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6일 월요일

변두리 극장




도서명 : 변두리 극장  Theater in der Vorstadt
지은이 : 카를 발렌틴
옮긴이 : 정민영
분야 : 희곡
출간일 : 2011년 1월 20일
ISBN : 978-89-6406-695-9
12,000원 /  A5 / 양장본 / 198쪽
22편 수록


☑ 책 소개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위트 그 자체"라고 불렀던 바로 그 사람
: 카를 발렌틴은 자칭 해학가, 익살꾼, 극작가였지만 사실은 ‘언어의 찰리 채플린’이었다. 그의 언어는 소통의 형식을 넘어섰고 철저한 논리로 언어의 불합리성을 증명했다. 브레히트의 ‘사부’를 대면할 국내 최초의 기회, ≪변두리 극장≫.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스승으로 언급되는 카를 발렌틴의 대표적 희곡 작품 22편을 가려 실었다. 소시민들의 일상적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상황을 풍자해 해학적인 웃음을 이끌어 내는 발렌틴 작품 특유의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언어예술에 기초한 유머를 극대화해 ‘언어의 찰리 채플린’으로도 불리는 발렌틴의 예술과 웃음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 책 속으로

p.33
그때 집주인 아줌마가 말했어요. “바닥에서 물고기가 완전히 널브러지는 걸 보게 될 텐데, 차라리 죽여 주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난 생각했죠, 그래 금붕어가 너무 오래 고통스러워해서는 안 되지, 망치로 때려 죽일까? 그러다가 내 손가락을 찧으면? 그러니까 쏘아 죽이자. 그러다가 다시 생각했죠, 제대로 맞히지 못할 거야, 그러면 정말 고통스러울 거야, 그러니 더 분별력이 있어야지. 그러곤 말했죠, 금붕어를 들고 강으로 가져가 익사시키는 게 좋겠다고.
- <수족관> 중에서

p.139~140
아내: 그래, 지금 그게 어디 있는지 그건 나도 모르지. 어딘가에 있겠지.
남편: 어딘가라니! 당연히 어딘가에 있겠지−하지만 어디, 그 어딘가가 어디냐구?
아내: 어딘가? 그건 나도 몰라−그렇다면 어디 다른 곳에 있겠지!
남편: 어디 다른 곳이라니! 어디 다른 곳이나 어딘가나 그게 그거잖아.
아내: 멍청한 소리 말아요, ‘어디 다른 곳’하고 ‘어딘가’가 동시에 같은 곳일 수는 없어! 매일 그 멍청한 안경 찾느라고 난리네. 다음번엔 어디다 뒀는지 잘 기억하라구, 그럼 안경이 어디 있는지 알 거 아냐!
- <내 안경 어디 있지?> 중에서

p.187~188
아들: 그럼 전쟁에 책임이 있는 거는 속임수네.
아버지: 그래, 그런 거야−그리고 그런 속임수를 국제 자본주의라 하는 거야.
아들: 그럼 그걸 없앨 수도 있어?
아버지: 아니! 기껏해야 전 세계를 멸망시킬 원자폭탄으로 없앨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들: 그런데 아빠−요점은, 결국 누가 원자폭탄을 만들어?
아버지: 당연히 노동자들이지.
아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그래도 전쟁이 날까?
아버지: 아니−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전쟁은 없을걸−아마 영원한 평화가 오겠지.
아들: 하지만 아빠−노동자들은 절대 단결하지 않잖아.
아버지: 절대 안 하지!
- <전쟁에 관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중에서


