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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30일 일요일

시바오 이야기

홍콩의 유명한 대중작가 이수의 애정 소설이다. 여주인공인 시바오의 이야기를 통해 1970년대 후반 홍콩의 경제성장을 통한 사회 변화에 대해 반영하고,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했던 현실의 단면을 보여 준다.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시바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란한 불빛이 범람하는 어두운 도시−홍콩의 단면
≪시바오 이야기≫는 1970년대 후반 홍콩을 이야기한다. 당시 홍콩은 사회 전체의 경제적인 성공을 이룩한 대신, 당시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하게 되고 개인의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숙제로 떠안았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돈으로 치유할 수 없는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 가족과도 공유할 수 없는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고단한 현대인들이 당면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전 세계 곳곳에 정부를 둔 쉬 회장과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바깥으로만 나도는 쉬 회장의 부인, 전처의 자식으로 교양 있는 척하지만 거만한 충치,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사랑하는 여자를 가지지 못한 충격으로 끝내 미쳐 버리는 나약한 아들 충수, 철없고 단순하지만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막내 충후이,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아내가 떠나자 신부의 길을 택하는 쑹자밍, 이들은 가족이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고통을 나누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여대생 시바오는 재벌가와 접촉하게 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팔아 친구의 아버지와 거래를 한다.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했던 홍콩의 현실을 잘 드러낸다. 작가는 그 모든 책임을 힘없는 여주인공에게 짊어지우는 대신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관찰하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비극? 희극?
작가는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끊임없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섬세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시바오와 쉬씨 집안사람들의 고민과 갈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주인공들이 선택한 인생에 대해서도 굳이 시비를 가려 평가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판단을 유예한다. 그리고 작가는 끝내 행복의 절대적 기준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선택하는 법을 제시할 뿐이다.
  누군가는 시바오의 삶이 비극적이라고, 그녀의 선택이 옳지 않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주인공인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하겠노라 이야기한다. 최소한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기에, 주어진 운명을 비관만 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책 속으로


세상일이 어떻게 모두 아름답기만 하겠는가. 나도 어느 정도의 대가는 치러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이었다.

-148쪽


사랑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정식으로 스스로를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세상 사람들의 까다로운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고, 내 비참한 운명−한 남자의 손안에서 그의 궁궐에 갇힌 아교로 전락한 것−을 슬퍼할 수 있게 되었다.

-103쪽


그녀의 가슴이 기차의 리듬에 맞춰 약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보는 이에게도 가벼운 전율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청춘. 만약 내가 나이 든 남자라면 나도 역시 그녀의 청춘을 사고 싶을 것이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건 바로 나다. 3년 전 쉬춘쯔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바로 저런 모습이었다. 지금의 나는 이미 퇴물이 된 기생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이 든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목걸이군요….”

-130~131쪽


지은이 소개

이수(亦舒, 1946∼ )
이수는 홍콩의 여성 작가로, 본명은 니이수(倪亦舒)고 소설가 니쾅(倪匡)의 동생이기도 하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5세 즈음에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신문사와 잡지사의 기자와 편집자로 지내다가, 1973년에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호텔조리경영학을 전공했다. 3년 뒤 홍콩으로 돌아와 호텔 홍보부에 근무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차후 홍콩 정부의 홍보관과 PD 등으로 지내기도 했다. 홍콩에서 출판된 책만도 20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다작의 작가로,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수는 십대에 이미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첫 소설집 ≪달콤한 잠꼬대≫(1963)를 출간한 이후, 수많은 장·단편소설과 수필을 발표했다. 그중 그녀의 적지 않은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독자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이수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무협 장르 작가인 진융(金庸), SF 장르 작가인 니쾅과 더불어 홍콩 문단의 3대 기적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이수의 소설은 ‘애정 소설’이 주를 이루며, 작품에 1970년대 홍콩의 경제성장 및 사회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젊은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특히 기존의 애정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어 백마 탄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낭만적이고 감정적인 여성 대신, 고전적인 여성의 틀을 깨고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그녀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에 대한 대중의 사랑과 문단의 평가가 일치하지만은 않았다. 단시간에 많은 작품을 써내는 대중작가의 특성상 그녀의 작품은 깊이나 완성도에 대해 지적을 받거나, 통속성에 그 작품성이 가려지기도 했다.
이수의 대표작이기도 한 ≪시바오 이야기≫는 홍콩 시사 주간지 ≪야저우(亞洲)주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중문 소설’에서 91번째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그녀의 작품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홍콩과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에서 수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은 소설과 수필, 시나리오를 넘나드는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나의 도시



