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에베르 시선(Les poèmes choisis d'Anne Hébert)


도서명 : 에베르 시선(Les poèmes choisis d'Anne Hébert)
지은이 : 안 에베르(Anne Hébert)
옮긴이 : 한대균
분야 : 퀘벡(캐나다, 프랑스어) / 시
출간일 : 2014년 9월 19일
ISBN : 979-11-304-5836-6 03860
가격 : 16500원
규격 : 사륙판    제본 : 무선제본    쪽 : 136쪽




☑ 책 소개

퀘벡 현대시의 개척자 안 에베르의 대표적인 시집 ≪왕들의 무덤≫과 ≪언어의 신비≫를 엮었다. 억압받고 학대받은 퀘벡 여성들의 고독과 소외를 강렬한 언어로 노래한다. 소설과는 또 다른 모습의 안 에베르를 만날 수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생드니 가르노, 알랭 그랑부아와 함께 퀘벡 현대시의 개척자로 알려진 안 에베르는 평생 시와 소설로 퀘벡 문단을 지배했다. 에베르는 1942년 첫 시집 ≪불안정한 꿈들≫을 상재하면서 데뷔하지만 그녀를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진정 시인으로 인식시켜 준 것은 1953년에 나온 두 번째 시집 ≪왕들의 무덤≫이었다. 이 시집의 절제된 간결한 언어는 그의 사촌인 생드니 가르노의 문체를 잇고 있으며, 에베르의 시학은 프랑스 시인 클로델이나 엘뤼아르에 동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집에서 놀라운 것은 낡은 이미지의 고요한 세상에 대한 묘사 속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격렬함이다. 이는 기존의 삶에 대한 항거이며, 틀에 갇혀 버린 세상에서의 탈주이고 내면의 열등의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 의식의 본능적 발로다. 특히 여성 작가인 에베르의 시적 저항은 오랫동안 가톨릭과 농촌의 삶이 지배하고 있던 퀘벡 사회에서 억눌려 있던 여성 자의식의 해방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시에서뿐 아니라, 그녀를 진정한 퀘벡의 대작가로 만들어 준 소설들에서, 예컨대 ≪가마우지 떼≫에서 볼 수 있는 여성 주인공들의 불행에 대항하는 처절한 몸부림은 매우 충격적인 방식으로 다가온다. 종교와 남성 사회의 절대적 권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무서운 욕망이 지배하는 이 음울한 소설은 퀘벡 전통 사회의 깊은 어둠을 증거하고 있다. 
1960년에 나온 ≪언어의 신비≫는 ≪왕들의 무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간결과 고요 그리고 내적인 저항이라는 시적 고독 이후, 이 시집의 각 시편들은 폭력성에 구원적인 덕목을 부여하는 긴 시행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태와 내용에서 분명하게 대비됨으로써 시인이면서 동시에 소설가인 작가의 글쓰기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이 두 시집은 퀘벡 시문학의 백미로 간주되고 있다. ≪불안정한 꿈들≫을 비롯한 이런 에베르의 초기 시편들은 ≪임무 교대≫, ≪프랑스 캐나다≫, ≪프랑스 아메리카≫ 등 여러 문예지에 간행되었다.
안 에베르에게 시는 억압받는 존재의 고독과 소외에 대한 항거와 분노의 언어이며, 그의 고통스런 내면적 체험에 대한 발로의 표현이었다. 


☑ 책 속으로

·손

그녀는 계절의 변두리에 앉아
햇살에 두 손을 비추고 있다.

그녀는 낯선 여자
세월이 채색하는 두 손을 바라보고 있다.

두 손 위의 세월들은
그녀를 점령하고 그녀를 매혹한다.

그녀는 세월들을 결코 움켜쥐지 않고
늘 팽팽하게 펼쳐 낸다.

세상의 기호들은
그 손가락들에도 새겨져 있다.

그토록 많은 깊은 숫자들은
잘 세공된 묵직한 반지들로 그녀를 짓누르고 있다.

모든 환대와 사랑의 장소에는
이런 냉혹한 제물이 있는 법
그녀로부터는 우리를 위해
태양으로 열린
치장된 고통의 손들이 있는 것.


·작은 절망

내가 사랑했던 섬들은 강물에 휩쓸렸고
침묵의 열쇠는 상실했으며
접시꽃은 생각만큼의 향기가 없고
물은 노래하는 만큼의 비밀이 없다

내 심장은 부서졌고
순간은 이제 그것을 싣고 가지 않는다. 


·눈먼 계절

오랫동안 우리가 저 깊은 방에 간직해 둔 자유의 옛 나날들을

온 집안에 풀어 놓고 시간에 맡겨 꿈처럼 다시 흐르게 하였다

이 방 저 방 돌아다니고, 거울들을 따라 온갖 형상들을 재현하다가

열린 문을 통해 바다의 노란빛이 솟아오르는 방의 현관에서 스러지고 시들었다

탄알이 퍼붓는 여름이 왔고, 어머니 모습은 누워서 죽었다

추억들은 너무도 푸른 자리에서 보랏빛 점으로 선회하고 우리의 심장은 호두처럼 쪼개진다

더 순수한 초록빛 편도를 위해, 우리의 헐벗은 손들, 오 눈먼 계절이여.


