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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31일 목요일

중세의 과학(Physical Science in the Middle Ages)


도서명 : 중세의 과학(Physical Science in the Middle Ages)
지은이 : 에드워드 그랜트(Edward Grant)
옮긴이 : 홍성욱·김영식
분 야 : 자연과학
출간일 : 2014년 4월 30일
ISBN : 979-11-304-1222-1   (03400)
가격 : 22000원

☑ 책 소개

중세 과학은 철학과 신학의 시녀였는가? 중세 과학을 재평가하는 훌륭한 입문서
서양 중세는 과연 무지몽매한 암흑기였을까? 서구에서 로마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그리스 과학은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이슬람 학자들의 번역 활동이 과학을 보존했다. 유럽에서는 이 아리스토텔레스 전통 물리과학을 이어받아 곳곳의 대학을 중심으로 성과를 이뤘지만 그것을 이단으로 바라보는 신학이 걸림돌이었다. 중세 자연철학자들은 신학과의 갈등과 타협을 통해 자연의 실재에 대한 해석을 펼쳤다. 중세의 과학은 이후의 과학 혁명과 어떤 연속성과 단절점을 가질까? 중세 과학의 놀라운 업적과 한계를 꼼꼼하게 짚어 내는 책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이 책은 에드워드 그랜트의 방대한 독창적 연구에 기초해 이와 같은 초기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기존의 연구들을 종합한 중세 과학의 훌륭한 입문서다. 교과서의 형태로 씌어졌고, 따라서 짧은 지면 속에 고대 그리스 과학의 쇠퇴, 중세 대학에서 과학의 도입과 정착 과정, 중세 과학과 신학 사이의 갈등과 타협, 중세의 천문학과 우주론을 잘 정리해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그랜트 교수는 암흑기부터 중세 말기에 이르기까지 중세 서유럽에서 행해진 자연에 대한 탐구가 신학, 철학과 어떠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했고, 또 그러한 발전의 성과물과 한계가 무엇이었는가를 아리스토텔레스주의 과학을 중심으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대학에서 과학사 초급 과정의 중세 과학 강좌 교과서로 널리 사용될 정도로 중세 과학과 관련된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실들을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1277년 금지령, 유명론자들의 자연철학, 중세 과학과 과학 혁명의 관계 등 중세 과학에 관한 중요한 사건과 특징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독창적이며 또한 포괄적이다.
 
중세를 전공한 저자는 다른 시기를 전공한 역사학자들이 잘 파악하지 못한 중세 과학의 흥미로운 특성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중세 물리학의 ‘내적 저항’ 개념을 사용하면 구성이 같은 두 물체는 무게에 관계없이 같은 속도로 낙하한다는 결론이 얻어지며, 중세 임페투스 역학에 의하면 임페투스가 다 소진된 물체는 일정한 속도로 계속 운동한다는 결과를 얻는다. 머튼 칼리지의 학자들은 기하학을 사용해서 운동을 분석했는데, 이들은 이로부터 ‘자연스럽게 가속한 운동’의 경우에 진행한 거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결과도 유도했다. 이 모든 결론은 갈릴레오가 17세기 초엽에 근대 역학의 새 장을 열면서 얻어낸 결과와 놀랄 만치 흡사하다.
 
그렇지만 그랜트는 이러한 유사성을 가지고 과학 혁명이 14세기에 시작되었다던가, 혹은 14세기 중세 과학에 이미 과학 혁명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고 성급하게 결론짓지 않고 있다. 중세 학자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물체의 운동 그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지적 훈련 비슷한 것으로 운동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갔다. 또 많은 경우에 이들의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의 문제를 그의 체계 속에서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자연 현상의 인과 관계를 찾아내서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상을 구제하는(save the phenomena)” 단계에 만족했다는 것이다. 자연과 과학을 보는 관점에서 중세 자연철학자들은 자연의 실재를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와 무척 달랐던 것이다. 그랜트는 이 책에서 중세 과학의 놀라운 업적을 보이면서 그 한계를 꼼꼼하게 짚어 내고 있다.
☑ 책 속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리학보다도 우주론에서 세계의 구조에 대해 고도로 꽉 짜이고 일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관점을 중세에 전수했다. 비록 그것의 이런저런 측면이 천문학적·물리학적 또는 신학적 근거에서 때때로 심하게 공격을 받았지만, 그 관점은 16세기와 17세기에 폐기되기까지 완전히 지배적인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것은 학식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질서정연하고 조화스러운 세계를 제공했고, 이 세계의 대체적 특징들은 그림처럼 생생하게 사회의 모든 계층에 전달될 수 있었다.
 
≪중세의 과학≫, 에드워드 그랜트 지음, 홍성욱·김영식 옮김, 124쪽
 
 
 지은이 소개

에드워드 그랜트는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로, 1957년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래로 중세 과학의
여러 측면들, 특히 중세 자연철학 및 우주론에 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저서로 Much Ado about Nothing: Theories of Space and Vacuum from the Middle Ages to the Scientific Revolution(1981), The Foundations of Modern Science in the Middle Ages: Their Religious, Institutional and Intellectual Contexts(1996), Planets, Stars, and Orbs: The Medieval Cosmos, 1200-1687(1996), God and Reason in the Middle Ages(2001), Science and Religion, 400 B.C. to A.D. 1550: From Aristotle to Copernicus(2006), A History of Natural Philosophy: From the Ancient World to the Nineteenth Century(2007), The Nature of Natural Philosophy in the Late Middle Ages(2010) 등이 있으며, 편저서로 A Source Book in Medieval Science(1974) 등이 있다.
 
