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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3일 목요일

중심 옮기기: 문화 해방을 위한 투쟁 Moving the Centre: The Struggle for Cultural Freedoms

도전, 창작의 탈식민화

이렇게 될 때... 인류의 진보는 살해된 이의
해골에서 나온 과잡만을 마시는
이교도의 우상 닮기를 멈출 것이다.
나의 희망은 이 책이 전 세계에서
문화 해방을 위한 투쟁을 수행하고
이 투쟁에서 승리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에 기여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문학의 대표자 응구기의 <<중심 옮기기>>.
그들에게 문화와 문학은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의 이름이다.







아프리카의 완전한 독립을 제시하는 시옹오의 핵심 사상

자국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망명 중인 응구기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발표한 강연과 에세이 가운데 핵심적인 것만 추려 모았다. 그에 따르면 아프리카인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는 정치적·경제적 자존의 달성과 함께 문화적 해방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문화적 해방을 위해선 아프리카 언어로 글쓰기가 중요하다. 이 책에 나타난 응구기의 사상은 다원화되고 있는 세계에서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게 인류 사회를 조망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신식민주의의 영향하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 책 소개


이 책의 구성
1993년에 출간된 ≪중심 옮기기: 문화 해방을 위한 투쟁≫에는 총 21편의 발표문 혹은 에세이가 주제에 따라 4장으로 분류되어 있다. 옮긴이는 이 책의 각 장에서 중요한 글을 발췌하여 그 내용 전체를 번역했다. 따라서 본 번역본에서는 1장에서 3편, 2장에서 2편, 3장에서 3편, 4장에서 1편 등 총 9편의 발표문 혹은 에세이의 전문을 소개하고 있다.

응구기 사상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응구기는 아프리카인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 정치적·경제적 자존의 달성과 함께 문화적 해방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4백 년간 몇몇 서구 국가의 문화에 의해서 전 세계의 문화가 정치적·경제적으로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민족주의, 인종, 계급, 성별(gender) 등의 경계를 넘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지역으로 문화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문화적 해방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아프리카의 언어로 글쓰기를 제시한다. 진정한 아프리카 문학의 전통을 수립하고 나아가 아프리카가 문화적으로 해방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일은 아프리카의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중심 옮기기’의 두 가지 의미
첫째는 서구 세계라는 가상적 중심으로부터 모든 세계 문화의 다양한 위치로의 중심 옮기기의 필요성이다. 서구에 있다고 가정된 전 세계의 중심은 유럽 중심주의, 즉 몇몇 서구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가정과 같은 맥락에서 작용한다.
중심 옮기기의 두 번째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오늘날, 남성이면서 인종적 소수인 유럽 중심주의 부르주아에 의해 이루어지는, 서구를 포함한 전 세계에 대한 지배로부터 벗어나 양성, 인종, 종교 평등의 조건하에서 국내의 모든 소수 계급 조직으로부터 일하는 사람의 진정한 창조적 중심으로 중심 옮기기의 필요성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국내와 국가 간, 이 두 가지 의미에서 중심 옮기기는 민족주의, 계급, 인종, 성별을 구속하는 장벽으로부터 세계의 문화를 해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책 속으로

Moving the centre in the two senses - between nations and within nations - will contribute to the freeing of world cultures from the restrictive walls of nationalism, class, race and gender. In this sense I am an unrepentant universalist. For I believe that while retaining its roots in regional and national individuality, true humanism with its universal reaching out, can flower among the peoples of the earth, rooted as it is in the histories and cultures of the different peoples of the earth.

국내와 국가 간, 이 두 가지 의미에서 중심 옮기기는 민족주의, 계급, 인종, 성별을 구속하는 장벽으로부터 세계의 문화를 해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완고한 보편주의자다. 왜냐하면 나는 세계의 다양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자리하고 있는 진정한 인본주의가 지역과 국가 개별성에서 근간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 보편성으로 지구 상의 민족들 사이에 꽃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지은이 소개


