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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4일 월요일

죄와 벌



도서명 : 죄와 벌 천줄읽기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지은이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
옮긴이 : 김정아
분야 : 천줄읽기/소설
출간일 : 2011년 1월 20일
ISBN : 978-89-6680-224-1 (00890)
가격 : 12000원
규격 : A5 제본 : 무선제본 쪽 : 228쪽




☑ 책 소개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그 첫 번째 작품. 4년간의 수감 생활과 6년간의 유형을 통해 정립된 그의 철학과 인생관, 이념이 가장 솔직하고 명확히 담겨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희망적인 작품 ≪죄와 벌≫. 그 핵심으로 안내한다. 그 글자 한 자, 숫자 하나에 숨겨진 상징까지 놓치지 않고 짚어 주는 깊이 있는 해설이야말로 이 책의 백미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의 시작을 알리며, 그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정신적 부활을 경험하는 행복한 결말이 본문 속에서 그려지는 작품이다. ≪죄와 벌≫에서는 유형 후 최초로 쓰여진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시작된 이념적 투쟁이 예시적이고 더욱 강력한 형태로 계속되고 있으며,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회고록의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는 주인공의 경험과 깨달음과 다짐이 예술 작품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분신인 주인공을 회의와 논쟁, 이성적인 오만한 자아와 본능적인 선함을 가진 동정 어린 자아 사이의 갈등을 경험케 하고, 신을 부정하고 그의 자리를 넘보려 하는 무신론의 문턱으로까지 이끌어 간 후에야, 고통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의 부활로 이끈다. 작가는 페트라솁스키 사건과 그에 따른 유형 등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니힐리즘과 공리주의에 물든 1860년대 인텔리겐치아들이 처한 상황 및 당면한 사회문제와 잘 버무려 예술적 걸작을 탄생시켰다. 체험을 통해 달구어진 작가의 기독교적 메시지는 작가 자신의 어떤 논문보다도 시공을 넘어 독자에게 더욱 강력하게 담금질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19세기의 나사로인 라스콜리니코프는 4년 만에 시베리아 감옥에서 부활한 도스토옙스키 자신이다.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구 사상은 사람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인류애가 아닌, 이론적이고 허구적인 인류애를 가르친다. ‘무가치한’ 한 명의 목숨을 없애서, 그로부터 취한 재물로 자신과 같은 비범한 초인의 앞날의 초석을 다지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서구에서 온 이론이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가르친 가짜 인류애다. 추상적인 인류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이 사상 속에는 정작 피와 살로 된 ‘이웃에 대한 사랑’은 없다. 또 이 사상 속에는 자신이 남보다 위대하다는 오만함이 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있어 오만은 그리스도의 겸허와 상극에 서 있는 것으로, 그것은 악마의 것이다. 겸허에서 우러나는 동정과 연민, 그것은 내려다보는 오만한 가짜 동정이나 연민과는 차원이 다르다. 에필로그에서 꾸게 되는 전 인류를 감염시키는 아메바의 꿈을 통해, 라스콜리니코프는 오만한 가짜 연민의 실체와, 그런 가짜 동정과 연민의 종말은 구원이 아닌 자신을 포함한 전 인류의 파괴라는 참극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주인공을 구원으로 이끌고 있는 정신적인 지주인 소냐와 포르피리에 의해 주인공이 자수를 하기는 했으나, 그는 자신이 초인이 아니라는 사실에만 화가 났을 뿐이지, 자신이 근거한 이론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진정한 참회는 본문이 끝날 때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에필로그에서 상징적인 마지막 꿈인 아메바 꿈을 꾼 이후에는, 자신이 초인이 아님은 물론이요, 자신이 그려 왔던 초인이 실제로는 아메바에 감염된 병자에 다름 아니며, 초인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 종국에는 세상의 구원자가 아니라 파괴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진정한 초인은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으며 남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불쌍해하는 오만한 동정을 보내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않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연민하고 동정하며 그들을 위해 기꺼이, 그리고 겸허히 자신을 희생하는 그리스도적 사랑을 실천하는 소냐와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 책 속으로
 
●그럼 이렇게 한번 생각해 봐요. 만약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당신에게 맡겨졌다고 해 봅시다. 이 세상에 누가 살아야 할까요? 루진이 살아서 계속 나쁜 짓을 해야 하는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죽어야 하는가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그들 중 누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걸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어요? 더구나 어째서 당신은 해서는 안 되는 질문들을 하시죠? 무엇 때문에 그런 무의미한 질문을 하시죠? 어떻게 그것이 제 결정에 달려 있을 수가 있나요? 누가 살아야 하고, 누가 살아선 안 되는지에 대한 재판권을 대체 누가 제게 맡겼단 말씀이시죠?
 