 
 
☑ 옮긴이 소개

홍성욱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미국 과학사학회에서 박사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최우수 논문상인 슈만상을, 1996년에는 미국 기술사학회의 IEEE 종신회원상을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Wireless: From Marconi’s Black-Box to the Audion≫, ≪잡종, 새로운 문화읽기≫, ≪생산력과 문화로서의 과학기술≫,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 ≪파놉티콘, 정보사회 정보감옥≫, ≪하이브리드 세상읽기≫, ≪과학은 얼마나≫,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홍성욱의 과학 에세이≫,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등의 책을 냈으며, ≪2001 싸이버스페이스 오디쎄이≫,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뉴턴과 아인슈타인≫ ≪인간, 사물, 동맹≫ 등의 책을 엮었고, 2013년에는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4판)를 공역했다.
 
김영식은 1947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화학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린스턴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1년부터는 동양사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1984년부터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 겸임교수로 있으며, 2006년부터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정약용 사상 속의 과학기술: 유가전통, 실용성, 과학기술≫, ≪과학 혁명: 전통적 관점과 새로운 관점≫, ≪역사와 사회 속의 과학≫, ≪주희의 자연철학≫, ≪과학, 역사 그리고 과학사≫, ≪과학, 인문학 그리고 대학≫ 등이 있으며, 편집한 책으로는 ≪프리즘: 역사로 과학 읽기≫, ≪한국의 과학문화: 그 현재와 미래≫, ≪근현대 한국 사회의 과학≫ 등이 있다.
 
 
 
☑ 목차

서문
1장 500년부터 1000년 사이 과학의 상황
2장 과학의 시작과 번역의 시기: 1000년에서 1200년까지
3장 중세 대학과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사조의 영향
4장 운동의 물리학
5장 지구, 하늘, 그리고 그 바깥
6장 결론
 
참고문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4년 6월 26일 목요일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 Versuche uber Pflanzen Hybriden



도서명 :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 Versuche über Pflanzen-Hybriden
지은이 : 그레고어 멘델
옮긴이 : 신현철
분야 : 인문 > 인문 고전 문고 > 인문 고전 문고 기타
      과학 > 생물학 > 유전학
출간일 : 2009년 4월 15일
ISBN : 978-89-6228-346-4
가격 : 12,000원
쪽 : 119쪽



☑ 200자 핵심요약

국내 초역이다. ‘멘델 법칙’은 곧 ‘유전 법칙’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전학에 가장 기초가 되는 핵심적인 원리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멘델 법칙이 탄생하기까지의 끈질긴 실험 과정과 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논문이다. 멘델 법칙의 생생한 탄생 과정과 멘델의 집요하고 참을성 있는 탐구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책 소개

멘델 법칙의 정수
멘델 법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실험 결과들이 나열되어 있다. 차례대로 살펴보면, 1) 유전학 재료로서 지녀야 할 특성으로 대립형질 상태를 규정했고, 2) 대립형질 상태는 잡종에서 우성과 열성으로 구분되어 나타나는데, 이들의 비는 3:1로 우성이 많음을 밝혔으며, 3) 이러한 비율이 잡종 제2세대에서도 지속됨을 확인했고, 4) 여러 개의 형질이 관여할 때에도 이러한 우성과 열성 관계 및 3:1이라는 비율이 유지됨을 규명했다. 그리고 난세포와 정세포가 지니고 있는 대립형질 상태를 역교배 실험으로 추정했고, 이를 토대로 당시 논쟁 중이었던 꽃가루(정세포)와 밑씨(난세포)의 관계가 1:1 대응 관계임을 밝혔다. 그는 또한 완두콩을 재료로 해서 규명된 사실들이 다른 식물에서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멘델은 오늘날의 유전자 또는 대립유전자에 해당하는 요소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들 요소가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강제로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풀리는 과정을, 즉 오늘날의 감수분열 현상을 유추함과 동시에 생물의 형질을 전체로서 파악하지 않고 단위 형질들의 집합으로 설명했다.

멘델 법칙의 재발견
1900년에 더프리스, 코렌스 체르마크 등 세 사람이 각기 독립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전에 멘델이 발표한 논문의 타당성을 인정하게 되고, 각자 연구 논문을 발표하면서 멘델 법칙은 재발견된다. 논문 발표는 더프리스가 시작했다. 그는 멘델의 논문 별쇄본을 가지고 있던 바이에링크로부터 멘델의 논문을 받았다. 더프리스는 멘델의 논문 내용을 자신의 연구 내용과 비교, 검토한 후 자신의 연구 내용의 요약본을 불어로 발표할 때에는 멘델의 이름을 명기하지 않았으나, 논문 전체를 1900년 <독일식물학회보> 18권, 83∼90쪽에 발표할 때에는 멘델의 연구 업적을 인용했다. 더프리스의 학문적 경쟁자인 코렌스는 더프리스의 연구 요약본만을 보고 나서 멘델의 업적이 누락되어 있는 점을 확인하고, 이러한 내용과 자신의 연구 내용을 논문으로 정리해 <독일식물학회보>에 투고했다. 이 논문은 <독일식물학회보> 18권, 158∼168쪽에 게재되었다. 한편 체르마크 역시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더프리스와 코렌스의 연구 결과를 보고 나서 곧바로 <독일식물학회보>에 연구 결과를 투고했고, 18권, 232∼239쪽에 게재되었다. 이 세 사람의 연구는 서로 정보 교환 없이 단독으로 진행되었지만, 논문의 결과를 논의하면서 멘델의 논문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전까지 단편적으로 인용되어 오던 멘델의 업적이 세상에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멘델의 업적을 널리 소개한 사람은 영국의 생물학자 베이트슨이다. 그는 멘델의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했고, 이와 동시에 ‘유전학(Genetics)’이란 새로운 학문을 개척했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유전학이라는 용어는 베이트슨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책 속으로

Diese Entwicklung erfolgt nach einem constanten Gesetze, welches in der materiellen Beschaffenheit und Anordnung der Elemente begründet ist, die in der Zelle zur lebensfahigen Vereinigung gelangten.
이러한 발달은 세포의 생명력 있는 융합에 관여하는 요소의 배열과 물질 조성에 근거한 일정한 법칙에 따라 진행된다.


