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일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일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5년 3월 27일 금요일

구니키다 돗포 단편집(国木田独歩 短篇集)


도서명 : 구니키다 돗포 단편집(国木田独歩 短篇集)
지은이 : 구니키다 돗포(国木田独歩)
옮긴이 : 인현진
분야 : 일본 / 소설
출간일 : 2015년 3월 25일
ISBN : 979-11-304-6177-9 03830
가격 : 220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366쪽




☑ 책 소개

가라타니 고진이 꼽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 구니키다 돗포. 돗포의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잔하면서도 인간의 심부를 해부하는 예리함, 내면의 자신과 직면하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 스토리의 전개에 따른 의외성과 진실의 보편성을 아우르는 문학적 균형 감각을 갖추고 인생의 해답을 끊임없이 자문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배경이 된 지역을 그린 <무사시노>, 나쓰메 소세키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 <순사>를 비롯해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구니키다 돗포는 가라타니 고진이 꼽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이다. 고진은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근대문학의 기원을 ‘풍경과 내면의 발견’에서 찾는데, 내면의 존재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풍경’의 발견은 돗포의 작품에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으로 본다. 돗포 문학은 일본의 근대문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문예평론가 나카지마 겐조는 존재의 자각을 일깨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히라노 겐은 작품을 읽으면 잊고 있었던 원초적인 무엇인가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육욕 소설의 선조’, ‘메이지 시대의 진정한 작가’라는 평도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돗포를 스트린드베리, 니체, 톨스토이 등과 견주었다. 돗포를 흔히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돗포 스스로는 자신을 자연주의에 묶으려 하지 않았으며 돗포는 돗포라고 주장함으로써,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독자적인 문학관에 근거해 작품을 쓰고 있었다.
돗포의 대표적 작품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무사시노의 자연미를 시정이 가득한 필치로 그려 낸 <무사시노>가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의 배경이 된 지역이며,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돗포의 ≪무사시노≫를 읽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사시노>가 일본 근대문학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된 이유는 이전과는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무사시노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돗포 스스로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적 정취’가 무사시노에 어울린다고 말했듯이, 추상적 개념의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무사시노를 직접 경험하고 받은 감동을 시적 언어로 표현하겠다는 돗포의 열망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외에 스스로 동맥을 끊은 친구의 죽음 앞에서 죽음의 문제를 돌아보는 <죽음(死)>, 저회취미(低徊趣味)라는 관점에서 한 인간을 가장 잘 드러낸 완벽에 가까운 사생문이라고 나쓰메 소세키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순사(巡査)>,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운명의 톱니바퀴에 끼여 세상과 불협화음을 내며 살아간 한 인간을 그린 <도미오카 선생님(富岡先生)>, 나약하기에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남자의 비극을 그린 <취중일기>, 교육의 본질이 삶의 지혜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 주면서 돗포가 추구하는 교육자와 영웅은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 주는 소설 <해돋이> 등 열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 책 속으로

사회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역사’란 어디에 있는가. 이 순간, 이 장소에 있으면, 인간의 ‘생존’ 그 자체가 자연의 숨결에 달려 있음을 실감한다. 예전에 러시아의 시인은 밀림에 홀로 앉아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시인은 말했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이 사라질 때, 나뭇잎 하나도 그 때문에 흩날리지 않으리라.’
−<소라치 강가> 104∼105쪽

그곳에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점점 더 캄캄한 어둠을 쫓아 헤매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창백한 얼굴을 옷깃에 묻은 채 바위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이미 죽기로 마음먹고 잠시 주저하던 참이었나 봅니다.
문득 발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노인 한 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옆으로 오더니, 다정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
“나는 올해 예순인데, 이렇게 멋진 해돋이는 처음이네. 내년엔 올해보다 더 아름다운 해돋이를 보고 싶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일세.”(...) “그나저나 얼굴색이 안 좋은데 그렇게 매가리 없이 다녀서야 세상을 어찌 헤쳐 나갈 수 있겠나. 어떤가, 해돋이를 같이 본 것도 인연인데, 우리 집에 함께 가세. 오조니라도 대접할 테니.”
−<해돋이> 228∼230쪽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가 선생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사람이란 대충대충 살다가 죽어선 안 된다, 온힘을 다해 영웅호걸이 되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죠. 모름지기 인간은 인간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다하면 곧 영웅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영웅은 바로 그런 의미였습니다.
−<해돋이> 235쪽


☑ 지은이 소개

구니키다 돗포(国木田独歩, 1871∼1908)
1871년 치바(千葉) 현에서 태어났다. ‘돗포(独歩)’는 필명으로, 혼자서 걷기를 좋아했던 고독한 성향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7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고 시(詩), 고백론, 수필, 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썼다. 일본 근대문학사에서는 ‘천부적인 단편 작가’로 불린다. 유일한 장편소설인 ≪폭풍(暴風)≫을 연재하다 완성을 보지 못하고, 폐병이 악화되어 1908년 짧은 인생의 막을 내렸다.


☑ 옮긴이 소개

인현진
인현진은 연세대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동양어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오테마치에 있는 대한재보험 동경사무소에서 통번역비서로 근무한 바 있으며,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다. 저서로는 ≪시나공 JLPT 일본어능력시험 N1 문자어휘≫, ≪비즈니스 일본어회화 & 이메일 핵심패턴 233≫이 있으며, 현재 번역 활동을 하면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 목차

무사시노  ·····················1
죽음   ······················43
순사   ······················67
소라치 강가  ···················81
도미오카 선생님  ·················107
취중일기   ····················149
해돋이   ·····················217
제삼자   ·····················245
봄 새  ······················289
두 노인   ·····················309

해설    ······················327
지은이에 대해   ··················354
옮긴이에 대해   ··················358

2015년 3월 25일 수요일

마키노 신이치 단편집(牧野信一 短篇集)


도서명 : 마키노 신이치 단편집(牧野信一 短篇集)
지은이 : 마키노 신이치(牧野信一)
옮긴이 : 김명주
분야 : 일본 / 소설
출간일 : 2015년 2월 25일
ISBN : 979-11-304-6162-5 03830
가격 : 180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258쪽




☑ 책 소개

이상이 동경하던 작가 마키노 신이치. 그의 문학은 자연주의의 전통을 이은 ‘사소설’의 방류로 평가되며, 그 미학적 본질은 창백한 자의식에서 반사되는 신경증적 양상과 비애감이다.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작가 자신과 가족사를 담았다. 예술에 대한 열정, 인생에 대한 몽상, 신경증과 우울감, 권태감이 그려진 가운데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부모나 아내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위악성이 드러난다.


☑ 출판사 책 소개

마키노 신이치(牧野信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더불어 이상이 동경하던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상은 김기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마키노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것은 참 濟度할 수 없는 悲劇이오! 芥川나 牧野 같은 사람들이 맛보았을 성싶은 最後 한 刹那의 心境은 나 亦 어느 瞬間 電光같이 짧게 그러나 참 똑똑하게 맛보는 것이 이즈음 한두 번이 아니오(1936년).

마키노가 죽은 다음 날인 3월 25일 일본의 일간지들은 10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쿠타가와의 자살을 회고했다. 예술과 생활의 틈바구니에 끼여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신경증을 앓다가 죽은 창백한 예술가의 초상으로 마키노의 죽음도 일반화되었다. 당시 식민지 조선에 있던 이상은 마키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몇 개월 후 9월에 <날개>를 발표했으며, 10월에는 도쿄로 건너가 다음 해 4월 폐결핵으로 죽음을 맞는다. 위의 편지는 그해 말경 일본에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에 번역한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작가 자신과 가족사를 그린 일명 ‘사소설(私小說)’이다. 동시에 죽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젊은 작가의 내면 풍경을 담은 애처로운 파노라마이기도 하다. 사실화에서 환상화로, 또 환상적 사실화로 가는 색채 변화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도 마키노만큼 자신의 내면을 충실하게 묘출한 작가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역자는 바로 이 점에 이상의 공감과 동경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는 신변잡기적 작품을 쓰던 시기다. <손톱>을 비롯해 <아비를 파는 자식>(1924), <악의 동의어>(1925)가 해당한다. 마키노 문학 중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논의되는 것은 ‘육친 혐오’의 적나라한 표출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도 물론이지만 부모나 아내에 대해서도 가차 없다. <아비를 파는 자식>은 아버지에 대해, <악의 동의어>는 특히 어머니에게 칼끝이 향하지만, 그 칼날은 연기용이다. 실은 스스로를 겨누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기는 소위 ‘그리스 마키노’라 불리던 의외로 밝은 환상성의 세계다. 낭만적인 환상소설, 고대 그리스나 중세 유럽의 고전에서 제재를 취한 작풍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엘리베이터와 달빛>(1930)에 보이는 환상성과 명랑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 앞에 놓여 있는 <F마을에서의 봄>(1926)은 마키노가 신문사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해 쓴 작품으로, 전기의 사실성과 환상성이 어우러진 과도기적 작품이다.
만년 마키노는 다시 전기의 사소설적 작풍으로 회귀한다. 대신 전기의 가벼운 신변잡기적 토로는 지양되고, 신경증적 색채가 강해진다. 죽음을 현실적으로 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제>(1934)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어머니와 화해가 이루어지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생사의 경계가 몽롱해져 나는 마치 몹시도 행복한 꿈에 빠진 자가 자기 볼을 살짝 꼬집어 보듯이, 까마귀 깃털 같은 것을 주워 들고 턱 아래나 겨드랑이 같은 데를 간지럽혀 보았고, 역시 참을 수 없는 간지럼증이 급습해 목숨이 붙어 있음을 인식했다. 
나는 나면서부터 간지럼 감각이 남달랐다. 겨드랑이 밑이나 발바닥에 자신의 손끝이 닿는 걸 상상만 해도 금세 온몸이 숨 막힐 듯 배배 꼬이는 습성이 있었다. 어릴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 중에서 내가 가장 기이한 전율에 사로잡혀 새파랗게 질렸던 것은, 못된 여우가 아이를 낚아채 가면 그 부슬부슬한 꼬리로 온몸을 계속 간지럽혀 죽인다는 이야기였다.

-<박제> 208∼209쪽


☑ 지은이 소개

마키노 신이치(牧野信一, 1896~1939)
1896년 가나가와(神奈川) 현 오다와라 시에서 태어나 39세에 자택에서 자살했다. 191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열세 명의 동인을 모아 ≪13인≫이라는 잡지를 창간했는데, 거기에 첫 작품 <손톱>을 발표했고, 당시 자연주의의 대가였던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에게 극찬을 받았다. 이후 전기에는 대부분 신변잡기적 사소설풍의 육친 혐오적 작품을 썼다. 그러나 중기에는 작풍이 다소 변화되어, 이른바 환상풍의 경지를 개척하게 된다. 고향 오다와라(小田原)의 풍토에 고대 그리스나 유럽 중세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꿈과 현실을 교착시킨 환상적인 작품들로, 지적인 유머나 풍자성이 그 특징이다. 후기에 해당하는 1931년 무렵부터는 신경쇠약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작품은 다시 전기의 사소설적 경향으로 바뀌며 더욱 어두워졌다. 이런 마키노 문학은 일본문학사에서 일반적으로 자연주의의 전통을 이은 ‘사소설’의 방류로 평가되며, 그 작품은 ‘변형 사소설’로 불린다. 
마키노 문학의 미학적 본질은 창백한 자의식에서 반사되는 신경증적 양상과 비애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살도 채 안 된 자신과 어머니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가 버린 아버지의 보헤미안적이고 데카당적인 삶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교육열이 높고 훈육에 엄격했다. 어머니의 엄한 양육 방식은, 아버지를 닮아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던 마키노의 유년 시절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그 트라우마는 끝내 치유되지 못했다. 그것이 육친 혐오 양상이나, 신경증적 양상, 그리고 방랑이나 위악성과 자조성, 광기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起夫)는 “일본인으로서 일본 풍토에 발을 디디고 살면서, 이것을 서구적 교양으로 치환해 바라보고, 서구적 환상으로 장식해, 언어 예술만이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같은 이중의 영상을 작품 세계로 해, 그 신비한 지적 감각 체험에 독자를 이끌고 가는 하이칼라의 작가”라고 그의 작품의 본질을 짚었다.


