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천줄읽기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김정아 옮김
분야 : 천줄읽기/소설
출간일 : 2012년 8월 10일
ISBN : 978-89-6680-541-9 02890
12000원 / A5 제본 / 318쪽
☑ 책 소개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한 작품. 황금 송아지가 다스리는 서구주의에 물든 페테르부르크에 찾아온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숭고하고도 순수한 백치 미시킨 공작. 그러나 “미(美)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작가의 명제에도 불구하고, 돈, 권력, 성적 타락 등이 만연한 세계 속에서 “긍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은 단지 “백치”가 될 수밖에 없다. 배금주의에 물든 타락한 세상에 보내는 도스토옙스키의 강렬한 묵시록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백치≫는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중 ≪죄와 벌≫을 잇는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작가는 자신의 창작 중에서 ≪백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했으며, 이 대작을 1867년과 1868년의 17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백치≫에서 도스토옙스키는 “긍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을 그려 내고자 했다. 한 편지에서 작가 스스로도 인정하듯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으므로 그것이 매력적인 것이기도 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준비할 수가 없었던” 테마였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인간”인 성경 속 예수가 그의 시대에 가장 흉폭한 죄인으로 몰렸던 것처럼(십자가형은 당시 가장 죄질이 나쁜 죄수에게 내리는 형벌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아름다운 인간”도 그가 던져진 페테르부르크라는 세계 속에서 “백치”로 여겨진다. 그의 어린아이 같음, 진실하고 정직함, 성실함, 희생적인 사랑, 이 모든 것들이 그가 마주치는 페테르부르크 거주자들에게는 당혹스러움이고 충격이었다. 미시킨은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이 황금 송아지의 왕국을 벌거벗은 임금님의 어린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본다. 모든 이들의 합의하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거짓과 그럴싸한 허위의 포장 아래에 감추어져 있는 본래의 추한 모습이 미시킨에 의해 드러난다.
≪백치≫는 치정, 살인, 돈, 사랑과 욕망과 질투의 삼각관계를 그린 재미난 소설로서도 성공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런 세속적인 소재를 신과 인간, 파멸과 구원 등의 철학적 사상과 잘 버무려 내어 시공을 뛰어넘는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데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함이 존재한다. 소설로서도 성공한 이 작품은 “긍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을 구현해 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에서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미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명제의 성공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완벽한 육체적 미의 소유자인 나스타샤 필리포브나와 완벽한 정신적 미의 소유자인 미시킨 공작, 이 두 주인공의 파멸로써 소설이 끝을 맺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결말은 오히려 명제의 성공보다도 플롯에 있어서나 테마를 위해서나 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백치≫의 독자라면 대체 누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있겠는가! 하얀 시트 아래에 차가운 주검으로 누워 있는 절세미인 나스타샤 필리포브나와 그녀의 시체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광기 어린 로고진, 그리고 완전한 백치의 상태로 되돌아간 미시킨 공작! 세계는 구원받을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해 버렸다. 그 세계 속에서 구원의 빛인 미마저도 파멸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재림한 예수를 어찌할지 모르는 이반 카라마조프의 <대심문관> 속의 세계를 예고한다. 19세기 독자에게뿐만 아니라 21세기의 독자에게도 해당되는 무서운 경고다.
☑ 책 속으로
●판결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것은 강도질을 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끔찍한 짓이라고. 밤중에 숲 속 같은데서 강도에게 찔려 죽는 사람도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이 구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절대로 놓지 않는 법이거든. 예를 들어 목이 이미 잘렸어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도망을 치거나 살려 달라고 도움을 청하거나 하거든. 이런 최후의 희망이 있으면 열 곱절이나 편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을, 사형선고라는 것은 이런 희망을 확실히 빼앗아 버린단 말일세. 일단 선고가 내리면, 이제 달아날 길은 절대로 없는 것이고, 바로 이 점에 정말 끔찍한 고통이 있는 거야. 이보다 더한 고통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걸세. 전쟁터에서 병사를 끌어내다가 대포 앞에 세워 놓고 그에게 쏜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을 걸세. 그런데 이 병사에게 확실한 사형선고를 낭독해 주면 그는 아마 미쳐 버리든가 울음을 터뜨리든가 하고 말 걸세.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미쳐 버리지 않고 그것을 견뎌 낼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럼 정말로 내가 이 사람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요? (공작을 가리키며) 그리고 이 사람은 본인이 아직도 유모가 필요한 처지인데 어떻게 결혼을 한다는 거죠? 아마도 저기 있는 장군님이 이 사람의 유모가 될 거예요. 한번 보세요, 벌써 저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잖아요! 공작님, 당신이 결혼하려 했던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세요. 당신의 약혼녀는 이렇게 돈을 받았어요, 너무도 방탕한 여자여서요. 그런데도 이런 여자와 결혼을 하려 하시다니요! 아니 어째서, 울고 계시는 거예요? 대체, 뭐가 슬프다는 거지요? 그러지 말고, 웃어 보세요, 나처럼 이렇게요.” 이렇게 말하는 나스타샤 필리포브나의 양 볼에 두 줄기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불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어쨌건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이 가난한 기사에게는 자기의 숙녀가 어떤 사람이건 무슨 짓을 하건 그런 것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가 그녀를 선택했고, 그녀의 ‘순결한 미’를 믿는다는 것만으로, 또 그가 이미 그녀 앞에 영원히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그에겐 충분한 거예요. 설사 나중에 가서 그녀가 도둑년이라는 게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그 여자를 믿고, 그녀의 순결한 미를 위해 창이 부러질 때까지 싸울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시인은 이 경탄할 만한 인물 속에 순결하고도 고상한 한 기사가 품었던 중세의 기사도적이고 플라토닉한 사랑의 위대한 사상을 구현하고자 했을 거예요. 물론 이것은 하나의 이상일 뿐이지만요. <가난한 기사>에서는 이 감정이 극에 달해 금욕주의에까지 도달해 있어요. 그러나 이런 감정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이런 감정들은 그 자체로 심오하고, 한편으로는 찬양할 만한 특성입니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새삼 돈키호테에 대해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가난한 기사>는 바로 돈키호테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우스꽝스런 사람이 아니라,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이지요. 한마디로, 진지한 돈키호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처음엔 저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지만, 지금은 <가난한 기사>를 사랑하고 있으며, 중요한 점은 그의 공적을 존경하고 있다는 겁니다.”
