting for Godot)≫, ≪미셸 비나베르의 연극(The Theater of Michel Vinaver)≫(1993) 등이 있으며, 연출과 연출가에 대한 연구서로 ≪로제 플랑숑의 연극(The Theater of Roger Planchon)≫(1984), ≪프랑스 연극연출의 현재(Mise en scène French Theater Now)≫가 있고, 연극사 혹은 연극학 일반에 대한 저서로 ≪현대 프랑스 연극(Modern French Drama 1940∼1990)≫(1991) ≪동시대 연극(Le Théâ̂tre contemporain)≫(1990), ≪1968년부터 2000년까지의 프랑스 연극(Le théâtre en France de 1968 à 2000)≫, ≪대중연극에서의 정치 퍼포먼스(Performance of Politics in Popular Drama)≫(1982), ≪영국 무대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점: 여성 극작가들, 1990∼2000(Feminist Views on the English Stage: Women Playwrights, 1990∼2000)≫(2003), ≪중국연극과 공연에서의 배우(Chinese Theatre and the Actor in Performance)≫(2006), ≪정치극의 전략: 전후 영국 작가들(Strategies of Political Theatre: Post-War British Playwrights)≫(2006)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이선화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과정(DEA)을 수료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핑퐁≫(연극과 인간, 2006), ≪지옥의 기계≫(지만지, 2008)이 있고, 공저로 ≪프랑스 문학과 여성≫(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3), ≪현대 프랑스 문학과 예술≫(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이 있다.
이외에 <장 콕토의 ≪지옥의 기계≫에 나타난 여성적 이미지>, <아르튀르 아다모프, 신경증 환자들의 가족소설>. <한태숙 <서안화차>에 나타난 공간성 연구>, <이오네스코의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막베트≫를 중심으로>, <장 주네의 ≪하녀들≫에 나타난 여성성과 여성적 글쓰기>, <야스미나 레자의 ≪아트≫에 나타난 고전적 극작술의 현대적 변용>, <프랑스 현대극에 나타난 다시 쓰기의 미학-메테를링크의 ≪조아젤≫과 세제르의 ≪어떤 태풍≫을 중심으로>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차례

서문 ····························ix

01 서론: 양차 대전 사이 ··················1

02 파리 점령 시기 ····················28

03 파리의 연극 I: 철학적인 드라마 ···········59
장 아누이(Jean Anouilh) ·················60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66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84
아르망 살라크루(Armand Salacrou) ············90

04 파리의 연극 II: 누보테아트르 ·············95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118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 ············133
아르튀르 아다모프(Arthur Adamov) ···········147

05 연극의 지방 분산화 I: 1950년대 ···········155
장 빌라르와 국립민중극장(Jean Vilar et le T.N.P.) ·····161
프랑스에서의 브레히트 ·················169
06 연극의 지방 분산화 II:  플랑숑과 아다모프 ·····187
로제 플랑숑(Roger Planchon) ··············188
아르튀르 아다모프(Arthur Adamov) ···········231

07 연극의 지방 분산화 III: 1960년대 ··········248
1960년대 극작가들:  세제르(Césaire), 쿠쟁(Cousin), 가티(Gatti)····························258
에메 세제르(Aimé Césaire) ···············258
가브리엘 쿠쟁(Gabriel Cousin) ··············271
아르망 가티(Armand Gatti) ···············279

08 총체극 ························295
장-루이 바로(Jean-Louis Barrault), 로제 블랭(Roger Blin)··295
장 주네(Jean Genet) ···················305
보티에(Vauthier), 오디베르티(Audiberti), 아라발(Arrabal)·329

09 집단 창조 ······················340
아리안느 므누슈킨과 태양극단 ··············340
아쿠아리움극단 ·····················379
로렌의 민중극장(T.P.L.) ·················386

10 1970년대 극작가들 ·················403
장-클로드 그룸베르그(Jean-Claude Grumberg) ······409
에뒤아르도 마네(Eduardo Manet) ·············419
조르주 미셸(Georges Michel) ··············424
일상극: 칼리스키, 도이치, 벤젤(Le Théâ̂tre du quotidien: Kalisky, Deutsch, Wenzel) ···················428
미셸 비나베르(Michel Vinaver) ··············438

11 1980년대 극작가들 ·················453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465
엘렌 식수(Hélène Cixous)와 태양극단 ··········469
미셸 비나베르(Michel Vinaver) ··············472
베르나르-마리 콜테스(Bernard-Marie Kolès) ·······476

결론 ···························492

참고 문헌 ·························495
인명 찾아보기 ·······················520

해설 ···························524
지은이에 대해 ·······················529
옮긴이에 대해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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