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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7일 수요일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도서명 : 프란츠 카프카: 그의 문학의 구성 법칙, 허무주의와 전통을 넘어선 성숙한 인간
Franz Kafka: Das Baugesetz seiner Dichtung, Der mündige Mensch jenseits von Nihilismus und Tradition
지은이 : 빌헬름 엠리히
옮긴이 : 편영수
분야 : 비평
출간일 : 2011년 6월 21일
ISBN : 978-89-6406-766-6
가격 : 38,000원
규격 : A5    제본 : 무선제본    쪽 : 803쪽




200자 핵심요약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카프카. 그의 난해한 작품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명쾌한 나침반을 제시한다. 이 책은 카프카의 전체 작품을 연구 분석함으로써 카프카의 진리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 준다. 카프카 문학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연구이자 카프카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작. 


☑ 책 소개

1958년에 출간된 엠리히(Wilhelm Emrich)의 ≪프란츠 카프카: 그의 문학의 구성 법칙, 허무주의와 전통을 넘어선 성숙한 인간≫은 카프카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작(秀作)이다.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카프카 연구에서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책이다. 
이 책은 카프카 전문가인 브로트(Max Brod)의 카프카 해석(종교적 해석)에 도전하고 있다. 엠리히는 카프카 연구자들에게 종교적 해석(실존주의적 해석) 이외에 정신분석학적 해석과 사회학적 혹은 사회비판적ᐨ정치적 해석을 소개한다. 물론 그는 이 세 개의 연구 방향이 여러 가지 형태로 서로 섞여 있다는 사실도 간파했다. 
또 엠리히는 이 책에서 기존의 카프카 연구의 한계를 지적한다. 기존의 카프카 연구는 되풀이해서 카프카 문학의 수수께끼를 그저 경험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현상들로 해명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프카 문학은 특정한 종교적 관념이나 신앙 내용 혹은 특정한 사회적 현상과 자서전적 현상의 반영, 표현, 상징, 알레고리가 아니며, 오히려 ‘보편성(das Universelle)’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엠리히는 이 책에서 수미일관 주장한다. 
엠리히는 카프카 문학을 인간존재의 모형, 세계 전체의 상징으로 파악한다. 즉 그는 카프카 문학이 현대의 합리화 과정으로 인해 오히려 비합리적이 된 20세기 사회질서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엠리히는 베냐민(W. Benjamin)과 아도르노(Th. W. Adorno)의 생각을 차용했다. 그러나 아도르노와는 달리 그는 카프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카프카의 궁극적인 의도를 ‘자유로운 자아’로 이끄는 인식을 통한 자유의 획득으로 파악하고, 카프카를 유토피아적 도덕주의자로 부른다. 
게다가 이 책은 카프카의 전체 작품을 체계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엠리히는 카프카의 전체 작품을 연결하고 있는 연관을 분석하고 비교할 때 비로소 부분적인 의미나 어떤 한 작품이 지닌 함축이 해명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석의 방향을 찾지 못했던 한국의 카프카 연구에서 엠리히의 이 책은 ‘나침반’이었다. 상당수의 연구자들은 엠리히의 카프카 해석을 부분적으로 인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책의 초판이 간행된 후 50여 년 동안 이 책의 한국어 번역을 만날 수 없었다. 이 책은 1971년에 일본어로 번역됐다. 


☑ 책 속으로

●삶을 능숙하게 헤쳐 나갈 수 없는 자는 한 손으로는 자신의 운명에 절망이 조금이나마 침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만−침입을 막는 것은 극히 불완전하다−다른 손으로는 자신이 폐허 속에서 봤던 것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보고 더 많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 있을 때 이미 죽었으며, 원래부터 살아남은 자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절망과의 전투를 위해서 그가 필요한 것은 두 손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일기≫).

●“작가란 인류의 속죄양이야. 작가 덕분에 인류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원죄를 즐기지. 거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말이야.”
이 문장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삶 전체를, 본래 속박된 모든 영(靈)들을 해방하는 작가는 인류의 모든 죄를 자신이 떠맡는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거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죄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바로 이것이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 대한 죄다.

●카프카에게는 바로 세상의 구원과 그에게 늘 묘사의 대상인 단순한 인간의 구원이 중요하다. 그는 원래 그의 시대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가 그의 극도의 고독 혹은−단지 겉보기에−현실적인 시대의 곤경과 위기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이번에도 단지 겉보기에−그의 작품의 복잡한 구조를 고려한다면,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그는 은폐하지 않고, 시대를 긍정적인 것으로 위장하려고 하지 않고, 바로 자기 시대의 부정적인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카의 소원 성취는 카가 삶과 결별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쇠약해질 때까지 투쟁할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지상에서 생활하고 노동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요구는 인간이 삶에 복종하는 한 성취되지 않는다. ‘투명한 시선’(≪일기≫)만이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삶의 피안에 있다. 삶의 권리는 죽음에서 비로소 드러날 수 있다.


