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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6일 월요일

일반언어학 강의


구조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소쉬르가 주네브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기록하고 편집한 책이다. 소쉬르의 사상과 연구 성과는 언어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제반 영역에 걸쳐 커다란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는다. 모든 언어를 구조적 틀 내에서 바라봄으로써 보이지 않는 법칙과 원리까지 발견하려는 소쉬르의 연구 방법이 돋보인다.



☑ 출판사 책 소개

≪일반언어학 강의≫는 소쉬르가 만년에 주네브 대학에서 3차에 걸쳐 강의한 노트들을 바이와 세슈에가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해서 출간한 것이다. 1907년 1월에 시작된 1차 강의는 비판적 수용 단계로서 기존 언어학의 용어를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기호’나 ‘가치’ 등의 공시, 일반 언어학과 관련된 용어는 가능한 한 피했다. 1908∼1909년의 2차 강의는 재해석과 방법적 모색의 단계로서 서론은 소쉬르의 언어학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해설이다. 일반언어학적 주제로서 공시언어학과 통시언어학, 인도유럽언어학과 일반언어학의 문제를 다루었다. 1910∼1911년의 3차 강의는 새 패러다임을 구축해 소개한 강의로서 소쉬르의 사고를 보여 주는 가장 충실한 강의이며, 언어철학적인 인식론을 이 강의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마르크스가 사회경제사의 큰 흐름의 방향을 제시하고 프로이트가 인간 심리의 숨겨진 무의식 세계를 발견했을 때, 소쉬르는 인간 정신과 문화의 매개이자 담지자인 언어의 과학적 탐구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시기의 과학 패러다임을 추구했다. 그가 20세기 인문과학에 미친 영향의 역사적 의미는 구조주의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 데에 있다. 유럽의 구조주의학파들은 ≪일반언어학 강의≫에 제시된 혁신적인 언어 이론과 인식론, 철학적 성찰을 수용해서 각기 독자적으로 연구 관점과 대상, 방법론을 쇄신해 학적 체계를 재구성해서 발전을 도모했다. 따라서 구조적 인식, 즉 구조의 틀 내에서 사고함으로써 과학의 제반 영역에서 숨겨진 보이지 않는 원리와 법칙을 발견하려는 인식과 과학적 절차를 제시한 공적은 바로 소쉬르에게서 유래한다. 인문학의 제반 영역, 즉 언어학을 비롯해 인류학, 문학, 철학, 정신분석학, 해석학, 기호학, 사회학과 같은 학문들이 경이적으로 발전한 것도 구조적 패러다임 덕택이었다.


☑ 책 속으로

우선 무엇보다 언어(langue)라는 영역에 위치해서 이 언어를 인간언어(langage)의 다른 모든 현상에 대한 규범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1쪽

우리는 개념과 청각 영상의 결합체를 기호(signe)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현행의 용법에서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청각 영상, 예컨대 단어(arbor 등)만을 가리킵니다. (…) 이제 서로 대립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 명칭들이 지금 여기에서 문제시되는 세 개념을 가리킨다면, 모호함이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를 가리키기 위해서는 기호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개념과 청각 영상은 각각 기의(signifié)와 기표(signifiant)로 대체할 것을 제안합니다.

137쪽

언어의 모든 부분은 변화합니다. 그리고 각 시기마다 거기에 대응하는 다소 중요한 언어 진화가 있습니다. 언어 진화의 속도와 강도는 변할 수 있지만, 언어 진화의 원리 자체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언어의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285쪽


☑ 지은이 소개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1857년 11월 26일에 스위스 주네브에서 태어나 1913년 2월 22일에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일생은 학문의 구도자로서 외길을 걸은 것뿐이다. 우선 독일 시기를 보면 1876∼1878년에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세기적 저서인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 체계에 관한 논고≫(1878)와 박사학위 논문 <산스크리트어 절대 속격의 용법>(1880)을 발표했다. 다음으로 파리 시기는 주로 파리 고등연구원에서 게르만어 비교문법, 그리스어와 라틴어 비교문법을 강의했다. 주네브 시기는 1891년 11월 주네브 대학의 인도유럽어 비교역사언어학과 산스크리트어 교수로 임명되면서 시작된다. 1896∼1910년에는 그리스어,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비교역사문법을 강의했고 1896∼1912년에는 게르만어 비교문법, 1912∼1913년에는 게르만어 비교문법 및 니벨룽겐을 강의했으며, 게르만 전설을 연구했다. 일반언어학 강의는 3차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1907년 1월부터 1차 강의, 1908∼1909년에 2차 강의, 1910∼1911년에 3차 강의를 했다.


