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5일 화요일

실비/산책과 추억 Sylvie

네르발 Nerval, Gerard de (프랑스, 1808~1855)

프랑스 남부 출신의 한 남자가, 북부로부터 와서 발루아 지방에 정착한 가문의 처녀와 결혼하여 이듬해 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 아이를 발루아 지방의 어느 유모에게 맡기고 나폴레옹을 따라 전장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 아이는 1808년 5월 22일 파리의 생마르탱 가 96번지에서 태어났고, 1855년 2월 26일 새벽 파리의 으슥한 골목에서 목매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죽은 후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20세기 초가 되자 그의 작품 속에서 놀라운 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는 18세기 유럽의 내면을 흐르던 온갖 기원의 신비주의가 있고, 괴테의 ≪파우스트≫와 실러의 ≪군도≫, 호프만의 ≪악마의 정수≫,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가, 하이네의 ≪아타 트롤≫과 같은 독일의 낭만주의가 배어 있고, 보들레르와 파르나스 시파와 상징주의의 싹이 있으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축소판이, 초현실주의자들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자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구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던 초현실의 세계가 또한 있었다.

그가 광증에 시달리는 고난의 삶을 살았고 그로 인하여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비극의 주인공으로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판도라>나 <오렐리아> 같은 작품은 이해할 수 없는 광증의 발로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판단되었던 것이다.

20세기에 와서 그가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의 모든 작품은 논리를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2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네르발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1950년대 이후 특히 1960∼1970년대에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프랑스 사람들은 네르발을 ‘가장 프랑스적인 서정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고 있다.

내용 소개          

제라르 드 네르발의 작품에는, 그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구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현실과 몽상이 뒤섞여 있다. 여기 번역 소개할 <실비> 역시 그러한 작품에 속하며, 작가가 젊은 시절에 겪은 사랑의 실패와 몽상적인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젊은 시절 얻을 수도 있었던 옛 사랑의 행복을 상기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재생시키려는 노력을 감명 깊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구성을 볼 때 이 이야기는 1820년부터 1845년 사이에 일어난 일을 1853년에 기록한 작품이다. 1830년대(제1장, 3장, 8∼13장)에 우연히 작가의 눈에 띈 “‘시골의 꽃다발 축제.’ 내일 상리스의 궁수들이 루아지의 궁수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기로 되어 있음”이라는 신문 광고가 이야기 전체를 이어가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제2장과 4, 5, 6, 7장은 중심축에서 과거의 추억을 더듬는 부분이고, 제14장에서는 중심 이야기마저 추억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산책과 추억>은 <오렐리아>와 함께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회고록’의 일종이다. ‘산책’과 ‘추억’이라는 명칭이 말해주고 있듯이, 이야기 속에서 ‘장소’와 ‘과거의 기억들’이 특별한 의미로 작용하고 있다. 작가는 파리와 생제르맹, 샹티이, 상리스, 에르므농빌을 순례하면서 이 고장에서 겪은 유년시절과 젊은 시절의 아픔과 사랑을 떠올리면서 상실의 세월과 광기를 몰아내어 털어버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실비>가 태어날 수 있었던 배경과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또한 1850년대의 파리를 중심으로 한 그 주위의 사회상과 작가의 반응을 엿볼 수 있게 해주며, 특히 4∼7장에서는 작가 자신의 가장 아픈 과거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으니, <실비>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여러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산책과 추억>은 ≪불의 딸들≫에 속하지 않는 별개의 작품으로, 본인이 최초로 번역하였다. 그리고 <실비>의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는 <발루아 지방의 노래와 전설>은 여기 싣지 않는다.

이 번역문은 Oeuvres Complètes III, Ed. Jean Guillaume et Claude Pichois, Gallimard, 1993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원문에 ‘*’표와 함께 저자가 직접 붙인 설명들은 뒤에 원주 표시를 했으며, 본문에 나오는 문제의 표현이나 고유명사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필요한 경우 참조하시기 바란다. 각주의 상당 부분은 위의 책을 참조한 것이나 별도의 표시는 생략한다. 그리고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연결 부호 ‘−’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능한 한 삭제했다.

이 번역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빈다.

본문 중에서      

한 수녀를 여배우의 모습으로 사랑하다니!… 그런데 가령 그
사람이 동일한 여자였다면! 거기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고인 물의 등심초 위로 달아나는 도깨비불처럼, 그것은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마음을 끌어들이는 운명적인 마력과 같은
것이다….

출판사 서평      

1855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 네르발. 현실과 몽상이 뒤섞인 그의 작품은 20세기 초 신비주의, 낭만주의,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등의 예술사조의 원천(源泉)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프랑스 최고의 서정적 작품으로 꼽히는 <실비>와 회고록 성격의 마지막 작품인 <산책과 추억>을 완역해 묶었다. <산책과 추억>은 국내 초역이다.

역자 소개        

이준섭
이준섭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 후 도불해 파리4대학에서 프랑스 낭만주의와 제라르 드 네르발 연구로 문학석사 및 박사학위(1980년) 취득했다. 1981년부터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7년에 정년퇴임한 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2002년에는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프랑스 문학사(I)≫(세손출판사, 1993), ≪제라르 드 네르발의 삶과 죽음의 강박관념≫(고려대출판부, 1994), ≪프랑스 문학사(II)≫(세손출판사, 2002), ≪고대신화와 프랑스문학≫(고려대출판부, 2004) ≪프랑스문학과 신비주의 세계≫(고려대출판부, 2005) 등이 있고, 역서로는 ≪불의 딸들≫(아르테, 2007)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18세기 프랑스 신비주의와 G. de Nerval>, <테오필 고티에와 환상문학>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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