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연극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연극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4년 7월 13일 일요일

초능력자(Феномены)


도서명 : 초능력자(Феномены)
지은이 : 그리고리 고린(Григорий Горин)
옮긴이 : 백승무
분야 : 희곡
출간일 : 2014년 7월 17일
ISBN : 979-11-304-1959-6 (03890)
가격 : 18000원
규격 : 사륙판(128*188) 제본 : 무선 쪽 : 132쪽



☑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희곡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합니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희곡 선집입니다.
 
** 20세기 러시아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 그리고리 고린의 코미디를 초역으로 소개한다.
 
 

☑ 출판사 책 소개
 
초능력자 셋이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 한 호텔에 모인다. 그중 두 사람이 초능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유일한 초능력자로 염력을 쓸 줄 아는 미샤는 전날 무리하는 바람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학회 참석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들을 학회에 데려가기로 했던 옐레나마저 감기로 앓아눕는다. 라리체프가 아내 옐레나를 위해 세 사람을 설득하고, 학회에서 좋은 성과를 끌어내지만 모든 게 속임수였다는 게 밝혀진다. 옐레나를 짝사랑하고 있던 미샤는 라리체프를 사기꾼으로 매도하며 옐레나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옐레나는 라리체프가 가장 위대한 초능력자라며 미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녀는 가장 위대한 초능력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가장 강력한 초능력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멜로드라마이자 허를 찌르는 반전, 유머와 재치 넘치는 대사, 풍자가 있는 코미디다. 모스크바 올림픽 개막 직전 소련 상황에서 탄생한 풍자극이다. 당시 소련은 초능력자에 대한 연구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헌된 꿈을 좇는 초능력자들은 민중에게 생필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무능한 소련 정부의 초상으로 비쳐진다.



☑ 책 속으로
 
옐레나 페트로브나: (벌떡 일어난다. 얼굴은 분노로 타오른다.) 입 다물어요! 저속한 사람 같으니! 올레크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당신이 도대체 그이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요? 당신에게 무슨 권리가 있다고! 그이는 천재지만 절 위해 모든 것을… 절 위해 자기 자신을 짓밟은 사람이라고요. 절 위해 자기 연구도 그만뒀어요! 제가 쫓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자신보다 저를 더 믿어 주던 사람이에요! 태양을 팔아먹었다고요? 팔아먹은 게 아니라, 저 때문에 빼앗긴 거라고요. 당신은 정말 바보 천치군요! 당신들 중에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요? 그이는 지구상에서 제일가는 재능을 지녔어요. 남을 사랑하는 거요. 좀 전에도 제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을 거예요. 전 항상 그이가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방해하죠.
≪초능력자≫ 114∼115쪽
 
 