홍콩의 작가 시시(西西)의 대표 소설이다. 그녀가 직접 그린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홍콩의 ≪쾌보≫에 반년 간 연재된 것을 6만 자로 추려 홍콩의 쏘우입 출판사에서 펴낸 1979년 판본을 저본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다.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사방치기 하는 모양[西]을 본떠 필명을 지은 작가의 순수가 작품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나의 도시≫는 홍콩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시시의 대표작이다. 홍콩을 연상케 하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아궈, 아팟, 막파이록, 아빡 등 여러 등장인물의 일상이 재밌는 아이 투의 어조로 그려진다. 여러 편의 이야기가 한데 엮인 옴니버스 식 구성이지만 전체가 한 편의 완성된 이야기로 연결돼 있다. 이처럼 특이한 구성과 어조, 이동식 시점 등이 어우러져 소설은 전체적으로 특이한 분위기를 띄게 된다.
홍콩은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현대에 중국에 반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나의 도시≫는 영국에도, 중국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나름의 독자성을 유지하며 발전해 온 도시 ‘홍콩’과 그 속의 ‘사람들’이야기다.

전화국에 취직한 청년 가장 ‘아궈’
이 소설의 주된 시점은 ‘아궈’의 시점이다. 주인공 ‘아궈’는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도시의 친척집에 얹혀살게 된 청년이다. 어느 날 전화국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취직하고자 마음먹는다.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청년 가장 ‘아궈’의 취직은 사실 모두에게 절박한 문제다. 그러나 소설에서 이런 현실의 문제는 ‘아궈’의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천진한 말투에 감춰져 있다.

태엽 ‘팟’, ‘아팟’
아팟은 학생이다. 공부가 주된 일과다. 이따금씩 그녀를 각성시키는 것은 그녀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알람시계다. 공부를 하다가 알람시계가 울리면 밥을 먹고, 밥을 먹다가 다시 알람시계가 울리면 공부하고, 또 알람시계가 울리면 운동하고. 때문에 오빠 ‘아궈’는 ‘아팟’의 ‘팟’이 태엽의 ‘팟’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어느 날 운동하러 옥상에 올랐다가 눈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광경에 당황해한다. 삼 일째 같은 일이 반복되자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기에 이른다.

막파이록 수난사.
막파이록은 아둔하다 할 정도로 성실하고 근면한 청년이다. 인상이 좀 험할 뿐이다. 벌에 쏘인 방문객을 돌본 일, 축구 경기를 관람하다 흥분한 일, 공원 안에서 후보자 연설을 들은 일,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일 때문에 공원 경비직에서 쫓겨난다. 어떤 일은 별것도 아닌 일이었고, 또 어떤 일은 오히려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으며, 어떤 일은 단순한 오해였다. 공원에서 쫓겨난 막파이록은 다시 전화국에 취직한다. 전신주 꼭대기에서도 능숙하게 전선을 다루던 막파이록은 전화 수리 차 방문한 집의 사나운 개에 물리기도 하고 노상강도를 만나 얻어맞기도 한다. 전화국을 떠날 때 그가 남긴 쪽지에는 “시의 경찰 일을 하러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문 만드는 장인, ‘아빡’
목공 도제였던 아빡은 스승님 밑에서 4년 간 성실히 수련한 끝에 그럴싸한 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아빡과 함께 목공일을 배웠던 후배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어떤 이는 대형 목공소를 운영해 기계로 모든 것을 대량생산했다. 어떤 이는 소원한 대로 시인이 되었다. 아빡만이 여전히 목재를 고르고 널어서 말리고 손으로 깎아 문을 만든다. 작업은 느리다. 결국 그는 운영하던 목공소를 접고 어느 집의 문지기가 되었다. 전쟁 통에 아내를 잃었지만 문은 지켰다. 시절이 바뀌고 집주인도 바뀌었지만 아빡은 여전히 문을 지켰다. 어느 날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요란한 알람시계를 지니고 있다.