☑ 엮은이 소개

빌헬름 엠리히(Wilhelm Emrich, 1909~1998)
빌헬름 엠리히(1909~1998)는 1909년에 알자스 지방의 니더 요이츠에서 출생했다. 1949년에서 1953년까지 괴팅겐 대학 강사, 1953년에서 1959년까지 쾰른 대학교 독문과 교수 그리고 1959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베를린 자유대학교 독문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제자였다. 1933년에 사도 바울에 관한 논문으로 마르틴 조머펠트(Martin Sommerfeld) 밑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그 후에는 집중적으로 괴테와 프란츠 카프카를 연구했다. 그는 카를 슈테른하임, 아르노 홀츠 그리고 리카르다 후흐의 전집을 편집하기도 했다. 나치 시대인 1942년에서 1944년 사이에 독일 도서관 관장, 독일 문헌·홍보 자문처 처장으로 독일제국 선전 부문에서 일했다. 엠리히는 나치 당원이었고, 나치당 세포조직의 우두머리였다. 또 반유대주의 서적들의 저자이기도 했다. 나치 정권에서의 엠리히의 이러한 행적은 엠리히가 사망한 직후 대학 동창인 친구 마우츠(Kurt A. Mautz)에 의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1958년에 출판된 카프카 연구서 ≪프란츠 카프카: 그의 문학의 구성 법칙, 허무주의와 전통을 넘어선 성숙한 인간≫이라는 명저가 문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엠리히는 문헌학적 연구를 수단으로 삼아 문학을 그 시대의 사회적·정치적 상황과 연결한 학자로, 독일연방공화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영향력이 큰 문예학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 옮긴이 소개

편영수
편영수는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의 제목은 <카프카 문학에 나타난 진실과 허위의 모티프 연구>다. 이후 LG 연암문화재단 해외연구교수로 선발되어, 카프카 전문가인 카를하인츠 핑거후트(Karlheinz Fingerhut) 교수의 초청으로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 대학교(Ludwigsburg PH)에서 수학했다. 현재 전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서 키워드 가이드(‘카프카’, ‘독일문학’)로, 또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카프카의 작품들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해설서와 독일 마르바흐(Marbach am Neckar)에 있는 독일문학 도서관(Deutsches Literaturarchiv)이 소장하고 있는 카프카 문학과 관련된 자료들에 해설을 달아 카프카 문학을 일목요연하게 개관할 수 있는 비판적 자료집을 만들기 원한다. 저서로는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 문학의 이해≫, ≪독일 현대작가와 문학 이론≫(공저), ≪동서양 문학고전 산책≫(공저), 역서로는 ≪카프카의 엽서≫, ≪카프카와의 대화≫, ≪실종자≫, ≪카프카 문학사전≫(공역) 등이 있다.


☑ 목차

제1장 보편적 주제
고전미와 현대미 ·················3
<사냥꾼 그라쿠스>의 보편성 ··········8
이승과 저승 사이 ·················12
카프카의 역사적 상황과 개인적 상황 ········19
고전주의의 보편성 ················27
19세기 보편성의 붕괴 ···············31
카프카의 자연주의적 출발점, 그것의 높이기와 낯설게 하기 ·····················40
한계의 제거와 법 사이에서의 카프카의 투쟁 ····62
완전한 인식과 책임성 ··············65
보편적 진실에 이르는 길 ·············69
보편적 도덕: 종교적인 것과의 관계 ········84
사유와 존재: 카프카와 하이데거 ··········95
존재와 진실의 치명성 ··············102
문학과 우주의 파국 ···············114
파국의 극복 ···················118

제2장 알레고리와 상징을 넘어서
알레고리와 비유 설화 ··············128
상징 ······················136
파괴적 의식 ···················141
구체적인 것의 주장 ···············146
사물들의 분노 ·················151

제3장 낯선 사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인간의 자아
수수께끼의 형상 오드라데크 ···········161
카프카의 비유 세계의 구원의 기능 ········169
목적에 구속받지 않는 실존: 유년과 노년 ······172
사고의 배후에 숨은 전체성 ············179
노동 세계와 목적에 구속받지 않는 사물들: 블룸펠트의 두 개의 공―작품 내재적 해석의 문제에 대해 ··180
사물들의 해방의 기능 ··············193
사물들의 치유의 기능 ··············201
사물들의 치명적 기능 ··············202
해방하는 자아로서의 동물 ············204
단편 <변신>의 갑충 ··············210
단편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의 원숭이 ····227
<시골 의사> ·················230
<튀기> ····················245
카프카의 단편(斷篇)과 단편(短篇)의 동물들 ····248
회당의 담비 ··················256
동물들의 인식 가능성의 문제: <시골 학교 교사> ·261
순수한 동물 이야기들과 보편성 ··········271
<어느 개의 연구> ···············273
<요제피네, 여가수 혹은 쥐의 족속> 예술의 변호와 비판 ····················301
<굴>과 인간의 자아 ··············311

제4장 객관적 세계의 구축과 구속력이 있는 법
인류의 건축과 천상의 탑의 건축 ··········338
인류의 최고 지도자들 ··············348
유목민들과 자유의 문제 ·············355
제정(帝政)과 역사에서의 절대적 명령의 왜곡 ····359
중재의 시도: 귀족 ················369
<유형지에서> ·················397

제5장 현대의 산업 세계: 장편소설 ≪실종자≫(≪아메리카≫) 
현대의 휴식 없는 노동 ··············409
≪소송≫, ≪성≫과 유사한 현대의 중개 기관 ····413
정의와 규율 ··················418
자유로운 유희로서의 기술 ············423
중개 기관과 카프카의 장편소설 ≪소송≫의 문지기 ·425
≪실종자≫와 ≪소송≫에서의 사디즘과 사회적 지배 관계의 왜곡 ·················427
사랑의 왜곡 ···················434
세계와 영혼의 상태로서의 자본주의 ········437
오클라호마 야외극장 ··············440

제6장 법정으로서의 세계: 장편소설 ≪소송≫
죄 개념 ·····················463
법정으로서의 삶 ················467
카의 마음의 투영으로서의 법정 ··········472
현세 법정과 최고 법정 ··············473
자유와 세계의 법(<법 앞에서>) ·········475
체포의 의미 ···················481
카와 법정 사이의 이중 의미의 상호작용 ······485
여자들의 역할 ··················492
변호사 훌트에게서 나타나는 종교적 은총의 왜곡 ··499
티토렐리를 통한 해방의 가능성 ··········511
구원으로서의 자기 재판 ·············530
실패한 죽음 ···················531