☑ 지은이 소개

그레고어 요한 멘델(Gregor Johann Mendel, 1822∼1884)

1822년 7월 20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메렌 지방(현재의 체코)의 작은 마을인 하인첸도르프에서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나 22일 요한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어려서는 리프니크에 있는 피아리스트 학교에 다니다가 이후 오파바에 있는 인문고등학교, 즉 김나지움에 진학했고, 1840년 올뮈츠 에 있는 철학연구소 2년제 과정에 입학해 1년간의 휴학 끝에 1843년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정원 일, 꿀벌 키우기 등에 관심이 많았으나 항상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철학연구소를 졸업한 뒤, 경제적 문제도 해결하면서 공부하기 위해 1843년부터 브륀에 있던 성토마스 수도원에서 수도사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멘델은 기상학, 식물학, 물리학, 수학 등을 자유롭게 공부했으며, 특히 온실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었다. 1851년부터는 빈 대학 물리학과 수업 보조 조교 생활을 시작했고, 수학, 화학, 곤충학, 고생물학, 식물학, 식물생리학 등의 강의를 수강했다. 특히 도플러 효과로 유명한 도플러 교수의 실험물리학 강의를 들으면서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해했다. 1853년에는 다시 브륀으로 돌아와 1854년부터 완두콩을 교배하기 시작했다.


☑ 옮긴이 소개

신현철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식물학과에서 <한국산 수국과 식물의 종속지>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살고 있는 식물들을 연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추산쑥부쟁이를 발견했고, <한국산 해산피자식물류의 분류>, <식물의 분류학적 실체를 통한 시경의 새로운 이해>, <울릉도산 식물의 기준표본>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번역한 책으로는 에른스트 마이어의 ≪진화론 논쟁≫과 마이클 심슨의 ≪식물계통학≫(공역), 민코프와 베이커의 ≪21세기 생명과학: 주제별 탐구와 문제점≫(공역) 등이 있다. 이 밖에 어린이용 책으로 ≪민들레≫, ≪감자와 고구마≫ 등을 출판했다.

2013년 11월 28일 목요일

제2의 뇌


도서명 : 제2의 뇌
지은이 : 마이클 D. 거숀(Michael D. Gershon)
옮긴이 : 김홍표
분야 : 단행본 / 생물학, 건강, 의학
출간일 : 2013년 11월 28일
ISBN : 979-11-304-1172-9-93510
가격 : 28,000원
신국판 / 무선제본 / 410쪽




☑ 책 소개

당신의 위장이 스스로 생각한다! 우리 몸에 우리가 잘 모르는 신경계, 소화기 신경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소화기 신경계는 뇌와 척수에 맞먹는 '제2의 뇌'다! 저명한 소화기 신경과학자 마이클 D. 거숀 박사가 풀어내는 우리 몸의 소화 기관, 그 기관에 분포한 신경계에 관한 비밀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화기 신경계의 발견에서부터 각종 신경전달물질, 식도에서 위, 대장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과 신경계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이 책은 우리 몸의 소화 기관, 특히 그 기관에 분포한 신경계에 관한 방대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우리 몸 안의 거대한 외부, 즉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닫힌 듯 열린 관이 이 책의 주제이면서 동시에 소재인 소화 기관이다.

입과 위 사이에는 왜 식도가 있을까? 그냥 바로 위로 들어가면 안 될까? 사실 식도가 하는 일은 음식물의 방향성을 지정하는 것이다. 식도의 근육이 움직여야 삼킬 수 있고 삼킨 음식물이 위로 내려갈 수 있다. 비록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위는 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위산이 나오고 펩신이 나온다. 위산은 터미네이터 같은 인조인간의 쇳덩어리도 녹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까지 녹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뭔가 보호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기름진 반찬에 밥을 많이 먹어서 위가 꽉 찼다고 해도 음식물은 거꾸로 역류하지 않는다. 또 위의 내용물이 한꺼번에 십이지장으로 몰려가서 그곳을 위산으로 초토화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을 하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우리가 생물 시간에 배운 조임근(괄약근)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근육의 조절을 통해 음식물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배후에 신경계가 있다.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많은 소화 효소가 분비된다. 그러나 위산이든 효소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분비된다. 그러므로 음식물이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 우리의 뇌는 알지 못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이제 짐작할 수 있듯이 소화기 신경계가 하는 일이다. 소화 기관에 존재하는 신경계의 야전 사령부. 그것이 제2의 뇌다. 제2의 뇌는 뇌의 지시를 받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얘기한 기관들은 모두 우리 몸 안이 아니다. 사실 우리 몸은 풍선보다는 도넛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소화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소화된 음식물의 정수를 몸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짐작할 만한 일이다. 스테이크를 먹어도 우리는 그것을 잘게 잘라 아미노산의 형태로 흡수한다. 당도 그렇고 지방도 그렇다. 이런 영양소의 흡수는 주로 소장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소장은 흡수를 위한 최적의 상태 즉 표면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났다. 소장을 지나면서 비로소 우리가 밥을 먹는 의미가 완성된다.