☑ 옮긴이 소개

김명주
김명주(金明珠)는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와, 일본 나라여자대학(奈良女子大學) 국문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고베여자대학(神戶女子大學)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에서 일본 문학을 가르치며, 주로 한·일 근대문학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 목차

손톱  ·······················1
아비를 파는 자식  ·················17
‘악’의 동의어  ···················47
F마을에서의 봄    ·················135
엘리베이터와 달빛   ················169
박제   ······················203

해설    ······················241
지은이에 대해   ··················247
옮긴이에 대해   ··················251


2014년 12월 9일 화요일

게잡이 공선 蟹工船


도서명 : 게잡이 공선  蟹工船
지은이 : 고바야시 다키지
옮긴이 : 황봉모
분야 : 소설
출간일 : 2011년 4월 30일
ISBN : 978-89-6406-751-2
가격 : 12,000원
규격 : A5    제본 : 양장본    쪽 : 165쪽

완역

출간 80년만에 일본을 강타한 1929년의 소설

2008년, 일본은 ≪게잡이 공선≫ 현상을 겪는다.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 작가인 고바야시 다키지의 이 소설이 한 해에 160만부나 판매된 것이다. 제국주의적이고 침략주의적인 일본자본주의와 '다시 한 번 일어서는' 노동자의 한 판 승부가 일본을 다시 깨웠다.



☑ 200자 핵심요약

원양어업을 나가 착취당하고 학대받는 최하층 노동자들. 굴종밖에 모르던 그 노동자들이 눈을 뜨고 힘을 모아 자본가에게 맞선다. 2011년 ‘88만원 세대’, ‘워킹 푸어’의 이야기가 90년 전의 ‘게잡이 공선’에서 펼쳐진다. 비참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녹아 있는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작 ≪게잡이 공선≫이 전공자의 번역으로 소개된다.


☑ 책 소개

≪게잡이 공선≫은 고바야시 다키지의 대표작으로서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뿐만이 아니고,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이다.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을 사상의 영역으로까지 넓혀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데에 역사적 의의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노동자의 구체적인 행동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묘사되고 있다. ≪게잡이 공선≫에 의해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은 그 앙양기를 이루어 내게 되었다.

≪게잡이 공선≫은 1926년 홋카이도의 게잡이 공선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취재한 작품이다. 당시 게잡이 공선은 조난 사건과 어부에 대한 학대 문제 등으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었다. 다키지는 4년에 걸쳐 게잡이 공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북양어업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특정한 주인공이 있지 않고, 게잡이 공선에서 착취와 학대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집단으로 그려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본의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적·침략주의적’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는 지금까지 굴종밖에 몰랐던 어부들이 모르고 있던 자신들의 힘에 눈을 떠, 자신들의 손으로 자본가의 착취에 대항해 가는 일련의 과정을 훌륭하게 그려 내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이 한 번 실패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일어서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제국주의적인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어부들은 파업이 참혹하게 실패하자 비로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일어서는 것이다. ≪게잡이 공선≫의 의의는 어부들의, 이 ‘다시 한 번 일어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떠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는 태도, 이 불굴의 정신이야말로 노동자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으로

“… 노동자가 일하지 않으면 돈 한 푼이라도 부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아. 아까 말한 배를 사거나, 도구를 준비하거나, 채비하는 돈도, 역시 다른 노동자가 피를 짜서, 벌게 해 준 거야. − 우리들을 착취해서 얻은 돈이라구. …”

“사실을 말하면, 그런 앞의 성패(成敗) 따위 아무래도 좋아. − 죽느냐, 사느냐니까.”
“응, 다시 한 번이야!”
그리고 그들은 일어섰다. − 다시 한 번!


☑ 지은이 소개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1903∼1933)
고바야시 다키지는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적 작가다. 1903년 10월 아키타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1907년 고바야시 일가는 가난을 피해 홋카이도로 이주한다. 그는 노동자 거리의 극히 가난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백부의 도움으로 오타루상업학교에 진학한다. 그의 문학적 재능은 이때부터 교우회지를 편집하거나 중앙 잡지에 작품을 투고하거나 하면서 일찍부터 발휘된다. 1921년, 역시 백부의 도움으로 오타루고등상업학교에 입학한다. 이때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이라는 세계사적인 변동으로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이 새롭게 대두하기 시작한 때로, ≪씨 뿌리는 사람≫이 창간되고,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의 조직적인 전개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1924년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오타루 지점에 취직한다. 그는 초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정의감에 차 있었지만, 점차로 사회적 근원을 추구하면서 비판적 현실주의로 나아가, 하야마 요시키와 고리키 등의 작품을 통해 프롤레타리아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1927년경부터 그는 사회과학을 배우면서 사회의 모순을 알게 되고, 그 후 오타루의 노동운동에 직접 참가하며 프롤레타리아문학 운동에도 적극적인 관계를 가지게 된다.

1928년 3월 15일 일본에서 비합법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단체가 큰 탄압을 받게 된다. 소위 3·15사건이다. 오타루에서도 2개월에 걸쳐 500명 이상이 검거되어, 다키지 주변의 친구와 동지들이 다수 체포되었다. 그가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구라하라 고레히토의 영향을 받아 완성한 처녀작 ≪1928년 3월 15일≫은 이 사건을 취재한 것으로, 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과 경찰의 참혹한 고문을 폭로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노동자의 불굴의 정신력과 이것에 대비되는 천황 지배 권력의 잔학성을 폭로해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했다. 그는 이 작품을 잡지 ≪전기≫(1928)에 게재하며 본격적인 프롤레타리아문학 활동에 들어간다.

다키지는 1929년 북양어업의 실상을 취재해 ≪게잡이 공선≫을 완성한다. ≪게잡이 공선≫은 그의 대표작으로,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뿐만이 아니고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다키지는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인정받는다.


☑ 옮긴이 소개


황봉모
황봉모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 동성중학교, 용문고교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영어대학에 입학했다. 입학 장학생이었다. 영어대학을 거쳐, 같은 대학 대학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일본 도쿄(東京)대학 대학원 연구 과정과 간사이(關西)대학 대학원 박사 전기, 후기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적 작가인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문부과학성 국비 유학생이었다. 스미토모(住友) 재단 외국인 연구원을 지냈다.

한국외대 일본연구소에서 교육과학기술부 박사 후 과정을 했다.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와 전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주요한 연구 분야는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과 재일 한국인 문학 연구다. 일본 근대문학과 한국 근대문학과의 비교 연구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와 스모를 아주 좋아한다. 일본 프로야구는 ‘교진(巨人)’ 팬이고, 스모에서는 작년에 은퇴한 몽골의 아사쇼류(朝靑龍) 팬이었다.

주요 논문으로는 <고바야시 다키지 ≪게잡이 공선≫의 성립>, <고바야시 다키지 ≪게잡이 공선≫의 복자(伏字)>, <현월 ≪그늘의 집≫ −욕망과 폭력−>, <소수집단 문학으로서의 재일 한국인 문학 −가네시로 가즈키 ≪GO≫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저서로는, 공저로 ≪세계 연극의 이해≫(2001), ≪소수집단과 소수문학≫(2005), ≪韓流百年の日本語文學≫(일본, 2009) 등이 있다.

현재는 한국외대 일본어과와 경북대 국제대학원에 출강하고 있으며, 서울시와 한국외대가 주관하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담당하고 있다.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게잡이 공선

옮긴이에 대해

2014년 7월 30일 수요일

이세 모노가타리(伊勢物語)



도서명 : 이세 모노가타리(伊勢物語)
지은이 : 작자 미상
옮긴이 : 민병훈
분야 : 일본 / 시
출간일 : 2014년 8월 5일
ISBN : 979-11-304-5724-6 03830
가격 : 180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304쪽



☑ 책 소개

이 아름다운 시구는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 시를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일본 고유의 정형시 와카와 그에 얽힌 사랑 이야기들을 엮었다. 주인공은 일본 최고의 풍류남이자 히카루겐지의 모델인 아리와라노 나리히라다. 125편의 노래와 글이 우리를 헤이안의 낭만으로 인도한다.
 
 


☑ 출판사 책 소개

≪이세 모노가타리≫는 헤이안 시대 전기에 성립한 우타모노가타리(歌物語) 작품으로, ≪이세 모노가타리≫라는 제목 외에 아리와라노 나리히라(在原業平)의 일기라는 의미의 ≪자이고추조 일기(在五中将日記)≫, 아리와라노 나리히라의 모노가타리라는 의미의 ≪자이고가 모노가타리(在五が物語)≫라는 제목으로도 불렀다. ≪이세 모노가타리≫는 와카를 중심에 두고, 대체로 나리히라 또는 나리히라로 추정되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전개되는 단편 모노가타리집이다. 전본(傳本) 대부분은 와카 209수를 포함한 125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을 보면 나라(奈良) 가스가 마을(春日の里)에서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 임종을 앞둔 남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단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일견 한 남자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단은 주인공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아 모든 단의 남자를 동일인으로 보기 어려우며, 나리히라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각 단은 대부분 ‘옛날, 한 남자가 있었다’로 시작해 그 ‘남자’와 상대방이 와카를 읊은 경위에 대해 설명하는 짤막한 우타모노가타리로, 그중에는 지문 1행에 와카 1수의 짧은 단도 다수 있다. 전체 와카 209수 중 나리히라의 노래는 45수 정도이며, 그 외는 다른 가인의 와카로 ≪만엽집(万葉和歌集)≫, ≪고금 와카집(古今和歌集)≫, ≪후찬 와카집(後撰和歌集)≫, ≪습유 와카집(拾遺和歌集)≫, ≪쓰라유키집(貫之集)≫, ≪다다미네집(忠嶺集)≫ 등에서 확인되며, 작자 미상의 와카도 다수 포함한다. 이러한 와카를 ‘옛날, 한 남자’의 노래로 삼아 모노가타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125단에 걸쳐 한 남자의 일대기풍으로 이야기를 배열하고 있지만, 나리히라의 일대기가 아니라 완전한 허구에 의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나리히라의 와카와 그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도입한 단에도 역시 허구를 가미해서 창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가집이나 설화집으로 부르지 않고 모노가타리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25단 중에서 다섯 단 정도는 서민층의 이야기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모두 나리히라 또는 나리히라와 닮은 남자의 연애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와카를 읊은 때의 남자와 주변 인물의 세세한 심경의 동요를 간결한 문장으로 기록함으로써 와카가 가진 서정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대체로 와카를 중심에 두고 산문을 통해서 결론을 맺고 있으며, 또한 지문에 묘사된 남녀의 심정과 정황이 와카의 서정을 고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와카와 산문이 교착하는 지점에서 파생하는 섬약한 영탄이 ≪이세 모노가타리≫의 묘미이며, 이 점이 칙찬 와카집(勅撰和歌集)과 매우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고금 와카집≫ 와카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고토바가키(詞書)는 노래를 읊은 사정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뿐이지만, ≪이세 모노가타리≫의 지문은 때와 인물을 서두에서 소개하고 사건이 경과함에 따라 움직일 수 없는 구체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는 모노가타리적 방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세 모노가타리≫ 마지막 단인 125단에는 ‘옛날, 한 남자가 병에 걸려 이제 곧 죽을 것처럼 생각되어 이렇게 읊었다. “결국에 가는 길이라고는 이미 들어 알지만 어제 오늘 일이라 생각도 못했는데(つひにゆく 道とはかねて 聞きしかど きのふけふとは 思はざりしを)”’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고금 와카집≫에서는 이 와카의 배경으로 ‘병이 들어 약해졌을 때 읊었다−아리와라 나리히라 조신(朝臣)’이라는 고토바가키를 붙이고 있다. ≪고금 와카집≫의 머리말과 ≪이세 모노가타리≫의 지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는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세 모노가타리≫의 지문은 ‘옛날’, ‘한 남자’라고 하는 특정한 때와 인물을 제시하고 ‘죽을 것처럼 생각되어’라고 하는 절박한 심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고금 와카집≫은 ‘결국에 가는(ついにいく)’으로 시작되는 와카만을 문학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세 모노가타리≫는 와카뿐 아니라 지문 모두에서 문학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문에 의해 와카는 모노가타리의 일부로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세 모노가타리≫를 가집이라 칭하지 않고 ‘우타모노가타리(노래이야기)’라고 일컫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책 속으로
 