제7장 인간의 우주: 장편소설 ≪성≫
자유와 구속 사이에서 벌이는 카의 투쟁 ······534
혁명적 행위로서의 토지측량 ···········537
카와 마을 사이의 이중 의미의 관계 ········542
노동자의 삶과 자유로운 실존 ···········549
관리 클람의 프로테우스적 본성 ··········552
죽음의 순간에 도달한 관청: 베스트베스트 백작과 성의 건축양식 ··················555
초개인적인 사랑의 권력으로서의 클람 ·······558
성애의 개인화 ··················561
초개인적인 사랑의 감정 ·············564
초개인적인 사랑과 개인적인 사랑의 갈등 ·····566
클람의 코냑 ···················568
관리와 개인으로서의 클람 ············574
클람과 현세의 사랑의 한계 ············576
죽음과 삶을 의미하는 상징들 ···········579
하녀에서 사회의 귀부인으로: 프리다와 페피 ····586
사회 적응력을 갖춘 부인 ·············589
절망한 여자 ···················593
집단적인 결혼으로의 도피 ············597
개인적인 사랑을 성취하기 위한 프리다의 투쟁 ···600
기혼녀의 우상과 체념 ··············605
여성의 사랑의 체념에 대한 카의 비판: 클람이 중지한 호출 ····················608
관능적 사랑과 개인적 사랑의 충돌 ·········610
반성하지 않고 신뢰하는 사랑의 비극 ········619
부조리한 실존 형식으로서의 평범한 시민의 가정생활 621
단정한 여자의 테러 ···············622
카의 조수들과 우주와 사회에서 작용하는 근원적 자연력의 세계 ··················624
자연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요구와의 불화 ······632
아말리아의 절대적 요구 ·············640
관리 뷔르겔과 카의 만남 ············672
비극적 모순의 극복 ···············702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카 ············716
소설의 내적 완성 ················735
죽음 속의 삶의 권리 ···············737

부록
프란츠 카프카의 약력 ··············741
텍스트 비평에 관해 ···············752
카프카 문헌 ···················756

찾아보기 ····················785

해설 ······················795
지은이에 대해 ··················800
옮긴이에 대해 ··················802




2011년 6월 2일 목요일

2000년대 한국의 젊은 비평

속도와 마스터베이션 시대의 
한국 문학

2000년부터
해마다 한 편의 문학평론을 골라 뽑았다.
올해로 열한 편이 되었다.
한국문학비평가협회는
젊은 비평가를 기대했고
독자는 그들을 기다렸다.
대한민국, 지금 문학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과 같이 수많은 문학 작품이 홍수를 이루듯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있어서, 비평의 기능은 과연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독자와 전문가로서의 독자를 구분하는 개념인 비평가는,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의 작품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해야 할까요? 좋은 비평이란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그것이 없었더라면 알기 어려운 작품의 가치를 드러내 보여 줍니다. 이 고색창연한 원리는 세상이 변해도,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비평가는 좋은 작품의 선별과 안내, 그 의미와 존재 양식에 대한 해명을 담당합니다. T. S 엘리어트 식으로 말하자면, ‘작품의 해명과 취미의 교정’을 넘어서 ‘문학의 이해와 향유의 조장’에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시대의 변환이 너무도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오늘, 비평은 순발력 있는 대응력과 그것을 값있게 하는 정확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는 그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동시대 현장에서 감당한, 신진에서 중견에 이르는 과정의 평론가에게 ‘젊은평론가상’을 시상해 왔습니다. 2000년부터 출발한 이 상은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했으며, 매해 가장 활발하고 수준 높은 평론 활동을 펼친 비평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입니다. 역대 수상자들은 한국 문학평론계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면서 2000년 이후 문학비평의 흐름을 주도해 왔습니다. 그동안 수상의 영예를 안은 평론가들과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회(2000년): 홍용희, ≪꽃과 어둠의 산조≫
제2회(2001년): 권명아, ≪가족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3회(2002년): 오형엽, ≪신체와 문체≫
제4회(2003년): 김춘식, ≪불온한 정신≫
제5회(2004년): 이재복, ≪비만한 이성≫
제6회(2005년): 이상숙, ≪시인의 동경과 모국어≫
제7회(2006년): 고인환, ≪말의 매혹: 일상의 빛을 찾다≫
제8회(2007년): 홍기돈, ≪인공 낙원의 뒷골목≫
제9회(2008년): 김문주, ≪소통과 미래≫
제10회(2009년): 이성천, ≪시, 말의 부도(浮圖)≫
제11회(2010년): 허혜정, ≪에로틱 아우라≫
제12회(2011년): 고명철, ≪‘민중(적) 서사’의 논쟁성과 운동성≫

이처럼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우리 평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수상자들의 대표 평론을 묶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21세기 초반 이후 한국 문학비평의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젊은평론가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수상집에서 직접 뽑은 평론들입니다. 여기에는 동시대 한국문학의 문제의식과 키워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 문단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비평적 개성들이 한자리에서 모여 저마다의 빛깔로 문학의
무늬를 수놓고 있는 열린 마당입니다.