☑ 지은이 소개

카를 발렌틴(Karl Valentine, 1882∼1948)
카를 발렌틴은 카바레티스트, 희극배우, 극작가,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에서 큰 재능을 보인 인물로, 본명은 발렌틴 루트비히 파이(Valentin Ludwig Fey)다.
그는 20세 때인 1902년, 노래와 곡예 등 버라이어티 쇼 형식의 대중 공연 예술인 바리에테(Variete)를 3개월간 집중적으로 배우면서 배우가 될 준비를 시작한다. 1907년에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자동악기 오케스트리온(Orchestrion)을 가지고 북독일로 공연하며 다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 후 뮌헨에서 민속음악 가수로 데뷔했고, 1인 즉흥극 <수족관>을 ‘프랑크푸르터 호프’ 경가극 극장에서 공연해 처음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1924년 ‘익살꾼 카바레’ 무대에 서게 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취리히, 빈 등지에서 초청 공연을 하게 되었다.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그는 베를린에서 초청 배우로 공연했고, 1939년에는 직접 뮌헨에 카바레 ‘기사 주점’을 열고 스스로 그 무대에 서기도 했다. 1942년, 나치에 의해 활동이 정지당하면서 그는 집으로 돌아와 가업인 가구 제작 일을 했다. 1947년 12월부터 그는 파트너인 리즐 카를슈타트와 함께 다시 뮌헨의 카바레 ‘화려한 주사위’에서 초청 배우로 활동했고, 이후 1948년 1월까지 뮌헨의 카바레 ‘짐플리치시무스’에서 공연했다. 1948년 2월 9일, 감기로 인한 폐렴과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카를 발렌틴은 500편이 넘는 단막극, 촌극, 1인극, 시나리오 텍스트를 남겼다. 또한 그는 1910년부터 영화 제작자이자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발렌틴이 스스로 작성한 공연 목록에 따르면 26개 작품의 전체 공연 횟수가 5969회에 이른다. 이는 발렌틴이 엄청난 대중성과 인기를 누렸음을 증명한다. 발렌틴은 오늘날의 쇼 비즈니스라 할 당시의 오락 사업에서 성공한 대중적 예능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희극인이 아니었으며 인간의 삶이 가진 모순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웃음을 통해 비판했던, 철학과 창작력을 겸비한 예술가였다.
겉으로 무의미하게 드러나는 사물이 현실에서 어처구니없는 새로운 의미로 전도되고, 그 가운데 해학을 통해 민중이 삶에서 겪는 모든 불합리의 가면을 벗겨 내는 그의 연기와 작품은 문학과 민중극을 연결시킨 독특한 예술이었다. 당시의 지식인들은 그의 예술을 카바레라는 분야를 뛰어넘는, 그리고 모방할 수 없는 하나의 현상으로 간주했다. 그의 연기는 전형적인 카바레 연기에서 벗어나 지역과 시대에 밀접한 그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는 카바레티스트, 희극배우로서 다다이즘과 표현주의에 가까이 가 있다. 일상의 잡다한 일, 동시대의 삶 등과 끊임없이 싸움을 벌이는 그의 희극에는 어느 면에서 비극성과 비관주의가 담겨 있다. 카를 발렌틴은 스스로를 해학가, 익살꾼, 극작가라 불렀다. 글쓰기와 연기를 함께 한 20세기 최초의 독어권 팝 예술가, 민중 희극인으로서 발렌틴은 카바레뿐만 아니라 희극 자체의 지평을 넓힌 전방위 예술가라 할 것이다.


☑ 옮긴이 소개

정민영
정민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독문학 박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현대 독일 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다. 2002년부터 여러 연극인들과 희곡 낭독 공연회를 결성해 번역과 낭독 공연을 통해 여러 나라의 동시대 희곡을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카바레. 자유와 웃음의 공연예술≫, ≪하이너 뮐러 극작론≫, ≪하이너 뮐러의 연극 세계≫(공저), ≪하이너 뮐러 연구≫(공저)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욕망≫, ≪하이너 뮐러 문학 선집≫, ≪하이너 뮐러 평전≫, ≪욘 포세 희곡집. 가을날의 꿈≫, 욘 포세의 ≪이름/기타맨≫, 우르스 비드머의 ≪정상의 개들≫, 볼프강 바우어의 ≪찬란한 오후≫, ≪브레히트 희곡선≫, 독일어 번역인 정진규 시선집 ≪Tanz der Worte (말씀의 춤)≫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독일어권 카바레 연구 1, 2>, <전략적 표현 기법으로서의 추>, <하이너 뮐러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그리고 한국 무대의 “주워온 아이”>, <하이너 뮐러의 산문>, <한국 무대의 하이너 뮐러>, <Zur Rezeption der DDR-Literatur in Südkorea> 등 많은 논문을 썼다. 주요 드라마투르기 작품으로 손정우 연출의 <그림 쓰기>, 백은아 연출의 <찬란한 오후>, <보이첵−마리를 죽인 남자>, 송선호 연출의 <가을날의 꿈>, 홀거 테쉬케 연출의 <서푼짜리 오페라> 등이 있다.