☑ 지은이 소개

그리고리 이즈마일레비치 고린(Григорий Израилевич Го-рин, 1940∼2000)은 20세기 후반을 풍미한 러시아 극작가다. 그는 희곡뿐만 아니라, 유머, 풍자, 영화 시나리오 등 다방면에서 집필 활동을 했으며, 시사평론도 발표했다. 아버지 이즈라일 아벨레비치 옵시테인(Израиль Абелевич Оф-штейн, 1904∼2000)은 2차 세계대전에서 공을 세운 군인이었고, 어머니는 응급실 의사였다. 그는 아버지의 성(姓) 옵시테인과 어머니의 성 고린스카야를 합쳐 고린시테인(Го-ринштейн)이란 필명을 사용하다가 1963년에는 고린이란 성으로 완전히 개명한다. 고린의 뜻을 묻자 그는 ‘그리고리 옵시테인이 성을 바꾸기로 결심했다(Гриша Офштейн Ре-шил Изменить Национальность)’란 문장의 첫 글자를 땄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고린은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소질을 보였다. 처음으로 시를 쓴 것은 일곱 살 때였다. 초등학교에서도 단편소설이나 콩트 같은 짧은 글을 창작하곤 했다. 고린은 모스크바 세체노프 의대를 졸업한 뒤 4년 정도 응급실에서 의사 생활을 한다. 이때도 그는 글쓰기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풍자와 유머가 가득한 그의 글은 여러 잡지나 신문에 실렸고, 점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66년에는 동료 작가 아르카디 아르카노프와 <유럽으로>란 코미디를 공동 집필했다. 이후 아르카노프와의 공동 작업은 <연회>, <저택에서 벌어진 작은 코미디> 등으로 이어졌다. 1960년대 후반부터 고린은 러시아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1970년대에는 TV코미디쇼에 고정 출연을 하기도 했다. 명성이 높아지자 소련 작가동맹 회원이 되었고, 본업인 의사는 그만둔다. 1970년대 고린은 렌콤극장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연출가 마르크 자하로프와 함께 제작한 <헤로스트라토스를 잊어라>, <스위프트가 만든 집>, <추모 기도>, <광대 발라키례프> 같은 작품은 렌콤극장을 명문 극장으로 승격시킨 도약대가 되었다. 특히 자하로프가 영화화한 <사랑의 공식>과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은 기록적인 관객 동원에 성공한 명작이었다.
늘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그였지만,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장난을 치지 않았다. 주변 사람이 아프면 그는 의사 출신답게 병원에 가길 진지하게 권했다. 하지만 정작 자기 건강에 대해서는 진지하지 못했다. 고린은 2000년 6월 15일 죽음을 맞이한다.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였다.
 

 
☑ 옮긴이 소개

백승무는 러시아 전문가이자 연극평론가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학술원 산하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획득했다(학위 논문: <불가코프의 극작술 연구>). 2008년부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상명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공연과 이론≫, ≪한국희곡≫, ≪TTIS≫의 편집위원이다. 러시아 연극의 이론적, 수행적 특장점을 한국 연극의 토양에 시비(施肥)하는 것이 주관심사다. 주요 논문으로는 <불가코프의 메타드라마 연구>, <스타니슬랍스키의 모순에 대한 소고>, <대순환의 유토피아: 은시대 연극 미학의 순환론과 종합주의> 등이 있고, 저서로는 ≪20세기를 빛낸 극작가 20인≫(살림출판사), ≪한국연극, 깊이≫(우물이있는집)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까치소리: 김동리 단편집≫(러시아 IRLI출판사), ≪부활≫(문학동네) 등이 있다.
 
 

☑ 목차

나오는 사람들···················3
1막·······················5
2막·······················71
해설······················119
지은이에 대해··················122
옮긴이에 대해··················125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아르토와 잔혹연극



☑ 책 소개

사람 자체가 기이하다
세계의 출구를 찾아 떠돌아다닌 영혼
배회하는, 계시받은, 악마의 유혹에 대항해 울부짖는 미치광이
사고의 모든 체계를 밀어낸 자
그의 이름은 앙토냉 아르토, 마침내
사유 안에 존재하는 사유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보았다.


☑ 출판사 책 소개

숨을 거둘 때 아르토의 모습은 미라 같았다. 고함치듯 열린 입, 뼈만 앙상한 손, 살결은 죽은 나무껍질이었다. 병원 침상 다리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곧 일어나 어디론가 떠나려는 자세로. 그는 절반은 미치광이, 절반은 현자로서 비난과 찬사를 함께 받는다. 20세기 초 프랑스 연극계에서 활약한 앙토냉 아르토는 그의 저서 ≪연극과 그 이중≫에서 ‘잔혹연극’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연극이론을 확립한다. 그러나 근친상간, 존속살인의 무대는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했고, 이후 발작 증세를 보이던 아르토는 정신병원에서의 긴 기간 수용 끝에 사망했다. 아르토와 ‘잔혹연극’이 현대연극에 미친 영향을 생각했을 때 그의 광기 어린 삶은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30년 넘게 연구해 온 아르토의 연극과 인간관을 이 책에 풀어 놓았다. 아르토가 산 평생에 스무 해를 더 살아 낸 저자는 이제 서 있는 그를 앉히고 그의 격정과 분노를 달랜다. 그가 자르려 파고드는 칼자루를 붙잡는다. 칼끝에 솜뭉치를 감아 단검을 북채로 만든다.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서 찌르는 날카로움보다 울리는 진동을 읽어 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부한다. 어느 날, 누군가가 이 서툰 솜뭉치를 풀고, 이 글들을 불쏘시개로 쓴다면 좋겠다고. 벼락 치듯 고함치며 분노하는 칼끝을 제대로 휘두를 사람이 있다면, 이 무모함에 대한 분노의 보상일 수도 있다고 여겨 퍽이나 고마울 것이라고.


