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0일 목요일

사라시나 일기



도서명 : 사라시나 일기
更級日記
지은이 : 다카스에의 딸(孝標女)
옮긴이 : 정순분·김효숙
분야 : 수필비평
출간일 : 2012년 12월 20일
ISBN : 978-89-6680-623-2 03830
18,000원 / A5 / 304쪽


 
 
☑ 책 소개
천 년 전, 차도 여관도 없던 시절, 한 소녀가 가족과 함께 장장 500킬로미터에 이르는 먼 길을 떠난다. 제대로 된 지도조차 없는 여행이 힘들 법도 하건만, 소녀의 시선은 호기심과 동경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게 시작된 일기는 만년이 될 때까지의 삶을 사실적으로 기록한다. 기행, 문학 감상, 개인 생활 기록이 고루 들어 있다. 헤이안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 소녀의 성장 기록을 통해 일기문학의 진수인 반성과 자기 성찰을 맛볼 수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의 하나로 헤이안 시대 여류 일기 문학이다. 1008년에 태어난 다카스에의 딸이 11세부터 52세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쓴 회고록이다. 헤이안 시대 ‘여자의 일생’을 쓴 작품으로는 청령 일기사라시나 일기가 있는데 청령 일기가 결혼 후 일부다처제 속에서 번민하는 자아를 그렸다면, 사라시나 일기는 소녀 시절에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지내는 얘기부터 현실 속에서 그 꿈이 무너져 가는 과정, 그리고 결혼 후에 신앙생활에 몰두하는 모습까지 거의 모든 시기를 망라한 일생을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일본 문학사에서 헤이안 시대 여성의 일생을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된 문체로 그려 내어 현대인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으며 서양에서도 회고록에 가장 걸맞은 작품의 선구적인 예로 소개되고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헤이안 일기문학의 효시 ≪기노 쓰라유키 산문집≫(기노 쓰라유키, 강용자)
헤이안 여류 일기문학의 효시 ≪청령 일기≫(미치쓰나 어머니 / 정순분)
헤이안 수필문학의 효시 ≪마쿠라노소시≫(세이쇼나곤 / 정순분)
헤이안 최초의 작가 일기 ≪무라사키시키부 일기≫(무라사키시키부 / 정순분)
세계 최초 장편소설 ≪겐지 이야기≫(무라사키시키부 / 김종덕)
≪겐지 이야기≫에 대한 최고의 해설서 ≪겐지 이야기를 읽는 요령≫(모토오리 노리나가 / 정순희)
헤이안 최초의 칙찬 와카집 ≪고금와카집≫(기노 쓰라유키 외 / 최충희)
일본 최초의 시가집 ≪만엽집≫(유라쿠 천황 외 / 고용환, 강용자)
 
 
 
☑ 책 속으로
 
옛날 와카에서는 히타치 지방을 동쪽 길의 끝자락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런 히타치 지방보다도 더 구석진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골뜨기인 내가 어찌 된 영문인지 세상에 모노가타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꼭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할 일 없는 낮이나 밤에 언니와 새어머니가 조금씩 해 주는 모노가타리나 히카루겐지 님 얘기를 듣고 더욱 갈망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어른이라고 해도 그 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워서 들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나는 약사여래 등신불을 만들어 모셔 놓고 불공을 드리기 시작했다. 손을 깨끗한 물에 씻고는 다른 사람들이 안 볼 때 살짝 그 앞에 가서 “하루빨리 헤이안쿄에 가서 모노가타리를 마음껏 읽게 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하고 지성으로 기도를 드렸다. 매번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열세 살이 되던 해에 드디어 헤이안쿄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카다에서는 17일 새벽에 길을 나섰다. 도중에 꽤 깊은 강을 하나 건너게 되었는데 배 안에서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옛날 이 시모쓰사 지방에 마노 장자라는 사람이 삼베를 천 필이고 만 필이고 짜서 헹굼질을 한 다음 집 안에 널곤 했는데 어느 때인지 그 집이 송두리째 강물 속에 잠겨 버렸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강을 건너는데 그 집 기둥인지 아닌지 큰 기둥 네 개가 물속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기둥을 보고 사람들이 와카를 한 수씩 읊어서 나 또한 마음속으로 읊조려 보았다.
 