●“들어 보세요! 말만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전 잘 압니다. 모범을 실례로 보여 주는 것이 더 낫고, 시작을 한다면 그건 더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전 이미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과연 정말로 불행할 수가 있을까요? 제가 행복을 누릴 힘이 있다면 지금 느끼는 이런 슬픔이나 불행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한 그루의 나무 옆을 지나갈 때 그것을 보고 행복을 느낄 줄 모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그를 사랑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오, 전 제대로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만… 하지만 가장 힘들고 의기소침한 사람조차 발자국마다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지 아십니까? 갓난아기를 보십시오, 새벽노을을 보십시오, 저 들에 자라고 있는 한 포기의 풀을 보십시오, 여러분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저 눈을 보십시오….”
☑ 지은이 소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 10월 30일(신력으로는 11월 11일) 군의관이었던 미하일 안드레예비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 빈민 병원에서 일을 했으며, 잔인할 정도로 엄격한 성격의 소지주였다. 종교적이고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와는 달리, 잔혹한 아버지의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무능하거나, 잔학하여 자신의 자식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몸을 팔게 하거나, 자식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그 자신이 자녀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심지어 성적인 폭군으로 등장하거나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일하던 모스크바 빈민 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모두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어린 도스토옙스키는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다. 가난의 심리학의 대가가 될 씨앗이 여기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였다. 그는 돈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현실적”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떠넘겨지는 짐을 사양할 줄 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년)에는 작가의 가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가난이 인간 심리와 삶에 끼치는 영향들, 그리고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에 대한 강한 동정심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젊은 날의 도스토옙스키에게 형제애 속에서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페트라솁스키 서클은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반가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1세의 반동 정치하에서는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 금지 서적을 읽는 것들만으로도 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은 간신히 면했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4년간의 감옥 생활과 또 4년간의 유형이 끝난 후,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 및 세계관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1840년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지향했던 도스토옙스키는 1860년대 완전히 극우 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유형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는 1861년 러시아의 문화적 정치적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의 형 미하일과 함께 잡지 ≪시대(Время)≫를 창간했고, 1863년 ≪시대≫지가 정치적 이유로 발행정지 조치를 받게 되어 폐간된다. 이듬해 형 미하일과 함께 두 번째 잡지, 더욱더 극우적이고 슬라브주의적인 잡지 ≪세기(Эпоха)≫를 발간하여, 그 첫 호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발표한다.
1866년, 후에 그의 부인이 된 속기사 안나를 고용하여 ≪노름꾼≫과 ≪죄와 벌≫을 속기하게 하여 발표하고, 1868년 그리스도를 닮은 “긍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고자 한 ≪백치≫를, 1872년 ≪악령≫을, 죽기 한 해 전인 1880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모두 ≪러시아 통보≫에 발표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문학사 중 가장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는(역자는 이렇게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1881년 1월 28일,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사건들이 넘쳐 나는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러시아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가 말한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지구상에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제대로 접한 독자라면 베르댜예프의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을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김정아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해,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 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번역서로는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청어람 미디어),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청어람 미디어), ≪지하생활자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지식을만드는지식), ≪무엇을 할 것인가?≫(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죽음의 집의 기록≫(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 ≪죄와 벌 천줄읽기≫(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식을만드는지식)등이 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 목차
해설 ·······················7
지은이에 대해 ··················52
나오는 사람들 ··················61
제1부 ······················65
제2부 ·····················167
제3부 ·····················213
제4부 ·····················263
옮긴이에 대해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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