☑ 책 속으로

Ⅰ권
숨을 거둘 때 아르토의 모습은 미라와 같았다. 고함치듯 열린 입, 관절이 굳어진 뼈만 앙상한 손, 살결은 죽은 나무껍질이었다. 병원 침상 다리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곧 일어나 어디론가 떠나려는 자세로. 그는 절반은 미치광이, 절반은 현자로서 비난과 찬사를 함께 받는다. (…) 실로 곪지 않는 육체와 썩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고 광분한 사람이다. 세상과 인간의 악의와 치부를 발견하고, 광기로 뿜어낸 기이한 자유를 통해 새로운 인간의 왕국을 실현시키려 했다. 죽은 후에 빛으로 어디론가 날아 올라가려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땅에 남아 욕질하고, 주먹질하고, 고함을 치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이다.

Ⅱ권
아르토는 무형의 실제가 쏟아져 들어오는 얀트라의 별을 갈망한다. 얀트라의 별빛이야말로 아르토에게는 ‘잔혹연극’의 목적이다. 그 목적을 인간 세상의 무대에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자신의 연극이 떠오르지 않는 연금술사들의 별처럼 가능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는 연금술과 연극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잔혹연극’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 아르토가 ‘잔혹연극’의 방법으로서 보여 주는 것은 충만과 진동이다. 그 가득함과 울림이 침묵의 땅 속을 뚫고 줄기로 올라가 잔혹과 공포의 열매를 만들고 부조화와 불협화음, 검은 유머의 잎들을 무대 가득 출렁이게 하는 것이다. 아르토는 아픔으로 이 한계를 인식한다. 그가 바라는 얀트라의 별은 무대 위에서는 떠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별은 표현의 영역 안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연극적 행위는 여기에서 멈추고 만다. 결국 연극은 없고 연극 행위만 남을 뿐이고, 마침내는 그 행위조차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 지은이 소개

한무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바람 구두를 신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경기도 이천, 대전, 청주, 제주, 공주, 양구, 다시 서울 등 곳곳을 떠돌다가 지금은 칠장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다. 젊은 날에 저지른 주책(술과 책)과 늙어서도 못 벗는 서툰 삶 탓에, 평생 동안 속앓이를 하고 만 부인과 개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다. 몸은 ‘제석천(帝釋天) 그물’에 걸리나, 마음은 그 그물망을 벗었으면 하고, 초여름 저녁의 푸르름과, 기이하나 싱그러운 사람들을 좋아한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다. 두 학위논문 주제는 모두 앙토냉 아르토의 ‘잔혹연극’에 대해서다. <앙또넹 아르또의 이중의 추구>가 석사이고, <앙또넹 아르또에 있어서 ‘잔혹연극’과 형이상학>이 박사 때다. 현재는 배재대학교 명예교수다. 대학에 재직하면서 교무처장, 문과대학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하고, 전국대학원장 이사,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회장 등을 지내다. 어느 해는 몽펠리에3대학 초청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공연 예술 현황을 살피면서, 특별히 프로방스 지방이 좋아 홀로 여러 달을 떠돌다. 그동안 쓴 논문들은 거의 다 앙토냉 아르토에 관계된다. <앙또넹 아르또의 광기의 형상>, <앙또넹 아르또의 신비 추구>, <공을 위한 충만의 변증법>, <앙또넹 아르또의 언어의 변형과 팽창>, <앙또넹 아르또의 ‘잔혹연극’의 구조와 성격> 등 스무 편 정도이다. 함께 지은 책으로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세계≫, ≪트리포의 400번의 구타≫, ≪아르또와 잔혹연극론≫ 등이 있고, 혼자 쓴 책으로는 썩지 않는 세상과 곪지 않는 사람을 그리는(希), ≪세상 물고 나는 작은 새≫가 있다.


