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라
결혼은 인류가 떠맡은 가장 중요한 탐구여행이었으며 또 여전히 그렇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는 그의 글 <<결혼에 관한 약간의 성찰>>을 시작하면서 플푸타르코스의 다음 명제를 인용한다.
"속는 자가 속지 않는 자보다 더 현명하다."
쇠렌 키르케고르 (덴마크, 1813~1855)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미카엘 키르케고르는 코펜하겐의 성공한 상인으로서 경제적으로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부자였지만, 어린 시절 유트란 황야에서 심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린 나머지 하나님을 저주했던 일로 늘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영혼의 구원을 받아 영원한 행복을 얻고자 했던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였다.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미카엘은 막내아들 쇠렌에게 엄격한 그리스도교 교육을 베풀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곤 했으며, 아들이 신학교를 나와 목사가 되기를 원했다. 쇠렌은 누구보다 아버지를 따랐고, 아버지의 암울한 성격, 신앙심, 그리고 가르침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쇠렌의 암울한 성격과 어떻게 진실한 그리스도교인 될 수 있는가라는 평생의 문제의식은 아버지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그가 나중에 저술한 위대한 작품들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러한 유산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 미카엘과 형 페테르의 권유를 받아 키르케고르는 18세에 코펜하겐 대학 신학부에 입학한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 키르케고르는 한동안 방탕한 생활을 하며 그리스도교는 광기라고 말할 정도로 그리스도교에서 멀어진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슬픈 마음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키르케고르에게 파멸의 시기는 1836년 자살 미수 사건으로 절정에 이르지만, 이 사건 이후에 그는 점차 안정을 되찾는다.
안정을 되찾으며 아버지와 화해한 키르케고르는 그리스도교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그리스도교는 역설이라는 신념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레기네 올센과의 약혼을 파기하면서까지 그 당시 덴마크 지성계를 지배하고 있던 합리주의의 전형인 헤겔주의를 공격하는 데 몰두한다. 이런 공격의 일환으로 1843년에 내놓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필두로 그는 10여 년에 걸쳐 수십 편에 달하는 작품들을 쏟아낸다.
≪반복≫, ≪두려움과 떨림≫, ≪불안의 개념≫, ≪철학적 조각들≫, ≪철학적 조각들에 대한 결론으로서의 비학문적 후서≫, ≪사랑의 역사≫, ≪그리스도교적 강화집≫, ≪죽음에 이르는 병≫ 등이 이 시기에 나온 키르케고르의 대작들이다.
그는 세속에 물든 덴마크 국교회와 싸우다 지쳐 1855년 마흔넷의 나이로 외롭게 세상을 떠난다. 그는 세상을 떠나며 폭탄이 터져 불을 지를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그의 사상은 현대 실존주의 철학과 변증법적 신학에 불을 댕겼다. 이제 그의 사상을 빼고는 현대 실존주의 철학과 변증법적 신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현대 철학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해설
발췌 분량은 <결혼에 관한 약간의 성찰: 반론에 대한 응답, 유부남 씀>의 전체에서 약 40% 정도입니다.
이 책은 키르케고르의 ≪인생길의 여러 단계(Stadier paa Livets Vei)≫ 중에서 실존의 윤리적 단계를 결혼에 빗대 묘사하고 있는 <결혼에 관한 약간의 성찰: 반론에 대한 응답, 유부남 씀(Adskilligt om Ægteskabet mod Indsigelser. Af en Ægtemand)>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인생길의 여러 단계: 다양한 사람들의 연구(Stadier paa Livets Vei: Studier af Forskjellige)≫[제책업자 힐라리우스(Hilarius Bogbinder)가 편찬하고 출판함]는 키르케고르가 인생의 주요한 단계들을 예시하기 위해서 저술한 작품이다.
≪인생길의 여러 단계≫ 중에서 실존의 윤리적 단계를 결혼에 빗대 묘사하고 있는 <결혼에 관한 약간의 성찰: 반론에 대한 응답, 유부남 씀(Adskilligt om Ægteskabet mod Indsigelser. Af en Ægtemand)>(SV. VI, 85∼161쪽)을 우리말로 옮겼다. 여기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판사는 자신의 체험에 근거해서 행복한 결혼을 논증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독단을 통해서 우리에게 자신의 철학에서는 꿈꿀 수 없는 삼라만상의 것들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본문 중에서
Priset være Ægteskabet, priset Enhver, der taler til dets Ære.
결혼을 찬양할지며, 결혼에 경의를 표하는 발언을 하는 모든 이를 찬양할지어다.
출판사 서평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책은 키르케고르의 ≪인생길의 여러 단계≫ 중에서 실존의 윤리적 단계를 결혼에 빗대 묘사하고 있는 <결혼에 관한 약간의 성찰>을 옮긴 것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유부남 판사는 독단적이라고 할 만큼 결혼을 예찬하고, 결혼하는 것만이 최고이자 최선의 ‘결단’이라고 말한다. 즉, 결혼은 순간의 ‘결단’이라고 말하는데 결혼하지 않는 소극적인 결단을 내리는 자는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고, 결혼하는 것만이 적극적인 결단이며 행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결혼한, 혹은 결혼을 생각하는 독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옮긴이
임규정은 1957년 5월 9일 완주군 조셋 마을에서 출생했다.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에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 <키르케고르의 자기의 변증법>은 키르케고르 실존철학의 핵심인 실존의 3단계의 변증법적 구조를 다루고 있다. 또한 그는 키르케고르 실존철학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썼으며, 그의 저서로는 ≪헤겔에서 리오타르까지≫(공저, 지성의 샘, 1994), ≪공간 물질, 시간 정신, 그리고 생명 진화≫(공저, 북스힐, 2007)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니체≫(지성의 샘, 1993), ≪반철학으로서의 철학≫(공역, 지성의 샘, 1994), ≪직업윤리≫(공역, 군산대학교 출판부, 1995), ≪하이데거≫(지성의 샘, 1996), ≪스칸디나비아 철학≫(공역, 지성의 샘, 1996), ≪라틴아메리카 철학≫(공역, 지성의 샘, 1996), ≪불안의 개념≫(한길사, 1999), ≪키르케고르≫(시공사, 2001), ≪철학의 거장들 3≫(공역, 한길사, 2001), ≪유혹자의 일기≫(공역, 한길사, 2001), ≪키르케고르, 코펜하겐의 고독한 영혼≫(한길사, 2003), ≪카사노바의 귀향≫(신아출판사, 2006), ≪죽음에 이르는 병≫(한길사, 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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