 
●만약에 말이야, 이를테면 나폴레옹이 내 입장에 있다고 한다면, 자기의 출셋길을 여는 데 있어, 툴롱이니, 이집트니, 몽블랑 원정이니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고, 이 모든 아름답고 기념비적인 것들 대신에, 시시껄렁하기 이를 데가 없는 14등관의 과부 할멈밖에 없다고 한다면 말야, 게다가 그 할멈의 트렁크에서 돈을 훔쳐 내기 위해서는(출세를 위해서 말이야, 알겠어?) 그 할멈을 죽여야만 한다면, 그러니까 다른 출구가 전혀 없다면 말이야, 나폴레옹은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까? 그것이 기념비적인 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점과, 또 …죄를 짓는 일이라는 점 때문에 그가 망설이진 않았을까?
 
●소냐, 나는 이런저런 이론들과 관계없이 그냥 죽이고 싶었던 거야, 자신을 위해서, 나 한 사람만을 위해서 죽이고 싶었던 거야! 이 점에선 나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죽였다고? 아니, 다 헛소리야! 수단과 권력을 손에 넣고, 전 인류의 은인이 되기 위해 죽였다고? 그것도 헛소리야! 나는 그저 죽인 거야. 날 위해서, 나 하나만을 위해서 죽인 거라고! (…) 더구나 중요한 것은, 살인을 했을 때 내게 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어. 돈보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이 필요했던 거야….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7
지은이에 대해··················57
 
 
나오는 사람들··················65
제1부······················69
제2부·····················98
제3부·····················118
제4부·····················141
제5부·····················166
제6부·····················183
에필로그····················208
 
 
옮긴이에 대해··················226
 


2014년 7월 13일 일요일

초능력자(Феномены)


도서명 : 초능력자(Феномены)
지은이 : 그리고리 고린(Григорий Горин)
옮긴이 : 백승무
분야 : 희곡
출간일 : 2014년 7월 17일
ISBN : 979-11-304-1959-6 (03890)
가격 : 18000원
규격 : 사륙판(128*188) 제본 : 무선 쪽 : 132쪽



☑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희곡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합니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희곡 선집입니다.
 
** 20세기 러시아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 그리고리 고린의 코미디를 초역으로 소개한다.
 
 

☑ 출판사 책 소개
 
초능력자 셋이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 한 호텔에 모인다. 그중 두 사람이 초능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유일한 초능력자로 염력을 쓸 줄 아는 미샤는 전날 무리하는 바람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학회 참석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들을 학회에 데려가기로 했던 옐레나마저 감기로 앓아눕는다. 라리체프가 아내 옐레나를 위해 세 사람을 설득하고, 학회에서 좋은 성과를 끌어내지만 모든 게 속임수였다는 게 밝혀진다. 옐레나를 짝사랑하고 있던 미샤는 라리체프를 사기꾼으로 매도하며 옐레나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옐레나는 라리체프가 가장 위대한 초능력자라며 미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녀는 가장 위대한 초능력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가장 강력한 초능력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멜로드라마이자 허를 찌르는 반전, 유머와 재치 넘치는 대사, 풍자가 있는 코미디다. 모스크바 올림픽 개막 직전 소련 상황에서 탄생한 풍자극이다. 당시 소련은 초능력자에 대한 연구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헌된 꿈을 좇는 초능력자들은 민중에게 생필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무능한 소련 정부의 초상으로 비쳐진다.



