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0일 목요일

변두리 극장

찰리 채플린과 비교되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스승으로도 불리는 카를 발렌틴의 텍스트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모놀로그, 단막극, 짧은 대화 등 그가 남긴 500편이 넘는 작품들 중에서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우리 독자에게도 잘 이해될 수 있는 22편을 발췌했다.

발렌틴의 작품에서, 희극성은 인물들이 처하는 희극적인 좌절과 파국에서 발생한다. 인물들은 사물에 지배를 받게 되거나 물건을 다루는 데 어려움에 처하며 혼란스런 파국 상황에서 사물의 희생자가 되어 버린다. 작품들 속의 희극적 인물들은 때로 자신의 고집으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오류에 빠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구조가 억압의 상황을 만들어 인물들은 여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파국을 맞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파국은 비정상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관객을 웃게 만든다. 관객의 웃음은 남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이 상황들은 대부분 비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발렌틴의 텍스트는 희비극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풍자적인 그의 텍스트가 보여 주는 유머는 특히 언어 무정부주의라고까지 불리는 언어예술에 기초하는데, 발렌틴이 대부분의 다른 유머 작가와 다른 점은, 어떤 주제를 핵심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과 달리 그의 언어 자체가 주제를 제공하고 언어가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그의 언어는 소통의 형식을 넘어 해부되며, 철저한 논리 자체가 언어의 불합리함을 증명하기까지 하는 기발한 도구로 기능한다. 이러한 언어예술로 인해 그는 언어의 찰리 채플린으로 평가된다. 발렌틴의 언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언어유희다. 어느 면에서 발렌틴의 언어유희는 시시한 말장난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말장난은 사실 언어유희의 근원적 형식이다. 발렌틴은 언어를 이용한 희극적 효과의 근원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언어유희는 언어 자체가 가진 한계를 보여 줌과 동시에 풍부한 암시를 통해 언어의 다양한 기능을 보여 준다.

발렌틴의 인물들은 대부분 현실을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는다. 인물들에게 현실은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은 현실에 좌절한다. 이 좌절의 모습은 다른 한편으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발렌틴이 현실을 수정하고 변혁하고자 시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발렌틴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으므로 보편적으로 익숙한 것들을 뒤집고 무시한다. 그에게 자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명한 것, 익숙한 것, 규정된 것, 그리고 현실 자체를 발렌틴은 질문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의 텍스트에 나타나는 무의미, 비논리, 잘못된 전제와 잘못된 추론은 오히려 우리의 보편적 사고를 뒤집는다. 웃음을 통한 사고의 전환이는 발렌틴이 우리에게 주는 자유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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