·제6단 아쿠타가와 강(芥河)
 
옛날,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에게는 여러 해 동안 마음에 두고 구혼한 여자가 있었는데, 자신의 신분으로는 도저히 얻기 힘든 여자였기 때문에 결국 훔쳐 내기에 이르렀다. 남자는 기회를 틈타 무척 어두운 밤에 여자를 훔쳐 내어 도망친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아쿠타가와(芥河)라고 하는 강에 다다랐을 때, 여자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이슬을 보고 “저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지만 남자는 정신이 없어 대답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갈 길은 멀지만 밤도 깊은 데다가 번개도 격렬하게 치고 비도 심하게 내리므로, 남자는 도깨비가 있는 곳인지도 모르고 황폐한 곳간에 여자를 안쪽으로 밀어 넣고는 활과 전통을 메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어서 밤이 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곳간 안에 있던 도깨비가 여자를 한입에 삼켜 버렸다. 여자가 “아아” 하고 소리쳤지만 번개 치는 소리에 남자는 듣지 못했다. 이윽고 날이 새어 남자가 곳간 안으로 들어가 보니 데리고 온 여자가 없다. 발을 구르며 울어 보지만 아무런 보람이 없다.
 
저 흰 구슬은 무엇이오 여자가 물어봤을 때
이슬이라 답하고 사라져 버릴 것을
白玉か 何ぞと人の 問ひし時
つゆとこたへて 消えなましものを
 
이것은 이후의 니조 황후(二条の后)가 사촌인 여어(女御)를 시중들듯이 지내고 계실 때의 일로, 그 자태가 매우 아름다워 한 남자가 약탈해 도망가는 것을 오라버니인 호리카와 대신(堀河の大臣)과 장남 구니쓰네 대납언(太郎国経の大納言)이 뒤쫓아 가 구한 일에서 연유한다. 대신과 대납언이 아직 낮은 관직으로 궁에 입궐할 때 심히 우는 여자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뒤쫓아 가 가로막고 되찾아 오신 것이다. 그것을 이렇게 도깨비라고 말한 것이다. 황후도 아직 무척 젊고 보통 신분으로 계실 때의 일이라고 하더라.
 
·제14단 망할 닭(くたかけ)
 
옛날, 한 남자가 특별한 목적도 없이 방랑하다가 마음이 이끌려 미치노쿠 지방(陸奥の国)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곳에 사는 한 여자가 교토 사람은 만나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한 것인가, 한결같이 사모의 정을 품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의 그런 심정을 노래로 읊어 남자에게 보냈다.
 
서툰 사랑에 애타 죽는 일 없이 누에가 되면
좋겠소 아주 짧은 목숨이라고 해도
なかなかに 恋に死なずは 桑子にぞ
なるべかりける 玉の緒ばかり
 
노래까지 촌스러웠다. 그래도 역시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던 것일까. 남자는 여자네 집으로 가서 하룻밤 잠을 잤다. 그런데 남자가 아직 날도 새지 않은 어두컴컴한 시간에 돌아가자 여자는,
 
날이 밝으면 저 망할 닭 물통에 처넣을 테다
밤이 새기도 전에 낭군을 보냈으니
夜も明けば きつにはめなで くたかけの
まだきに鳴きて せなをやりつる
 
라고 애정 담긴 노래를 읊었지만, 남자는 교토에 간다고 말하며,
 
구리하라의 아네하 소나무가 사람이라면
교토의 선물로서 데리고 가 줄 텐데
栗原の あねはの松の 人ならば
みやこのつとに いざといはましを
 
라고 읊어 보냈다. 그런데 여자는 노래의 의미를 잘못 해석해 기뻐하며 “그 사람은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나 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제23단 우물 벽(筒井筒)
 
옛날, 교토를 떠나 오랫동안 시골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아이들은 우물가에 나와 놀곤 했는데, 성인이 되자 남자도 또한 여자도 서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남자는 이 여자를 꼭 아내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여자도 이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어 해서, 부모가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인근에 살고 있던 그 남자가 이런 노래를 읊어 보내왔다.
 
우물의 벽에 키를 맞추며 놀던 나의 신장도
우물보다 컸겠죠 보지 않은 사이에
筒井つの 井筒にかけし まろがたけ
過ぎにけらしな 妹見ざるまに
 
이 노래에 여자가 반가로,
 
길이 대 보던 가르마 탄 머리도 어깰 넘었소
그대 아니고 누가 올려 묶어 주리오
くらべこし ふりわけ髪も 肩すぎぬ
君ならずして たれかあぐべき
 
라고 읊어 보내는 등,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두 사람은 희망하던 대로 결혼을 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는 사이 여자가 부모를 잃어 생활이 곤궁해져 감에 따라, 남자는 이 여자와 같이 무기력하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 가와치 지방(河内の国) 다카야스 군(高安郡)에 새로운 처를 만들어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도 이전 여자는 남자를 미워하는 내색도 하지 않고 보내 주는지라, 남자는 여자에게 자기 외에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가와치 지방에 가는 것처럼 꾸미고 마당의 나무 사이에 숨어 보았더니 여자는 무척 꼼꼼히 화장을 하고 시름에 잠겨,
 
바람이 불면 도적이 출몰하는 다쓰타 산을
이 밤중에 당신은 홀로 넘는 건가요
風吹けば 沖つしら浪 たつた山
夜半にや君が ひとりこゆらむ
 
라고 읊는 것을 듣고 남자는 더없이 사랑스럽게 생각해 가와치 지방의 여자에게 가지 않게 되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난 후에 그 다카야스 군의 여자에게 가 보았더니,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는 품위 있게 치장을 하고 있던 여자가 지금은 완전히 긴장감이 풀어져, 스스로 주걱을 들고 그릇에 밥을 푸고 있는 것을 보고 남자는 넌더리가 나서 그 후로는 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가와치의 여자는 야마토 쪽을 바라보며,
 
당신이 사시는 쪽을 바라보면서 살겠습니다
구름아 가리지 마 비가 내린다 해도
君があたり 見つつを居らむ 生駒山
雲なかくしそ 雨はふるとも
 
라고 읊조리며 밖을 내다보고 있으려니, 어느 날 야마토의 남자가 “그쪽으로 가겠다”는 편지를 전해 왔다. 여자는 기뻐하며 남자를 기다렸지만 남자는 오지 않고 몇 번이나 허무하게 시간이 지나가,
 
그대 오신다 전해 주신 밤들이 지나쳐 가니
기대하지 않지만 그리며 지냅니다
君来むと いひし夜ごとに 過ぎぬれば
頼まぬものの 恋ひつつぞ経る
 
라고 읊어 보냈지만, 남자는 더 이상 찾아 주지 않았다.
 
 
·제84단 피할 수 없는 이별(さらぬ別れ)
 
옛날,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낮은 신분이었지만 모친은 황족 출신이었다. 그 어머니는 나가오카(長岡)라는 곳에 살고 계셨다. 아들은 교토의 궁정에 출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있는 곳을 찾아뵈려고 해도 그리 자주 오지는 못했다. 더욱이 그 남자는 외아들이기도 해서 어머니가 무척 애지중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12월 무렵, 시급한 일이라 하며 어머니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놀라서 열어 보았더니 노래가 들어 있었다.
 
늙은 몸이라 피할 수 없는 이별 있다고 들으니
왠지 점점 더 보고 싶은 그대입니다
老いぬれば さらぬ別れの ありといへば
いよいよ見まく ほしき君かな
 
그 아들은 심히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읊었다.
 
이 세상 안에 피할 수 없는 이별 없는 것인가
천세를 기도하는 당신 자식을 위해
世の中に さらぬ別れの なくもがな
千代もといのる 人の子のため
 
 

 
☑ 지은이 소개

작자 미상
 

 
☑ 옮긴이 소개

민병훈
민병훈은 일본의 센슈대학(専修大学)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 입학해 ≪이세 모노가타리≫를 중심으로 하는 우타모노가타리 연구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2001)를 취득했다(문부성 국비 장학생). 박사 과정 중에 집필한 논문 <≪伊勢物語≫六段の<あくたがはといふ河>考−地史的視点から−>가 ≪国語と国文学≫에 게재되기도 했다. 귀국 후 2002년 9월 대전대학교 일어일문학과의 전임 강사로 임용되어 현재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재직하는 동안 국제협력센터장, 신문방송사 주간 등을 역임했으며, 대외적으로는 한국일본문화학회 편집이사, 학술이사, 고전분과이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일본어문학회 학술이사, 한국일어일문학회와 대한일어일문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에 ≪歌物語の淵源と享受≫, ≪일본의 신화와 고대≫, ≪わかる日本文化≫(공저, 고등학교 국정교과서), ≪出雲文化圈と東アジア≫(공저), ≪한 권으로 읽는 일본 문학사≫ 등이 있으며, 최근 5년간의 주요 논문으로 <모노가타리의 유리론−박해와 도망의 심층−>, <야마토타케루의 영상−서국 정벌담을 중심으로−>, <≪土佐日記≫における楫取蔑視の視座>, <神話に見る英雄の神性>, <≪土佐日記≫に見る送別の諸相>, <≪竹取物語≫の主題と方法>, <≪土佐日記≫の方法−<前の守>と<船君>と−>, <≪다케토리 모노가타리≫의 성립 시론−모노가타리의 시조성−>, <神話における征討者と統治者の映像> 등이 있다.
 
