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일 화요일

두려움과 떨림: 변증법적 서사시 Frygt og Bæven: Dialektisk Lyrik

아들 이사악을 희생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의 행위는 정당한가?

국내 초역이다. 키르케고르가 ‘신앙의 기사’라고 부른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을 희생 제물로 바친 행위를 묘사한 <조율>, <아브라함에 대한 찬미>, <문제들> 중 ‘예비적 심정 토로’ 부분을 옮겼다. 윤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브라함의 행위를 심미적·윤리적·종교적, 최종적으로는 그리스도교적 실존에 따라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오로지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한 행위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두려움과 떨림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다.


☑ 책 소개

침묵의 요하네스
키르케고르의 저술 작업은 이중으로 진행되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발표할 때마다 허구의 익명을 저자로 내세운 이른바 익명의 저작과 그 자신의 실명을 내세운 강화집을 동시에 발표했다. 익명의 저작들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심미적 실존에서 시작해서,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 최종적으로는 그리스도교적 실존에 이르는 궤도를 따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강화집이 있는데, 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추정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일종의 설교문과 비슷한 것들이다. 이 책은 ≪반복≫과 동시에 ‘침묵의 요하네스’라는 익명으로 발표된 저작으로서, 종교적 실존을 다루고 있다. 운동을 문제 삼고 있는 ≪반복≫과 달리 여기서는 윤리적 실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행위는 정당한 것인가?
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재구성함으로써, 아들 이사악을 희생 제물로 바치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대해 아브라함이 보여준 행위에 대한 심리적, 윤리적, 종교적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성서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아들을 희생시키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아들 이사악을 모리야 산으로 끌고 가서 번제의 제물로 바치려고 했다. 하느님의 명령은 누가 보더라도 반윤리적이며, 따라서 아브라함의 행위 역시 객관적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 윤리적으로 보면 아브라함은 살인미수자, 그것도 살인 중에 가장 잔인한 살인으로 규정되어 있는 비속 살인미수자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범죄자가 그리스도교에서는 신앙의 영웅으로 찬양되고 있는가?

하느님 앞에 홀로 선 외톨이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윤리적 의무를 무한히 체념하고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관계 속으로 들어갔다. 아브라함은 자신을 제약하는 윤리적 의무와 그 윤리적 의무를 지지하는 보편적 세계를 넘어서서 하느님 앞에 홀로 선 것이다. 아브라함의 이러한 영웅적 비약은 너무나 높은 경지여서 이 기막힌 비약 앞에서 뭇사람은 한없는 두려움으로 전율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종교적 실존에서 아브라함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윤리적인 것이다. 윤리적인 것은 뭇사람에게는 높은 이상으로 다가오지만 아브라함의 경우에는 발목을 잡아당기는 달콤한 유혹일 뿐이다. 아브라함은 이 달콤하기 그지없는 유혹을 상상할 수도 없는 단호한 결단으로 뿌리쳤기 때문에 윤리적 의무를 지지하는 보편적 세계의 밖으로 나가버린 외톨이가 될 수 있었다.


☑ 책 속으로

Og Gud fristede Abraham og sagde til ham, tag Isaak, Din eneste Søn, som du elsker, og gaae hen i det Land Morija og offer ham der til et Brændoffer paa et Bjerg, som jeg vil vise dig.

그래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시어 그에게 말하셨다. 네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서 거기에서 내가 일러주는 산에 올라가 그를 번제물로 나에게 바쳐라.


☑ 지은이 소개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A. Kierkegaard, 1813∼1855)
철학사의 이단아 쇠렌 키르케고르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미카엘 키르케고르는 코펜하겐의 성공한 상인으로서 경제적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였지만, 어린 시절 유틀란 황야에서 심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린 나머지 하느님을 저주했던 일로 늘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영혼의 구원을 받아 영원한 행복을 얻고자 했던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였다.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미카엘은 막내아들 쇠렌에게 엄격한 그리스도교 교육을 베풀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곤 했으며, 아들이 신학교를 나와 목사가 되기를 원했다. 쇠렌은 누구보다 아버지를 따랐고, 아버지의 암울한 성격, 신앙심, 그리고 가르침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쇠렌의 암울한 성격과 어떻게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평생의 문제의식은 아버지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그가 나중에 저술한 위대한 작품들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러한 유산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세속에 물든 덴마크 국교회와 치열하게 싸우다 1855년 마흔넷의 나이로 외롭게 세상을 떠난다. 그는 세상을 떠나며 폭탄이 터져 불을 지를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그의 사상은 현대 실존주의 철학과 변증법적 신학에 불을 댕겼다. 이제 그의 사상을 빼고 현대 실존주의 철학과 변증법적 신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현대 철학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 옮긴이 소개

임규정
1957년 5월 9일 완주군 조셋 마을에서 출생했다.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논문 <키에르케고어의 자기의 변증법>은 키르케고르 실존철학의 핵심인 실존의 3단계의 변증법적 구조를 다루고 있다. 또한 그는 키르케고르 실존철학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썼으며, 그의 저서로는 ≪헤겔에서 리오타르까지≫(공저, 지성의 샘, 1994), ≪공간 물질, 시간 정신, 그리고 생명 진화≫(공저, 북스힐, 2007)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니체≫(지성의 샘, 1993), ≪반철학으로서의 철학≫(공역, 지성의 샘, 1994), ≪직업윤리≫(공역, 군산대학교 출판부, 1995), ≪하이데거≫(지성의 샘, 1996), ≪스칸디나비아 철학≫(공역, 지성의 샘, 1996), ≪라틴아메리카 철학≫(공역, 지성의 샘, 1996), ≪불안의 개념≫(한길사, 1999), ≪키에르케고르≫(시공사, 2001), ≪철학의 거장들 3≫(공역, 한길사, 2001), ≪유혹자의 일기≫(공역, 한길사, 2001), ≪키에르케고르, 코펜하겐의 고독한 영혼≫(한길사, 2003), ≪카사노바의 귀향≫(신아출판사, 2006), ≪죽음에 이르는 병≫(한길사, 2007), ≪결혼에 관한 약간의 성찰: 반론에 대한 응답, 유부남 씀≫(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주체적으로 되는 것≫(공역, 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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