여기에 실린 평론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 문학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 문학에 새 화두로 등장한 몸/신체의 언어를 섬세한 감각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새롭게 분출된 신진 시인들의 시적 감각을 성실하게 포착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의 생태시와 불교적 세계관을 연결해 분석하기도 하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여성주의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합니다. 한편, 새롭게 전개되는 근대성의 모험에 응전하는 문학 언어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민중적 서사를 통해 21세기 한국 문학의 미적 갱신을 가늠해 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작품을 통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며, 비평의 새로운 감각과 윤리를 제시하면서 메타비평의 한 형식을 열어젖히기도 합니다. 그 면면은 다양하기 그지없지만, 문학을 매개로 삶의 진경에 접근하려는 역동적인 의지가 각 작품들마다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기존 문학의 문제적 방향성을 계승하는 동시에 그것의 고정적 관습과 어렵게 결별한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문학 전반의 위기가 논의되는 시대에 문학평론 수상 작품집을 발간하는 일은 일종의 결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손잡고 ‘한국 근현대문학 편찬 사업’을 추진해 온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의 후원이 없었다면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려울수록 근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지식을만드는지식은 앞으로도 여러 가지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문학 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한국문학비평가협회

김종회


☑ 책 속으로

생활 세계적 가능성을 보여 주는 ‘오래된 새로움’의 시편이 내국 망명자의 속성을 지닌 ‘새로움’의 시편보다 창조적 보편의 질서를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크다.-제1회 수상, 홍용희, <내국 망명자와 생활 세계적 가능성의 지형>

오늘날 위기와 가족 서사는 ‘어미’ 세대의 논리에서 이탈하려는 탈주의 욕망을 설명할 다른 언어도 갖지 못한 ‘자식들’의 불안을 징후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아닐까?-제2회 수상, 권명아, <맨몸의 숭고와 ‘비판적 삶’의 종결>

‘시의 위기’가 풍문처럼 떠도는 현 시기에 신체적 주체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전위에 설 때, 시인은 문학의 순교자가 아니라 문학의 영광을 재현하는 전사(戰士)로 남을 것이다.-제3회 수상, 오형엽, <신체적 주체의 시 쓰기>

1990년대 시의 새로운 위반은 ‘근대성’의 저 바깥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영원한 타자’에 대한 신념이 우리의 존재성을 재규명하고 탐색하는 계기로 작용할 때만이 새로운 전위성과 창조력으로 연결될 것이다.-제4회 수상, 김춘식, <시적 위반, 한 줌의 불온성(?)>

자의식에 상처를 입고도 그것을 치유하지 않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몸에 난 상처가 곧 시를 잉태한다.
-제5회 수상, 이재복, <마돈나에서 사이보그까지>

시인들의 선지자적, 예언자적 사명이 잊히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전 존재적 위기 상황에 시인들이 수행하는 경고와 대안은 인류와 지구 공동체에게 의미 있는 전언이 될 것이다.-제6회 수상, 이상숙, <한국의 생태시와 불교적 세계관>

글쓰기의 기원인 영등포시장을 매번 새롭게 조명하여 서사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있는 이명랑의 작업은 절망과 희망이 뒤엉킨 우리 소설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한 척도가 되고 있다.-제7회 수상, 고인환, <이복형제들의 교감과 연대-이명랑론>

그래서 자신할 수 있다. 누군가 “지금 이 시대에 문학은 왜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비늘 천장≫을 그의 얼굴에 들이밀 수 있다고.-제8회 수상, 홍기돈, <문학이라는 마경(魔鏡)—엄창석의 ≪비늘 천장≫에 대하여>

많은 시 잡지들과 함께 태어나는 많은 좋은 시인들을 위해 우리 비평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혹시 ‘우리’의 비평은 너무도 쉽게 제도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제9회 수상, 김문주, <곤혹스러운 비평의 시대, 비평의 감각과 윤리>

김기택 시인이 양치기 소년들의 거짓 포즈와 과장된 호들갑을 경계하고 시적 진정성을 간직한 시 쓰기 작업을 계속해 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제10회 수상, 이성천, <우울한 일상의 무가(巫歌), 신처용가-김기택의 시 세계>

오늘날 여성주의 비평은 분명 새로운 독자를 필요로 한다. 그런 독자가 나타날 때만이 더욱 풍요로운 말들의 토양 위에 우리의 문학은 다음 세대로 움직여 갈 것이다.-제11회 수상, 허혜정, <여자인가, 죄인인가, 광인인가>

민중사에 대한 무관심보다 비판적 관심이야말로 21세기 민중서사의 새로운 미적 갱신을 일궈 낼 것이다.-제12회 수상, 고명철, <‘민중(적) 서사’의 논쟁성과 운동성>


☑ 지은이 소개

홍용희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2000년 제1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권명아 1994년 ≪작가세계≫ 평론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01년 제2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오형엽 1994년 ‘월간 현대시 신인상’ 수상,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 2002년 제3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수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김춘식 199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2004년 제5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이재복 1996년 ≪소설과 사상≫ 겨울호 평론 당선. 2004년 제4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이상숙 19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2005년 제6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고인환 2001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평론 당선. 2006년 제7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홍기돈 1999년 ≪작가세계≫ 신인상 평론 당선. 2007년 제8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가세계≫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

김문주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 200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8년 제9회 ‘젊은 평론가상’ 수상.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이성천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평론 당선. 2009년 제10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허혜정 1995년 ‘현대시 평론상’ 수상. 199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2010년 제11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한국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부 교수로 재직

고명철 1998년 ≪월간문학≫ 신인상 비평 부문 당선. 2011년 제12회 ‘젊은평론가상’ 수상. 광운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 차례

차례
젊은평론가상 ·················· 7

좌담 ····················· 11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지형도

홍용희 ···················· 35
내국 망명자와 생활 세계적 가능성의 지형

권명아 ···················· 57
맨몸의 숭고와 ‘비판적 삶’의 종말-위기의 시대, 가족, 노동, 주체성 정치

오형엽 ····················· 91
신체적 주체의 시 쓰기-송재학과 이창기의 시

김춘식 ···················· 117
시적 위반, 한 줌의 불온성(?)