소장은 길다. 원숭이나 침팬지에 비해 인간은 소장 길이의 비율이 훨씬 크다. 다시 말하면 소장이 대장보다 훨씬 길다는 말이다. 침팬지는 소장에 비해 대장이 상대적으로 길고 크다.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소화를 위해 우리 몸의 내부는 외부에 많은 양의 물을 분비한다. 모두 위산이나 소화 효소와 함께 일을 한다. 문제는 그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거의 10리터에 이른다. 이 정도가 얼마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다른 예를 하나 들자. 우리 몸 안의 혈액의 총량은 5리터 정도다. 소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대장이 하는 일 중의 하나는 그 물을 다시 몸통 안으로 들여보내는 일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밥 두 끼를 편하게 먹을 수 없다. 말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아 설사나 콜레라가 위험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장은 또 소장에서 미처 흡수하지 못한 나머지 음식들을 장내 세균의 힘을 빌려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일을 한다. 물론 일정한 크기와 적당한 단단함을 가진 대변을 빚어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일은 모두 음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소화기 신경계는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음지에서 일하는 소화기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 음지고 양지고 다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소화 기관의 질병은 근본적으로 소화기 신경계의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바로 이 점이 거숀 박사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은이 거숀 박사는 위, 식도, 소장, 대장까지 인간의 소화기를 이해하는 데 30년간 헌신했다. 그리고 놀라운 발견을 하기에 이른다. 위장 안의 신경 세포가 두뇌처럼 작용한다. 이 ‘제2의 뇌’는 위장을 자기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거숀 박사의 연구는 수많은 소화관 질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의학 지식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책 속으로

몸뚱어리 위에 지니고 있는 뇌 말고도, 우리 인간은 모두가 제2의 뇌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왜 이 점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의미가 있다. 인간이 뇌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이유로 또 다른 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그의 소화 기관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뱃속에 있는 뇌가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있으면, 누구도 그것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그의 마음이 온통 화장실에 집중되어 있다면, 제대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에 새로운 분야, 새로운 지평, 새로운 과학이 있다. 
-xvi쪽


☑ 지은이 소개

마이클 거숀(Michael Gershon, 1936~) 교수는 컬럼비아대학 해부학과에 재직 중인 신경생물학자이다. 코넬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대 신경위장관학의 대부로 통한다. 우리 몸에는 소화 기관을 따라 약 100미터에 이르는 신경계가 존재하고 이는 식도에서 항문까지 뻗쳐 있다. 거숀 박사는 이 소화 기관 신경계에서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신경전달 물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약물 혹은 우리가 먹는 음식, 기호식품이 소화 기관의 신경계와 어떤 상호 작용을 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소화관에 관한 시를 쓰기도 했다.


☑ 옮긴이 소개

김홍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이다. 국립보건원 박사후 연구원과 인하대 의과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피츠버그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연구했다. 천연물 화학, 헴 생물학, 바이오 활성가스 생물학, 자기 소화, 면역학과 관련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으며, 국제 저널에 6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분야와 관심분야는 기초 생물학과 진화생물학, 진화의학이다. ≪산소와 그 경쟁자들(지식을만드는지식, 2013)≫의 저자이다.


☑ 목차

감사의 글
머리말

1부 내 안의 신세계: 소화 기관 신경계를 향한 첫 발걸음
1장 ‘제2의 뇌’의 발견
2장 자율 신경계와 신경전달물질 이야기
3장 기로에 서다
4장 연구회 모임

2부 대장정: 입에서 항문까지
5장 식도를 타고 위까지: 역류성 식도염, 궤양
6장 위에서 아래로
7장 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8장 나쁜 소화 기관


3부 제2의 뇌의 기원, 그리고 소화 기관 기능 이상
9장 소화기 신경계의 현재
10장 대장에 둥지 틀기
11장 위치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12장 소화기 신경계 연구의 현 단계

부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동물철학 Philosophie Zoologique

'생물학'은 누가 만들었을까?

무척추동물 분류학자, 고생물학의 창시자, 화석 용어의 고안자, 진화론의 창시자이며 용불용설(用不用說)과 획득형질 유전설의 제창자이고 생물학의 초안자인 이 사람의 이름은?
장 바티스트 드 라마르크입니다. 우리가 그의 대표작 <<동물철학>>을 읽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이정희 박사가 고심 끝에 25%를 발췌했습니다.











용불용설과 획득형질 유전설의 제창자
기린의 목으로 상징되는 용불용설과 획득형질 유전설의 제창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라마르크는 또한 무척추동물 분류학자, 고생물학의 창시자, 생물학(biologie)의 초안자, 현대적 의미의 화석(fossile) 용어의 고안자, 진화론(transformisme)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생물학사에서 그가 남긴 가장 큰 족적은 무엇보다도 생리학이나 해부학 등의 단편적 연구들로 이루어졌던 이전의 생명 연구를 독립된 분과 학문으로서 체계화하고 여기에 ‘생물학’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까닭은?
먼저 기린의 목을 예로 들어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설명해 보자. 높은 나무에 있는 먹이를 먹기에는 목이 긴 기린이 유리하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목이 긴 기린이 살아남게 되고, 그렇지 못한 기린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환경에 의해 생물종의 진화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번에는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이론을 보자. 기린이 높은 나무에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자연히 목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높은 나무에 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다시 말하면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생물종이 진화했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진화론은 어느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전히 진화론 연구에 있어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라마라크주의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진화론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태학의 발달과 더불어 프랑스 진화론자들에게 환경 요인이 커다란 관심으로 부각되면서 라마르크의 재발견이 이루어진다. 19세기 후반에 접어들 무렵 일부 프랑스 생물학자들은 라마르크의 이론과 다윈 이론을 접목시켜 진화를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이들에게 있어 라마르크의 이론과 다윈의 이론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연속적 진화론이라는 측면에서 양립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실제로 다윈은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을 부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연선택 이론을 바탕으로 연속적 진화를 설명했다. 이렇게 진화론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연의 연속성 개념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바이스만, 멘델, 더프리스와 같은 신다윈주의자들에 의해 주장된 자연의 비연속성 개념과 충돌을 빚게 된다. 신다윈주의자들은 생명체 진화의 전제가 되는 변이를 성의 혼합에 따르는 우연적이고 불연속적인 변이로 설명했다. 따라서 19세기 후반 생명체의 변이에 대한 설명은 점진적 변이와 돌발적 변이라는 확연히 구분되는 두 이론으로 나뉘어 수용되었다. 점진적 변이를 수용한 사람들은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을 지지하여 신라마르크주의를 형성했고, 돌발적 변이를 수용한 사람들은 획득형질의 비유전설을 역설하여 신다윈주의를 형성했으며, 이들 사이의 상반된 두 입장은 팽팽한 대립 구도에 놓이게 되었다.


