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지은이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
옮긴이 : 원유경
분야 : 영국 소설
출간일 : 2013년 2월 8일
ISBN : 978-89-6680-426-9 (03840)
12000원 / 사륙판(128*188) / 224쪽
☑ 책 소개
이 책은 펭귄북스에서 출판된 ≪The Picture of Dorian Gray≫(1949)를 원전으로 사용했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은 1890년 <리핀콧(Lippincott’s Monthly Magazine)>지 7월호에 처음 연재되었으며, 1891년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자 <스코츠 업저버(Scots Observer)>지는 “쓰이지 않는 게 훨씬 나았을 책”이라 혹평했고, <세인트 제임스 가제트(Saint James Gazette)>지는 “사악한 자가 벌을 받았다고 해서 도덕적 작품이 될 수는 없다”면서 “불 속에 던져버려야 할 부도덕하고 불결한 책”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혹평에 대해 와일드는 예술과 도덕은 별개의 것이므로 도덕적 시각에서 작품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와일드는 영국의 보수적인 독자층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작품을 왜 부도덕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화가 바질 홀워드가 초상화의 모델인 도리언 그레이를 본 순간 느꼈던 동성애 감정 묘사를 흐릿하게 처리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심미주의 이론을 설명하는 서문, 시빌 베인의 멜로드라마적인 상황과 제임스 베인의 복수 장면, 런던의 하층민 거주 지역의 음산한 풍경을 덧붙이는 등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동성애 문제로 인해 그의 부도덕한 삶이 여실히 반영된 것으로 간주되어, 스캔들과 치욕으로 이어지는 작품이 되었다. 와일드는 작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완전히 몰락했으며 그의 작품은 사후 십여 년간은 외설로 치부되었으나, 차차 그 작품성을 평가받으면서 1970년 이후에는 학계에서도 진지하게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와일드가 가볍고 대중적인 작품을 쓴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사회적·문화적 현상에 불과했는지 혹은 지나치게 현대적인 사상을 개진했던 불우한 사상가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영국 펭귄북스 출판사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949)을 번역한 것이다. 펭귄북스 출판사의 텍스트는 개정본이어서 1890년 원본과의 비교를 위해 미국 노턴 출판사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2007)을 참고했다. 번역 원본은 원래 200자 원고지로 1160장인데 지만지의 번역 지침에 따라 절반에 해당되는 552쪽으로 축약했음을 밝힌다.
20장으로 구성된 개정판을 번역함에 있어서, 와일드의 심미주의 이론과 감각적 향락주의 사상이 깊이 반영된 전반부는 전문을 번역하고자 했다. 특히 1, 2장은 거의 삭제하지 않고 완역했다. 3장 이후 헨리 경의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심미주의 사상 및 아름다움과, 청춘의 상징인 도리언이 그에게서 받은 영향, 초상화의 마법의 힘을 둘러싼 내용도 되도록 원전을 그대로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헨리, 바질, 도리언을 둘러싼 런던 사교계의 자선 파티, 식사, 연주회 등의 이야기는 생략했고, 도리언이 사랑한 가난한 여배우 시빌 베인의 자살과 제임스 베인의 복수와 죽음을 둘러싼 내용은 핵심만 남겼으며 삼류 극장의 주변 이야기와 가족사는 대부분 생략했다. 주변적인 내용은 생략했지만 수정본에서 덧붙여진 고딕적 분위기는 작가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남겨두었다. 특히 빈민가, 아편굴 등 음산한 도시 풍경의 묘사는 이 작품의 또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 작품은 심미주의에 대한 예찬과 동시에 윤리적 교훈을 담고 있다. 작가를 대변하는 헨리 워턴 경은 새로운 쾌락주의를 주창하면서 영국 보수층의 종교적·윤리적 위선을 공격하고 풍자한다. 헨리 경은 예술의 이상 또는 화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도리언에게 인생에서 아름다움이 최고의 가치이며, 순간의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열정을 갖고 모든 감각을 체험하라고 권하는데, 이것이 도리언에게 끼치는 좋지 못한 영향은 작가가 작중 인물 헨리 경에게 보이는 공감과 비판의 양면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헨리 경의 영향을 받아 삶을 예술로 간주하고 개인적 감각의 향유를 추구하던 도리언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초상화가 그를 대신해서 늙어가게 한다. 바질 홀워드는 도리언에게 사랑을 느끼고 고뇌하며 그에게 영감을 얻어 위대한 예술 작품을 완성했지만, 도리언이 가까운 인물들을 타락의 길로 이끌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질책하며 그의 영혼을 구원하려 한다. 이에 도리언은 청교도적 사고를 지닌 바질에게 순간적으로 증오를 느끼고 그를 살해한다. 