☑ 옮긴이 소개

김현권

1975년에 서울대 문리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파리7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2002년에는 파리13대학 전산언어학연구소에서 연구했다.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 불어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역서로는 벵베니스트의 ≪일반언어학의 제문제≫(1988), ≪인도유럽사회의 문화제도 어휘연구 1, 2≫(1999), 메이예의 ≪역사언어학과 일반언어학≫(1997), 바르트부르크의 ≪언어학의 문제와 방법≫(1993), ≪프랑스어 발달사≫(2000),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노트≫(2007)가 있다. 편역서로는 ≪소쉬르의 현대적 이해를 위하여≫(1998), ≪페르디낭 드 소쉬르 비판과 수용: 언어학사적 관점≫(2002)이 있고, 논문으로는 <소쉬르와 역사언어학의 전통>(1998), <Saussure의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체계 논고’와 ‘일반언어학 강의’의 방법론적 비교>(2008), <어휘의미지식 표상의 방법: 한국어 ‘사다/팔다’의 프레임 의미론적 접근>(2003), <동사의 다의와 전자사전에서의 표상>(2004) 등이 있다.


☑ 차례

초판 서문 ····················xv
재판 서문 ···················xxiii
3판 서문 ····················xxiv

서론
제1장 언어학사 일별 ················3

제2장 언어학의 주제와 과제: 인접 과학과의 관계 ···14

제3장 언어학의 대상 ···············18
1. 언어, 그 정의 ···············18
2. 인간언어 현상에서 차지하는 언어의 위치 ···25
3. 인간 현상 내에서 언어의 위치, 기호학 ····33

제4장 언어의 언어학과 발화의 언어학 ········38

제5장 언어의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 ········43

제6장 문자법에 의한 언어 표기 ···········49
1. 이 주제를 연구할 필요성 ··········49
2. 문자법의 위력, 구어 형태보다 우월한 원인 ··50
3. 문자 체계 ·················54
4. 문자법과 발음의 불일치 원인 ········56
5. 불일치의 결과 ···············60

제7장 음운론 ···················67
1. 정의 ···················67
2. 음운론적 문자 체계 ·············69
3. 문자 체계의 증언에 대한 비판 ········71

부록 음운론의 원리

제1장 음운종(音韻種) ···············79
1. 음소의 정의 ················79
2. 발성 기관과 그 기능 ············85
3. 구강의 조음에 따른 음성 분류 ········90

제2장 발화 연쇄의 음소 ·············102
1. 음성을 발화 연쇄에서 연구해야 할 필요성 ··102
2. 내파와 외파 ···············106
3. 발화 연쇄에서 일어나는 외파와 내파의 결합 ·112
4. 음절 경계와 모음점 ············117
5. 음절 구분 이론에 대한 비판 ·········119
6. 내파와 외파의 지속 ············122
7. 간극 4의 음소, 이중모음, 문자의 문제점 ···124

제1부 일반 원리

제1장 언어 기호의 성격 ·············133
1. 기호, 기의, 기표 ··············133
2. 제1원리: 기호의 자의성 ··········138
3. 제2원리: 기표의 선적 특성 ·········142

제2장 기호의 불변성과 가변성 ··········145
1. 불변성 ··················145
2. 가변성 ··················152

제3장 정태언어학과 진화언어학 ··········161
1. 가치를 다루는 모든 과학의 내적 이중성 ···161
2. 언어의 내적 이중성과 언어학사 ·······166
3. 실례를 통해서 본 언어의 내적 이중성 ····169
4. 비교를 통해서 본 두 차원의 차이 ······178
5. 방법과 원리가 대립되는 두 언어학 ······183
6. 공시적 법칙과 통시적 법칙 ·········186
7. 범시적 관점이 있는가? ···········193
8. 공시와 통시의 혼동으로 생겨난 결과들 ····195
9. 결론 ···················199

제2부 공시언어학

제1장 개요 ···················207

제2장 언어의 구체적 본체 ············210
1. 본체와 단위, 정의들 ············210
2. 단위 구분의 방법 ·············213
3. 단위 구분의 실제적 난점 ··········215
4. 결론 ···················218

제3장 동일성, 실체, 가치 ·············220

제4장 언어 가치 ·················228
1. 음성 재료로 조직된 사상으로서의 언어 ····228
2. 개념적 측면에서 본 언어 가치 ········232
3. 질료적 측면에서 본 언어 가치 ········240
4. 전체로 본 기호 ··············245