이재복 ····················139
마돈나에서 사이보그까지-새로운 감수성을 찾아서

이상숙 ···················· 167
한국의 생태시와 불교적 세계관

고인환····················· 195
이복형제들의 교감과 연대-이명랑론

홍기돈 ···················· 215
문학이라는 마경(魔鏡)-엄창석의 ≪비늘 천장≫에 대하여

김문주 ····················239
곤혹스러운 비평의 시대, 비평의 감각과 윤리

이성천 ····················263
우울한 일상의 무가(巫歌), 신처용가-김기택의 시 세계

허혜정 ····················281
여자인가 죄인인가 광인인가

고명철 ···················· 305
‘민중(적) 서사’의 논쟁성과 운동성-21세기 한국문학의 미적 갱신을 위하여

2011년 3월 31일 목요일

비평적 의식 La conscience critique

독서는 어떻게 사유가 되는가?

20세기의 사상 흐름의 물꼬를 잡은 조르주 풀레는 그의 책 <<비평적 의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독서는 나와 주변의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나의 의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심적 대상을 불러들인다. 그러면 나는 그것들과 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내밀성은 또 다른 현상을 불러들인다. ... 나는 내가 책에서 끌어낸 사유, 즉 작가의 사유를 사유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사고가 틀림없지만, 그 사유의 주체는 내가 된다."








☑ 책 소개

독자의 의식과 작가의 의식의 일치
“진정한 비평적 사고의 귀착지라고 할 수 있는 독서 행위는 독자의 의식과 작가의 의식이라는 두 의식의 일치를 전제한다”는 내용은 사실 조르주 풀레와 활동을 함께 한 주네브학파 비평가들의 중심 주제였다. 이 학파에 속한 비평가들은 비평을 객관적 과학으로 여기기보다는 문학에 대한 문학으로 간주한다. 비평가의 사고(思考)는 저자의 사고를 내부로부터 다시 한 번 느끼고, 이와 일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비평가는 저자의 의식으로 살고, 나아가 그 의식을 비평의 텍스트를 통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평에 대한 비평
≪비평적 의식≫에서 조르주 풀레는 현대 프랑스 문학비평의 방법론을 분석하는 일에 집중한다.  그는 스탈 부인부터 롤랑 바르트까지, 조금이라도 작가의 의식에 가까이 가려고 시도한 모든 비평가들을 두루 섭렵한다. 그러한 진정한 독서를 진행한 비평가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그는 올바른 비평 의식을 가진 비평가는 역사상 19세기에 나오기 시작하며 그 기원은 스탈 부인이라고 전제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뒤를 이어 샤를 보들레르부터 샤를 뒤보스, 롤랑 바르트까지 18명의 비평가들을 천착한다. 또한 비평가로서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술회한다. 그는 자신이 다룬 비평가들을 정리하면서 일부 비평가들에게는 비평 방법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다른 일부 비평가들에게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비평가들을 바라보는 그러한 시각을 통해 조르주 풀레는 궁극적으로 비평가로서의 자신의 비평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진정한 비평이란 근본적으로 비평가 자신의 코기토, 즉 자신의 의식에 대한 비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책 속으로
스무 살 때부터 나는 소위 비평가의 소명을 절감했다. 문학은 푸근한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나를 감싸 안는 듯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일종의 내적 심오성으로서, 그 그늘에 잠기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오직 내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감정과 사유의 세계가 열린다. 문학은 내게 생생한, 다양한 모습의, 그러나 무질서한 현전이었고, 그래서 내게 그것이 당연히 가져야 할 생생한 질서를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는 듯했다. 
훌륭한 비평가가 되려면 비평 시인이 되어야 한다. 비평가가 비평적 직분을 다해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 시적 근원을 길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비평가는 시와 등가의 어떤 것을 자신에게서 길어 내야 한다. 
보들레르에 의하면, 사려 깊은 독자는, 다시 말해 이중 인간이 되어 버린 비평가는, “시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 나의 고해신부여!’ 하고 외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사성의 유사성, 반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는 비평가의 비평은 결국 시인의 사고를 통해 자아를 의식하는 행위며, 시인에게서 자기를 포착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비평가의 비평은 사탄의 거울 놀이를 연상케 하는 의식의 감옥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 지은이 소개


조르주 풀레(Georges Poulet, 1902∼1991)
조르주 풀레는 리에주대학교에서 법률과 문학을 전공하고, 에든버러대학교에서 강사를 지내고,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교(1952∼1957)와 취리히대학교(1957∼1969)에서 프랑스 문학 교수를 지냈다.
몰리에르, 프루스트, 플로베르, 몽테뉴, 르네 샤르 그리고 보들레르 같은 작가들을 통해 조르주 풀레가 소위 ‘코기토’라고 부르는 의식과 시간을 연구한 ≪인간의 시간 연구≫, ≪내적 거리≫, ≪출발선≫, ≪순간의 척도≫는 시간에 관한 4부작이라고 불리는데, 그중 ≪인간의 시간 연구≫는 1950년 생트뵈브 상을 받았고 ≪내적 거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뒤르숑 루베 상과 문학비평 대상을 받았다.  시간·공간이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의의를 천착한 조르주 풀레는 비평의 업적으로 20세기 사상의 흐름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그가 주로 교제한 비평가들로는 마르셀 레몽, 장 루세, 장 스타로뱅스키 등이 있는데,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스위스, 특히 주네브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일단의 비평가들을 주네브학파라고 부른다.