 
 

☑ 목차

제1단 관례(初冠)·················3
제2단 서경(西の京)················6
제3단 히지키모(ひじき藻)·············7
제4단 서편 건물(西の対) ·············9
제5단 관문지기(関守)···············12
제6단 아쿠타가와 강(芥河)············14
제7단 돌아가는 파도(かへる浪)··········17
제8단 아사마 봉우리(浅間の嶽)··········18
제9단 아즈마 하향길(東下り)···········19
제10단 논 위의 기러기(たのむの雁)········25
제11단 하늘을 떠가는 달(空ゆく月)········28
제12단 도둑(盗人)················29
제13단 무사시 등자(武蔵鐙)············31
제14단 망할 닭(くたかけ)·············34
제15단 시노부 산(しのぶ山)············37
제16단 기노 아리쓰네(紀有常) ··········38
제17단 방문 뜸한 사람(年にまれなる人)······42
제18단 흰 국화(白菊)···············44
제19단 저 구름처럼(天雲のよそ)··········46
제20단 단풍잎(楓のもみじ)············48
제21단 서로 다른 세상(おのが世々) ········50
제22단 천 일 밤을 하룻밤이라(千夜を一夜)·····54
제23단 우물 벽(筒井筒)··············56
제24단 아즈사 활(あづさ弓)············61
제25단 만나지 못하고 자는 밤(あはで寝る夜)····64
제26단 중국 배(もろこし船) ···········66
제27단 대야에 비친 모습(たらいの影) ·······67
제28단 만나기 어려워졌나(あふごかたみ)·····69
제29단 벚꽃 하연(花の賀)·············70
제30단 아주 뜸하게 만났던 여자(はつかなりける女)·71
제31단 좋습니다, 풀잎처럼(よしや草葉よ)·····72
제32단 베실 꾸리(倭文のをだまき)········73
제33단 물가 후미진 곳(こもり江)·········74
제34단 마음을 열지 않는 냉담한 여자(つれなかりける人)·····················76
제35단 거품 엮은 끈(あわ緒)···········77
제36단 칡덩굴(玉かづら)·············78
제37단 허리끈(下紐)···············79
제38단 사랑이라고 하는(恋といふ)·········81
제39단 미나모토노 이타루(源至)··········82
제40단 사랑에 목숨을 건(すける物思い)······86
제41단 자초(紫)·················89
제42단 어떤 이의 길(たが通ひ路)·········91
제43단 소문만 성한(名のみ立つ)··········93
제44단 전별식(馬のはなむけ)···········95
제45단 가는 반딧불(行く蛍)············97
제46단 사이좋은 친구(うるわしき友)·······100
제47단 당신 부르는(大幣の)···········102
제48단 나를 기다리는 곳(人待たむ里)·······104
제49단 젊디젊어서(うら若み)··········105
제50단 동그란 계란(鳥の子)···········107
제51단 국화(菊)·················110
제52단 창포를 베며(あやめ刈り)·········111
제53단 만나기 힘든 여자(逢いがたき女)······112
제54단 냉담한 여자(つれなかりける女)······113
제55단 당신의 말(言の葉)············114
제56단 풀로 엮은 초막(草の庵)··········115
제57단 사랑에 지친(恋ひわびぬ)·········116
제58단 황폐해진 처소(荒れたる宿)········117
제59단 히가시야마 산(東山)···········120
제60단 귤꽃(花橘)················122
제61단 소메카와 강(染河)············124
제62단 꽃잎 떨어진 가지(こけるから) ······126
제63단 늙은 여자의 머리(つくも髪)········128
제64단 구슬 발(玉簾)··············132
제65단 아리와라씨 남자(在原なりける男)·····134
제66단 미쓰 해변(みつの浦)···········141
제67단 눈꽃 피어 있는 숲(花の林)·········143
제68단 스미요시 해변(住吉の浜)·········144
제69단 사냥의 명을 받은 칙사(狩の使)·······146
제70단 어부의 낚싯배(海人のつり舟)·······152
제71단 신의 담장(神のいがき)··········153
제72단 오요도의 소나무(大淀の松)········155
제73단 달 속의 계수나무(月のうちの桂)······156
제74단 첩첩 산(重なる山)············157
제75단 청각채(海松)···············158
제76단 오시오 산(小塩の山)···········161
제77단 봄과의 이별(春の別れ)··········163
제78단 야마시나의 친왕(山科の宮)········166
제79단 천 길 나무 그늘(千ひろあるかげ)·····169
제80단 쇠락한 집안(おとろえた家)········171
제81단 소금가마(塩竈)··············172
제82단 나기사노인(渚の院)···········174
제83단 오노(小野)················180
제84단 피할 수 없는 이별(さらぬ別れ)······182
제85단 그치지 않는 눈(目離れせぬ)········185
제86단 나름대로 살면서(おのがさまざま)·····187
제87단 누노비키 폭포(布引の滝)·········188
제88단 달도 찬미 안 해요(月をもめでじ)·····193
제89단 헛소문(なき名)·············194
제90단 벚나무 꽃(桜花)·············195
제91단 아쉬워해도(惜しめども)·········196
제92단 발판 없는 작은 배(棚なし小舟)······197
제93단 차이 나는 신분(たかきいやしき)······198
제94단 단풍도 꽃도(紅葉も花も)·········199
제95단 견우성(ひこ星)·············201
제96단 아마노사카테(天の逆手)·········202
제97단 마흔 살을 축하하는 연회(四十の賀)····205
제98단 세공한 매화 나뭇가지(梅の造り枝)·····206
제99단 활 경기의 날(ひをりの日)·········207
제100단 망우초(忘れ草)·············209
제101단 기이한 등나무 꽃(あやしき藤の花)····211
제102단 속세의 번잡함(世のうきこと)······214
제103단 함께 잔 밤(寝ぬる夜)··········215
제104단 가모노마쓰리(賀茂の祭)·········216
제105단 하얀 이슬(白露)·············218
제106단 다쓰타 강(龍田河)············219
제107단 처지를 아는 비(身をしる雨)·······220
제108단 파도에 젖는 바위(浪こす岩)·······224
제109단 사람이 먼저 덧없이(人こそあだに)····226
제110단 혼을 묶어(魂結び)············227
제111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まだ見ぬ人)····228
제112단 스마의 어부(須磨のあま)········231
제113단 짧은 마음(短き心)············232
제114단 세리가와 강으로의 행차(芹河行幸) ····233
제115단 미야코시마(みやこしま)·········235
제116단 오래된 가옥(はまびさし)········236
제117단 스미요시로의 행차(住吉行幸)·······238
제118단 잊지 않았다는 말(たえぬ心)·······240
제119단 추억거리(形見) ·············241
제120단 쓰쿠마 마쓰리(筑摩の祭)·········242
제121단 우메쓰보(梅壷)·············243
제122단 이데의 고운 물(井出の玉水)·······245
제123단 메추라기(うづら)············246
제124단 나와 같은 마음의 사람(われとひとしき)··248
제125단 결국에 가는 길(つひにゆく道)······249
 
부록−≪이세 모노가타리(伊勢物語)≫를 통해서 본 고대의 관동(關東)···············251
 
 
해설······················281

옮긴이에 대해··················289

2014년 2월 24일 월요일

눈 雪


제목 : 눈(雪)
저자/역자 : 나카야 우키치로(中谷宇吉郞)/ 오재현
분야 : 자연과학
쪽수 : 196쪽
판형 : 사륙판(128*188)
출간일 : 2008. 11. 15
가격 : 12,000원
ISBN : 978-89-6228-156-9 0 0440




☑ 책 소개

이 책은 193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쇄를 거듭한 자연과학 분야의 고전이다. 수많은 사진을 포함한 눈[雪]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거니와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연구를 집요하게 파고든 나카야 우키치로를 접할 수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눈>>은 나카야 우키치로가 홋카이도 대학교 교수 시절에 ‘눈의 결정’에 관해서 연구한 연구 경과 및 결과를 쓴 것이다. 도쿄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유학을 마친 뒤 홋카이도 대학교 교수가 된 지은이는 초기에 현미경과 사진기만을 가지고 눈 연구를 수행했다. 빈약한 장비로 수행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나자 비로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받아 한층 더 발전된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며, 그 후 이러한 연구 과정과 결과 등을 담아 이 책을 집필한 것이다.
이 책은 “머리말”, 제1장 “눈과 인생”, 제2장 “‘눈의 결정’ 잡화”, 제3장 “홋카이도에서의 눈 연구 얘기”, 제4장 “눈을 만드는 얘기”, “부기”, “부기−제11쇄를 내면서”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눈과 인생에 관해서, 특히 눈으로 인한 재해에 관해서 언급한다. 특히 일본의 지형적 특성, 즉 눈이 많이 내리고 쌓이는 문제로 일어나는 피해를 과거의 문헌을 제시하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본래 이 책의 목적은 눈이 생겨서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를 설명하는 데 있기 때문에 지상에 쌓인 눈의 물리적 성질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제2장은 특히 자연과학과 관련 없는 독자를 위해 특별히 집필했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1250년대 눈의 결정을 처음 인식한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부터 시작해 미국의 벤틀리, 일본의 도이 도시쓰라 등 눈을 관찰한 역사를 기술한다. 그다음 눈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눈의 정의를, 또 눈의 형태를 과학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제3장은 홋카이도에서의 눈 연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가 대학과 해발 1100m 도카치다케(十勝岳) 산장에서 촬영한 눈의 결정 사진이 3000장이나 되었다. 이 사진을 기반으로 천연 상태에서 볼 수 있는 41종의 눈 종류를 7결정형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한 해 겨울 동안의 관측을 정리해서 각 결정의 강하 빈도를 다·중·소·희귀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 장에서는 영하 10도 이하인 도카치다케 산장에서 여러 시간 연속 관측을 하며 겪는 어려움이 생생하게 기술되고 있다.
제4장은 눈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얘기다. 이 책의 핵심 부분으로 지은이의 꿈이자 연구의 핵심이다. 간단히 그 과정을 짚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그는 먼저 서리의 결정을 만들었다. 서리와 눈은 결정의 습성상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인공 서리의 생성 조건을 만들고, 눈의 결정이 매달릴 수 있는 장치(토끼털)를 마련해서, 그 장치를 저온으로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수증기로 포화된 공기를 점차 냉각해, 기온을 0도 이하로 할 때 핵(미세 먼지 혹은 이온)이 되는 것이 있으면 토끼털의 선두에 눈의 결정이 생기고, 그 후 과포화의 공기가 이 결정에 접촉되면 눈이 커진다. 이렇게 하고 여러 가지 조건을 변화시켜 그는 12형의 인공 눈을 만들기에 이른다.


☑ 책 속으로

1.
해마다 늘어나는 스키 인구, 겨울 산을 등산하는 사람, 희생을 무릅쓰고 히말라야 산에 도정하는 서구의 등산가들, 이들은 눈과 싸우고, 눈을 즐기고, 눈의 매력에 끌리고 있지만, 눈을 근본적으로 연구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여기에 비해서는 훨씬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매년 몇 백만의 인간이 적설로 고통 받아 우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눈 때문에 매년 1억 엔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소수의 사람들은 이 해결책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2.
눈은 고층에서 먼저 중심부가 생성되고 그것이 지표까지 내려오는 동안 각 층에서 각기 다른 성장을 해서 복잡한 형이 되어 지표에 도달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눈의 결정 형태나 모양이 어떤 조건에서 생성된 것인지 알고 나서 결정의 현미경 사진을 보면, 상층부터 지표까지의 대기 구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의 결정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보고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눈의 모든 종류를 만들 수 있으면, 그 실험실 내의 측정값으로부터 이제는 역으로 그 모양의 눈이 내린 때의 상층 기상 상태를 유추(類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면 눈의 결정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의 문구는 결정의 형태나 모양이라는 암호로 쓰여 있는 것이다. 이 암호를 해독하는 작업이 인공 눈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3.
위대한 사람의 위대한 업적 소개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연구에 관한 얘기도 일부의 독자에게는 흥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이 이 책을 만든 취지다.


