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깨끗한 문체
<<프레스코>>의 주인공 어누슈커. 옛 세상과의 단절하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밤 기차를 탄다. 헝거리의 대표작가 서보 머그더는 짧은 문장, 명료한 구성으로 세상의 변화와 인간의 지속을 그려낸다. 국내 초역의 월드 베스트셀러.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헝가리 작가로서는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인 서보 머그더의 대표작이다. 주인공 어누슈커가 9년 만에 고향을 찾은 열세 시간여 동안,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가족의 의미, 꿈의 의미, 인생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낯선 헝가리의 작품이지만 왜 훌륭한 작품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깊은 감동을 주는지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전체 원전의 약 30%를 발췌했다.
열세 시간여 동안의 기록
이 소설은 열세 시간여 동안에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다. 주인공 어누슈커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6시 45분에서 부다페스트행 밤 기차가 떠나는 저녁 8시까지의 열세 시간여 동안 무슨 일이 그리 많을 수 있으랴 싶지만, 순간순간 무엇과 마주칠 때마다 연상되는 과거가 하나하나 마음속 깊은 잠에서 깨어 새로이 되살아난다. 이리하여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그 흐름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가끔씩 앞서 읽은 부분으로 돌아가야만 이야기의 구조가 확연해진다. 이렇듯 읽으면서 다시 되돌아보고 정리해야 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장면을 바꿔가며 보여주지만, 전체의 틀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정신을 집중해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헝가리 문학의 성취
유럽이 동서로 갈리면서 공산권의 문학에서 두드러진 작품은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과 비평이었고, 저항 정신에 입각한 문학만이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에 서보의 소설에서도 그런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접한 서방세계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사회주의 건설에의 기여라는 목적이 앞선 나머지 예술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던 공산권 헝가리에서 이렇듯 완벽한 문학이 태어났구나 하는 놀라움 때문이었다. 이 책은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상투적인 예술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깊은 이해로 그려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될 인물들을 창조했다.
☑ 책 속으로
Anzsu meglódította, felhágott a vonat lépcsőjére, most éppen egy vonalban volt az arca az Anzsu fejével. Anzsu megcs ó okolta, Annuska kezet csólolt.‘Eriggy, lányom! mondta Anzsu, s Annuska csak ránézett, soha eddig nem tegezte még.
언주는 그녀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기차의 발판에 올라섰다. 이제 어누슈커의 머리가 언주의 얼굴과 나란한 선 위에 있게 되었다. 언주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어누슈커는 그의 손에 키스를 했다. “잘 가라! 나의 아가야!” 그가 이렇게 말했다. 어누슈커는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그는 그녀에게 한 번도 해라체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 지은이 소개
서보 머그더(Szabó Magda 1917∼2007)
헝가리의 작가로서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여성 작가 서보 머그더는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 다뉴브 제국이 세상에서 사라지던 해인 1917년 10월 5일 헝가리의 동부 도시 데브레첸에서 개신교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1935년에 그곳의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코슈트 러요시 대학에 바로 들어가 고전어(라틴어)와 헝가리어문학을 전공했고, 1940년 교사 자격증을 얻으며 철학박사로 졸업했다. 졸업과 함께 시작해 1945년까지 교사로 재직했으며, 이어서 1949년까지는 교육부에서 일했다. 서보 머그더의 문학은 시로 시작된다. 그녀는 <뉴거트>의 전통을 잇는 우이홀드 그룹의 시인이었다. 높은 수준의 순수시를 지향하는 그의 문학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어울리지 않았고, 그 원인이 부르주아라는 출신 성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 때문에 1949년 저명한 바움가르텐 상을 수상했으나 수상 자체가 바로 무효화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공무원의 신분을 잃게 되었음은 물론, 이후 10년 동안 작품 발표 금지령이 내려졌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영향으로 비로소 출판 금지령에서 해제되었고, 그녀는 그 후 전업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2007년 11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알린 헝가리의 통신사 <MTI>에 의하면 “헝가리의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하나인 서보 머그더가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평화롭게 잠들었다”고 했다.
☑ 옮긴이 소개
정방규
1948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의 괴팅겐에서 헝가리 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199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 문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통일 후 독일 지성인의 심리적 갈등 연구>(<문화예술논총 5>, 1993) 등의 논문과 ≪노루≫(1994), ≪방문객≫(1995), ≪토트 씨네≫(2008), ≪에데시 언너≫(2009) 등의 번역서가 있다.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장
제3장
제9장
제13장
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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