☑ 책 속으로
 
옐레나 페트로브나: (벌떡 일어난다. 얼굴은 분노로 타오른다.) 입 다물어요! 저속한 사람 같으니! 올레크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당신이 도대체 그이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요? 당신에게 무슨 권리가 있다고! 그이는 천재지만 절 위해 모든 것을… 절 위해 자기 자신을 짓밟은 사람이라고요. 절 위해 자기 연구도 그만뒀어요! 제가 쫓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자신보다 저를 더 믿어 주던 사람이에요! 태양을 팔아먹었다고요? 팔아먹은 게 아니라, 저 때문에 빼앗긴 거라고요. 당신은 정말 바보 천치군요! 당신들 중에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요? 그이는 지구상에서 제일가는 재능을 지녔어요. 남을 사랑하는 거요. 좀 전에도 제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을 거예요. 전 항상 그이가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방해하죠.
≪초능력자≫ 114∼115쪽
 
 

☑ 지은이 소개

그리고리 이즈마일레비치 고린(Григорий Израилевич Го-рин, 1940∼2000)은 20세기 후반을 풍미한 러시아 극작가다. 그는 희곡뿐만 아니라, 유머, 풍자, 영화 시나리오 등 다방면에서 집필 활동을 했으며, 시사평론도 발표했다. 아버지 이즈라일 아벨레비치 옵시테인(Израиль Абелевич Оф-штейн, 1904∼2000)은 2차 세계대전에서 공을 세운 군인이었고, 어머니는 응급실 의사였다. 그는 아버지의 성(姓) 옵시테인과 어머니의 성 고린스카야를 합쳐 고린시테인(Го-ринштейн)이란 필명을 사용하다가 1963년에는 고린이란 성으로 완전히 개명한다. 고린의 뜻을 묻자 그는 ‘그리고리 옵시테인이 성을 바꾸기로 결심했다(Гриша Офштейн Ре-шил Изменить Национальность)’란 문장의 첫 글자를 땄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고린은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소질을 보였다. 처음으로 시를 쓴 것은 일곱 살 때였다. 초등학교에서도 단편소설이나 콩트 같은 짧은 글을 창작하곤 했다. 고린은 모스크바 세체노프 의대를 졸업한 뒤 4년 정도 응급실에서 의사 생활을 한다. 이때도 그는 글쓰기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풍자와 유머가 가득한 그의 글은 여러 잡지나 신문에 실렸고, 점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66년에는 동료 작가 아르카디 아르카노프와 <유럽으로>란 코미디를 공동 집필했다. 이후 아르카노프와의 공동 작업은 <연회>, <저택에서 벌어진 작은 코미디> 등으로 이어졌다. 1960년대 후반부터 고린은 러시아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1970년대에는 TV코미디쇼에 고정 출연을 하기도 했다. 명성이 높아지자 소련 작가동맹 회원이 되었고, 본업인 의사는 그만둔다. 1970년대 고린은 렌콤극장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연출가 마르크 자하로프와 함께 제작한 <헤로스트라토스를 잊어라>, <스위프트가 만든 집>, <추모 기도>, <광대 발라키례프> 같은 작품은 렌콤극장을 명문 극장으로 승격시킨 도약대가 되었다. 특히 자하로프가 영화화한 <사랑의 공식>과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은 기록적인 관객 동원에 성공한 명작이었다.
늘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그였지만,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장난을 치지 않았다. 주변 사람이 아프면 그는 의사 출신답게 병원에 가길 진지하게 권했다. 하지만 정작 자기 건강에 대해서는 진지하지 못했다. 고린은 2000년 6월 15일 죽음을 맞이한다.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였다.
 

 
☑ 옮긴이 소개

백승무는 러시아 전문가이자 연극평론가다.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학술원 산하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획득했다(학위 논문: <불가코프의 극작술 연구>). 2008년부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상명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공연과 이론≫, ≪한국희곡≫, ≪TTIS≫의 편집위원이다. 러시아 연극의 이론적, 수행적 특장점을 한국 연극의 토양에 시비(施肥)하는 것이 주관심사다. 주요 논문으로는 <불가코프의 메타드라마 연구>, <스타니슬랍스키의 모순에 대한 소고>, <대순환의 유토피아: 은시대 연극 미학의 순환론과 종합주의> 등이 있고, 저서로는 ≪20세기를 빛낸 극작가 20인≫(살림출판사), ≪한국연극, 깊이≫(우물이있는집)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까치소리: 김동리 단편집≫(러시아 IRLI출판사), ≪부활≫(문학동네) 등이 있다.
 