☑ 목차

I권
내면의 얼굴


책머리에·····················3

I. 광기 서린 늪가에서
      1. 착란과 성찰················25
      2. 광기의 뿌리················36
      3. 광기의 줄기················54
      4. 광기의 열매················73
      5. 광기와 작품················81
II. 지상의 천국을 찾아
      1. 혼재된 사유················99
      2. 자연과 문화···············104
      3. 언어와 사유···············111
      4. 기존 가치 거부··············120
      5. 외부로의 발길··············134
      6. 내면의 지리···············140
                기이한 신비··············145
                공과 만남···············159
                공 만들기···············166

III. 사유의 칼날 위에 푯대를 세우고
      1. 사유의 토양··············177
          1-1. 사유의 축··············177
          1-2. 샤먼적인 개인············185
          1-3. 비기독교적 요인 ···········190
                신비 전통···············190
                연금술 ················205

      2. 동·서양 사유의 틈············213
          2-1. 신과 인간··············213
                 서양················213
                 동양 ················223
          2-2. 사유의 갈래와 아르토·········233
          2-3. 시공간과 마음의 틀··········246
          2-4. 말의 순류와 역류···········260
          2-5. 육체를 보는 눈············270
                원초적 사고··············270
                서양의 인식··············273
                동양의 인식··············278
                연금술의 차이·············288

      3. 동양을 보는 눈과 사유가 멈춘 자리·····304
          3-1. 시각과 관심·············304
          3-2. 인도와 중국·············311
          3-3. 도가와 유가·············317
          3-4. 공의 인식··············332
          3-5. 사유 걸치기·············348
          3-6. 사유의 틈과 균열···········355

찾아보기····················365

II권
‘잔혹연극’의 세계


I. 주제와 형이상학
      1. 폭력····················5
      2. 근친상간·················21
      3. 육체의 연금술···············27

II. 연극 언어의 변증법
      1. 언어와의 싸움···············41
      2. 언어와 존재, 언어와 인지··········48
      3. 발성 언어, 시각 언어, 공간 언어·······56
      4. 불협화음, 부조화와 검은 유머········81
      5. 언어 뒤 언어················89

III. 연출의 연금술
      1. 텍스트의 거부와 수용···········101
      2. 연출자의 연금술과 배우의 진동·······112
      3. 무대의 화염과 관객의 제련·········123
      4. 무대의 압축과 엄격성···········135


IV. 이중과 무대의 실제
      1. 주제 위 주제 ···············145
      2. 이중의 의미 ···············155
      3. 무대의 실제−<첸치 가족>을 중심으로··177
          3-1. 주제·················177
          3-2. 인물·················182
          3-3. 무대와 무대 장식···········191
          3-4. 조명······ ··········196
          3-5. 음악, 음향효과············199
          3-6. 몸짓과 원운동············205

V. 무대 뒤 무대
      1. 신화 공간의 충만, 진동···········213
      2. 침묵과 공, 적멸··············232


부록
현대연극의 두 기둥: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앙토냉 아르토의 ‘잔혹연극’ 비교
I. 연극관과 추구점을 중심으로
      1. 오락과 잔혹···············260
      2. 정화와 교육···············270
      3. 강화된 자아와 소멸된 자아·········291