☑ 옮긴이 소개


조한경
조한경은 서울대에서 문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암재단의 지원으로 프랑스 리옹3대학교에서, 학술재단의 지원으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교환교수 연구 기간을 가졌다. 한국어 서적의 프랑스어 번역으로는 ≪열두 띠 이야기≫, ≪쥐돌이는 화가≫가 있고 프랑스어 서적의 한국어 번역으로는 ≪저주의 몫≫, ≪ 종교 이론≫, ≪에로티즘의 역사≫, ≪미덕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 ≪소수집단의 문학을 위해≫, ≪비평적 의식≫, ≪에로티즘≫, ≪초현실주의≫ 등이 있다. 저서로는 ≪변혁의 시대와 문학≫, ≪서양 문예사조≫, ≪한국어 한자-불어 사전≫, ≪라모의 조카≫, ≪프랑스 현대문학의 이해≫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절대인간 사드−부정의 극단, 극단의 부정>, <미술 비평가 디드로와 비평적 태도>, <바타유와 에로티즘>, <리베르탱 소설 연구: 에로티즘 또는 허무주의 철학> 등 다수가 있다.


☑ 목차

해설
지은이 소개

제1부
1. 서문
2. 스탈 부인
3. 보들레르
4. 프루스트
5. ‘문학지’ 비평가들
6. 샤를 뒤보스
7. 마르셀 레몽
8. 알베르 베갱
9. 장 루세와 가에탕 피콩
10. 조르주 블랭
11. 가스통 바슐라르
12. 장 피에르 리샤르
13. 모리스 블랑쇼
14. 장 스타로뱅스키
15. 사르트르
16. 롤랑 바르트

제2부
1. 비평적 의식의 현상학
2. 자아의식과 타자의식

옮긴이에 대해

2011년 3월 3일 목요일

용재수필 容齋隨筆

‘수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남송 필기 최고의 작품!

이 책은 남송 시대의 홍매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그때마다 정리해 집대성한 것이다. 역사, 문학, 철학, 정치 등 여러 분야의 고증과 평론을 엮었다. 홍매는 자신의 저작을 ‘수필(隨筆)’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정통적이고 주류적인 고문(古文)의 영역과는 달리 홍매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홍매가 구슬처럼 꿰어내는 역사의 반복을 통해 지금 우리의 삶을 비춰볼 수 있다.









☑ 책 소개


홍매의 일생이 담긴 책
≪용재수필≫ 16권, ≪속필≫ 16권, ≪삼필≫ 16권, ≪사필≫ 16권, ≪오필≫ 10권인 5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필≫을 제외하고는 매 편마다 서문이 있는데 ≪사필≫의 서문에서 “처음 내가 ≪용재수필≫을 썼을 때는 장장 18년이 걸렸고, ≪이필≫은 13년, ≪삼필≫은 5년, ≪사필≫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오필≫을 합쳐 본다면 홍매는 근 40년의 세월을 ≪용재수필≫과 함께한 셈이다. 총 1229조목에 달하는 분량은 개인의 필기로는 보기 드문 것으로 여기에는 홍매 일생의 모든 학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수필’이라는 용어의 사용
흔히 에세이(essay)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수필(隨筆)’이라는 용어를 제일 처음 사용한 용례가 바로 ≪용재수필≫이다. 그러나 홍매가 사용했던 ‘수필’이라는 용어의 함의는 지금처럼 개인의 경험과 감상을 가볍게 서술하는 신변잡기식의 감성적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다. 홍매는 자신의 글을 ‘수필’이라 명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생각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갔으므로 두서가 없어 수필이라 했다.” 생각을 따라 자유롭게 쓴 글이라는 의미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용재수필≫은 경전과 역사, 문학작품에 대한 고증과 의론, 전인의 오류에 대한 교정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독서의 심득을 기록한 공부의 산물이다.


☑ 책 속으로

今夫飛者以翼爲用, 縶其足, 則不能飛. 走者以足爲用, 縛其手, 則不能走. 擧場較藝, 所務者才也, 而拙鈍者亦爲之用. 戰陳角勝, 所先者勇也, 而老怯者亦爲之用. 則有用、無用, 若之何而可分別哉? 故爲國者, 其勿以無用待天下之士, 則善矣!

날짐승은 날개로 날지만 만약 그들의 다리를 묶는다면 날 수 없게 된다. 달리는 것은 다리를 써서 달리지만 그 팔을 묶어버린다면 달릴 수가 없다. 과거 시험장에서는 학문과 재능이 중요하지만 무디고 아둔한 자 또한 쓸모가 있다. 전쟁을 할 때는 용기를 우선으로 하지만 겁쟁이도 쓸데가 있는 법이다. 어떻게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을 일괄적으로 구분하겠는가? 그러므로 군주는 천하의 많은 선비들을 무용지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 지은이 소개