·너무도 좁은 곳에서

불행 속의 너무도 좁은 곳에서, 늙은 피부처럼 그것을 찢어 내니

낡은 코트는 바느질한 곳들이 터지고, 찢어지며 아래에서 위로 갈라진다

태양의 그림자가 줄고 있는 오래된 동굴, 그것을 땀과 피에 길들이니

슬픈 사랑에 지치어, 쳇바퀴 도는 삶, 효모 없는 가슴이 되어, 

어느 아침 우리는 불의 돌 위에서 헐벗은 채 홀로 깨어나니 깨어난다

하루의 아름다움은 보호막도 없는 우리들이, 그토록 상처 받기 쉽고 눈물로 연약하다고 생각해,

곧바로 우리를 말없이 총살당한 자들처럼 뺨을 대고 눕혔다.


☑ 지은이 소개

안 에베르(Anne Hébert, 1916~2000)
1916년 8월 1일 캐나다 퀘벡 시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안 에베르는 랭보, 클로델, 보들레르, 발자크, 위고 등 프랑스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강독을 통해 작가 공부를 했으며, 특히 1930년대 후반에 이미 퀘벡의 현대시를 개척한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던 사촌 생드니 가르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39년 4월 ≪프랑스 캐나다≫지에 <빗속에서>라는 시를 처음으로 발표함으로써 퀘벡 문단에 등단한 그녀는 1942년 1월 17일 첫 시집 ≪불안정한 꿈들≫을 상재한다. 4부로 이루어진 이 시집에는 모두 44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 여러 잡지에 발표한 것은 6편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미발표 시편들이었다. 1950년에는 단편 소설집 ≪급류≫가 나온다. 1963년에 두 작품이 추가되어 재판본이 나온 이 소설집에는 격렬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들이 있으며, 이는 향후 안 에베르 소설의 문체 그리고 내용의 독창적 성격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시기의 안 에베르는 시에 더욱 전념해 첫 시집 이후 1952년 10월까지 쓴 27편의 시를 실은 ≪왕들의 무덤≫을 1953년에 간행한다. 이 시편들은 여러 잡지에 재간행되면서 안 에베르를 생드니 가르노, 알랭 그랑부아와 함께 퀘벡의 대표적인 현대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1958년에 그녀의 첫 장편 소설 ≪숲 속의 방≫이 프랑스 쇠이유 출판사에서 나오고, 1954년에 쓴 <빵의 탄생>과 1957년의 <하루의 연금술>을 비롯해 뚜렷하게 산문시의 형태를 지닌 환상적 이미지와 상징주의적인 심상을 담고 있는 ≪언어의 신비≫가 ≪왕들의 무덤≫과 함께 묶여 1960년 4월 역시 쇠이유 출판사에서 발간된다. ≪시편들≫이라는 제하의 문집이 나온 다음 해인 1961년부터 여러 잡지에 안 에베르는 지속적으로 시 작품들을 기고하지만, 이들이 ≪낮은 밤 외에 비길 만한 것이 없다≫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묶여 나오는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1992년의 일이다. 알랭 그랑부아 문학상을 받게 되는 이 시집은 1961년에서 1980년까지 쓴 시편들과 1987년부터 1989년 사이에 나온 것들, 총 49편의 시들을 각각 “옛 시편들”과 “새로운 시편들”이라는 제목 아래 나누어 싣고 있다. 
이 시집이 발간될 때까지 안 에베르가 몰두한 것은 소설적 글쓰기였다. 안 에베르를 진정한 소설가로 인정받게 만든 ≪카무라스카≫는 1970년에 나온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1965년부터 4년 이상 이 소설에 매달렸던 것이다. 안 에베르의 시적 화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작가는 이 여성들을 소설의 무대에 재등장시켜, 역사와 사회로부터 운명적으로 받은 자기 존재의 소외 그리고 자아 분열이라는 실존적 비극을 독자로 하여금 체험하게 한다. 이렇게 자기 상실의 늪에 빠진 여주인공들의 자의식 분출은 격렬하고 때로는 폭력적이지만, 그 내면에는 비극적인 장엄함과 아름다움이 존재하며, 이것이 바로 안 에베르 작품의 독보적인 특징인 것이다. 안 에베르는 1967년에 <야만적 시대> 외 여러 편이 담긴 희곡집을 발표하고, 1990년에 <새장>이라는 희곡을 내기도 하지만, 역시 그녀가 집중했던 것은 소설이었다. 1975년에는 소설 ≪마녀 집회의 자식들≫이 있고, 1980년에 그녀의 네 번째 소설 ≪엘로이즈≫가 나오지만, 가브리엘 루아에 이어 퀘벡의 작가로서는 두 번째로 그녀에게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페미나상을 선사한 작품은 1982년에 나온 소설 ≪가마우지 떼≫였다. 안 에베르의 대표적인 작품인 ≪카무라스카≫와 함께 이 ≪가마우지 떼≫는 에베르 자신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누벨프랑스를 세운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정원≫은 1988년에 그리고 ≪꿈에 찬 아이≫는 1992년에 출판된다. 1993년에는 ≪시 작품(1950∼1990)≫으로 ≪왕들의 무덤≫, ≪언어의 신비≫, ≪낮은 밤 외에 비길 만한 것이 없다≫라는 기존의 세 시집을 묶어 놓고 있으며, 1997년에는 마지막 시집 ≪왼손을 위한 시편들≫을, 1999년에는 마지막 소설 ≪빛의 옷≫을 남겨 놓고, 2000년 1월 22일 몬트리올의 한 병원에서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 옮긴이 소개