 

☑ 목차

나오는 사람들···················3
1막·······················5
2막·······················71
해설······················119
지은이에 대해··················122
옮긴이에 대해··················125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곱사등이 망아지


도서명 : 곱사등이 망아지(Конек-горбунок)
지은이 : 표트르 에르쇼프(Петр Павлович Ершов)
옮긴이 : 이수경
분  야 : 러시아 문학(시 동화)
출간일 : 2013년 3월 28일
ISBN : 978-89-6680-768-0 03890
18,000원 /  A5 / 164쪽




☑ 책 소개

1834년에 출간된 러시아 최초의 장편 시 동화이며 러시아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시 동화란 처음부터 끝까지 각 연의 운율과 리듬을 철저하게 맞춘 시로 된 이야기다. 환상, 모험, 고난, 극복 등 옛이야기에 필수적인 요소와 더불어 표트르 에르쇼프는 구어체와 방언을 사용해 생동감 있게 작품을 표현했다. 시인이기도 한 에르쇼프가 페테르부르크 대학 재학 시절에 집필한 작품으로 그해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반이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으나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에르쇼프의 가장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곱사등이 망아지≫는 러시아 최초의 장편 시 동화다. 시인으로 활동했던 작가의 시적 재능이 드러난 작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각 연의 운율과 리듬을 철저하게 맞춘 시 작품이다. 환상, 모험, 고난, 극복 등 옛이야기에 필수적인 요소와 더불어 작가는 구어체와 방언을 사용해 생동감 있게 작품을 표현했다.
≪곱사등이 망아지≫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삼 형제 중 막내이자 바보 같은 주인공 이반이 어떻게 수말 두 마리와 곱사등이 망아지를 얻게 되고, 어떻게 황제의 마구간지기가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에서는 황궁에서 일하게 된 이반이 길가에서 주운 불새의 황금 깃털 때문에 황제가 제시하는 어려운 과제를 푸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곱사등이 망아지의 도움으로 무사히 불새를 잡아 오고, 아름다운 공주까지 황궁으로 데려오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3부에서도 황제는 이반에게 어려운 과제를 부과하고, 그를 죽음으로까지 내몬다. 그러나 곱사등이 망아지의 도움으로 우리의 주인공 이반은 문제를 해결한다. 마침내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옛이야기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구비문학 작품 속에 구현되어 있는 기본 화소들(막내, 주어진 과제, 집을 떠남, 마법의 물건 획득, 어려운 과제 해결, 행복한 결혼 등)뿐 아니라 곱사등이 망아지라는 조력자가 아주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작품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화자는 러시아 옛이야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로서 익살스런 재담과 경구로 독자의 관심을 돌리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겠어요”, “자, 이야기를 계속해야지요”, “그러나 지금 형들의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죠”,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그가 황제가 되었는지 보여 주는 것이랍니다”, “이것 역시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지요”, “자,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자, 여러분, 우리도 좀 쉬어야지요”, “그런데 콧수염을 타고 흘러내릴 뿐 한 모금도 마시진 못했지요” 등의 얘기를 던지며 작품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옛이야기는 어린이의 마음속에 있는 욕망을 충족시키고 갈등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든 시련과 고통을 겪다가 승리하는 주인공을 통해 어린이는 자신도 주인공처럼 언젠가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상상한다. 옛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초라하고 하잘것없는 인물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 자신에 대한 확신을 통해 어린이는 한 단계 더 성숙한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 책 속으로

이반은 망아지를 쳐다보고는
곧바로 첫째 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둘째, 셋째 솥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주 멋진 젊은이로 변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3부> 중에서 