☑ 책 속으로

L’influence des circonstances est effectivement, en tout temps et partout, agissante sur les corps qui jouissent de la vie, mais ce qui rend pour nous cette influence difficile à apercevoir, c’est que ses efforts ne deviennent sensibles ou reconnaissables qu’à la suite de beaucoup de temps.

생명체에 작용하는 환경의 영향은 언제 어디서나 명백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영향을 깨닫기 매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결과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감지되기 때문이다.


☑ 지은이 소개


장 바티스트 드 라마르크(Jean-Baptiste de Lamarck, 1744∼1829)
1744년 8월 1일 프랑스 피카르디 지방의 바장탱 르 프티에서 태어나 1829년 12월 18일 파리에서 생을 마쳤다. 몽파르나스(Montparnasse) 묘지에 잠정적 승인을 얻어 안치되었으나 1830년 혁명 당시 그의 묘소는 사라지고 말았다.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으며, 여덟 명의 자식이 있었으나 다섯 명만이 그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라마르크는 모계 혈통으로 922∼923년 프랑스 임시 국왕이었던 로베르 1세의 자손이었으며, 소귀족 계급 출신이었지만 가난했다. 식물학과 음악에 많은 관심을 지녔던 그는 파리의 은행에서 일하면서 의학 공부를 하기도 했으나 의사가 되지는 않았다.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를 만나 함께 식물을 채집하게 되며, 다른 과학에도 관심을 지니면서 특히 식물학에 집중하여 쥐시외(Bernard Jussieu)와 함께 연구했다. 일부 동료 가운데 특히 고정설(fixsme)의 지지자였던 퀴비에에 맞서야 했으며, 정치권력에도 그리 밝지 못했다. 혁명 사상을 지지했던 그의 정치적 시각은 제정기나 왕정복고 당시의 분위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결혼해서 많은 자녀를 두었고, 그가 택했던 직업들은 대개 명예직으로 보수가 매우 낮아서 일생 동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국립 자연사 박물관 직원 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라마르크, 50세, 두 차례 결혼, 여섯 자녀, 곤충, 유충, 미생물 전공의 동물학 교수.” 그는 남은 생애 동안 무척추동물학을 포함한 동물학에 전념했다.


☑ 옮긴이 소개

이정희
인하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펠릭스 르당텍의 기계론과 진화론>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외의 논문으로 <다윈주의 개념의 다양성>, <의학과 진화론의 상관성>, <19세기 조직화 개념의 재조명>, <근대적 생명 인식에 나타난 기계의 메타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프랑수아 자코브의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궁리, 1999), 미셸 모랑주의 ≪분자생물학: 실험과 사유의 역사≫(공역, 몸과마음, 2002), 루이 알라노와 알렉스 클라망스의 ≪이기적인 성≫(웅진, 2006), 하워드 L. 케이의 ≪현대생물학의 사회적 의미: 사회다윈주의에서 사회생물학까지≫(공역, 뿌리와이파리, 2008)가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 HK연구원으로 ‘기계와 인간의 인문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차례

해설 ·······················9
지은이에 대해 ··················27


머리말 ·····················35
서론 ······················38

제1부 / 동물들의 특성, 유연관계, 조직화, 배치, 분류, 그리고 종에 대한 자연사적 고찰 ············45
제7장 / 생명체 조직화와 그들 부위를 변형시키는 원인으로서 동물의 작용 및 습성에 대한 환경의 영향과 생명체의 습성 및 작용의 영향에 대하여 ·······47

제2부 / 생명의 물리적 요인, 생명 존재에 요구되는 조건, 생명운동을 자극하는 힘, 생명을 지닌 신체에 부여된 기능, 그리고 신체 내에 생명이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결과에 대한 고찰
························95
서론 ····················97
제1장 / 동물과 식물의 비교 검토, 그리고 무기체와 생명체의 비교 ·················115
생명체와 무기체의 성질 비교 ········116
제2장 / 생명, 생명을 구성하는 것, 신체 내에서 생명의 존재에 핵심적인 조건들에 대하여 ·······125
신체 부위들이 생명을 영위하도록 하는 질서와 상태의 존재에 핵심적인 조건들 ··········134
결론 ····················137

제3부 / 여러 동물들에서 관찰되는 활동을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지적 활동을 일으키는 감각의 물리적 원인에 대한 고찰
························149
서론 ····················151
제8장 / 이해의 주요 행위들, 또는 나머지 것들이 그로부터 파생되는 첫 질서에 관하여 ········161
주의에 대하여. 지능의 첫 번째 주요 기능 ···163
사유에 대하여. 지능의 두 번째 주요 기능 ···174
상상력 ·················182
기억에 대하여. 지능의 세 번째 주요 기능 ···189
판단에 대하여. 지능의 네 번째 주요 기능 ···204
이성에 대하여. 그리고 이성과 본능의 비교에 대하여
····················210


옮긴이에 대해 ··················220

2011년 3월 3일 목요일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발견, 진화론

디스커버리 채널’은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발견 열 가지를 뽑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다윈의 진화론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작은 아이디어를 위대한 발견으로 바꾼 힘은 바로 그가 제시한 방대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대한 분량의 증거들은 훗날 사람들이 진화론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어렵고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난해한 부분과 오늘날 읽기에 부적합한 부분을 추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 책 소개

팜파스에는 왜 토끼가 없을까? 팜파스에는 토끼가 살지 않기 때문에!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말을 타고 팜파스(인디오 말로 ‘평원’)를 달리던 다윈은 드넓은 초원에 야생 토끼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끼 서식 환경을 잘 알고 있던 다윈에게 토끼가 잘 자랄 수 있는 팜파스에 토끼가 없다는 것이 수수께끼였다.
다윈의 결론은 마치 난센스 퀴즈의 답과 같다. 정답은 팜파스에 토끼가 살지 않기 때문이다. 팜파스에 토끼가 살지 않는 이유는 토끼가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로 대서양을 헤엄쳐 건너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다. 다윈의 역작인 진화론은 바로 이런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왜 다윈의 진화론인가?
사실 진화론 자체는 다윈 이전에도 유럽의 지식인 사회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행성 체계는 태양이 중심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도 있었던 것처럼 일련의 선구자들이 다윈에 앞서 종의 변화를 거론했다. 다윈 이전의 여러 학자들이 다윈보다 먼저 진화론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했는데도 그들보다 후대의 다윈을 진화론의 실질적인 주창자로서 인식하는 이유는, 다윈보다 선행한 사람들이 진화가 일어나는 이유와 과정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설명으로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메커니즘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가설을 지지하게 할 만한 수많은 증거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종이 변화할 수 있는 개연성을 수많은 자료로 자연스럽게 설명해 준 것이다.