홍매(洪邁, 1123∼1202)
자는 경로, 호는 용재이며, 시호는 문민공으로 파양 사람이다. 홍매가 태어나고 3년 후, 송나라는 금나라가 남침해 수도인 개봉을 점령당하고 황제인 휘종과 흠종을 포로로 잡아가는 ‘정강의 난’을 겪게 된다. 난을 피해 남쪽으로 도망한 흠종의 동생 고종이 지금의 항저우인 임안을 새로운 수도로 정하고 남송을 재건했다. 광활한 북쪽 영토를 이민족에게 빼앗기고, 그들에게 신하로서의 예의를 지키며 조공을 바치는 굴욕적 조약에 의해 구차한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급급했던 나약한 왕조가 바로 남송이었다. ≪용재수필≫에는 이러한 시대에 대한 개탄과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이 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홍매의 부친과 형들은 모두 명성 있는 학자이자 관료였다. 부친인 홍호는 금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15년간 억류되었다가 천신만고 끝에 송나라로 돌아왔다. 당시 황제였던 고종은 홍호에 대해 “소무라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가상히 여겼다. 홍매는 3형제 중 막내였는데 형들 또한 학문적으로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고 저작을 남겼다. 이러한 가풍 속에서 성장한 홍매는 자연스럽게 사대부로서의 처세와 학문의 자세를 익힐 수 있었다. 홍씨 가문의 3형제는 당시 “3홍의 문명이 천하에 가득하다”고 할 정도로 손꼽히던 수재들이었다. 홍매의 관직 생활은 비교적 평탄한 편이었다. 20대 초반이었던 고종 소흥 15년 박학굉사과에 급제한 후 천주, 길주, 공주, 건녕, 무주, 진강, 소흥 등에서 지방관을 지내면서 교육, 수리 사업에 힘쓰는 등 실무 경험을 쌓았다. 중앙에 있는 기간에는 기거사인, 중서사인 겸 시독, 직학사원, 한림학사 등의 관직을 거쳐 단명전학사로 관직 생활을 마감했다. 홍매는 방대한 서적을 섭렵한 학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저술을 남겼다. 저작으로는 기이한 이야기 모음인 ≪이견지≫, 당시 선집인 ≪만수당인절구≫, 독서 필기인 ≪용재수필≫, 문집으로 ≪야처유고≫가 있다. 홍매는 특히 30여 년 동안 사관으로 지내면서 북송 신종, 철종, 휘종, 흠종 4대 왕조의 역사인 ≪사조국사≫와 ≪흠종실록≫, ≪철종보훈≫을 집필했다. 홍매의 경전과 역사, 문학 어느 한 방면에 국한되지 않는 해박한 지식과 탁견은 40여 년의 시간에 걸쳐 집필된 ≪용재수필≫에 잘 드러나 있다.



☑ 옮긴이 소개


안예선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에서 <송인 필기 연구−수필과 잡기류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무겁고 진지한 고문보다는 필기나 일기, 소품처럼 가볍고 솔직 담백한 글을 좋아하며, 이를 통해 전통 시기 문인들의 일상생활을 조명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송대 필기와 만명 소품>, <송대 일기: 역사 기록에서 사생활의 기록으로>, <송대 문인의 취미 생활과 보록류 저술> 등의 논문이 있다.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장량의 후손이 없는 이유(張良無後)
조참과 조괄(曹參趙括)
황제의 모친들(漢母后)
전천추와 질운(田千秋郅惲)
여 태자(戾太子)
관부와 임안(灌夫任安)
이태백(李太白)
공자의 뜻(冉有問衛君)
절개를 지킨 여인들(三女后之賢)
현명한 부모와 형제(賢父兄子弟)
사마광의 족자(溫公客位榜)
비방을 담은 책(謗書)
진 문공(晉文公)
상관걸(上官桀)
김일제(金日磾)
한신과 주유(韓信周瑜)
한 무제의 논공행상(漢武賞功明白)
옛사람의 이름과 자(三代書同文)
주 문공과 초 소왕(邾文公楚昭王)
우세남(虞世南)
명재상(名世英宰)
제갈공명(諸葛公)
도연명(陶淵明)
동진의 장수와 재상들(東晉將相)
‘의(義)’ 자의 다양한 의미(人物以義爲名)
불효자 유흠(劉歆不孝)
한나라의 금기(漢法惡誕謾)
친구 사이의 의리(朋友之義)
범증을 어찌 위인이라 하겠는가(范增非人傑)
스스로 멸망을 자초한 육국(戰國自取亡)
장수 교체(臨敵易將)
도적 소탕(漢二帝治盜)
한 경제(漢景帝忍殺)
간언의 어려움(諫說之難)
안자와 양웅(晏子揚雄
화를 피하려 애쓰는 일(有心避禍)
진나라와 연나라의 용병술(晉燕用兵)
이덕유의 편지(李衛公帖)
한 문제의 도량(漢文帝受言)
주운과 진원달(朱雲陳元達)
전횡과 여포(田橫呂布)
주온의 세 가지 일(朱溫三事)
글 파는 문인들(文字潤筆)
의리의 힘(大義感人)
방어의 미덕(深溝高壘)
한 무제의 관리 임용(漢武留意郡守)
백성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民不畏死)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
화장 풍속(民俗火葬)
이임보와 진회(李林甫秦檜)
태종과 현종의 명예욕(唐二帝好名)
취한 정장(醉尉亭長)
유방과 항우의 성패(劉項成敗)
명분 없이 신하 죽이기(無名殺臣下)
개자추와 한식(介推寒食)
우물 안 개구리(三竪子)
이름 없는 현인들(賢士隱居者)
채경의 관리 채용(蔡京除吏)
조덕보의 ≪금석록≫(趙德甫金石錄)
풍속의 차이(南舟北帳)
상하(常何)
글 짓는 비결(東坡誨葛延之)
황제와 후계자(漢唐三君知子)
인심을 얻는 방법(曹馬能收人心)
호가호위(狐假虎威)
한 무제와 당 덕종(漢武唐德宗)
소영사의 지조(蕭穎士風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습관(貧富習常)

옮긴이에 대해

보한집 補閑集


우리 비평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화집(詩話集)

이 책은 문학 원론, 문학사, 문학의 갈래, 문체론, 품격론 등 문학의 여러 문제를 다양하게 고찰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품격론이다. 최자의 우상이기도 했던 이규보는 단지 어느 한 가지에 쏠리지 않고 여러 품격을 두루 갖추는 것이 좋다는 정도에 머물렀는데, 최자는 나아가 21종의 품격을 들어 예가 되는 시를 열거하고, 등급을 나누었다. 우리 비평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책 소개