제5장 통합 관계와 연합 관계 ···········250
1. 정의 ···················250
2. 통합 관계 ················252
3. 연합 관계 ················255

제6장 언어의 메커니즘 ··············259
1. 통합적 연대 ···············259
2. 두 형태의 어군의 동시적 기능 작용 ·····261
3. 절대적 자의성과 상대적 자의성 ·······266

제7장 문법과 그 하위 구분 ············272
1. 정의: 전통적 하위 구분 ···········272
2. 합리적 구분 ···············275

제8장 문법에서 추상적 본체의 역할 ········278

제3부 통시언어학

제1장 개요 ···················285

제2장 음성 변화 ·················292
1. 절대적 규칙성 ··············292
2. 음성 변화의 조건 ·············293
3. 방법적 문제 ···············296
4. 음성 변화의 원인 ·············299
5. 음성 변화의 작용은 무한하다 ········308

제3장 음성 진화의 문법적 결과 ··········312
1. 문법 관계의 단절 ·············312
2. 단어 합성의 소멸 ·············314
3. 음성적 쌍립어는 없다 ···········317
4. 교체 ···················320
5. 교체의 법칙 ···············322
6. 교체와 문법 관계 ·············326

제4장 유추 ···················328
1. 정의와 실례 ···············328
2. 유추는 변화가 아니다 ···········332
3. 유추: 언어 창조의 원리 ···········336

제5장 유추와 언어 진화 ·············344
1. 유추 혁신은 어떻게 언어에 들어오는가? ···344
2. 유추 혁신: 해석 변화의 징조 ········346
3. 유추: 쇄신과 보존의 원리 ··········350

제6장 민간 어원 ·················355

제7장 교착 ···················360
1. 정의 ···················360
2. 교착과 유추 ···············362

제8장 통시적 단위, 동일성, 실체 ··········366

제2부와 제3부에 대한 보충 강의 ··········373

A. 주관적 분석과 객관적 분석 ·········373
B. 주관적 분석과 하위 단위의 결정 ······377
C. 어원학 ··················385

제4부 지리언어학

제1장 언어의 다양성 ···············391

제2장 복잡한 지리적 다양성 ···········396
1. 한 지점에 여러 언어가 공존하는 경우 ····396
2. 문학어와 지역 개별어 ···········400

제3장 지리적 다양성의 원인 ···········403
1. 본질적 원인, 시간 ·············403
2. 인접 지역에 대한 시간의 작용 ········407
3. 방언에는 자연적 경계가 없다 ········412
4. 언어들 사이에는 자연적 경계가 없다 ·····417

제4장 언어파의 전파 ···············421
1. 상호 교류와 지방색 ············421
2. 단일 원리로 귀결되는 두 가지 힘 ······425
3. 분리된 영토에서 일어나는 언어 분화 ·····427

제5부 회고언어학의 문제, 결론

제1장 통시언어학의 두 관점 ···········437

제2장 가장 오래된 언어와 원형 ··········443

제3장 재구 ···················449
1. 재구의 성격과 목적 ············449
2. 재구의 확실성 정도 ············453

제4장 인류학과 선사학에서 언어의 증언 ······457

1. 언어와 인종 ···············457
2. 민족성 ··················459
3. 언어 고생물학 ··············461
4. 언어 유형과 사회 집단의 정신 ········467

제5장 어족과 언어 유형 ·············471
언어 주해 ····················479
찾아보기 ····················523
해설 ······················537
지은이에 대해 ··················546
옮긴이에 대해 ··················547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추측술 Ars Conjectandi (Art of Conjecting)

수학의 길에서 <<추측술>>을 만나면?

<<추측술>>은 확률을 연구한 인류 최초의 책이다.
수학,
특히 확률을 공부하는 길목에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 책을 우리는 지금까지 이름만 기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재근은 원서를 30% 발췌하여 지만지 고전선집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베르누이 Bernoulli,Jakob(스위스, 1654~1705)

자코브 베르누이(Jakob Bernoulli, 1654~1705)는 스위스 바젤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천문학과 수학을 공부한 뒤 1687년부터 바젤대학의 수학 교수로 평생을 보냈다. 당대의 대학자인 라이프니츠와 교류하면서 미분방정식과 적분 등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는데, 그의 동생 장(Jean 또는 Johann 또는 John) 역시 그로닝겐 대학의 교수로서 유명한 수학자이자 형 자코브의 경쟁자였다. ≪추측술(Ars Conjectandi)≫은 그의 사후 8년 뒤에 조카인 니콜라스가 출판하였다. ‘베르누이 시행’, ‘베르누이 수’ 등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내용 소개  