응구기 와 시옹오(Ngũgĩ wa Thiong’o)
1938년 케냐 중부 고원 지역 리무루의 카미리수에서 태어났다. 영국 식민지 시대 케냐의 일류 중등학교였던 얼라이언스를 졸업한 후, 우간다의 마케레레대학교와 영국의 리즈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65년부터 케냐의 일간지 <네이션(Nation)>의 기자로 일하다가, 1970년 신문사를 떠나 나이로비대학교 문학과 교수로 임용된다. 1977년과 1978년 사이에는 정치적 이유로 재판 없이 1년간 투옥되었다. 결국 정치적 탄압으로 인해 1982년 망명길에 오른다. 이후 미국의 여러 대학교에서 아프리카 문학을 강의했고, 1993년에는 뉴욕대학교 교수가 된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이며, 동 대학 내의 국제 저술 및 번역 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검은 은둔자(The Black Hermit)>(1962), ≪아이야 울지 마라(Weep not, Child)≫(1964), ≪사이로 흐르는 강(The River Between)≫(1965), ≪한 톨의 밀알(A Grain of Wheat)≫(1967), ≪피의 꽃잎(Petals of Blood)≫(1977)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첫 번째 기쿠유어 소설 ≪십자가 위의 악마(Caitaani Mutharabaini)≫(1980), 망명 중에 쓴 두 번째 기쿠유어 소설 ≪마티가리(Matigari ma Njiruungi)≫(1987)가 있으며, 최근 세 번째 기쿠유어 소설 ≪까마귀의 마법사(Muroogi wa Kigogo)≫(2003)가 출판되었다.
응구기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고 있으며, 1974년에는 로터스상을, 2001년에는 노니노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응구기는 1996년 옥스퍼드대학교의 클래런던 강의(Clarendon Lecture), 1999년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애시비 강의(Ashby Lecture) 등을 맡아 탈식민주의, 서구 문화 중심주의 탈피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한 바 있다.


☑ 옮긴이 소개

박정경
박정경은 1972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어과에 입학하여 아프리카 문학 연구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2000년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케냐의 나이로비대학교 문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2004년에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와힐리어와 아프리카 문학 관련 강의를 맡고 있다.


☑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서문
I. 유럽 중심주의로부터 문화 해방시키기
1. 중심 옮기기: 문화의 다원주의를 지향하며
2. 백 송이 꽃이 필 공간 창조하기: 공통 세계 문화의 부(富)
4. 언어 제국주의: 영어, 세계의 언어인가?

Ⅱ. 식민주의의 유산으로부터 문화 해방시키기
7. 신식민국가의 작가
10. 식민주의 이후 정치와 문화

Ⅲ. 인종주의로부터 문화 해방시키기
14. 인종주의 이데올로기: 평화를 위한 국내외의 전쟁
15. 문학에서의 인종주의
19. 자유를 향한 오랜 세월의 노정: 만델라의 귀향을 환영한다!

Ⅳ. 마티가리, 꿈과 악몽
21. 마티가리, 통합된 동아프리카에 대한 꿈

옮긴이에 대해

2011년 2월 16일 수요일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 African Religions and Philosophy

존 음비티 John S. Mbiti(케냐, 1931~ )

존 음비티(John S. Mbiti)는 케냐의 대표적인 신학자이자 영국 성공회 목사이다. 1931년 케냐에서 태어난 음비티는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에서 종교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의 배링턴아일랜드에 있는 배링턴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아프리카의 신 개념(Concepts of god in Africa)>이란 논문으로 1963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4년부터 10년간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에서 종교와 신학 등을 가르쳤고 스위스에 있는 세계 교회연합 위원회(world council of churches’ ecumenical institute)의 소장 직을 역임했다. 이후 세계 각국을 돌며 유수의 대학교에서 아프리카 종교와 신학, 철학 등을 강의하는 한편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5년부터 음비티는 스위스의 베른 대학교(University of Bern)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부르크도르프의 한 교구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해설              

