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0년에 등장한 이 호탕한 작품
사월에 한 여인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스페인의 수석사제 후안 루이스의 <<좋은 사랑의 이야기>>. 죄의 개념을 거부하고 인간의 사랑과 여성의 육체를 찬미하는 르네상스 문학의 개가.
그녀 곁에서 용감하게 순종하며 있을 때
콧물이 주루륵 흘러내렸습니다.
게을러서 그 콧물을 닦지 못하여 그 아름다운 여인을 놓쳤습니다.
스페인 중세 문학. 국내 처음 소개된다. 원작이 방대하고 불완전한 형태로 전해져 완역이 어려웠던 작품으로,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내용을 선별해 이 책에 실었다. 수석사제였던 작가가 여인을 유혹하고 때로는 실연당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을 사랑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 책 소개
원작 1728연에서 중요 부분만을 발췌
이 책의 원작은 14음절 단운 4행시 알레한드리노(Alejandrino), 콰데르나 비아(Cuaderna Vía), 스페인의 짧은 노래인 세헬(Zéjel)과 7음절 8행시 등의 형식으로 총 1728연을 이루는 방대한 작품이다. 톨레도 판, 가요소 판, 살라망카 본 등 여러 판본이 있는데 일정 부분 원고가 분실되거나 전사로 내용이 변형되어 어느 것도 완전한 모습으로 전해지지 못했다. 중세어 해독의 어려움까지 겹쳐져서 지금껏 이 작품을 완역하는 일이 불가능했다. 이렇듯 내용이 다양하고 분량이 방대하여 이 책에서는 옮긴이가 제목과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고 중심 줄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들만을 중점적으로 선별하여 번역했다.
새로운 삶의 관점을 제시하는, 열린 작품
≪좋은 사랑의 이야기≫는 고대 라틴 문학과 그리스 문학에서 보이던 기법들을 사용하며 종교서, 에로 문학, 도덕서, 풍자 문학의 성격을 두루 가진다. 14세기 유렵은 페스트, 전쟁, 흉년 등으로 기존 사회 체제와 이념이 무너져 내리는 혼란 속에 있었다. 작가는 가치 전도된 개념들을 문학으로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스페인 중세 문학 중‘사제 문학(Clerecía)’을 대표하면서 ‘떠돌이가수 문학(Juglaría)’의 분위기도 함께 갖는다. 사제 신분이었던 작가는 독자들에게 ‘미친 사랑(인간적 사랑)’의 위험과 ‘신에 대한 사랑(좋은 사랑)’이 주는 이점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죄를 짓기를 원한다면, 즉 미친 사랑을 해보기를 원한다면 여기서 몇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진지한 분위기의 종교적인 내용과 유쾌한 분위기의 이교도적인 내용을 섞어, 호방한 표현으로 중세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머를 선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비평가 후안 루이스 알보르그는 이 작품을 작가가 중세 도덕서 형식을 빌려 자신의 세계관과 세상사의 모호한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한다, 신선하게 사용된 반어법과 풍자 기법은 독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시대를 앞서간 열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 책 속으로
Si Dios, quando formó el omne, entendiera
que era mala cosa la muger, non la diera
al omne por conpañera nin d'él non la feziera;
si para bien non fuera, tan noble non saliera.
Si omne a la muger non la quisiesse bien,
non ternía tantos presos el Amor quantos tien;
por santo nin santa que seya, non sé quién
non cobdiçie conpaña, si solo se mantién.
만일 신이 남자를 창조하신 다음,
여인이 남자에게 나쁜 것이라면, 남자의
몸에서 만든 여자를 남자에게 동반자로 주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토록 귀족적으로 만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남자가 여인을 그토록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많은 포로들을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남자가 성자이고 여자가 성녀라 해도,
동반자가 없이 혼자 살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 지은이 소개
후안 루이스(Juan Ruiz)
지은이는 스페인의 현재 과달라하라 주에 있는 ‘이타’의 수석사제였던 후안 루이스(Juan Ruiz)다. 본명 외에도 이타의 수석사제’라는 뜻의 ‘아르치프레스테 데 이타(Archipreste de Hita)’로 알려져 있다. 13세기 말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태어나 14세기 중반을 살았고 1351년 전에 죽었다고 하지만 이는 중세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듯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시민법과 교회법을 공부했으며 돈 힐 데 알보르노스 대주교의 명령으로 12년 넘게 감옥에 있을 때 이 작품을 썼다. “모든 불편함이 그의 자리이고 모든 슬픈 소음이 그의 방이었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호방하고 유쾌하게 ≪좋은 사랑의 이야기(Libro de Buen Amor)≫, 한 작품만을 집필했다.
☑ 옮긴이 소개
안영옥
안영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오르테가의 진리 사상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페인 외무부 및 오르테가 이 가세트 재단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역서로 ≪엘시드의 노래≫, ≪라 셀레스띠나≫, ≪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 돈 후안≫, ≪인생은 꿈입니다≫, ≪죽음 저 너머의 사랑≫,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 피의 혼례, 예르마,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죽음의 황소≫, ≪예술의 비인간화≫, ≪러시아 인형≫, ≪세 개의 해트 모자≫ 등이 있고, 저서로 ≪스페인 문화의 이해≫, ≪올라 에스파냐: 스페인의 자연과 사람들≫, ≪서문법의 이해≫, ≪작품으로 읽는 스페인 문학사≫(공저), ≪열정으로 살다 간 스페인·중남미 여성들≫(공저) 등이 있으며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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