자코브 베르누이는 스위스 바젤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천문학과 수학을 공부한 뒤 1687년부터 바젤대학의 수학 교수로 평생을 보냈다. 수학자로서 그는 당대의 대학자인 라이프니츠와 교류하면서 미분방정식과 적분 등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는데 그의 동생 장(Jean 또는 Johann 또는 John) 역시 그로닝겐 대학의 교수로서 유명한 수학자였다. 두 사람은 학문적으로 경쟁자였을 뿐만 아니라 사이 나쁜 형제의 대표적인 경우였는데 의사소통은 오로지 수학 논문(당연히 풀기 어려운 문제를 던져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논문)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정도였다. 형인 자코브가 1705년 열병으로 일찍 죽은 뒤 남긴 유고를 정리하여 ≪추측술≫을 내는 일도 당연히 동생인 장이 해야 할 일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자코브가 죽은 지 8년이 지난 뒤에 정작 출판을 책임진 사람은 그의 조카인 니콜라스였다.

‘확률’이라는 단어는 이 책에서 아주 나중에야 등장하지만 이 책은 확률의 역사에서 중요한 고전이다. 잠깐 확률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확률에 대한 수학적인 연구는 1654년 파스칼과 페르마가 주고받은 편지에서 도박에 대한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기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출판물로는 비슷한 시기인 1657년에 나온 하위헌스의 글이 가장 먼저이다. 그 이후 한동안 뜸하던 연구는 18세기 초에 스위스의 자코브 베르누이, 프랑스의 드 몽모르(Pierre Rémond de Montmort), 영국의 드 무아브르(Abraham de Moivre)가 잇달아 중요한 연구를 출판하면서 크게 도약하였다. 학자들은 베르누이가 ≪추측술≫을 쓰기 시작한 시기가 1680년대라고 추정하고 있으므로 비록 출판 연도는 뒤지지만 베르누이의 연구는 세 사람의 연구 중 가장 앞선 시기에 이루어졌다. 아래에 있는 해설에서 보게 되듯이 ≪추측술≫에는 베르누이의 독창적인 연구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연구에 설명을 붙인 것, 이미 다른 사람이 발표한 결과 등이 함께 들어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그때까지 이루어진 기댓값(expectation)이나 조합(combination)에 대한 연구가 베르누이 나름의 해석과 함께 체계적으로 들어 있다. 이 책은 ‘확률’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내리고 도박, 경제, 도덕 등의 분야에도 적용되었고, 무엇보다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극한 정리가 실려 있었으므로 출판 이후, 특히 18세기에 많은 호응을 받았다.

머리말 중에서   

자코브 베르누이의 ≪추측술≫은 확률이라는 것을 새로운 수학 이론의 주인공으로 연구한 최초의 책이다. 우리는 오늘날 도박에서 경우의 수와 확률을 매우 밀접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18세기 초만 하더라도 그 둘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그 둘을 이어준 책이 바로 베르누이의 ≪추측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확률의 역사, 통계학의 역사에서 빠짐없이 중요한 문헌으로 언급되고 제2장과 제4장의 일부가 많은 책과 연구논문에서 인용되는 고전이다. 원래 라틴어로 된 이 책은 그와 같은 명성이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출판 후 약 300년이 가깝도록 부분적으로만 번역되었을 뿐 영어로는 완역본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6년에야 비로소 과학사학자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역사학과의 실라(Edith Dudley Sylla) 교수의 번역으로 영어 완역본이 출판되었다. 그 번역은 원래 저명한 확률, 통계학자인 샤퍼(Glenn Shafer), 에드워즈(A. W. F. Edwards) 교수와의 공동 작업으로 1984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상세히 밝히고 있지 않은 사정때문에 두 사람은 빠지고 번역에 착수한 지 20년이 더 지나 실라 교수 단독 번역으로 완역이 출판되었는데 끝까지 세 사람이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면 수학적으로 보다 많은 내용이 담긴 번역서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실라 교수의 책은 단순히 두 가지 다른 언어 사이를 이어주기만 하는 번역서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책이다. 그녀의 ≪추측술(The Art of Conjecturing)≫은 베르누이의 ≪추측술(Ars Conjectandi)≫보다 훨씬 두꺼운데 그녀가 덧붙인 글, 특히 126페이지에 달하는 앞부분의 서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연구서로 출판해도 아무 손색이 없을 만큼 세밀하면서도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이 책의 완역을 위한 인적인 조건이나 사회적인 여건이 어느 정도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할 때 ≪추측술≫을 처음 한국에 소개한다면 일단 완역보다는 발췌 번역을 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싶었다. 희망컨대, 확률과 통계학 또는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추측술≫을 인용한 부분을 어디선가 만났을 때 이전처럼 그냥 ‘그런 책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버리는 대신 이  책에서 찾아 읽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충실한 완역본이 나올 날도 앞당겨질 것이다.