☑ 지은이 소개

나카야 우키치로(中谷宇吉郞, 1900~1962)
이시카와 현 가타야마쓰(石川縣 片山津)에서 태어난, 일본 소화(昭和) 시기의 물리학자이자 수필가다. 도쿄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28년 영국에 유학한 후 1932년에 홋카이도 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대학 시절에는 당대의 물리학자이자 시인이며, 수필가인 데라다 도라히코(寺田寅彦, 1878∼1935)에게 사사해, 오랫동안 학풍과 인맥을 같이했다. 1941년 눈의 결정 연구로 학사원상을 수상했다. 종전 후 홋카이도 대학 농업물리연구소 및 저온과학연구소 소장, 미국 프린스턴 고급과학연구소 교수, 국제설빙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동안 자연과 인생에 대한 독자적 통찰이 넘치는 수필을 다수 발표했다. 저서로는 ≪근년의 불꽃 방전에 대한 연구≫(1936), ≪겨울 꽃≫, ≪눈≫(1938), ≪번개≫(1939), ≪눈의 연구≫, ≪과학과 사회≫(1949), ≪과학의 방법≫(1958) 등이 있으며, 분페이는 1977년에 ≪나카야 우키치로의 생애≫를 출판했다.


☑ 옮긴이 소개

오재현
1929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에서 공학사, 공학 석사,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하대학교 교수(광산공학과), (재)금속·연료종합연구소 선광연구실장, 연세대학교 교수(금속공학과)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다.
1982년에는 South Dakota School of Mines & Technology와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 State University에서 연구한 바 있고, 1991년에는 대만 국립성공대학(國立成功大學) 객좌 교수(客座敎授)로 재직했다. (사)한국자원리사이클링학회를 설립, 초대, 2대 회장을 지내고, 현재 명예 회장으로 있으며, 동아시아 자원리사이클링 국제조직위원 및 (사)한국자동차공업협회 자동차재활용평가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공석처리공학≫(공저, 1981), ≪일본의 리사이클링 산업≫(공저, 1998), ≪자동차 리사이클링 기행≫(2002), ≪오래된 일본 여행≫(2006) 등이 있으며, 150편의 연구 논문과 50편의 연구 보고가 있다.


☑ 차례

머리말
제1장 눈과 인생
제2장 ‘눈의 결정’ 잡화
제3장 홋카이도에서의 눈 연구 얘기
제4장 눈을 만드는 얘기
부기
부기−제11쇄를 내면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법세 이야기


**<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합니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사상 선집입니다.


**가노 고키치 박사는 안도 쇼에키의 독창적이며 비판적인 사상에 감탄해 “쇼에키는 일본이 낳은 최대의 사상가로 세계 사상사에 빛날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쇼에키의 주저인 고본 ≪자연진영도≫ 중에서 <법세 이야기>만을 택해 완역했다.


☑ 출판사 책 소개

안도 쇼에키는 에도시대 중기인 18세기, 농민 사상을 대표했던 유물주의 철학자다. 변증법 사상과 사회관의 반봉건적 성격 때문에 그는 사후 저작물과 함께 묻혀 버렸고, ‘잊힌 사상가’가 되었다. 교토대학의 가노 고키치 박사가 헌책방에서 ≪자연진영도≫라는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발견하게 되면서 안도 쇼에키와 그의 사상은 약 100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가노 교수는 ≪자연진영도≫의 독창적이며 비판적인 사상에 “쇼에키는 일본이 낳은 최대의 사상가로 세계 사상사에 빛날 인물”이라고 감탄했다.

쇼에키는 인류의 역사가 태고의 자연세로부터 성인이 출현한 이래의 법세를 거쳐 이상사회인 자연세로 되돌아간다고 봤다. ‘자연세−법세−자연세’라는 쇼에키의 역사관은 근대적인 진보 사관이나 변증법적인 발전 사관이 아니라 동양 고대의 순환 사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도원향(桃園鄕)으로서의 이상사회를 꿈꾸기만 한 유토피언은 아니었다. 최고 강령으로서의 ‘자연세’에 도달하기 위한 과도적 사회를 모색하고 있는데, 이런 과도적 사회는 ‘읍정(邑政)’ 자치를 기초로 하는, ‘직경자’가 결정권을 가진 사회다. ‘법세’의 계급과 신분 등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모든 인간이 직경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별(二別)’의 문제를 해소해 가게 되는 것이다. 쇼에키에 따르면 과도적 사회에 ‘직경’과 ‘호성’을 체현한 참으로 바른 사람, 곧 ‘정인(正人)’이 나타날 때 ‘자연세’로 이행한다.

<법세 이야기>는 이런 쇼에키의 사상을 동물담이라는 형식에 담아내고 있다. ≪자연진영도≫ 가운데서도 극히 특이한 양식으로 새, 짐승, 벌레, 물고기들이 회합해 인간세계를 비평하는 내용이다. 우화적인 표현과 풍부한 고사, 속담을 이용해 사람이 짐승보다 우월하다는 종래의 주장을 뒤집고 짐승들의 세계가 오히려 인간세계보다 진실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 책 속으로

143쪽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인간의 법세는 금은이 통용되기 때문에 욕심에 미혹되어 수탈과 쟁란이 끊이지 않게 돼 버린 일이.


☑ 지은이 소개

안도 쇼에키(安藤昌益)는 의사이면서도 일본 역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자립적이며 개성적인 사상가였다. 옛날에 흔히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생애에 몇 가지 이름을 가졌듯이 안도 쇼에키도 호를 포함해서 여러 개의 이름을 썼다. 이름을 안도 마사노부(安藤正信)라 쓰고, 일반적으로 호를 쇼에키(昌益)라 썼는데 의사로서는 가쿠류도(確龍堂)란 호를 내걸었다. 그리고 저서에는 주로 가쿠류도 료주(確龍堂良中)라고 적고 있다. ‘확룡’은 ≪주역≫에서 취한 말로, ‘확고하게 그 절조를 빼앗을 수 없는 인물이야말로 지하에 잠복한 용이라고 할 만하다’라는 의미고, ‘양중’이란 ‘중(中)이 좋다’는 의미로 대승불교의 고전에서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1703년에 지금의 일본 아키타(秋田) 현 오다테(大館) 시에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년기와 청년기에 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신이 과거에 선종(禪宗)의 노승으로부터 대오(大悟)를 인정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어 이를 받아들인다면 청년 쇼에키는 깨달음의 경지를 체험한 선승(禪僧)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쇼에키는 승려의 신분을 버리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당시 의학의 중심지였던 교토에서 의학을 배우는 한편 여러 분야의 학문을 연마해 백과사전적 지식인으로 변모했다.

1744년부터는 지금의 아오모리(靑森) 현 하치노헤(八戶) 시에 살면서 지방의 문화 서클에서 사상 강연을 하는가 하면 관청으로부터 어려운 치료를 의뢰받을 정도로 유능한 의사로서의 명성도 얻었다. 쇼에키가 하치노헤에 정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농산물의 지나친 상품작물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이 지방에 크게 흉년이 들었다. 기갈로 인해 환자와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비극적인 사태에 직면한 쇼에키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이 발생한 원인에 눈을 돌렸다. 그는 곧 자연 파괴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경제적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비판적 지성인으로 행동하게 되고 하치노헤는 쇼에키 사상의 탄생지가 된다. 그는 일본 근세 철학사에서 보기 드문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을 남기고 농민 운동가로서 농민들로부터 ‘수농대신(守農大神)’이라 숭앙을 받으며 1762년에 세상을 떠났다.

쇼에키는 대표 저서인 ≪자연진영도≫에서 도쿠가와막부의 봉건제도에 대해 비판하며 무사 계급을 폐지하고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농업 평등 사회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그는 19세기에 일어난 왕정복고 운동의 선구자이며, 동서양 학문에 박학다식하고 유럽 사상을 연구한 최초의 일본인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중심 사상으로는 기일원론(気一元論), 사회변혁론(社会変革論), 존왕론(尊王論) 등을 들 수 있다.

쇼에키의 저서로서는 원고본과 간행본으로 된 ≪자연진영도≫와 ≪통도진전(統道真傳)≫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박문현

박문현(朴文鉉)은 경북 자인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하고 부산대, 영남대, 동국대에서 철학 및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198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동의대학교 철학과에 재직하면서 인문과학연구소장 및 중앙도서관장을 역임했다. 도쿄대 방문교수 및 옌볜과기대 객원교수를 거쳤다. 새한철학회 회장을 지내고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회장으로 있다. <묵자의 경세사상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묵자 사상 논문 20여 편을 국내외에 발표했다. ≪묵자≫, ≪기(氣)사상 비교연구≫를 번역했고, 공저로는 ≪철학≫, ≪세계고전오디세이2≫, ≪동양 환경사상의 현대적 의의≫(일본), ≪묵학 연구≫(중국) 등이 있다.

강용자

강용자(姜容慈)는 일본 국학원(國學院)대학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요슈(萬葉集)를 텍스트로 해 한일 간 고대 문화의 관계를 전공했으며 부산대학교, 동아대학교, 부경대학교, 경남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해양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동서대학교를 거쳐 현재 창원대학교, 동의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번역서로 ≪인터넷 시대의 종교≫(도서출판 역락, 2005), ≪女帝의 사랑−詩人 柿本人麻呂≫(제이플러스, 2003), ≪일본 풍토기≫(동아대학교 출판부, 1999), ≪풍토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일본의 종교≫(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고사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양생훈≫(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萬葉 祈禱文化考>, <‘萬葉集’에서 보는 他界觀>, <萬葉 ‘夢’考>, <萬葉 神觀考>, <萬葉 天皇考> 등이 있다.


☑ 목차

1. 새들이 회합에서 법세에 대해 논의하다······3
2. 짐승들이 회합에서 법세에 대해 논의하다·····46
3. 벌레들이 회합에서 법세에 대해 비평하다·····86
4. 물고기들이 회합에서 법세에 대해 비평하다···121
해설······················145
지은이에 대해··················157
옮긴이에 대해··················160

2012년 1월 5일 목요일

무라사키시키부 일기 紫式部日記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 ≪겐지 이야기≫의 작가 무라사키시키부.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헤이안 시대의 대표적인 재녀로 손꼽히는 그녀의 일기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겐지 이야기≫의 배경이 된 궁중 문화와 귀족들의 생활 모습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글에 드러난 솔직한 서술을 통해 무라사키시키부라는 독특한 여인을 만날 수 있다.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마쿠라노소시≫의 작가 세이쇼나곤, 와카의 명수 이즈미시키부에 대한 비평도 있다.
정순분 교수의 상세한 주석과 친절한 해제, 전문적인 해설이 독자를 헤이안 시대로 안내한다. 부록으로 실린 논문 두 편은 무라사키시키부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덤이다.