II. 연출 기법을 중심으로
      1. 상반된 연출 ···············298
      2. 변증법과 연금술·············299
      3. 최면과 소외···············334
      4. 두 개의 길···············369

앙토냉 아르토 연보···············383
참고 문헌···················443
찾아보기····················453
지은이에 대해··················459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현대 프랑스 연극: 1940-1990



☑ 책 소개

1940년에서 1990년 사이에 프랑스 연극은 전면적인 변화를 겪었다. 연기와 연출, 극작과 무대장치 모든 부문에서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때까지 파리가 독점하고 있던 자본이 지방으로 분배되기 시작했다. 세계 제2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중요한 연극 행사들은 파리에서 개최되었다. 그러나 1990년에 이르러서는 파리 바깥에서 작업을 하는 상설 극단의 수가 55개에 달하게 되었다. 전쟁 전에는 초연작의 경우 보조금이 없는 사설 극장에서 먼저 공연되었다면, 1990년에 접어들면서는 젊은 극작가도 캉이나 스트라스부르, 마르세유 혹은 빌뢰르반의 보조금 지원이 있는 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 전쟁 전에는 아르토를 제외하고, 연극에서 아방가르드라고 하면 시적이고 제법 엄격한 문학적인 취향을 보여 주면서 엘리트적인 속성을 띠는 것에 그쳤다면, 전쟁이 끝나면서 아방가르드는 매우 다양한 영향들, 이를테면, 브레히트(Brecht)와 ‘민중극 스타일’, 스트렐러(Strehler)와 다리오 포(Dario Fo), 그로토프스키(Grotowski), 리빙 시어터, 빵과 인형 극단, 밥 윌슨(Bob Wilson)과 그 밖의 다른 영향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보여 주었다.
양차 대전 사이 기간에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실험적인 연극들은 자연주의 연극 스타일에서 보다 덜 사실주의적인 형태로 옮겨 가는 경향을 보여 주었고, 심지어 몇몇 극단들은 집단 연극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르크시즘 이론의 영향이나 브레히트의 출현, 서사극의 발전 등은 지방 분산화의 신속한 확산 못지않게 예기치 않은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1950년대의 누보테아트르(Nouveau Théâ̂tre)의 출현과 그것의 보편성의 확보, 뒤이어 ‘부조리극’ 지지파와 ‘정치극’ 지지파로의 연극계의 분열 또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파리와 지방을 갈라놓는 깊은 균열의 반증인 이러한 상징적인 분열은 1960∼1970년대의 훌륭한 작품들 속에서 그 돌파구를 발견하게 된다. 브레히트주의자들이 주장했던 ‘사회극’에 대한 관심과, 전적으로 새로운 극적효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아르토 추종자들의 관심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극작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50여 년 동안에, 연극 현장에서 이루어진 발전은 연극비평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개혁을 촉발시켰다. 이는 한편으로는 동시대 연극이 채택한 새로운 극구성의 방법론에 따른 것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학, 인류학, 구조주의 언어학의 발달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사회학적 비평은 작품의 의미는 오로지 쓰인 텍스트에 의해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공연되는 장소, 건축물의 특성, 무대와 객석의 관계, 관중의 사회적 구성 등에 의해서도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 주었다. 공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인 지배 요소들과 연극의 정치적인 특성에 대한 증대된 관심으로 인해 연극적 실험들, 특히 극장 건물로 국한되지 않는 비일상적인 연기 공간에 대한 실험들이 시도되었다.
구조주의 언어학에 뿌리를 둔 비평은 연극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비구술적인 기호를 수단으로 실행되는지를 보여 주면서 사회학적인 관점을 보완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와 그의 후계자들은 공연장 가기의 제의(祭儀) 속에서 작동되는 의미 작용의 코드들을 분석했고 1960년대의 상당수의 극작가들이 채택한 탈신화화(脫神話化)의 수법들을 발전시켰다. 이 새로운 비평학파는 연극의 특수성이 현실의 모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의미화’할 수 있는 관습의 발전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우리에게 기호와 현실 사이의 관계를 이론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해 주었다. 이 방법론은 작가들뿐 아니라 비평가들에게도 그때까지 자명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던 공연의 관습적인 양태들을 유용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고, 연극 환경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연극 형태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첨예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책에서는 출판된 희곡 텍스트들, 특히 비평적 연구를 촉발한 공연의 희곡 텍스트들만을 선별해서 다루고자 한다. 전쟁 전의 극작가들은 극장의 단골손님들 못지않게 희곡의 독자들이 내린 평가에도 청각을 곤두세우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의 궁극 지점이 책이 아니라 무대라는 인식하에 무대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연출가들과 혹은 극단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아예 자신의 작품들을 공연한 극단 자체의 전속 작가가 되기도 했다. 태양극단의 희곡들처럼 극단적인 경우 진짜로 쓰인 것이라 할 수 없는 희곡 텍스트들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몇몇 특별한 공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비평의 방법론, 글쓰기, 연극적 실천의 상호작용을 보여 주면서 여러 가지 연출 가능성을 품고 있는 희곡들에 대한 소개도 함께 제시될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연극의 독창성이 발현된 것은 신작들보다는 오히려 고전 레퍼토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서였다. 특히 셰익스피어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의 무게를 담아내고, 육체적이고 제스처 연기를 독려하는 연출을 통해서 프랑스 관중들의 사랑을 다시금 누리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독보적인 선구자는 플랑숑(Planchon)이다. 그는 대단히 탁월한 극작가인 만큼, 이 책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다뤄지게 될 것이다. 플랑숑의 작업은 그 자체의 내적인 흥미로움뿐 아니라 배우와 연출가, 극작가의 재능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게 해 주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 지은이 소개