☑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찰리 채플린과 비교되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스승으로도 불리는 카를 발렌틴의 텍스트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모놀로그, 단막극, 짧은 대화 등 그가 남긴 500편이 넘는 작품들 중에서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우리 독자에게도 잘 이해될 수 있는 22편을 발췌했다.
발렌틴의 작품에서, 희극성은 인물들이 처하는 희극적인 좌절과 파국에서 발생한다. 인물들은 사물에 지배를 받게 되거나 물건을 다루는 데 어려움에 처하며 혼란스런 파국 상황에서 사물의 희생자가 되어 버린다. 작품들 속의 희극적 인물들은 때로 자신의 고집으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오류에 빠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구조가 억압의 상황을 만들어 인물들은 여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파국을 맞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파국은 비정상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관객을 웃게 만든다. 관객의 웃음은 남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이 상황들은 대부분 비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발렌틴의 텍스트는 희비극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풍자적인 그의 텍스트가 보여 주는 유머는 특히 “언어 무정부주의”라고까지 불리는 언어예술에 기초하는데, 발렌틴이 대부분의 다른 유머 작가와 다른 점은, 어떤 주제를 핵심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과 달리 그의 언어 자체가 주제를 제공하고 언어가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그의 언어는 소통의 형식을 넘어 해부되며, 철저한 논리 자체가 언어의 불합리함을 증명하기까지 하는 기발한 도구로 기능한다. 이러한 언어예술로 인해 그는 “언어의 찰리 채플린”으로 평가된다. 발렌틴의 언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언어유희다. 어느 면에서 발렌틴의 언어유희는 시시한 말장난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말장난은 사실 언어유희의 근원적 형식이다. 발렌틴은 언어를 이용한 희극적 효과의 근원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언어유희는 언어 자체가 가진 한계를 보여 줌과 동시에 풍부한 암시를 통해 언어의 다양한 기능을 보여 준다.
발렌틴의 인물들은 대부분 현실을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는다. 인물들에게 현실은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은 현실에 좌절한다. 이 좌절의 모습은 다른 한편으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발렌틴이 현실을 수정하고 변혁하고자 시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발렌틴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으므로 보편적으로 익숙한 것들을 뒤집고 무시한다. 그에게 자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명한 것, 익숙한 것, 규정된 것, 그리고 현실 자체를 발렌틴은 질문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의 텍스트에 나타나는 무의미, 비논리, 잘못된 전제와 잘못된 추론은 오히려 우리의 보편적 사고를 뒤집는다. 웃음을 통한 사고의 전환−이는 발렌틴이 우리에게 주는 자유의 순간이다.

☑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수족관
웃기는 연애편지
난 가련한 말라깽이
변두리 극장
광대 듀엣 또는 미친 보면대
자전거 타는 사람
견진성사 받은 아이
극장에 갈 때
판사 앞에서의 이혼
병원에서
내 안경 어디 있지?
새 장수
진정한 우정
예쁜 말로 싸우기
제본공 바닝거
핸드백
회의주의적 낙관주의
모자 가게에서
가정의 근심
그 여자의 싸움
아뇨
전쟁에 관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카를 발렌틴 연보

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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