진화론이 왜 위대한가?
줄리언 헉슬리 경은 ≪종의 기원≫ 출판 100주년을 기념해 진화론이 인류사상 최고의 발견으로 알려질 정도로 중요성을 부여받고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썼다.
첫째로 당대 사람들이 믿고 있던 생각과는 달리 현존하는 동물 및 식물이 처음부터 개별적으로 그들의 현재 형태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완만한 변형에 의해 초기의 형태에서 진화되어 온 것이라는 방대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종의 기원≫에서 그가 명쾌하게 설명한 자연선택의 이론이 진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의 장점은 진화가 보편적인 현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갈파하고 가장 일반적인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한편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그에 반대하는 주장을 일일이 격파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 책 속으로

Thus, from the war of nature, from famine and death, the most exalted object which we are capable of conceiving, namely, the production of the higher animals, directly follows. There is grandeur in this view of life, with its several powers, having been originally breathed by the Creator into a few forms or into one; and that, whilst this planet has gone cycling on according to the fixed law of gravity, from so simple a beginning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and most wonderful have been, and are being, evolved.

자연과의 투쟁, 기근과 죽음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 즉 고등동물의 탄생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생명이 당초 조물주에 의해 소수의 형태 또는 단 하나의 형태로 여러 가지 능력과 함께 불어넣어졌다는 견해, 그리고 지구가 단순하고 불변인 중력의 법칙에 따라 회전하는 동안에 이처럼 단순한 발단에서 극히 아름답고 경탄할 만한 무한의 형태가 생겨나고, 또한 진화되고 있다는 이런 견해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 지은이 소개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
찰스 다윈은 1809년 2월 12일 슈롭셔의 슈루스베리에서 유명한 내과 의사인 로버트 다윈(1766∼1848)과 도자기로 거부가 된 웨지우드 가문의 수재너 다윈(1765∼1817)의 2남 4녀 중 다섯 번째 아이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5대에 걸쳐 왕립과학자협회 회원을 배출한 의사 집안이었다
1825년 10월, 16세의 다윈은 아버지의 권유로 에든버러의과대학에 들어갔으나 담력이 약한 그의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다윈이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그를 대를 이어 의사로 만들 생각을 포기하고 1828년 케임브리지 크라이스트대학의 신학부로 보낸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다윈은 흥미를 잃고 박물학에만 관심을 보였고 주로 곤충 중에서도 딱정벌레류 수집에 열중했다.
1831년 다윈은 무보수 박물학자로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영국 데번포트 항을 출발했다. 다윈은 5년여의 탐사 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비망록에 일일이 기록했다. 비망록은 모두 18권으로 약 2000쪽의 원고가 만들어졌으며 따로 751쪽의 일기를 썼다. 그가 알코올용액에 보존한 표본은 1529점, 박제하려고 벗긴 동물의 껍질, 뼈 화석과 기타 마른 표본들은 무려 3907점이나 된다.
다윈은 일생 동안 여러 차례 영예를 얻었지만 정작 작위를 받지 못했으며 다윈의 역작인 ≪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으로도 상을 받지 못했다. 영국왕립학회가 그에게 영예로운 코플리 메달을 수여했던 것은 진화론 때문이 아니라 지질학, 동물학, 식물학에 대한 기여 때문이다. 린네학회도 다윈의 극단적인 주장 이외의 공로를 인정해 주는 선에서 만족했다. 그러나 그가 1882년 4월 사망하자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아이작 뉴턴 옆자리에 매장되었다. 작위보다 더 큰 영예를 그에게 부여한 것이다.

☑ 엮은이 소개


이종호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Dr. Ing.)와 ‘카오스 이론에 의한 유체 이동 연구’로 과학국가박사(Dr. d'Etat es Science) 학위를 취득했다.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등에서 연구했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장기자문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노벨상이 만든 세상(물리, 화학, 생리·의학)≫, ≪영화에서 만난 불가능의 과학≫, ≪세계를 속인 거짓말≫ 등 70여 권이 있다.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머리말
제1장 사육 동식물에서 나타나는 변이(變異)
제2장 자연상태에서 발생하는 변이
제3장 생존경쟁
제4장 자연선택 또는 최적자생존
제5장 변이의 법칙
제6장 학설의 난점
제7장 자연선택설에 관한 여러 견해
제8장 본능
제9장 잡종 현상
제10장 지질학적 기록의 불완전성
제11장 생물체의 지질학 천이(遷移)
제12장, 제13장 지리적 분포
제14장 생물 상호 유연(類緣), 형태학, 발생학, 흔적기관
제15장 요약과 결론

옮긴이에 대해

2011년 3월 1일 화요일

진화와 윤리 Evolution and Ethics

인간의 윤리는 진화가 이끄는 운명을 피할 수 없는가?

국내 초역이다. 인간의 윤리란 진화에 맞서 싸우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토머스 헉슬리의 ‘로마니스 강연’의 강연 내용과 이에 대한 해설 격인 ‘서문’을 옮겼다. 헉슬리는 인간의 윤리가 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은 진화가 이끄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윤리적 세계를 지향하면서도 우주의 진화를 거스르는 현대 문명의 지나친 경쟁 구도에 경종을 울릴 만한 책이다.