☑ 출판사 책 소개

무라사키시키부가 궁중에 출사해서 2, 3년 지날 무렵에 일어난 일대 경사가 쇼시 중궁의 출산으로, 쇼시 중궁의 부친이자, 당대 최고의 권력자였던 후지와라노 미치나가는 이 중대사의 전말을 무라사키시키부에게 기록하도록 명하고, 그에 그녀는 타고난 관찰력과 치밀함으로 출산 전부터 출산 당일, 그리고 그 후의 축하 연회 등에서 사람들의 배치나 복장, 행동 등을 남김없이 메모해 두고 그것을 토대로 해 2년 후인 1010년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회상록 형태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본 일기는 쇼시 중궁이 회임해 친정집인 쓰치미카도(土御門) 저택에 퇴궐해 출산을 기다리는 7월 중순부터 시작되고 있다. 미치나가에게는 정권을 확립해 가문에 영화를 가져다 줄 쇼시 중궁의 출산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에 해당했으며 그 대단한 사건의 전말을 써서 남길 필요가 있었다. 이에 미치나가는 학문적 재능이 있던 무라사키시키부에게 쇼시 중궁의 출산 장면을 기록하도록 명한 것이다.
무라사키시키부는 여기에 현재의 신문 기사와 같이 객관적인 기록의 형태를 취하지는 않았다. 쓰는 주체인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 이를테면 ‘무라사키시키부가 본 쇼시 중궁님 출산 전후’라는 르포, 혹은 수기와도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 여기저기에 궁중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터놓고 지낸 동료 여방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언뜻 보면 쇼시 중궁의 경사스러운 일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것들 때문에 독자는 무라사키시키부라는 한 개인의 눈과 마음을 통해서 쇼시 후궁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국모인 중궁도 시키부가 그린 모습은 권위적이고 딱딱한 것이 아니었다. 쇼시 중궁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험난했나 하는 것은 당시의 귀족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 일기는 화려한 세계 속에 들어 있는 ‘고통’의 면까지도 빼놓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키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인생의 화려함과 쓸쓸함,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개성적인 궁중 출사 기록. 거기에는 약간 앞선 시기에 쓰인 세이쇼나곤(淸少納言)의 ≪마쿠라노소시(枕草子)≫를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쿠라노소시≫는 쇼시 중궁과는 라이벌 관계가 되는 데이시 중궁의 후궁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시키부가 쇼시 중궁의 후궁 문화를 기록하는 이상, 경쟁의식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시키부에게 있어서 세이쇼나곤은 넘어야 할 하나의 큰 산이었음이 분명하다. 본 일기, 혹은 ≪겐지 이야기≫가 ≪마쿠라노소시≫의 세계를 넘어서 어떤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헤이안 여류 일기문학의 효시 ≪청령일기≫(미치쓰나 어머니 / 정순분)
헤이안 수필문학의 효시 ≪마쿠라노소시≫(세이쇼나곤 / 정순분)
세계 최초 장편소설 ≪겐지 이야기≫(무라사키시키부 / 김종덕)
≪겐지 이야기≫에 대한 최고의 해설서 ≪겐지 이야기를 읽는 요령≫(모토오리 노리나가 / 정순희)
헤이안 최초의 칙찬 와카집 ≪고금와카집≫(기노 쓰라유키 외 / 최충희)
일본 최초의 시가집 ≪만엽집≫(유라쿠 천황 외 / 고용환, 강용자)


☑ 책 속으로

●황자님 첫 목욕식은 유시부터라고 했다. 등불을 켜고 중궁직 하인이 보통 옷 위에 백견 도포를 입고 목욕물을 날랐다. 목욕통을 앉힌 받침대는 모두 흰 천으로 씌워져 있었다. 오와리노쿠니 지방 수령인 지카미쓰와 중궁직 시장인 나카노부가 목욕통을 메고 발 있는 데까지 날라 오면, 발 안에서 기요이코(淸子) 명부와 하리마(播磨) 여방이 그 통을 받아 물 온도를 가늠하고, 오모쿠(大木工) 여방과 우마(馬) 여방이 그것을 받아 항아리 하나하나에 부었다. 열여섯 개의 항아리를 다 채우자 나머지 물은 욕조에 부었다. 여방들은 얇은 천의 우와기와 당의를 입고 오목 무늬 치마를 둘렀으며, 앞머리에는 사이시를 꽂고 뒷머리는 하나로 해서 흰 천으로 묶었다. 머리가 평상시보다 단정하고 깔끔했다. 황자님께 물 끼얹는 역할은 사이쇼 여방이 하고, 그 보조역은 다이나곤 여방이 맡았는데 두 사람 모두 흰옷 입은 모습이 매우 정갈하게 보였다.
황자님은 대감님께서 안고 오셨는데, 고쇼쇼 여방과 미야노 내시가 각각 신검과 호랑이 두상을 들고 그보다 앞섰다. 내시의 당의는 솔방울 문양이 그려진 것이었고, 치마는 바다 그림 위에 주변 경치를 수놓은 것이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이 치마 허릿단으로, 얇은 천에 당초 문양을 수놓아 매우 화려했다. 고쇼쇼 여방도 허릿단에 가을 풀숲, 나비, 새와 같은 문양을 은사로 수놓은 치마를 둘렀는데 옷감은 신분에 따라 정해져 있으므로 허릿단을 색다르게 꾸며서 입은 것이리라.
대감님의 두 도련님과 겐노 소장(源少將)께서 쌀을 뿌리시는데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소리가 크게 나게 뿌리셨다. 마침 호신법 때문에 대령해 있던 조도사 스님은, 쌀을 피하려고 얼른 부채를 펴서 머리 위에 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젊은 여방들은 웃음을 못 참고 내내 키득거렸다.

●천황님 행차 날이 가까워지자 대감님께서는 집안 단장에 한층 더 신경을 쓰셨다. 실로 멋있게 핀 국화를 어디에선가 캐 오시어 집 안을 환하게 장식하셨는데, 형형색색으로 핀 국화 중에서도 탐스러운 노란 국화를 아침 안개 사이로 보고 있자니, 옛말에도 있듯이 몸이 저절로 젊어지는 것 같았다. 아, 내가 이 허무한 세상에서 적당히 사는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광경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을 느낄까? 이렇게 멋있고 근사한 것을 앞에 두고도 오히려 출가하고픈 마음만 더 강해지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모든 게 우울하고 한탄스럽기만 하다.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안 좋은 일은 다 잊어버리자고 굳은 결심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이런 식으로 살면 오히려 죄만 더 깊어진다며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고쳐먹으려고 해도 날만 새면 또다시 멍하니 상심에 빠지게 된다. 연못의 물새들도 언뜻 보면 아무런 근심 없이 유유히 노닐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저기 물새를 물 위에 뜬 허망한 거라 보겠나 이 몸 또한 뜬세상 허무하게 사는데

저 물새들도 남 보기에는 즐거운 듯해도 그 몸이 되어 보면 나처럼 힘든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대감님께서 ≪겐지 이야기≫가 중궁님 어전에 있는 것을 보시더니, 농담 식으로 매실 아래 깔린 종이에 다음과 같이 쓰셨다.

바람둥이라 소문 다 나 있으니 본 사람마다 모두 꺾었을 거라 이 몸은 생각하네

그래서,

“남에게 아직 꺾인 일 없는 사람 그 어느 누가 바람둥이라는 말 함부로 하는 건가

이상도 해라” 하고 여쭈었다.

●2일, 중궁님 대향은 중지되고 임시 손님맞이만 동쪽 마루방을 꽉 채운 채 진행되었다. 열석한 공경님들은 부대납언, 우대장, 중궁 대부, 4조 대납언, 권중납언, 시종 중납언, 좌위문독, 아리쿠니 재상, 대장경, 좌병위독, 겐 재상 등으로, 서로 마주 앉아 계시는 식이셨다. 겐 중납언, 우위문독, 좌우 재상 중장은 중방 아래쪽의 당상관 자리 상석에 앉아 계셨다. 대감님께서 황자님을 안고 납시어 인사를 올리도록 하셨는데, 그때 안방마님께 “작은 황자님을 안아 드리게” 하시자, 큰 황자님께서 “싫어” 하며 투정을 부리셨다. 대감님께서 얼른 큰 황자님을 달래셨는데 그 모습을 우대장께서는 흥미롭다는 듯이 보고 계셨다.
공경들께서 세이료덴에 대령하고 주상 전하께서 대전에 납시자 아악 연주가 시작되었다. 대감님께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술에 취해 계셨다. 나는 시끄러운 것이 싫어 나가지 않고 숨어 있었는데 결국 대감님께 들켜 버렸다. “자네 아버지는 아악 연주에 불렀는데도 대령하지 않고 바로 퇴청해 버렸다네” 하며 기분이 상한 듯 말씀하셨다. “내 화가 풀리도록 노래 하나 읊어 보게나. 아버지 대신 벌을 받는 거니까 그렇게 알게. 더구나 오늘이 초자일이니 노래를 읊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지” 하고 재촉하셨다. 하지만 바로 읊어 올린다 해도 제대로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대감님 얼굴은 취기가 올라 불그스름한데 그 모습이 불빛에 비치니 빛이 나고 보기에도 좋았다. “이 수년 동안 중궁께서 아이 하나 없이 쓸쓸히 계셨는데 이렇게 양쪽에 황자님이 계신 모습을 보니 그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라고 하시며 침상 휘장을 제치고 황자님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곤 하셨다. 그리고 “들판에 어린 솔이 없었더라면” 하고 읊조리셨다. 이런 때는 새로운 노래를 읊는 것보다 옛 노래 중에 걸맞은 것을 읊조리는 것이 더 풍취가 있다.


☑ 지은이 소개

무라사키시키부(紫式部, 10세기∼11세기, 생몰년 미상)
지은이 무라사키시키부(紫式部, 10세기∼11세기, 생몰년 미상)는 헤이안 시대인 중기의 여성 작가이자 가인(歌人)이다. 세계적인 고전 ≪겐지 이야기(源氏物語)≫의 지은이이기도 한 그녀는 1920년대 영국의 아서 웨일리가 ≪겐지 이야기≫를 번역, 소개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사실 무라사키시키부(이하 시키부)라는 호칭은 본명이 아니라 궁정에 출사했을 때의 여방(女房)명이다. 당시의 여성은 황족이 아니면 이름(본명)이 없었으며, 귀족 여성의 경우에는 주로 아버지 이름을 따서 아무개 딸로 불렸다. 단지 궁중에 여방으로 출사한 사람은 여러 사람 중에 특정해서 칭할 이름이 필요했으므로 여방명이 있었다.
시키부는 출사 초기에는 아버지 후지와라노 다메토키의 성(姓)과 관직을 따서 도시키부(藤式部)라고 불렸는데, ≪겐지 이야기≫가 널리 읽히면서 ≪겐지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 무라사키 부인의 이름을 따서 무라사키시키부로 칭해지게 되었다.
태어난 해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주변 문헌에 의거해 유추할 수밖에 없는데 973년 설 외에도 970년 설, 978년 설 등이 있다.
시키부는 매우 총명해 한학자인 아버지가 남동생 노부노리에게 가르치고 있던 한문을 옆에서 귀동냥으로 배워 노부노리보다도 빨리 터득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이 아이가 남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탄식을 했을 정도였다. 궁중에 출사하고 나서는 모시고 있던 쇼시 중궁에게 백낙천(白樂天)의 ≪백씨 문집≫을 진강할 정도로 한시문에 대한 소양이 깊었으며 그러한 학문적 지식과 그에 의해 터득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은 ≪겐지 이야기≫ 창작에 풍부한 밑거름이 되었다.