데이비드 브래드비(David Bradby)는 프랑스 연극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영국의 연극학자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 후 프랑스 리옹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중 로제 플랑숑의 극단에서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 연극에 입문했다. 그 후 그는 글래스고 대학에서 아다모프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캉대학을 거쳐 2007년 런던대학에서 은퇴할 때까지 37년 동안 교육과 집필 활동에 열정적으로 매진해 왔다. 베케트, 아다모프 등 부조리극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해 브래드비는 1970년대 일상극의 작가인 미셸 비나베르와 1980년대의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그리고 최근에는 에리크-에마뉘엘 슈미트에 이르기까지 최근 반세기 동안의 프랑스 연극의 주요 극작가들의 작품들을 집중 조명해 프랑스 학자들 못지않은 연구 성과물들을 발표하고 영미권에 그들의 작품을 번역, 소개하는 일에 몰두했다. 또한 최근에는 포스트콜로니즘, 페미니즘, 동양 연극, 정치극 쪽에도 관심을 두고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극작가에 대한 연구서로는 ≪아다모프(Adamov)≫(1975),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Samuel Beckett: Waiting for Godot)≫, ≪미셸 비나베르의 연극(The Theater of Michel Vinaver)≫(1993) 등이 있으며, 연출과 연출가에 대한 연구서로 ≪로제 플랑숑의 연극(The Theater of Roger Planchon)≫(1984), ≪프랑스 연극연출의 현재(Mise en scène French Theater Now)≫가 있고, 연극사 혹은 연극학 일반에 대한 저서로 ≪현대 프랑스 연극(Modern French Drama 1940∼1990)≫(1991) ≪동시대 연극(Le Théâ̂tre contemporain)≫(1990), ≪1968년부터 2000년까지의 프랑스 연극(Le théâtre en France de 1968 à 2000)≫, ≪대중연극에서의 정치 퍼포먼스(Performance of Politics in Popular Drama)≫(1982), ≪영국 무대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점: 여성 극작가들, 1990∼2000(Feminist Views on the English Stage: Women Playwrights, 1990∼2000)≫(2003), ≪중국연극과 공연에서의 배우(Chinese Theatre and the Actor in Performance)≫(2006), ≪정치극의 전략: 전후 영국 작가들(Strategies of Political Theatre: Post-War British Playwrights)≫(2006)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이선화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과정(DEA)을 수료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핑퐁≫(연극과 인간, 2006), ≪지옥의 기계≫(지만지, 2008)이 있고, 공저로 ≪프랑스 문학과 여성≫(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3), ≪현대 프랑스 문학과 예술≫(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이 있다.
이외에 <장 콕토의 ≪지옥의 기계≫에 나타난 여성적 이미지>, <아르튀르 아다모프, 신경증 환자들의 가족소설>. <한태숙 <서안화차>에 나타난 공간성 연구>, <이오네스코의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막베트≫를 중심으로>, <장 주네의 ≪하녀들≫에 나타난 여성성과 여성적 글쓰기>, <야스미나 레자의 ≪아트≫에 나타난 고전적 극작술의 현대적 변용>, <프랑스 현대극에 나타난 다시 쓰기의 미학-메테를링크의 ≪조아젤≫과 세제르의 ≪어떤 태풍≫을 중심으로>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차례