☑ 책 소개

진화를 거스르는 투쟁
헉슬리의 강연은 강낭콩 줄기를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탐험을 감행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콩 줄기를 따라 소년이 올라가 본 하늘 위의 세상은 지상과 똑같은 원소들로 이루어진, 일면 지상과 같은 세계였다. 하지만 거대한 강낭콩이 만들어낸 하늘 위 세계의 풍경은 이상스럽도록 새로웠다. 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누구나 사물의 본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을 만큼 새로웠다. 하지만 하늘을 뒤덮은 콩 역시 잎, 줄기, 뿌리, 꽃 등의 복잡하고 섬세한 기관들과 그 작용들의 집합체인, 콩은 콩일 뿐이었다. 이 섬세한 유기체가 하늘을 뒤덮으며 번성하기 위해서는 주변 식물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이 놀라운 생명체는 분해되어 사라지고, 남겨진 씨앗이 다시 싹터 어린 줄기로 자라면서 우주의 과정이 계속 될 것이다. 동물이나 인간 역시 식물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투쟁 과정을, 순환하는 우주의 진화 과정을 되풀이하게 된다. 인간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도 성공적인 투쟁 과정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인간 사회의 진보란 우주의 진화와는 반대되는 과정을, 즉 자신이 타고 오른 사다리를 걷어차고 새로운 태도를 갖추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문명화된 인간은 동물적인 투쟁을 죄악시한다. 문명사회에서 사람들은 심지어 적자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지나치게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듯싶은 자의 목을 매달기까지 한다.

인류는 얼마만큼 성장했는가?
현대는 소년이 구름 위에서 보았던 문명 세계다. 헉슬리는 모든 청중들이 거의 외우고 있을 테니슨의 가슴을 울리는 시 <율리시스>로 강연을 마감한다. 현대는 호머의 시대 사람들처럼 악이든 선이든 그대로 맞대면하며 살아가는 원시적 유아기가 아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나 불교 철학자들처럼 악으로부터 도피하며 살아가야 하는 소아기도 아니다. 과학으로 무장한 성년기의 문명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모든 주어진 자연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 모든 어려운 상황을 회피해야 할 이유도 없다. 물론 언젠가는 거역할 수 없는 파도가 뱃전의 사람들을 심연으로 쓸어가듯이 우주의 과정이 인류 문명을 쓸어갈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악을 구축하면서 문명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성인인 것이다.

생존을 위한 해답
이 책의 내용은 갖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세기 초반의 철학자들은 헉슬리가 이 강연을 통해서 사실과 당위 사이의 논쟁에 있어 자연주의의 오류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초석을 놓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세기 중반의 사회학자들은 헉슬리가 이 강연에서 스펜서와 같은 학자들에 의해 만연해 있던 사회다윈주의를 부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인문학자들은 헉슬리가 과학혁명 이후 과학적 세계관을 인간사로 확장해 가는 ‘근대화’의 흐름을 거슬러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헉슬리는 무엇보다도 우선 현대 문명은 윤리적 세계를 지향하면서 우주 진화를 거스르면서 형성되어 왔음을 강조한다. 동시에 그는 생존을 위한 투쟁을 통한 진화 과정은 여전히 국가들 사이의 경쟁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그 경쟁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 구성원들 사이의 경쟁을 자제하면서 윤리적 삶을 연마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책 속으로

The ethical progress of society depends, not on imitating the cosmic process, still less in running away from it, but combating it.

사회의 윤리적 진보는 우주 과정을 모방함으로써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우주 과정으로부터 도피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더구나 아닙니다. 윤리적 진보란 우주 과정과 싸워가면서 얻어내는 것입니다.


☑ 지은이 소개

토머스 헉슬리(Thomas H. Huxley, 1825∼1895)
잉글랜드의 일링에서 태어났다. 일링 사립학교의 교사였던 아버지는 재정난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여덟 형제자매 중 막내였던 헉슬리의 초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 그래도 헉슬리는 결혼하여 런던에서 살고 있던 누나의 집에서 생활하며 왕성한 독서욕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과학은 물론 고전문학, 철학, 외국어 등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가며 공부했다. 1845년 채링 크로스 병원 의학교에서 학위 과정을 마치고 1846년 왕립 외과 대학의 시험을 통과, 남양 지역을 탐사하는 영국 군함 래틀스네이크호에 보조 외과의 자격으로 승선하여 4년간 해상 근무를 하게 된다. 래틀스네이크호에서 근무하는 동안 헉슬리는 호주를 비롯한 남양 지역 해양 동물의 형태학, 비교해부학, 고생물학적 연구 결과들을 정리하여 런던으로 보냈고, 그중 일부는 그가 영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학계에 발표되기도 했다. 귀국 후 의사로 살아가기보다는 과학인이 되기로 결심한 헉슬리로서는 마땅한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과학이란 아직 정립된 직업이라기보다는, 찰스 다윈과 같은 재력 있는 신사나 시골 지역의 목사 같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일종의 여가 활동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상 근무 첫해 시드니항 정박 중에 만나 결혼을 약속한 헨리에타를 영국으로 불러들인 것은 그들이 결혼을 약속한 지 8년이 지난 1854년이었다. 그해에 당시 새로 설립된 국립광산학교의 교수로 임명되었던 것이다. 이후 헉슬리는 평생 영국 사회 내에서 과학 분야가 문화적 권위를 지니는 중요한 활동임을 강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 옮긴이 소개


김기윤
1952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학과(생물 전공)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에서 18세기 자연사 연구로 과학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폴 화이트의 ≪토머스 헉슬리: 과학 지식인의 탄생≫을 번역했으며,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 시대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2011년 2월 26일 토요일