☑ 옮긴이 소개

정순분
정순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으며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일본 문학 전공)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문학인 헤이안 문학을 폭넓고 깊이 있게 연구, ≪마쿠라노소시≫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현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미국 플로리다대학 아시아어문학부 객원교수로 있었다. 저서에 ≪枕草子大事典≫(공저, 2001), ≪枕草子 表現の方法≫(2002), ≪枕草子와 平安文學≫(2003), ≪平安文學の風貌≫(공저, 2003), ≪交錯する古代≫(공저, 2004), ≪日本古代文學と東アジア≫(공저, 2004), ≪일본고전문학비평≫(2006), 옮긴 책에 ≪돈가스의 탄생≫(2006), ≪마쿠라노소시≫(2008) ≪청령일기≫(2009) 등이 있으며 그 외에 헤이안 문학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 목차

1. 쓰치미카도 저택의 가을−1008년 7월 19일 ·····3
2. 대대적인 기도회−7월 20일 새벽녘 ········8
3. 아침 이슬 머금은 마타리꽃−그날 아침 ······14
4. 대감님의 장남 요리미치 님의 내방−그날 저녁 ··19
5. 풍아한 연회−7월 하순 ·············23
6. 관료들의 숙직−8월 20일 지나서 ·········26
7. 사이쇼 여방의 낮잠−8월 26일 ··········29
8. 중양절, 국화꽃에 씌웠던 솜−9월 9일 ······33
9. 향 피우기−같은 날 밤 ·············36
10. 기도하는 사람들−9월 10일 ··········40
11. 중궁님 순산 기원−9월 11일 아침 ········47
12. 황자님 탄생 ·················53
13. 크나큰 경사 ·················58
14. 신검, 탯줄, 첫 모유를 먹이는 의식 ·······62
15. 첫 목욕 의식−같은 날 밤 ···········64
16. 여방들의 복장−9월 12일 ···········70
17. 황자님 탄생 사흘째 날의 축하 의식−9월 13일 밤 ·74
18. 황자님 탄생 닷새째 날의 축하 의식−9월 15일 밤 ·78
19. 달밤의 뱃놀이−9월 16일 밤 ··········86
20. 황자님 탄생 이레째 날의 축하 의식, 흰옷을 보통 옷으로 교체−9월 17일 밤, 18일 ·········90
21. 황자님 탄생 아흐레째 날의 축하 의식−9월 19일 밤 ······················93
22. 첫 손자를 귀여워하는 미치나가−10월 10일이 지나서 ······················95
23. 나카쓰카사노미야 집안과의 인연 ········98
24. 물새에 마음을 담아서−10월 13일 ·······99
25. 시구레 내리는 하늘 ·············103
26. 천황님의 쓰치미카도 저택 행차−10월 16일 ···106
27. 아악 연주, 승진−같은 날 밤 ·········114
28. 황자님의 첫 이발과 담당 관리 임명−10월 17일 ·119
29. 중궁 대부와 중궁 권량−같은 날 밤 ······120
30. 오십일 축하 의식−11월 1일 ·········123
31. 8천 년 이어질 태평성대−같은 날 밤 ······130
32. 책 만들기−11월 10일 전후 ··········132
33. 황자님의 성장 ················136
34. 사가에서의 우울한 마음−11월 15일 전후 ····137
35. 중궁님과 황자님의 환어−11월 17일 밤 ·····142
36. 대감님께서 중궁님께 보내신 선물−11월 18일 ··147
37. 고세치 무희들−11월 20일 ··········151
38. 대전(大殿)의 연취(淵醉), 어전 시범−11월 21일·156
39. 동녀 어람 의식−11월 22일 ··········159
40. 사쿄 여방−11월 23일 ············164
41. 고세치도 지나서−11월 26일 ·········170
42. 임시 마쓰리−11월 28일 ···········171
43. 연말에 혼자 읊조리는 노래−12월 29일 밤 ···174
44. 섣달그믐날 밤의 강도 ············177
45. 신년 하례식−1009년 정월 초하루 ·······181
46. 여방들의 용모와 성격 ············184
47. 재원과 중궁전 ················191
48. 이즈미시키부, 아카조메에몬, 세이쇼나곤 비평 ··200
49. 내 인생을 뒤돌아보며 ············206
50. 저마다 다른 여방들의 심성 ··········212
51. ≪일본서기≫ 박사, ≪백씨 문집≫ 진강(進講) ·214
52. 출가에 대한 고민 ··············219
53. 편지를 마무리하며 ··············220
54. 공양당 참배와 뱃놀이 ············223
55. 대감님과의 증답 ···············226
56. 문 두드리는 사람 ··············228
57. 황자님들의 공양 떡 올리기−1010년 정월 ····230
58. 중궁님의 임시 손님맞이, 초자일 놀이 ······232
59. 나카쓰카사 유모 ···············234
60. 둘째 황자님의 오십일 축하 의식−정월 15일 ··235


부록
비평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다−젠더적 시점에서 ··241
마타리꽃 연정의 실체−미치나가의 시첩설 ·····289

참고 도해 ···················328
연표 ······················335

해설 ······················339
지은이에 대해 ··················352
옮긴이에 대해 ··················357

2011년 8월 31일 수요일

청령일기 蜻蛉日記


일본 여인, 천 년 전의 하루.

<<청령일기>>는 975년에 쓰여진 일본 여류 일기 문학의 출발작이다. 책 이름은 '하루살이일기'라는 뜻. 그러나 천년을 넘어 세계의 고전이 되었다. 와카를 전령사로 미치쓰나 어머니와 그의 남편은 소식을 전한다. 마음은 애틋하고 오고 가는 시구는 눈 녹은 물처럼 투명하다.










≪청령일기≫는 ‘하루살이일기’라는 뜻으로, 이는 작가 자신의 삶이 마치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하루살이의 일생처럼 허무하다는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이 일기에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였던 후지와라노 가네이에와의 결혼 생활에서 느끼는 애환이 낱낱이 서술되어 있다. 이처럼 공직에 진출하지 않은 일반 귀족 여성의 개인적 삶이 서술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여타의 헤이안 시대 일기 문학과 구분된다.


☑ 책 소개

헤이안 시대 귀족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다 − 국내 초역된 세계 여성문학의 선구작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자조문학의 선구적 작품. 젠더적인 여성성을 구현한 최초의 여류 일기문학. 이와 같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청령일기≫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낱낱이 서술하고 객관화해 헤이안 시대의 여류문학 가운데서도 보기 드물게 보통의 귀족 여성의 삶을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화사적 가치가 높고, 세계문학사, 특히 여성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이러한 ≪청령일기≫가 드디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출간되었다. 헤이안 문학 전공자의 정밀하고 통찰력 있는 번역을 통해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한국어로 다시 태어난 이 책은 원전의 면모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의 눈높이를 배려한 상세한 각주와 해설 그리고 권말 부록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천년 전 일본 헤이안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일부다처제에서 오는 심적 고통의 나날들을 유려한 글솜씨로 우아하게 그려냈다. 특히 작자의 뛰어난 와카 실력은 당시부터 유명했고,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와카를 통해 그 높은 문학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일기에 수록된 와카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작자의 심정과 일생을 잘 드러낸 이 한 수의 작품, “한숨 속에서 홀로 지새는 밤이 밝기까지는 얼마나 길고 긴지 그대는 아는지요”는 후대의 ≪햐쿠닌잇슈(百人一首)≫에도 수록되어 있다.


☑ 책 속으로

반생의 세월을 허무하게 보내고 의지할 데라곤 하나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지내는 여자가 있었다. 남들보다 외모가 뒤떨어지고 사리 분별력 또한 없어서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에, 세상에 퍼져 있는 옛 모노가타리(物語)를 들여다보니 온통 진부한 이야기들뿐인데도 사람들한테 인기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잘것없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일기로 써보면 조금 더 신기하고 재미있게 여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신분의 사람과 결혼하면 그 생활이 어떨지 미리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그 사람한테도 하나의 본이 되고 싶었다.


☑ 지은이 소개


미치쓰나(道綱) 어머니
작자 미치쓰나 어머니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당시의 여성들은 대부분 한 남자의 아내로서 또는 아이의 어머니로서 살아갔고, 주변 남성과의 관계에 의해서 호칭이 붙여졌다. 따라서 작자는 미치쓰나 어머니로 칭해지고 있다.
작자는 936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헤이안 3대 미인으로 꼽힐 정도로 교양 있고 용모 단정했으며, 와카에는 특히 재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954년, 19세의 나이로 후지와라노 가네이에(藤原兼家)로부터 구혼을 받고 결혼해 이듬해 8월 하순 미치쓰나를 출산했다. 21년간의 결혼 생활을 낱낱이 서술한 ≪청령일기≫를 통해 보통의 귀족 여성의 삶을 재현했다.


☑ 옮긴이 소개


정순분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일본문학 전공)에서 헤이안 문학을 폭넓고 깊이 있게 연구, ≪마쿠라노소시≫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미국 플로리다대학 아시아어문학부 객원교수로 있었다. 저서에 ≪枕草子大事典≫(공저, 2001), ≪枕草子 表現の方法≫(2002), ≪枕草子와 平安文學≫(2003), ≪平安文學の風貌≫(공저, 2003), ≪交錯する古代≫(공저, 2004), ≪日本古代文學と東アジア≫(공저, 2004), ≪일본고전문학비평≫(2006), 옮긴 책에 ≪마쿠라노소시≫(2004), ≪돈가스의 탄생≫(2006), ≪마쿠라노소시≫(2008,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29) 등이 있으며 그 외에 헤이안 문학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헝클어진 머리칼 みだれ髮

기다려 주세요
그대 옷소매 개는 동안 잠깐만
바람결에 저무는
두근거리는 봄밤

이 노래집의 파격적 제재와 강렬한 언어는 모든 면에서 노출도가 너무 높고 자기 긍정 의식 도한 너무 강해 기존 문단의 여성관, 도덕관, 미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문란하고 부도덕하다는 비판은 오히려 이 젊은 작가의 명성을 높일 뿐이었다.
1901년 일본 문단의 적막함을 깨트린 요사노 아키코의 문제작 <<헝클어진 머리칼>>.



봉건사상의 억압에서 벗어난 표현 기법
1901년, 요사노 아키코가 발표한 첫 가집(歌集)인 ≪헝클어진 머리칼≫은 작가 자신의 연애, 갈등, 성애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다. 지방 문학회 회원으로 습작을 시작한 아키코는 자신의 스승이자 당시 문학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뎃칸에 대해 존경과 연모의 감정을 키워갔다. 이미 처자가 있었던 뎃칸의 이혼, 절친한 시우 야마카와 도미코와의 미묘한 삼각관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쓴 가출과 동거를 거쳐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이러한 체험이 그대로 반영된 이 책은 봉건적 인습이 뿌리 깊게 남아 있던 세간의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녀 간의 자유로운 연애에 대한 여성의 의지와 감정을 미적, 긍정적으로 드러낸다. 발간 당시 이 가집은 “참신한 성조와 기발한 사상을 노래해 문단의 적요를 깨트린 시단 혁신의 선구”로 환영받으며 젊은 남녀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문단을 넘어서는 사건이자 현상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기성 가단의 원로들과 교육자들로부터 받기도 했던 문란하고 부도덕하다는 비판은 오히려 명성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헝클어진 머리칼≫에는 아키코가 처음 <묘조>에 투고한 1900년 4월부터 약 1년 반 사이에 창작된 399수가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각 장에는 <연지보라(臙脂紫)>(98수), <연꽃 배(蓮の花船)>(76수), <흰 백합(白百合)>(36수), <스무 살 아내(はたち妻)>(87수), <무희(舞姫)>(22수), <봄날(春思)>(80수)과 같이 소제목이 붙어 있고, 단카들은 각각의 주제에 맞추어 처음 창작 당시의 상황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새롭게 배치되었다. 편년체 편집을 원칙으로 하던 기존의 가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기적 구성을 통해 작품의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효과를 획득함으로써 주제별 편집 방식이라는 새로운 발전을 이루었다.