∙절판 복간
∙이 책은 원전에서 약 20%를 발췌하였습니다.
음비티의 삶과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African Religions and Philoso- phy)≫은 케냐의 신학자 존 음비티가 1969년에 출간한 아프리카 종교에 대한 개괄서다. 이 책은 동부 아프리카의 스와힐리 문화권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수집한 민족지와 신화 등을 분석해 아프리카인의 일상에 녹아 있는 민간신앙의 구조와 행위, 사고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음비티는 1969년에 이 책을 출간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하이네만(Heinemman)에서 초판이 나온 이래 13쇄까지 인쇄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1989년에 논쟁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을 수정 보완한 개정판이 마련되어 1990년에 출간되었다. 이후 1997년과 1999년에 2쇄와 3쇄가 출판되었다. 본 번역서는 1999년에 출판된 개정판 3쇄를 참고로 했다. 원본은 참고도서 목록과 인덱스를 포함하여 총 288쪽 분량이다. 이 중 본문은 총 20장, 271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번역본에서는 본문 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3장 ‘아프리카인의 시간에 대한 개념’(14쪽), 8장 ‘영적 존재, 스피릿과 살아 있는-죽은 존재’(16쪽), 16장 ‘신비한 힘, 마술, 주술과 사술’(10쪽), 17장 ‘악마와 윤리, 정의의 개념’(12쪽) 총 네 장을 번역했다. 3장 ‘아프리카인의 시간에 대한 개념’을 선택한 이유는, 본 저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시간 개념인 사사(sasa)와 자마니(zamani)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음비티는 아프리카인이 인식하고 있는 영적 개념이 사사와 자마니라는 시간 개념을 통해 이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8장 ‘영적 존재, 스피릿과 살아 있는ᐨ죽은 존재’는 아프리카 민간신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내용이다. 아프리카의 신앙 형태는 다양하지만 이들을 함께 묶을 수 있는 공통분모를 꼽으라면 단연코 ‘살아 있는-죽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8장에서는 아프리카인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살아 있는-죽은 존재 이외에도 아프리카 사회에 현존하는 다양한 형태의 신적인 존재와 스피릿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들 신적인 존재와 스피릿, 살아 있는ᐨ죽은 존재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아프리카인의 독특한 시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의 핵심 내용인 8장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철학적 바탕이 되는 3장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6장과 17장은 아프리카인들이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신비한 힘의 종류와 기능(16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아프리카인들의 독특한 윤리관(17장)을 설명하고 있다. 마술과 주술, 사술 등 신비한 힘은 아프리카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초자연적 힘으로, 이들 사이의 구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이들 신비한 힘은 긍정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가 아니면 부정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으로 갈린다. 엄격한 구분은 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마술과 주술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반면 사술은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아프리카인은 이들 신비한 힘이 개인과 사회에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되는가 아니면 해로운 방향으로 사용되는가 하는 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여기에서 아프리카인의 독특한 윤리관이 등장한다. 음비티 스스로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던 윤리관의 논리는 사실 외부인의 관점에서 볼 때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음비티에 따르면 아프리카인에게 선과 악의 기준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선과 악을 가르는 어떤 윤리적, 도덕적 절대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이(신이나 스피릿에 의해) 처벌을 받을 경우 그것을 악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악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무런 영적 처벌 없이 지나간다면 그것은 악한 행동이 아닌 것이다. 예를 들어, 간음을 했어도 결과적으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어떤 영적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면 간음 행위는 ‘악한’ 행동이 아닌 것이다. 음비티에 따르면 아프리카인에게 있어 유일한 선과 악의 윤리적 기준은 공동체의 질서 유무이다. 아프리카인은 공동체의 질서를 깨트리는 행위를 악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질서가 유지되는 한 어떤 행동도 용납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 종교 또는 민간신앙, 보편성과 특수성 논쟁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아프리카 신앙과 사고 체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다. 원저자인 존 음비티는 저명한 신학자로, 신앙심 깊은 종교인으로,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깊은 자긍심을 가진 아프리카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써 내려갔다. 무엇보다 음비티는 기독교의 도입으로 인해 아프리카 고유의 신앙 형태가 저평가 또는 왜곡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음비티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의 신앙 형태와 행위가 체계적이며 아프리카 고유(전통이라고 표현한)의 생활양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문화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아프리카 민간신앙의 일반적인 견해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그동안 아프리카 신앙 형태에 대한 외부인, 특히 유럽인의 시각은 부정적이거나 경멸적이었다. 아프리카에는 체계적인 신앙 형태나 사고 체계가 없고 미신이나 (흑)주술, 악마 사냥, 주술사 등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신앙 행위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 서양 종교학자들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신앙 행위는 타파되어야 할 대상이며, 기독교가 도입되면서 아프리카 민간신앙은 소멸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는 아프리카 민간신앙이 지니고 있는 역동성을 간과한 것이다.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아프리카 민간신앙은 이슬람과 기독교 등 보편 종교에 의해 대체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민간신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 존재하는 아프리카화된 이슬람과 기독교의 모습은 이를 잘 반영한다.
아프리카 민간신앙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아프리카 민간신앙이 아프리카인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인에게 민간신앙은 단순히 ‘믿는’ 종교의 차원을 넘어서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즉, 아프리카에서 기독교 등 보편 종교는 민간신앙과 대립하기보다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음비티의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아프리카 사회와 민간신앙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는 중요한 책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이 이처럼 아프리카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에서 기술되었지만 아쉽게도 그 한계는 보이고 있다. 음비티의 저서가 아프리카의 종교 형태와 실천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절대적인’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전적으로 존 음비티라는 개인의 견해일 뿐이며, 책이 출간된 이후 비판적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아프리카 종교 또는 민간신앙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음비티는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문제는 그 자료들이 1969년 이전의 자료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원전의 초판이 1969년에 출간되었다고 해도 1989년에 개정된 개정판에 1969년 이후의 자료가 실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의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에서 사용한 자료는 대부분 인류학 보고서와 민족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당시의 민족지는 (구조)기능주의에 이론적으로 기대고 있기 때문에 자료 수집이나 분석에 특정 방향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군데군데 인용된 비학술적인 인용문, 예를 들어, “친구가 말하는데….” 등의 표현은 본 책이 가져야 할 논리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 아프리카 사회에 서구식 미래 개념이 보편화된 지금, ‘전통’ 사회의 시간 개념을 언급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일 수도 있다. 아프리카 민간신앙이 가진 역동성을 고려할 때 민간신앙에 서구식 미래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전통’은 보호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라는 (구조)-기능주의적 관점은 현대사회에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의 한 부분으로서 민간신앙은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항상 현재적 맥락에서 문화 접변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일반화의 오류이다. 물론 개괄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일반화의 오류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에서 중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사사와 자마니는 특수한 사례를 일반화한 대표적인 개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사사와 자마니는 동부 아프리카 스와힐리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시간 개념이다. 음비티는 사사와 자마니를 통해 동부 아프리카 스와힐리 문화권의 시간 개념을 훌륭하게 분석했지만, 이것이 아프리카 대륙 전반에 적용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스와힐리 문화권 외의 지역에 사사/자마니와는 다른 시간 개념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사사와 자마니의 개념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되어야 할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비티의 지적처럼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아프리카의 민간신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아프리카 종교에 대한 개괄서는 적지 않게 출간되었지만, 아프리카인의 관점에서 아프리카 민간신앙을 분석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지 40년이나 지났지만,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이 아프리카 종교 분야에서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차례             