☑ 지은이  소개

러시아 시인 표트르 파블로비치 에르쇼프(1815~1869)는 시베리아 서부에 위치한 토볼스크 현의 작은 마을에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토볼스크의 상인 가정 출신이었다. 에르쇼프는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여러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830년 당시의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로 이주했고, 다음 해 1831년 페테르부르크 대학교 철학-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 시절 에르쇼프는 시 동화이자 뛰어난 창작 옛이야기(literary fairy tale)인 ≪곱사등이 망아지≫(1834)를 집필했고 그해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유명한 시인이었던 푸슈킨(А. С. Пушкин, 1799~1837)도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에르쇼프는 전문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시를 집필하며 희곡과 오페라까지 저술했다. 그는 당시의 작가들과 만나고, 베네딕토프(В. Д. Бенедикто-в)의 그룹에 가담하며, 그와 함께 낭만주의풍의 연감(年鑑) ≪우리-그대에게(Мы-Вам)≫ 발간을 시도하기도 했다. 문학적인 면에서 에르쇼프의 서정시에는 베네딕토프파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1836년 이후 에르쇼프는 시베리아 지역의 토볼스크 시에서 거주하며 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850년대 초에는 소설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단편 <가을 저녁>(1857)을 집필했다. 1857년에는 토볼스크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광활한 시베리아의 사회문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교 재직 중에도 계속해서 시를 발표했으나, 점점 작품 활동이 뜸하게 되었다.
에르쇼프의 작품으로는 희곡 ≪수보로프와 역참지기≫(1836), ≪상인 포마≫(1835), ≪상인 바짐과 가난뱅이의 수완≫(1858), 창작 옛이야기 ≪이반과 빵 세 개를 먹은 이에 대한 이야기≫, 서사시 ≪수즈게≫(1835) 및 서정시 <젊은 독수리>(1834), <러시아 노래>(1835), <사랑의 희망>(1838) 등이 있다. ≪곱사등이 망아지≫는 1864년 발레로 공연되었으며, 작가가 죽은 뒤인 1870년 이후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외에 소개되었다.


☑ 옮긴이 소개

이수경
이수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하고, 제1호 러시아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에서 막심 고리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건국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 2011년부터 건국대학교 동화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아동·청소년 문학과 영화, 민담 등이다. 막심 고리키, 아동문학 및 영화 등에 관한 논문이 있으며, 저서로 ≪러시아문학 감상≫, 역서로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1≫,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에 대한 소고≫,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 1917년 소고≫, ≪가룟 유다≫, ≪붉은 웃음≫, ≪인간의 삶≫, ≪사제 바실리 피베이스키의 삶≫ 등이 있다.


☑ 목차
1부
2부
3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16세기 러시아 문학



도서명 : 16세기 러시아 문학(Русская Литература XVI Века)
지은이 : 막심 그렉(Максим Грек)  외
옮긴이 : 조주관
분  야 : 러시아 문학
출간일 : 2013년 3월 28일
ISBN : 978-89-6680-651-5 03890
12,000원 / A5 / 364쪽



☑ 책 소개

이 책에는 16세기 러시아 문학작품인 총 5편의 글이 실렸다. 독자들은 이 작품들에 러시아 특유의 정치성, 역사성, 종교성이 적극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막심 그렉>, <무롬 지방의 표트르와 페브로니야에 대한 이야기>는 전체 번역되었고, <흰 두건 이야기>는 요약본이며, <안드레이 쿠릅스키 공과 이반 뇌제의 왕복 서한>, <도모스트로이>는 발췌 번역되었다.