다 썩지 않고 서 있는 이 강 기둥 없었더라면
어찌하여 옛 흔적 만날 수 있었으리
朽ちもせぬこの川柱のこらずは
昔のあとをいかで知らまし
 
12월 25일에 내친왕가에 불명회 행사가 있어서 그날 밤만이라도 출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갔다. 40명이 넘는 여방들이 겉과 안 모두 흰색으로 된 우치키 겹옷 위에 진한 홍색의 가이네리를 입고 대령해 있었다. 나는 내친왕가에 소개해 준 사람 뒤에 숨어서 많은 여방들 사이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다가 새벽녘에 물러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늘을 보니 끝없이 떨어지는 눈발 사이로 차가운 달이 떠있고 그 달빛이 내 진한 홍색의 가이네리 소매 위를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달빛이 눈물에 젖어 있다는 오래된 와카 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렇게 읊조렸다.
 
한 해 저물고 밤은 이미 새벽녘 교교한 달빛
내 소매에 비치는 이 시간 허망해라
年はくれ夜はあけがたの月かげの
袖にうつれるほどぞはかなき
 
결혼하고 난 다음에는 이런저런 일들에 파묻혀 살다 보니 모노가타리 같은 것은 다 잊고 지냈다. 오로지 현실적인 생활에만 전념하려고 애쓰다 보니 점차 마음도 안정되어 갔다. 그리고 ‘오랜 세월 무위로 지내면서 왜 근행이나 참배를 하지 않았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미래에 걸었던 기대는 현실 세계에는 없는 허황한 것들뿐이었다. 히카루겐지 님처럼 멋진 사람이 세상에 있겠는가 말이다. 가오루 님이 우지에 몰래 숨겨 놓은 우키후네같이 복 많은 사람은 애시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아온 것일까? 어쩌면 그렇게도 세상을 모르고 허상만 좇고 살았단 말인가?’ 하고 마음속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생각하면서도 착실한 생활을 하지 않은 것은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 의지가 그것을 바꿀 만큼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지은이 소개
다카스에의 딸(菅原孝標女, 1008∼?)
지은이는 스가와라노 다카스에의 딸(菅原孝標女, 1008∼?)이며 헤이안 시대 중기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다. 아버지 스가와라노 다카스에는 학문의 신으로 유명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의 5대손이며, 어머니 후지와라노 도모야스의 딸(藤原倫寧女)은 ≪청령 일기(蜻蛉日記)≫의 저자인 미치쓰나 어머니(道綱母)와 이복 자매지간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문과 문학적인 환경에서 자란 지은이는 10세부터 13세까지 아버지의 부임지 가즈사 지방에서 모노가타리 세계를 동경하며 13세 되던 해 헤이안쿄로 귀경해 모노가타리 책 읽기에 몰입하는 문학소녀로 성장해 간다. 32세에 고스자쿠(後朱雀) 천황의 딸 유시(祐子) 내친왕의 여방(女房)으로 출사하지만 이듬해 바로 다치바나노 도시미치(橘俊通)와 결혼해 아들 나카토시(仲俊)를 출산한다. 34세 때 남편이 시모쓰케 지방에 부임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동행하지 않고 다시 유시 내친왕에게 출사해 궁중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 미나모토노 스케미치(源資通)라는 풍류남과 교제한다. 이후에는 점차 가정생활에 전념하면서 현실 세계에 눈을 뜨고 모노가타리 세계보다는 신앙생활에 정진하고자 노력한다. 52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사라시나 일기≫를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라시나 일기≫ 외에 ≪한밤중 잠 깨어(夜の寝覚)≫, ≪하마마쓰 중납언 모노가타리(浜松中納言物語)≫ 등이 그녀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 옮긴이 소개
 
