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31일 목요일

비평적 의식 La conscience critique

독서는 어떻게 사유가 되는가?

20세기의 사상 흐름의 물꼬를 잡은 조르주 풀레는 그의 책 <<비평적 의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독서는 나와 주변의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나의 의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심적 대상을 불러들인다. 그러면 나는 그것들과 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내밀성은 또 다른 현상을 불러들인다. ... 나는 내가 책에서 끌어낸 사유, 즉 작가의 사유를 사유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사고가 틀림없지만, 그 사유의 주체는 내가 된다."








☑ 책 소개

독자의 의식과 작가의 의식의 일치
“진정한 비평적 사고의 귀착지라고 할 수 있는 독서 행위는 독자의 의식과 작가의 의식이라는 두 의식의 일치를 전제한다”는 내용은 사실 조르주 풀레와 활동을 함께 한 주네브학파 비평가들의 중심 주제였다. 이 학파에 속한 비평가들은 비평을 객관적 과학으로 여기기보다는 문학에 대한 문학으로 간주한다. 비평가의 사고(思考)는 저자의 사고를 내부로부터 다시 한 번 느끼고, 이와 일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비평가는 저자의 의식으로 살고, 나아가 그 의식을 비평의 텍스트를 통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평에 대한 비평
≪비평적 의식≫에서 조르주 풀레는 현대 프랑스 문학비평의 방법론을 분석하는 일에 집중한다.  그는 스탈 부인부터 롤랑 바르트까지, 조금이라도 작가의 의식에 가까이 가려고 시도한 모든 비평가들을 두루 섭렵한다. 그러한 진정한 독서를 진행한 비평가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그는 올바른 비평 의식을 가진 비평가는 역사상 19세기에 나오기 시작하며 그 기원은 스탈 부인이라고 전제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뒤를 이어 샤를 보들레르부터 샤를 뒤보스, 롤랑 바르트까지 18명의 비평가들을 천착한다. 또한 비평가로서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술회한다. 그는 자신이 다룬 비평가들을 정리하면서 일부 비평가들에게는 비평 방법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다른 일부 비평가들에게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비평가들을 바라보는 그러한 시각을 통해 조르주 풀레는 궁극적으로 비평가로서의 자신의 비평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진정한 비평이란 근본적으로 비평가 자신의 코기토, 즉 자신의 의식에 대한 비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책 속으로
스무 살 때부터 나는 소위 비평가의 소명을 절감했다. 문학은 푸근한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나를 감싸 안는 듯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일종의 내적 심오성으로서, 그 그늘에 잠기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오직 내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감정과 사유의 세계가 열린다. 문학은 내게 생생한, 다양한 모습의, 그러나 무질서한 현전이었고, 그래서 내게 그것이 당연히 가져야 할 생생한 질서를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는 듯했다. 
훌륭한 비평가가 되려면 비평 시인이 되어야 한다. 비평가가 비평적 직분을 다해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 시적 근원을 길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비평가는 시와 등가의 어떤 것을 자신에게서 길어 내야 한다. 
보들레르에 의하면, 사려 깊은 독자는, 다시 말해 이중 인간이 되어 버린 비평가는, “시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 나의 고해신부여!’ 하고 외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사성의 유사성, 반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는 비평가의 비평은 결국 시인의 사고를 통해 자아를 의식하는 행위며, 시인에게서 자기를 포착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비평가의 비평은 사탄의 거울 놀이를 연상케 하는 의식의 감옥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 지은이 소개


조르주 풀레(Georges Poulet, 1902∼1991)
조르주 풀레는 리에주대학교에서 법률과 문학을 전공하고, 에든버러대학교에서 강사를 지내고,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교(1952∼1957)와 취리히대학교(1957∼1969)에서 프랑스 문학 교수를 지냈다.
몰리에르, 프루스트, 플로베르, 몽테뉴, 르네 샤르 그리고 보들레르 같은 작가들을 통해 조르주 풀레가 소위 ‘코기토’라고 부르는 의식과 시간을 연구한 ≪인간의 시간 연구≫, ≪내적 거리≫, ≪출발선≫, ≪순간의 척도≫는 시간에 관한 4부작이라고 불리는데, 그중 ≪인간의 시간 연구≫는 1950년 생트뵈브 상을 받았고 ≪내적 거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뒤르숑 루베 상과 문학비평 대상을 받았다.  시간·공간이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의의를 천착한 조르주 풀레는 비평의 업적으로 20세기 사상의 흐름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그가 주로 교제한 비평가들로는 마르셀 레몽, 장 루세, 장 스타로뱅스키 등이 있는데,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스위스, 특히 주네브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일단의 비평가들을 주네브학파라고 부른다.


☑ 옮긴이 소개


조한경
조한경은 서울대에서 문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암재단의 지원으로 프랑스 리옹3대학교에서, 학술재단의 지원으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교환교수 연구 기간을 가졌다. 한국어 서적의 프랑스어 번역으로는 ≪열두 띠 이야기≫, ≪쥐돌이는 화가≫가 있고 프랑스어 서적의 한국어 번역으로는 ≪저주의 몫≫, ≪ 종교 이론≫, ≪에로티즘의 역사≫, ≪미덕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 ≪소수집단의 문학을 위해≫, ≪비평적 의식≫, ≪에로티즘≫, ≪초현실주의≫ 등이 있다. 저서로는 ≪변혁의 시대와 문학≫, ≪서양 문예사조≫, ≪한국어 한자-불어 사전≫, ≪라모의 조카≫, ≪프랑스 현대문학의 이해≫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절대인간 사드−부정의 극단, 극단의 부정>, <미술 비평가 디드로와 비평적 태도>, <바타유와 에로티즘>, <리베르탱 소설 연구: 에로티즘 또는 허무주의 철학> 등 다수가 있다.


☑ 목차

해설
지은이 소개

제1부
1. 서문
2. 스탈 부인
3. 보들레르
4. 프루스트
5. ‘문학지’ 비평가들
6. 샤를 뒤보스
7. 마르셀 레몽
8. 알베르 베갱
9. 장 루세와 가에탕 피콩
10. 조르주 블랭
11. 가스통 바슐라르
12. 장 피에르 리샤르
13. 모리스 블랑쇼
14. 장 스타로뱅스키
15. 사르트르
16. 롤랑 바르트

제2부
1. 비평적 의식의 현상학
2. 자아의식과 타자의식

옮긴이에 대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