감각적이고 향락적인 삶을 추구하던 아름다운 도리언은 결국 살인자가 되고, 완전 범죄를 위해 사체를 유기한다. 그러나 범죄 행각이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과, 도리언에게 버림받아 자살한 옛 연인의 동생이 그에게 복수하겠다고 쫓아다니는 등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그는 공포를 잊기 위해 아편 중독자가 된다. 이러한 도리언의 파멸 과정을 통해 작가 와일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과 삶은 별개의 영역이며 예술에서 도덕을 따질 수 없다고 예술의 자율성을 주장하던 와일드가 결국은 그 공허함을 깨닫고 자신의 세기말적 심미주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월터 페이터 및 키츠, 라파엘 전파, 보들레르, 고티에, 위스망스와 같은 이전의 심미주의 작가들의 영향이 짙은 이 작품에서, 와일드는 감각은 영혼을 치유한다고 주장하며 죄를 초월한 삶의 체험과 개인주의를 예찬한다. 또한 개인의 아름다운 영혼의 기록이 곧 예술이며 도덕과 예술은 별개의 세계이고 예술의 세계가 훨씬 우월하다고 말한다. 예술은 사회적인 쓸모는 전혀 없지만 교양을 갖춘 문화인은 쓸모 있는 일을 통해서가 아니라, 명상과 관조를 통해 삶이 가지는 더 높은 범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련되고 독특한 복장으로 사교계를 누비고, 집안 장식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와일드는 이 작품에서 아름다운 꽃과 정원, 실내장식, 의상, 향수와 보석 같은 외적·형식적 아름다움의 묘사에 큰 비중을 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도리언 그레이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도리언의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심미주의 안에서 심미주의를 전복시킨다. 감각적인 관능주의는 인간 영혼의 타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독의 씨앗 같은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심미주의자라는 작가의 가면 뒤에 그의 청교도적인 모습이 숨어 있다고 말한 비평가도 있다.
이 작품은 세기말의 상징적 작품으로서 당대 사회의 권태와 무기력, 나태와 절망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동성애 코드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와일드는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이면을 들춰낸다. 상류사회의 경직된 사고와 위선을 비판하는 한편 하층민들의 비참한 삶을 묘사함으로써 사회에 내재된 계급 간의 빈부 격차, 이민의 유입, 아편 중독, 타락한 군상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도리언의 아름다운 청춘과 그의 초상화의 흉측하고 잔인한 모습, 도리언의 미소와 처절한 비명이 대조된 삶의 양면성과 인간의 양면성을 다루는 이 작품은, 도플갱어를 주요 모티브로 삼은 고딕소설이기도 하다. 도리언의 이중적 삶은 빅토리아 시대의 아름답고 이타적인 신사계급의 추하고 위선적이고 타락한 이중적 삶의 폭로다. 또한 이스트엔드와 웨스트엔드로 요약되는,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인종차별 등의 사회적 균열에 대한 예고이기도 하다. 상류사회의 파티와 고급 식탁과 꽃과 실내장식의 아름다운 분위기와 타락한 길거리 여성들, 아편굴의 중독자, 도리언의 악마적 행위와 범죄, 고뇌와 비명 등의 끔찍한 묘사는 세기말의 종말론적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이 작품은 19세기말 ‘빅토리아 문명의 묘비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심미주의자 또는 댄디로 알려진 와일드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이러한 시대 상황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이를 패러독스로 표현하고자 했으며, 그의 슬픔과 절망은 비극적 에토스로 표현되었다.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는 예술가인 동시에 사회의 궁극적 개선을 향해 온몸으로 절규하는 사상가의 양면성을 지닌 작가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 유행하기 시작한 심미주의는 세기말에 이르러 오스카 와일드에게서 정점을 이루고 쇠퇴한다. 위선적이고 경직된 영국의 보수층에 의해 질식당한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와일드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당대의 지성의 중심에 당당히 서려고 했던 주요 예술가이자 사상가라는 의미를 지닌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주인공의 파멸로 끝나지만, 이 작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실용주의, 공리주의, 합리성, 자본주의, 청교도 윤리, 종교적 복음주의 등에 밀려 문화와 교양의 위상이 점차 약해지던 시기에 헬레니즘에 대한 향수에 젖어 예술지상주의를 외치던 이 작품은, 황금만능주의 아래 순수예술과 학문이 설 자리를 잃고 인간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유를 잃어버린 21세기에, 인간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철학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비록 동성애가 영국의 보수적 사회에 의해 부도덕한 외설 행위로 단죄되고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처럼 몰락과 파멸에 이르렀으나, 그가 주장한 심미주의 사상은 약육강식의 경제 사회, 예술이 경제력의 도구로 종속되어 버린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 저자 소개