☑ 출판사 책 소개

16세기는 통일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정치, 종교,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논쟁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 논쟁은 사회‧정치사상의 발전에 유용하게 작용했다. 16세기 새로운 정치 구조의 형성은 다양한 사회계층의 관심을 자극했다. 사회의 관심은 국가의 정치 구조, 전제주의 권력의 성격과 특권, 통치 형태, 교회의 역할, 계층에 따른 법과 의무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변화된 러시아의 국제적 상황은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요구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사회사상과 정치사상의 발전을 자극했고, 문학 장르에도 비평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리하여 16세기 대다수 텍스트들은 정치성, 역사성, 종교성을 반영하고 있다. 순수 문학 텍스트라 할 수 있는 장르들에도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이데올로기가 나타났고, 이데올로기 논쟁은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비평가들은 16세기를 ‘논쟁 문학의 시대’라고 일컫기도 한다.
러시아 중세 이념의 초석이 되었던 <흰 두건 이야기>는 15세기 말경 노브고로드의 대주교 겐나디와 그의 동료이자 번역가(통역관)인 드미트리 게라시모프가 썼다. 이 이야기는 러시아 교회, 특히 노브고로드 교회의 주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이후 러시아정교회의 권위를 찬미하는 이념 서적으로 발전했다. 모스크바가 권력의 중심지로 성장한 16세기에는 이 작품을 근거로 ‘모스크바 제3로마’라는 이론까지 등장했다. 이 학설은 수도사 필로페이가 만든 것이다. 필로페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언서들에 따르면 모든 그리스도 왕국은 끝나고, 결국은 우리의 주권에 의한 하나의 국가로 연합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다. 이전의 두 로마는 멸망했으나, 세 번째 로마는 영원할 것이며, 네 번째 로마는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학설은 그리스인, 남슬라브인, 러시아인과 동유럽인을 의식하면서 모스크바가 올바른 동방정교 신앙의 유일하고도 충실한 수호자임을 규정한다.
16세기 논쟁 문학은 구(舊) 귀족과 떠오르는 신흥 귀족 사이의 정치적 투쟁으로 대표될 수 있다. 그리스인 막심은 전통 귀족의 이익을 대변했는데, 그의 상대는 신흥 귀족의 이상주의자인 다닐이었다. 막심은 진리와 정의를 기초로 한 통치와 왕의 도덕철학을 강조했다. 또, 그는 러시아 수도사들의 도덕적 타락을 비판했다. <막심 그렉>을 비롯한 막심의 작품은 수사법과 문법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자신의 사상을 논리적이고도 논쟁적인 입장에서 발전시켜 나갔다.
<무롬 지방의 표트르와 페브로니야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이자 사회 평론가라 할 수 있는 예르몰라이-예라즘(에 의해 1540년대에 쓰였다. 그는 1540년대에 프스코프에서 성직자로 지내다가, 그다음 모스크바에 있는 스파사-나-보루라는 궁정 대사원의 사제장으로 있었다. 그리고 60년대에는 삭발 수도승이 되었다. 예르몰라이-예라즘의 작품에는 농민에 대한 작가의 애정, 그리고 귀족과 보야르에 대한 증오가 표현되어 있다. 작가의 높은 교양 수준을 증명해 주는 몇몇 작품들이 남아 있다.
이반 뇌제에게 보내는 안드레이 쿠릅스키 공후의 첫 번째 서한(총 다섯 통, 1564, 1566, 1577, 1578, 1579년)은 이반의 독재정치에 대한 강한 항의를 담고 있다. 이반 뇌제는 공후들이 실제로 자기 영지의 독립된 통치자들이었던 러시아의 낡은 봉건 체제를 전복하고자, 1550년대 말엽에 귀족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시작했다. 이때, 많은 귀족들이 교수대나 감옥에서 죽어 갔다. 탁월한 정치가요 군사 지도자인 쿠릅스키 공은 차르 이반 뇌제가 러시아 봉건 귀족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기 전까지 그의 가까운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쿠릅스키는 당시 차르와 절연하고, 앞으로 그가 여생을 보내게 될 리투아니아로 피신했다. 그는 16세기 모스크바의 지식인 지도자였으며, 16세기 초엽에 러시아에 왔던 저명하고 박식한 학승 막심 트리볼리스(그리스인 막심이라고 불린)의 친구이자 제자였다. 안드레이 쿠릅스키는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작가이자 번역가가 되었고, 러시아정교 문헌의 재정리 작업에 참여했다.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은 차르의 전제정치와 귀족의 박해를 신랄하게 비난한, 이반 4세와 주고받은 서한이다.
이반 뇌제가 안드레이 쿠릅스키 공에게 보내는 서한(답장)은 러시아의 전제정치를 옹호하고 있다. 이반 뇌제는 자신만이 하느님에 대해 국가와 백성의 운명을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가와 신민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요구했다. 이반 뇌제는 자신의 친척들에게 무자비했던 무서운 독재자였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훌륭한 통치자로서 러시아의 미래를 홀로 결정했다. 그는 귀족정치의 권력을 무력화함으로써, 중세 러시아의 봉건 체제를 종식시켰으며, 통일 러시아의 기초를 만들었다. 몽골 타타르에 대한 그의 승리는 우랄 지방과 북아시아 동쪽의 무한한 영토를 러시아에 제공했다. 그를 통해 향후 러시아의 확장을 향한 길을 닦았다. 표트르 대제 이전, 즉 150여 년 전에 이미 이반 4세는 유럽을 향한 창을 열려고 시도했으며, ‘리보니아 기사단’으로부터 발틱 해를 장악함으로써 러시아의 고립을 종식시키고자 했다. 이반 뇌제는 훌륭한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탁월한 논쟁가이자 작가였다. 그의 문체는 절제되지 않고 감정이 분출되어 나타나며, 자극적이고 무자비하다. 그는 적들을 모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리하초프는 16세기 중반의 문학을 ‘공식 문학’이라고 칭했다. 이는 당시에 생활 관습의 규범을 정해 주는 문헌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미사 전집≫, ≪100항목 결의서≫, ≪도모스트로이≫ 등이 그러한 문헌들이다. ≪도모스트로이≫는 일상적 생활 규범과 올바른 종교적·윤리적 행실을 서술해 놓은 ‘가정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교육, 가정생활 규범, 가정경제의 운용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이 규범집은 중세의 사회사상을 담고 있는 교훈서로 16세기 공식 문학의 한 형식으로 나타난다.
≪도모스트로이≫의 첫 교정본은 16세기 중반에 나왔다. 이러한 고문헌은 주로 전래 문학, 번역 문학, 교훈 문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고전적인 ≪도모스트로이≫의 형태를 대표하는 두 번째 교정본은 모스크바에 있는 블라고베센스크 사원의 사제인 실베스트르라는 이름과 연관된다. 실베스트르의 교정본은 6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모스트로이≫의 기본 문형에 실베스트르가 아들 안핌에게 보내는 서한이 포함되어 64장으로 되어 있다. 그는 삶에 대한 풍부한 경험으로 ≪도모스트로이≫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사실 ≪도모스트로이≫는 예술 작품으로 쓰인 글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도모스트로이≫는 고대 러시아 문학의 문헌에 포함되었다. 이 작품은 시대적인 자료로서의 의미 외에도 현대 독자들에게 고대 러시아의 부유한 가정의 일상적인 삶을 명백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행동 규범과 경제 운용에 대한 소개, 가정에서 사용하는 용기들에 대한 이야기 형식의 열거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느끼게 해 준다.