동물철학 Philosophie Zoologique

국내 초역이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과는 또 다른 의미의 진화론인 개체의 필요에 의해 생물이 진화한다는 획득형질 이론을 담고 있다. 또한 독립된 과학으로서 생물학의 기반을 정초하고, 이의 연장으로 심리학적 토대를 정립하는 데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그의 이론은 용어의 해석이 애매하고, 결국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맹점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제외한다고 이 책을 읽는다면, 일생을 바쳐 생명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노력했던 19세기 초 한 사상가의 고뇌를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 책 소개

용불용설과 획득형질 유전설의 제창자
기린의 목으로 상징되는 용불용설과 획득형질 유전설의 제창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라마르크는 또한 무척추동물 분류학자, 고생물학의 창시자, 생물학(biologie)의 초안자, 현대적 의미의 화석(fossile) 용어의 고안자, 진화론(transformisme)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생물학사에서 그가 남긴 가장 큰 족적은 무엇보다도 생리학이나 해부학 등의 단편적 연구들로 이루어졌던 이전의 생명 연구를 독립된 분과 학문으로서 체계화하고 여기에 ‘생물학’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까닭은?
먼저 기린의 목을 예로 들어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설명해 보자. 높은 나무에 있는 먹이를 먹기에는 목이 긴 기린이 유리하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목이 긴 기린이 살아남게 되고, 그렇지 못한 기린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환경에 의해 생물종의 진화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번에는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이론을 보자. 기린이 높은 나무에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자연히 목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높은 나무에 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다시 말하면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생물종이 진화했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진화론은 어느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전히 진화론 연구에 있어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라마라크주의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진화론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태학의 발달과 더불어 프랑스 진화론자들에게 환경 요인이 커다란 관심으로 부각되면서 라마르크의 재발견이 이루어진다. 19세기 후반에 접어들 무렵 일부 프랑스 생물학자들은 라마르크의 이론과 다윈 이론을 접목시켜 진화를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이들에게 있어 라마르크의 이론과 다윈의 이론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연속적 진화론이라는 측면에서 양립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실제로 다윈은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을 부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연선택 이론을 바탕으로 연속적 진화를 설명했다. 이렇게 진화론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연의 연속성 개념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바이스만, 멘델, 더프리스와 같은 신다윈주의자들에 의해 주장된 자연의 비연속성 개념과 충돌을 빚게 된다. 신다윈주의자들은 생명체 진화의 전제가 되는 변이를 성의 혼합에 따르는 우연적이고 불연속적인 변이로 설명했다. 따라서 19세기 후반 생명체의 변이에 대한 설명은 점진적 변이와 돌발적 변이라는 확연히 구분되는 두 이론으로 나뉘어 수용되었다. 점진적 변이를 수용한 사람들은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을 지지하여 신라마르크주의를 형성했고, 돌발적 변이를 수용한 사람들은 획득형질의 비유전설을 역설하여 신다윈주의를 형성했으며, 이들 사이의 상반된 두 입장은 팽팽한 대립 구도에 놓이게 되었다.


☑ 책 속으로

L’influence des circonstances est effectivement, en tout temps et partout, agissante sur les corps qui jouissent de la vie, mais ce qui rend pour nous cette influence difficile à apercevoir, c’est que ses efforts ne deviennent sensibles ou reconnaissables qu’à la suite de beaucoup de temps.

생명체에 작용하는 환경의 영향은 언제 어디서나 명백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영향을 깨닫기 매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결과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감지되기 때문이다.


☑ 지은이 소개

장 바티스트 드 라마르크(Jean-Baptiste de Lamarck, 1744∼1829)
1744년 8월 1일 프랑스 피카르디 지방의 바장탱 르 프티에서 태어나 1829년 12월 18일 파리에서 생을 마쳤다. 몽파르나스(Montparnasse) 묘지에 잠정적 승인을 얻어 안치되었으나 1830년 혁명 당시 그의 묘소는 사라지고 말았다.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으며, 여덟 명의 자식이 있었으나 다섯 명만이 그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라마르크는 모계 혈통으로 922∼923년 프랑스 임시 국왕이었던 로베르 1세의 자손이었으며, 소귀족 계급 출신이었지만 가난했다. 식물학과 음악에 많은 관심을 지녔던 그는 파리의 은행에서 일하면서 의학 공부를 하기도 했으나 의사가 되지는 않았다.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를 만나 함께 식물을 채집하게 되며, 다른 과학에도 관심을 지니면서 특히 식물학에 집중하여 쥐시외(Bernard Jussieu)와 함께 연구했다. 일부 동료 가운데 특히 고정설(fixsme)의 지지자였던 퀴비에에 맞서야 했으며, 정치권력에도 그리 밝지 못했다. 혁명 사상을 지지했던 그의 정치적 시각은 제정기나 왕정복고 당시의 분위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결혼해서 많은 자녀를 두었고, 그가 택했던 직업들은 대개 명예직으로 보수가 매우 낮아서 일생 동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국립 자연사 박물관 직원 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라마르크, 50세, 두 차례 결혼, 여섯 자녀, 곤충, 유충, 미생물 전공의 동물학 교수.” 그는 남은 생애 동안 무척추동물학을 포함한 동물학에 전념했다.


☑ 옮긴이 소개

이정희
인하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펠릭스 르당텍의 기계론과 진화론>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외의 논문으로 <다윈주의 개념의 다양성>, <의학과 진화론의 상관성>, <19세기 조직화 개념의 재조명>, <근대적 생명 인식에 나타난 기계의 메타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프랑수아 자코브의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궁리, 1999), 미셸 모랑주의 ≪분자생물학: 실험과 사유의 역사≫(공역, 몸과마음, 2002), 루이 알라노와 알렉스 클라망스의 ≪이기적인 성≫(웅진, 2006), 하워드 L. 케이의 ≪현대생물학의 사회적 의미: 사회다윈주의에서 사회생물학까지≫(공역, 뿌리와이파리, 2008)가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 HK연구원으로 ‘기계와 인간의 인문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