본문 중에서      

What cannot be ascertained a priori, may at least be found out a posteriori from the results many times observed in similar situations, since it should be presumed that something can happen or not happen in the future in as many cases as it was observed to happen or not to happen in similar circumstances in the past.

최소한 비슷한 상황에서 여러 번 관측하고 난 뒤에는 처음에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어느 정도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았는지 관측했다면 미래 그 일의 발생 여부도 그 정도라고 추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유체의 압력은 유체의 흐르는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낮아지고 느린 곳에서는 높아진다’는 ‘베르누이의 정리’로 유명한  수학자 베르누이의 유작. 확률을 수학 이론에 도입한 것도 최초, 확률의 역사에서 중요한 극한 정리를 증명과 함께 다룬 것도 최초,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도 최초다. 수식이 나와 상당히 어려운 줄 알지만 의외로 쉽다. ≪수학의 정석≫을 거친 분이라면.

역자 일러두기     

번역은 실라 교수의 영어 번역을 저본으로 하였는데 그 책 이외에도 확률의 역사를 연구하는 셰이닌(Oscar Sheynin)이 2005년에 제4부만 번역한 것(http://www.sheynin.de/download/bernoulli.pdf)도 참조하였다.
이 책이 확률의 역사라는 흔치 않은 전문적인 분야에 속하는 책인 탓에 옮긴이의 각주가 많이 필요하지만 책의 분량을 감안하여 그 수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하지만 조합 이론이 나오는 제2부에서는 수학적인 내용이 문장으로 길게 설명된 것들에 대해 보다 알기 쉽게 오늘날의 기호를 써서 주를 붙였다. 그러나 교과서나 인터넷, 백과사전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항과 인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옮긴이 주를 붙이지 않았다.
실라 교수가 영어 번역에 붙인 각주 가운데에서도 필요에 따라 일부를 옮겼는데 그런 것은 각주 앞에 (Sylla, p. 206)과 같이 출처를 밝혔다. 그 외의 각주는 모두 옮긴이가 붙인 것이다.
독자들이 다른 문헌에서 인용된 것을 찾아볼 때 편리하도록 라틴어 원저의 페이지 수를 [페이지 214]와 같이 나타냈다.
≪추측술≫을 쓴 베르누이의 이름은 영어, 불어, 독어 등 각 언어로 표기할 때마다 James, Jacques, Jacob, Jakob 등으로 다르게 표기되기 때문에 자칫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이름으로 알기 쉬우므로 잘 가려 읽어야 한다. 우리말로 옮길 때에도 역시 같은 문제가 생기는데 이 번역에서는 외래어표기법을 따라 ‘자코브 베르누이’라고 옮겼다.
옮긴이가 번역한 ≪통계학의 역사≫(한길사, 2005)와 비교할 때 사람 이름이 몇 군데 달라진 곳이 있다. 가령 그 책에 ‘야콥 베르누이’로 돼 있던 것이 이 책에서는 ‘자코브 베르누이’로, ‘호이헌스’가 ‘하위헌스’로 바뀌었는데 이전에 옮긴이가 나름대로 표현했던 것들을 이번에는 모두 국립국어원의 표기법 용례를 따랐기 때문이다.
옮긴이가 붙인 각주에서 자주 언급한 참고문헌은 여기에 따로 밝혀두고 본문에서는 줄여서 나타내었다.
Edwards, A. W. F. (2002). Pascal's Arithmetical Triangle: The Story of Mathematical Ideas,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본문에서는 Edwards, PAT ).
Hald, A. (1990). A History of Probability and Statistics and Their Applications before 1750, Wiley(본문에서는 Hald, HPS ).

역자 소개        

조재근
1960년 부산 출생.
1986년 이후 경성대학교 정보통계학과 교수.
관심분야: 통계학의 역사.
옮긴 책: ≪통계학의 역사≫ (스티븐 스티글러 지음, 한길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