서문 ····························ix

01 서론: 양차 대전 사이 ··················1

02 파리 점령 시기 ····················28

03 파리의 연극 I: 철학적인 드라마 ···········59
장 아누이(Jean Anouilh) ·················60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66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84
아르망 살라크루(Armand Salacrou) ············90

04 파리의 연극 II: 누보테아트르 ·············95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118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 ············133
아르튀르 아다모프(Arthur Adamov) ···········147

05 연극의 지방 분산화 I: 1950년대 ···········155
장 빌라르와 국립민중극장(Jean Vilar et le T.N.P.) ·····161
프랑스에서의 브레히트 ·················169
06 연극의 지방 분산화 II:  플랑숑과 아다모프 ·····187
로제 플랑숑(Roger Planchon) ··············188
아르튀르 아다모프(Arthur Adamov) ···········231

07 연극의 지방 분산화 III: 1960년대 ··········248
1960년대 극작가들:  세제르(Césaire), 쿠쟁(Cousin), 가티(Gatti)····························258
에메 세제르(Aimé Césaire) ···············258
가브리엘 쿠쟁(Gabriel Cousin) ··············271
아르망 가티(Armand Gatti) ···············279

08 총체극 ························295
장-루이 바로(Jean-Louis Barrault), 로제 블랭(Roger Blin)··295
장 주네(Jean Genet) ···················305
보티에(Vauthier), 오디베르티(Audiberti), 아라발(Arrabal)·329

09 집단 창조 ······················340
아리안느 므누슈킨과 태양극단 ··············340
아쿠아리움극단 ·····················379
로렌의 민중극장(T.P.L.) ·················386

10 1970년대 극작가들 ·················403
장-클로드 그룸베르그(Jean-Claude Grumberg) ······409
에뒤아르도 마네(Eduardo Manet) ·············419
조르주 미셸(Georges Michel) ··············424
일상극: 칼리스키, 도이치, 벤젤(Le Théâ̂tre du quotidien: Kalisky, Deutsch, Wenzel) ···················428
미셸 비나베르(Michel Vinaver) ··············438

11 1980년대 극작가들 ·················453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465
엘렌 식수(Hélène Cixous)와 태양극단 ··········469
미셸 비나베르(Michel Vinaver) ··············472
베르나르-마리 콜테스(Bernard-Marie Kolès) ·······476

결론 ···························492

참고 문헌 ·························495
인명 찾아보기 ·······················520

해설 ···························524
지은이에 대해 ·······················529
옮긴이에 대해 ·······················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