한대균
한대균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투르의 프랑수아 라블레 대학교에서 랭보 작품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청주대학교 불어불문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위고, 보들레르, 랭보, 본푸아 등 프랑스 시인에 대한 강의 및 연구,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시 번역본으로 위고 시 선집 ≪어느 영혼의 기억들≫, 랭보의 운문 시집 ≪나의 방랑≫, 본푸아의 대표 시집 ≪빛 없이 있던 것≫을 출판했으며, 이들의 시학에 관한 대표적인 글로 <위고의 ≪관조 시집≫ 연구>, <예술의 효용성과 자율성: 보들레르와 고티에의 미학>, <랭보와 파리 코뮌: 1871년 5월의 시 분석>, <이브 본푸아 연구: 단순성과 주현의 시학>, <‘진보’냐 ‘예술’이냐: 1859년도의 위고와 보들레르> 등이 있으며, 번역론으로는 <번역시의 운명>, <운문 번역의 문제들: 랭보를 중심으로>, <시 번역의 몇 가지 쟁점들: 이브 본푸아의 번역론을 중심으로>, <번역가의 고통: 서정시와 서사시의 경계에서> 등이 있다.
한국 시의 불역에도 관심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고은의 첫 시집 ≪피안감성≫을 포함해 1960년대 초기 시집 몇 권에서 발췌한 ≪돌배나무 밑에서≫와 조정권의 ≪산정묘지≫ 불역본을 프랑스에서, 구상과 김춘수부터 기형도와 송찬호에 이르는 ≪한국 현대 시인 12인의 시 선집≫을 캐나다에서 출간했다. ≪산정묘지≫ 불역으로 2001년에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수여하는 제5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한국 시에 관한 초청 강연을 하기도 했다.
연구 영역을 프랑스어권으로 확장해 2006년에 한국퀘벡학회를 창설, 캐나다의 프랑스어권 문학의 연구 및 국내 소개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의 학술 대회를 통해 캐나다 퀘벡, 일본, 중국의 저명한 학자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발표와 토론에 참가했다. 2008년에는 캐나다 퀘벡 시 건립 400주년을 기념하는 학회에 참가해 <한국에서의 퀘벡학 연구 현황>을 발표했다. 세계적인 프랑스어권 학회인 CIEF 총회에 여러 차례 참가했는데, 2010년 여름 캐나다 퀘벡의 몬트리올 총회에서는 <안 에베르의 ≪왕들의 무덤≫에 대한 한국어 번역>이란 주제로, 2013년 여름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번역의 실패: ≪꿰맨 인간≫의 ‘시퀀스’의 경우>란 주제로 발표했다. 퀘벡 문학에 관한 연구로는 <가스통 미롱과 탈식민주의>, <퀘벡의 저널리즘과 문학> 등 다수가 있으며, 가스통 미롱의 유일한 시집 번역본 ≪꿰맨 인간≫을 출간했다.


☑ 목차

≪왕들의 무덤(Le tombeau des rois)≫
샘물가에서 깨어나 ·················3
빗속에서 ·····················5
커다란 샘물들 ··················7
낚시꾼들 ·····················9
·······················11
작은 절망 ····················13
·······················14
새소리 ·····················16
작은 도시들 ···················18
목록 ······················21
낡은 그림 ····················24
깡마른 소녀 ···················26
축제를 대신해 ··················29
기껏해야 담장 하나 ················31
닫힌 방 ·····················34
숲 속의 방 ····················37
점차 더 좁게 ··················40
그대 발길을 돌려라 ················42
어느 가련한 죽음 ·················44
정원에 우리 두 손을 ················46
분명 누군가 있다 ·················48
세상의 이면 ···················50
성(城)에서의 삶 ·················53
고난의 골짜기에서 구르다 ·············55
풍경 ······················57
비단 소리 ····················58
왕들의 무덤 ···················60


≪언어의 신비(Mystère de la parole)≫
언어의 신비 ···················67
빵의 탄생 ····················71
하루의 연금술 ··················76
장미가 바람에 실려 오길 ··············81
나는 땅이요 물이니라 ···············83
눈[雪] ······················86
눈먼 계절 ····················87
도시의 봄 ····················89
지혜는 내 팔을 부러뜨렸다 ·············92
살해당한 도시 ··················95
설익은 큰 덕목들 ·················98
수태 고지 ····················99
너무도 좁은 곳에서 ···············100
이브 ······················102
사로잡힌 신들 ··················106


해설 ······················109
지은이에 대해 ··················121
옮긴이에 대해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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