오스카 와일드는 19세기말 영국 유미주의의 대표적 작가로 1854년 10월 16일 더블린에서 출생했다. 그는 왕실의 주치의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부친과, 혁명적 시를 통해 켈트 문화를 전파하고자 했던 모친의 영향을 받아 엄청난 독서가이자 훌륭한 이야기꾼으로 성장했다. 그는 1871년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그리스와 르네상스 고전문학을 공부한 후 1874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데, 옥스퍼드에서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 같은 스승을 만나 그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는다. 1878년 학위를 받은 후 런던으로 간 와일드는 위트가 넘치는 화술로 사교계를 사로잡았고 일상생활에서 유미주의를 실천하는 멋쟁이로 유명해진다. 그는 미국에 유미주의를 알리기 위해 1년간 순회강연을 떠나게 되고 곧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다. 와일드는 1883년 콘스턴스 로이드와 결혼해서 두 아들 시릴과 비비안을 두지만, 1891년 16세 연하의 옥스퍼드 대학생 앨프리드 더글러스 경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잡지에 서평을 기고하고 ≪행복한 왕자(The Happy Prince)≫와 같은 동화를 발표하며 여성잡지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던 와일드는 1890년 <리핀콧>이라는 잡지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연재하기 시작하여 다음해 단행본으로 출판한다. 와일드는 시·동화·소설·희곡·비평 등 여러 방면에 걸쳐 글을 썼는데, 당시 영국 상류사회의 위선을 꼬집은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Lady Windermere’s Fan)>, <하찮은 여자(A Woman of No Importance)>, <이상적인 남편((An Ideal Husband)>, <성실함의 중요성(The Important of Being Earnest)> 같은 희곡 작품은 관객들의 갈채를 받으며 런던의 극장에서 계속 공연되었다. 그러나 앨프리드의 부친인 퀸즈베리 후작은 와일드와 아들의 비정상적 관계에 분노해 와일드를 남색가라고 비방하고 와일드는 명예훼손으로 그를 고발한다. 재담과 화술로 런던 사교계를 풍자하고 조롱하던 와일드는 결국 사회의 보수층에 의해 외설행위로 단죄되어 2년의 강제 노동형에 처해진다. 41세에 와일드는 그가 평생 추구해 온 영혼의 자유와 아름다움이 철저히 배제된, 추하고 불결한 감옥에서 힘든 노동에 시달리며,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서서히 무너져버리게 된다.
와일드는 감옥에서 슬픔과 절망의 나락에 빠져 더글러스에게 분노에 찬 편지를 쓰곤 했는데 이는 사후에 ≪심연으로부터(De Profundi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1897년 출옥한 후 와일드는 영국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못했으며, 비인간적 형벌 체계에 대한 분노를 담은 <레딩 감옥의 노래(The Ballad of Reading Gaol)>를 발표했을 뿐 홀로 쓸쓸히 떠도는 생활을 하다가 1900년 파리의 한 호텔에서 사망한다.
☑ 옮긴이 소개
원유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모더니즘, 제국주의, 페미니즘, 디아스포라 등의 주제로 18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영국 소설을 연구했다. 저서로 ≪오만과 편견≫, 역서로 ≪타임머신≫, ≪당나귀와 떠난 여행≫ 등이 있으며, 그 외 논문 수십 편이 있다. 현재 세명대학교 영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책 속으로
How sad it is! I shall grow old, and horrible, and dreadful. But this picture will remain always young…. If it were only the other way! If it were I who was to be always young, and the picture that was to grow old! For that―for that I would give everything! Yes, there is nothing in the whole world I would not give! I would give my soul for that!
“정말 슬픈 일이에요! 나는 늙고 끔찍하고 흉해지지만 이 그림은 영원히 젊은 채 남아있겠지요…. 그 반대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변함없이 젊은 상태로 남아 있고, 그림이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라면―정말 그러기 위해서라면―난 무엇이든 다 줄 수 있어요! 그래요. 이 세상에 내가 주지 못할 게 없어요. 그걸 위해서라면 내 영혼이라도 줄 거에요.”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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