이 책에서는 초판본의 장 구성과 작품 배열 순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399수 중 140수를 번역해 수록했다. 옮긴이는 기본적으로 충실한 의미 번역을 우선하되, 축어적 번역으로 충분한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에는 학계의 해석을 참조해 각 작품이 표현하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각 단카에 대한 해제는 전혀 달지 않았고 지명이나 작품의 전거가 있는 경우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주석을 첨가했다. 대신 각 장의 말미에 덧붙인 짤막한 해설에서 가집 전체를 관류하는 중심 이미지들을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단카 특유의 정형률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5․7․5․7․7의 음절 수를 맞추고자 노력했다.
단, 한 줄로 이어 쓴 원문과 달리 번역은 3∼5줄로 행을 나누어 표기했다. 같은 음수율 속에서도 5개의 구가 끊어지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내재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점 또한 단카의 매력이므로 각각의 구조를 고려해 보다 효과적인 의미 전달을 꾀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시각적 단조로움을 피해 가집 특유의 분방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했다.


☑ 책 속으로

狂ひの子われに焰の翅かろき百三十里あわただしの旅

미친 듯 내게
불꽃같이 가벼운 날개가 돋아
황망히 떠나왔네
백삼십 리 여행길


☑ 지은이 소개


요사노 아키코(與謝野晶子, 1878∼1942)
요사노 아키코는 사카이(堺)의 전통 과자점 스루가야(駿河屋)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12세 무렵부터 가업을 도와 장부를 기록하거나 대나무 껍질로 단팥묵을 포장하는 등 일에 쫓기는 생활을 해야 했다. 후일 유년 시절을 회상한 글에서 그녀는 “밤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밤 12시에 꺼지는 전등 아래서 겨우 1시간 또는 30분 부모의 눈을 피해가며 내가 읽은 책들은 여러 가지 공상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어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었다”고 술회했는데, 답답한 일상 속에서 그녀의 유일한 벗은 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었다. 부친의 장서였던 ≪겐지 이야기(源氏物語)≫, ≪마쿠라노소시(枕草子)≫, ≪영화 이야기(榮華物語)≫ 등 고전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동경하며 소녀 아키코는 암울한 현실의 저편에 있는 감미로운 사랑의 세계를 꿈꾸었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독서 목록에는 제국대학에 재학 중이던 오빠가 보내오는 당시의 최신 문예 잡지와 신소설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학교 졸업 후 진학한 사카이 여학교는 현모양처를 양성하는 봉건적 여성 교육을 주로 하는 학교였으나, 아키코는 독서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사조를 체감하고 가부장적 구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의식을 키워갔다. 그녀의 재기는 1899년 서일본 지방 문학청년들의 모임인 관서청년문학회 입회를 통해 싹트기 시작해, 요사노 뎃칸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함께 일시에 분출되었다. 그 첫 번째 결실인 ≪헝클어진 머리칼≫은 근대적 자아에 눈뜬 새로운 여성의 목소리를 대담하고 분방하게 표현한 것으로, 단숨에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초기 일본 낭만주의의 거점이었던 문예지 <묘조>의 여왕으로 활약하며 일본 문학사상 ‘정열의 가인’으로 기록된다. 결혼 후에는 소설, 시, 평론, 고전 연구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한편, 11명의 자녀를 키우며 가계를 꾸려가는 정력적인 삶을 영위했다. 그사이 작풍은 초기의 격정적인 어조는 퇴색되었으나 낭만적 미질을 유지하는 가운데 점차 내면적인 깊이를 더해 고요한 자기 관조와 사색적 서정을 내포해 가게 되었다. 1912년 뎃칸과 함께한 유럽 여행 이후에는 여권 신장 운동 체험을 바탕으로 넓은 사회적 시야를 갖고 부인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문화학원(文化學院)을 창립(1921)해 초대 학감에 취임하는 등 문학은 물론 교육 활동에 있어서도 폭넓은 족적을 남겼다. ≪헝클어진 머리칼≫과 함께 널리 회자되는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반전시로 일컬어지는 장시 <너는 죽지 말거라(君死にたまふことなかれ)>(1904)를 들 수 있다. 아키코는 무엇보다 진실한 마음을 표현하는 시의 가치를 믿었으며 전 생애를 다해 사랑을 노래한 작가로 기억된다. 1942년 뇌일혈 투병 중 사망하기까지 그녀가 남긴 가집은 20권, 약 5만 수다.


☑ 옮긴이 소개


박지영
박지영(朴智暎)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원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논문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啄木)의 자기 인식에 대한 고찰>을 씀으로써 단카와 인연을 맺은 이후로 메이지(明治)기를 중심으로 한 근대 단카의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박사논문 <근대 한일 정형단시의 비교 연구>에서는 단카와 더불어 같은 단시형 문학인 우리 시조의 발전 과정을 고찰했다.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문학 장르가 현대의 전자미디어 시대에 스스로를 변용시키며 발전해 가는 양상을 탐구하는 것이 최근의 관심사이며, 나아가 문학을 통해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통로를 모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는 <비평으로서의 단카>(<일본언어문화>, 2006.4), <마사오카 시키와 선(禪)>(<세계문학비교연구>, 2007.12) 등이 있다.


☑ 차례

해설 ·····································7
지은이에 대해 ·································13

연지보라 ·····································17
연꽃 배 ·····································63
흰 백합 ·····································93
스무 살 아내 ································111
무희 ····································145
봄날 ····································157

옮긴이에 대해 ································193

2011년 3월 10일 목요일

속일본기 續日本紀

한국과 일본 고대사의 맨살이 드러난다.


<<속일본기1>>에 이어 <<속일본기2>> 드디어 등장.
<<삼국유사>>나 <<삼국사기>>로는 알 수 없었던
한국의 고대사를 보완하는 일본의 대표적 역사서다.


지만지클래식은 <<속일본기3>>과 <<속일본기4>>를 계속 출간해
우리 고대사 연구의 숙원을 해결할 계획이다.


+


일본 고대사 연구를 히말라야의 고봉에 비유할 때 8세기는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에 해당한다. 그러한 8세기의 가장 중심이 되는 사료가 ≪속일본기(續日本紀)≫다. 통일신라와 발해에 관한 독자적인 자료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삼국사기≫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고대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이 ≪속일본기≫에서는 극명하게 서술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 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다.


☑ 책 소개


8세기 일본의 가장 중심이 되는 사료
일본 고대사 연구를 히말라야의 고봉에 비유할 때 8세기는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에 해당한다고 평하는 연구자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8세기의 가장 중심이 되는 사료가 ≪속일본기(續日本紀)≫이다. ≪속일본기≫는 문무천황(文武天皇)의 즉위부터 시작하여 환무천황(桓武天皇)의 연력(延曆) 10년까지 9대, 95년간(697∼791)에 대하여 기록한 40권 분량의 관찬(官撰) 사서(史書)이며, 그 속에는 내량시대(奈良時代, 710∼784) 전 기간이 포함되어 있다. 동시대에 기록한 사료로서 상세하게 일본사를 복원할 수 있다. 


우리 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
아직 우리는 ≪일본서기≫나 ≪속일본기≫와 같은 사료에 대한 학술적인 번역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서기≫에 보이는 한국 고대사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본 고대사 전공자에 의한 본격적인 번역은 없는 상태다. 상대적으로 한국 고대사 관련 내용이 적은 ≪속일본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속일본기≫가 한국 고대사 연구에 무관한 사료라고 할 수는 없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고대사 사료를 보충할 수 있는 사서이기 때문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천 년의 역사를 12권의 <신라본기(新羅本紀)>에서 다루고 있다. 물론 지(志)나 열전(列傳)의 내용을 더하면 신라사에 대한 내용이 좀 더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구체적인 신라 사회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 ≪속일본기≫는 697년에서 791년까지 95년간의 역사를 40권의 분량으로 다루고 있다. 2년간의 역사를 1권 가까운 분량으로 서술한 셈이다. 또한 이 사서는 797년에 완성되었다. 즉 동시대의 사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비교적 상세하게 8세기의 일본사를 복원할 수 있다. ≪삼국사기≫를 통하여 신라사라는 숲을 볼 수 있는 정도라면, ≪속일본기≫를 통해서 일본 고대사라는 숲 속의 나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지역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웃 나라의 역사를 읽으면서 거꾸로 한국 고대사의 모습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속일본기≫의 내용 중에는 신라에서 일본에 파견한 사신이나 발해가 일본에 파견한 사신에 대한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삼국사기≫에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에 대한 기술이 적고, ≪속일본기≫의 신라 사신에 대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속일본기≫는 일본의 사서이지만, 한국 고대사 연구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문헌이다.


☑ 지은이 소개


스가노노마미치(菅野眞道) 외
791년 사서 편찬의 칙명을 받은 우대신(右大臣) 후지와라노쓰구타다(藤原繼繩)가 7년에 걸쳐서 광인천황대(光仁天皇代)에 정리된 사료에 첨삭을 가하고 그 후의 기사를 새로이 추가했다. 전체 40권의 정사는 두 차례로 나누어 헌상되었다. 후반부 20권은 후지와라노쓰구타다의 이름으로 796년에 헌상되었으며, 전반부 20권은 797년 봄에 당시 황태자학사였던 스가노노마미치가 헌상했다.
≪속일본기≫를 최종적으로 찬진(撰進)한 인물로 스가노노마미치·아키시노노야스히토(秋篠安人)·나카시나노코츠오(中科巨都雄)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한반도계 씨족 출신이었다. 스가노노마미치는 환무천황의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처럼 환무천황의 인척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속일본기≫의 편찬에 깊이 관여했다.


☑ 옮긴이 소개


이근우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한국학대학원 사학과 석·박사 과정, 일본 교토대학 일본사교실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에 재직 중이며, 부경대학교 박물관장을 거쳐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소장, 대마도연구센터 소장,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고대한일관계사, 한국고대사, 일본고대사이다. 지금은 ≪일본서기(日本書紀)≫, ≪속일본기(續日本紀)≫, ≪영의해(令義解)≫ 등 일본 고대의 사료를 번역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고대왕국의 풍경≫, ≪전근대한일관계사≫, ≪전통사회의 이해≫ 등의 저서와 ≪일본사상사≫, ≪주자학과 양명학≫, ≪일본서기입문≫, ≪침묵의 종교 유교≫, ≪지의 윤리≫, ≪지의 현장≫, ≪고구려의 역사와 유적≫ 등의 역서가 있다.


☑ 차례


해설 ··························9


권 제11 천평(天平) 3년 정월에서 6년 12월까지 ········23
권 제12 천평(天平) 7년 정월에서 9년 12월까지 ········65
권 제13 천평(天平) 10년 정월에서 12년 12월까지 ·······105
권 제14 천평(天平) 13년 정월에서 14년 12월까지 ·······143
권 제15 천평(天平) 15년 정월에서 16년 12월까지 ·······167
권 제16 천평(天平) 17년 정월에서 18년 12월까지 ·······191
권 제17 천평(天平) 19년 정월에서 천평승보(天平勝寶) 원년 12월까지 ··························223
권 제18 천평승보(天平勝寶) 2년 정월에서 4년 12월까지 ····269
권 제19 천평승보(天平勝寶) 5년 정월에서 8년 12월까지 ····291
권 제20 천평보자(天平寶字) 원년 정월에서 2년 7월까지 ····323


원문 ·························387
부록 ·························511
찾아보기 ························565
옮긴이에 대해 ······················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