☑ 책 속으로

그리스도의 교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너와 네 아이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이 글을 유념하지 않고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며, 이에 따라 생활하지 않고, 쓰여 있는 대로 행하지 않는다면, 두려운 심판의 날에 혹독한 보답을 받을 것이다. 나는 실책이나 죄악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내 죄가 아니다. 나는 질서 잡힌 생활을 찬양하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가르쳐 왔다. 그리하여 지금 이 글을 너희에게 전한다. 이 편지에서 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간단한 교훈 및 교시에 대한 도움과 지식을 하느님에게 간구한다. 하느님이 교시해 주신다면, 하느님의 뜻은 실현될 것이다. 하느님과 성모님, 위대한 기적을 행하는 자들의 은총이 너희에게 깃들 것이다. 하느님이 너희 노력의 대가로 주신 집과 아이들, 그리고 너희의 이름은 지금부터 영원할 것이다. 모든 선행은 이루어질 것이며, 영원히 축복받으리라. 아멘.
<도모스트로이> 중에서 


☑ 옮긴이 소개

조주관
조주관은 오하이오 주립 대학(OSU)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시간 철학(Time Philosophy in Derzhavin’s Poetics)>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학술 위원을 지내고, 2000년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논문으로는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바로크적 세계관과 토포이 문제>(교과부장관상 수상)가 있고, 저서로 ≪러시아 시 강의≫,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문광부 우수 학술 도서),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러시아 현대비평이론≫, ≪시의 이해와 분석≫, ≪러시아 고대문학 선집≫, ≪주인공 없는 서사시≫,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말이다≫, ≪자살하고픈 슬픔≫, ≪오늘은 불쾌한 날이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검찰관≫, ≪타라스 불바≫, ≪보리스 고두노프/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아흐마둘리나 시선≫, ≪보즈네센스키 시선≫, ≪오쿠자바의 노래시≫, ≪17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 등이 있다.


☑ 목차

해설
흰 두건 이야기
막심 그렉
무롬 지방의 표트르와 페브로니야에 대한 이야기
안드레이 쿠릅스키 공과 이반 뇌제의 왕복 서한
도모스트로이(가정 규범)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