책 속으로
1. 새로운 지구.
這即是我們的另外一個地球. 電話聽筒那邊的聲音說. 在這新的星球上, 地下埋藏的礦產, 比原來的還要豐富. 海洋裏的水, 都是未經化學品染汚過的. 我們將乘船, 到這新的行星上去, 我們的船是第二艘挪亞方舟. 舊的地球將漸萎縮, 像蛇脫落蛇衣, 由火山把它焚化, 一點也不剩. 人類將透過他們過往的沉痛經驗, 在新的星球上建立美麗的新世界.

그것은 우리의 또 다른 지구랍니다. 전화 송수화기 저편의 목소리가 말했다. 이 새로운 별에서는 지하에 매장된 광물이 원래보다 훨씬 풍부하답니다. 바다의 물은 화학약품에 오염된 적이 없답니다. 우리는 배를 타고 이 새로운 별로 가게 되는데, 우리의 배는 제2의 노아의 방주랍니다. 낡은 지구는 점점 작아져서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된 후, 화산에 의해 다 타 버리고 하나도 남지 않을 겁니다. 인류는 그들이 겪은 뼈저린 경험을 통해 새로운 별에서 아름다운 새 세계를 이룩할 겁니다.

2. 문지기 아빡의 투철한 직업 정신.
전쟁이 일어났을 때 연꽃들의 아버지와 연꽃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아빡은 가지 않았다. 그는 큰 집에 남아 문을 지켰다. 그와 그의 아내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지켰다. 문들이 흰개미에게 갉아 먹히지나 않았는지, 문들이 포탄이 날아와 터져서 깨지지나 않았는지. 하지만 그해 포탄은 아빡 아내의 정수리에 큰 구멍을 내 버렸다. 나중에 전쟁이 끝나자 연꽃들은 큰 집으로 돌아왔다. 연꽃들은 아버지가 없어져 버렸고, 아빡은 아내가 없어져 버렸지만, 문들은 아무 탈이 없었다.

3. 아팟이 이웃에 보내는 편지 중.
친애하는 이웃 여러분, 저는 일어났던 일 모두를 여러분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벽에 그렇게 많은 벌레가 있었으니 혹시 우리가 놓치고서 몇 마리는 못 쫓아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그것들이 여러분의 창문으로 타고 들어가서 여러분의 주방에까지 기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께서는 저녁에 식사하실 적에 솥이나 접시를 잘 살펴보셔서 그것들이 배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지은이 소개

시시(西西, 1938∼)
시시의 본명은 장옌(張彦)으로, 그녀는 필명인 시시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시(西) 자는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가 땅바닥에 그려 놓은 사방치기의 네모 안에 서 있는 모습이며, 시시(西西)란 치마 입은 여자아이가 사방치기 놀이를 하느라고 그 네모들을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말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시시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동화적인 이상 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다. 시시는 자신의 창작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 새로운 수법을 쓴다는 것이다. 만일 두 가지가 다 없다면 나는 쓰지 않을 것이다. 이즈음은 비극이 너무 많다. 더구나 모두가 그렇게 쓴다. 나는 좀 즐겁게 쓰고 싶다. 설사 사람들이 내가 그저 ‘히히’, ‘하하’ 하는 것만 쓴다고 여길지라도 말이다.” 바로 이런 작가 자신의 말처럼, 시시는 거의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만큼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보여 주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또 시종일관 따뜻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자신과 홍콩 그리고 사람과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
시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홍콩이라는 도시 자체에 충만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 준다. 일찍이 시시의 등장은, 발전하는 홍콩과 더불어 홍콩에서 성장한 세대가, 그들의 출생지에 관계없이 자신들을 홍콩인으로서 자각하면서 홍콩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홍콩인으로서의 발언권을 주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표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세대의 출현을 처음으로 확실하게 보여 준 성공적인 작품이 곧 1975년 홍콩의 ≪쾌보(快報)≫에 약 반년간 연재되었던 시시의 ≪나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