정순분
정순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으며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일본 문학 전공)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문학인 헤이안 문학을 연구, ≪마쿠라노소시≫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현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아시아어문학부 객원교수로 있었다. 저서에 ≪枕草子大事典≫(공저, 2001), ≪枕草子 表現の方法≫(2002), ≪枕草子와 平安文學≫(2003), ≪平安文学の風貌≫(공저, 2003), ≪交錯する古代≫(공저, 2004), ≪日本古代文学と東アジア≫(공저, 2004), ≪일본고전문학비평≫(2006), ≪平安文学の交響≫(공저, 2012), 옮긴 책에 ≪돈가스의 탄생≫(2006), ≪마쿠라노소시≫(2008), ≪청령 일기≫(2009), ≪무라사키시키부 일기≫(2011) 등이 있으며 그 외에 헤이안 문학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김효숙
김효숙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제1문학부(일본 문학 전공)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일본 문학 전공)에 진학해 ≪겐지 모노가타리≫를 중심으로 헤이안 시대의 문학작품을 연구하며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세종대학교, 명지대학교, 배재대학교, 동남보건대학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日本古代文学と東アジア≫(공저, 2004),≪平安文学の古注釈と受容≫(공저, 2008), ≪源氏物語の言葉と異国≫(2010), ≪東アジア世界と中国文化≫(공저, 2012), ≪平安文学の交響≫(공저, 2012) 등이 있으며 이 외에 헤이안 문학과 관련된 논문이 다수 있다.
☑ 목차
 
1부 헤이안쿄로 향하는 귀경길
1. 가즈사 지방을 떠나다··············3
2. 가즈사 지방에서 시모쓰사 지방으로·······10
3. 출산한 유모와 상봉···············15
4. 무사시 지방에 내려오는 전설··········20
5. 스루가 지방 아시가라야마 산에서 만난 유녀····27
6. 후지가와 강에서 들은 신기한 이야기·······35
7. 덴류가와 강 근처에서 요양···········40
8. 오와리 지방에서 헤이안쿄까지 여정·······46
 
2부 헤이안쿄 집에서 보낸 나날
9. 모노가타리를 읽고 싶은 마음, 새어머니와 이별··53
10. ≪겐지 모노가타리≫ 탐독···········58
11. 집 뜰에서 느끼는 자연, 모노가타리에 파묻혀 지내는 나날····················66
12. 다른 집에서 기거, 기이한 고양이의 방문·····70
13. 장한가 이야기, 13일 밤의 대화·········75
14. 언니의 죽음, 애도의 와카···········82
15. 아버지의 지방관 임용 탈락, 히가시야마 산에서 보낸 나날····················88
16. 히가시야마 산의 나날, 귀경 후 나날·······96
17. 새어머니의 ‘가즈사’가 들어간 이름·······101
18. 아버지의 히타치 지방관 발령·········105
19. 우즈마사 절에 참배, 아버지와 증답·······110
20. 하쓰세사에 거울 공양············115
21. 아버지의 귀경, 가족의 재회··········123
 
3부 출사의 기록
22. 어머니의 출가, 아버지의 은퇴, 다카스에의 딸의 출사·····················129
23. 불명회에 출사, 사가에 돌아와 결혼·······136
24. 모노가타리의 꿈 좌절, 내친왕가에 재출사···142
25. 겨울비 내리는 밤에 스케미치와 대화······150
 
4부 참배의 기록
26. 안정된 결혼 생활, 이시야마사 참배·······165
27. 대상회의 결제를 뒤로한 채 하쓰세사에 참배···170
28. 구라마사 참배, 이시야마사와 하쓰세사에 다시 참배······················179
29.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자식에게 꿈을 가지며 친구와 증답····················185
30. 잠시 이즈미 지방에 체류···········192
 
5부 만년의 기록
31. 병에 걸려 자식의 장래를 걱정·········199
32. 남편의 죽음에 망연자실하며 불행한 인생을 회고·204
33. 아미타불의 내영을 꿈꾸며 보내는 만년·····209
34. 석양빛 속에 오바스테야마의 나날을 회상····212
 
 
부록
헤이안 여류 일기 문학의 흐름···········219
≪사라시나 일기≫의 귀경 여행··········238
참고 도해····················269
연표······················277
 
해설······················287
지은이에 대해··················300



옮긴이에 대해··················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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