≪파한집≫을 넘어
이 책은 이인로의 ≪파한집≫을 보충하면서 이규보의 문학관을 수용한 비평서다. 우선 그 이름에서부터 ≪파한집≫의 속편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고려사≫에는 ≪속파한집≫으로 기록되어 있다. ≪파한집≫의 간행으로 자칫하면 소멸되기 쉬운 작품을 모아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수록된 범위가 넓지 않으니 보완하라는 당시의 집권자 최이의 명을 받고 책을 짓는다고 했다. 과연 ≪보한집≫은 ≪파한집≫에 없는 자료를 적지 않게 수록하고, 이인로 이후 최자 시대에 이르기까지 새로 나온 시도 다수 포괄해 취급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 자료집이라기보다 일정한 문학관을 반영하고 있는데, 최자는 이인로와 이규보의 논쟁을 의식하면서 이규보의 노선을 자기 나름대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풍부한 문학론
이 책은 다른 어느 시화보다 문학론이 풍부하다. 당시 고려의 시단은 소식을 배우려는 풍조가 지배적이었고, 작시법에 있어서는 적절한 고사 사용 등 언어의 묘미를 강조한 이인로 계열과 새로운 뜻의 창출을 역설한 이규보 계열의 주장이 있었다. 상반되는 주장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언어적 표현미를 강조한 이인로 쪽보다는 참신한 의미를 내세우는 이규보 쪽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의 이론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 책 속으로

古人詞疏必以言約者 豈其才不足爲弘長 盖去浮虛取悃愊 表宜事由而已 作者愼之.

옛사람들의 문장이 반드시 간략했던 것이 어찌 그들의 재주가 부족한 때문이었으리오. 대개 들뜨고 헛된 것을 버리고 정성스럽고 진실한 것만 취해서 사실대로 나타내고자 했을 뿐이다. 글을 짓는 사람들은 이것을 본받아 항상 신중해야 할 것이다.

☑ 지은이 소개


최자(崔滋, 1188∼1260)
고려 명종 18년(1188)에 태어나서 원종 1년(1260)에 세상을 떠난 학자이자 관료요 시인이다. 최자의 첫 이름은 종유 또는 안이고, 자는 수덕, 호는 동산수다. 본관은 해주로서 문헌공 최충의 후손이며, 시호는 문청이다. 그의 가문은 시조 온이 주리를 지냈으며, 6대조 충은 문하시중을 지냈으며 문종 때에 12도의 하나인 문헌공도를 세워 사학을 융성하게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든 고려 전기의 문벌 귀족이다. 그가 출세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이렇게 좋은 가문에다 그의 타고난 능력을 인정하고 권력 실세에 추천해 준 이규보의 덕택이다. 그리고 아버지 최충헌의 권좌를 이어받은 최이에 의해 기용됨으로써 최자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최이는 장장 30년 동안 최고 권력의 자리를 지켰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그 특유의 문신 포섭의 전략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고려 시대에 배출된 수많은 문인·학자들의 문집을 두루 섭렵하지 않고서는 ≪보한집≫에 나타나고 있는 그 시대의 사회 상황과 문학적 성격을 바르게 진단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자는 독서량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풍부한 독서량과 깊이 있는 시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최자는 ≪보한집≫을 통해 문학의 본질이 무엇이고, 문인들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하며, 창조의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가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 분석했다.

☑ 옮긴이 소개


이화형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중국 중앙민족대학 초빙교수를 지낸 바 있다. 고전문학 전공자로서 <이덕무의 문학 연구>로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 후 학문의 폭을 넓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져왔다. 요즈음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특히 한국 여성 문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편이다. 그동안 집필하거나 번역한 책은 다음과 같다. ≪국어국문학 연구의 새로운 모색≫(공저, 집문당, 1993), ≪이덕무의 문학 연구≫(집문당, 1994), ≪고전문학 연구의 새로움≫(태학사, 1996), ≪아정 이덕무 시집≫(민속원, 1997), ≪이제 다시 생각하고 좋은 글을 써야 할 때≫(박이정, 1998), ≪고전 작가 작품의 이해≫(공저, 박이정, 1998), ≪한국 문화의 이해≫(집문당, 1999), ≪국어국문학 연구의 오늘≫(공저, 아세아문화사, 1999), ≪여성 문화의 새로운 시각≫(공저, 월인, 2000), ≪글쓰기의 새로운 지평≫(박이정, 2001), ≪한국 문학사의 전개 과정과 문학 담당층≫(공저, 국학자료원, 2002), ≪청장,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번역, 국학자료원, 2003), ≪한국 문화의 힘, 휴머니즘≫(국학자료원, 2004), ≪한국 근대여성의 일상 문화≫(전 9권, 공저, 국학자료원, 2004), ≪고려조 한문학론≫(공저, 민속원, 2004), ≪창의적 사고와 효과적 표현≫(공저, 경희대학교 출판국, 2005), ≪한국 현대여성의 일상 문화≫(전 8권, 공저, 국학자료원, 2005), ≪나아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월인, 2006), ≪하늘에다 베틀 놓고 별을 잡아 무늬 놓고≫(월인, 2007), ≪베이징 일기≫(한울, 2008), ≪한국 여성 문화 탐구≫(새문사, 2008), ≪뜻은 하늘에 몸은 땅에−세상에 맞서 살았던 멋진 여성들≫(새문사, 2009) 등이 있다.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서문
상권
중권
하권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