해설···················· 7
지은이에 대해················ 17

아프리카인의 시간에 대한 개념(The Concept of time) 19
잠재적 시간(potential time)과 실제적 시간(actual time) 24
시간 계산과 연대기············· 29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개념········ 36
역사와 선사의 개념············· 39
시간과 관련된 인생의 개념·········· 42
죽음과 불멸················ 43
공간과 시간················ 49
시간의 미래 영역을 확장하거나 발견하기···· 50

영적 존재, 스피릿과 살아 있는-죽은 존재(Spiritual beings, spirits and The Living-Dead)··········· 55
신적 존재와 신의 동료············ 58
스피릿··················· 66
살아 있는-죽은 존재············· 77
신비한 힘, 마술, 주술과 사술(Mystical power, magic, witchcraft and sorcery)············· 97
악마와 윤리, 정의의 개념(The concepts of evil, ethics and justice)··················· 125
악의 기원과 속성·············· 127
원상회복과 처벌·············· 143
요약과 결론················ 147


옮긴이에 대해················ 155

역자 소개         

장용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있는 나탈 대학교(University of Natal, 현 KwaZulu-Natal University)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 논문 <The Business of Divining: A Study of Healing specialists at Work in a Culturally Plural Border Community of KwaZulu-Natal>은 줄루 사회 민간 신앙의 핵인 점술가와, 자본주의 사회인 남아공에서의 이들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장용규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의 민간 신앙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소수민족과 국경 넘나들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춤추는 상고마≫(2003, 한길사), ≪남아프리카민담≫(2003, 황금가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