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수요일

로도귄 Rodogune

피에르 코르네유  Pierre Corneille(프랑스, 1606~1684)

피에르 코르네유는 1606년 6월 6일 루앙의 소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루앙의 예수회학교에서 공부하고, 1624년에 법학사를 취득하여 루앙 고등법원의 변호사로 개업하지만 단 하나의 공판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변론보다는 연극이나 시에 더 관심을 보인다.
1629년 그는 최초의 희극 《멜리트》를 시작으로 1630-1631년 시즌에는 첫 비희극 《클리탕드르》를 발표하였고, 그 후 1636년에 발표된 《미망인》에서 《연극적 환상》까지 여러 편의 희극을 잇달아 내놓았다. 1635년에는 첫 비극인 《메데》를 상연하기도 했다.
1636년 말에 공연된 《르 시드》는 작가 자신에게서나 프랑스 연극사에서 한 획을 긋는 작품이다. 이때부터 그는 비극에 몰두하게 되고, 프랑스 연극은 고전주의 시대로 가는 확실한 길에 접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르 시드처럼 아름답다.”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반면 규칙과 관련하여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게 되고, 이에 실망한 그는 약 3년 간의 공백기를 거쳐 규칙에 충실한 《오라스》, 《시나》, 《폴뤼엨트》, 《퐁페의 죽음》, 《거짓말장이》, 《로도귄》와 같은 걸작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1647년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1652년에 발표한 《페르타리트》가 실패하자 대중과 결별하고 다시는 연극계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예고하지만, 문예학술의 새로운 옹호자 푸케의 권유에 따라 1659년 《외디푸스》와 함께 연극계에 재등장한다. 1660년에는 이제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3권의 작품집을 발간하면서 각 권의 서두에 「담론」을, 각 작품에는 비평적 「검토」를 첨부했다. 1661년 화려한 《황금 양털》의 성공 이후 여러 편의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그는 1674년 《쉬레나》를 마지막으로 극작활동을 마감한다. 결국 166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대중의 취미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한 경쟁자 라신느에게 완전히 자신의 명성을 넘겨주게 된 것이다. 그리 유복하지 않은 만년을 보낸 후 1684년 10월 1일 파란 많은 일생을 마감한다.

해설               

《멜리트》(희극, 1629년)에서 시작하여 《쉬레나》(비극, 1674년)로 끝을 맺은 피에르 코르네유(1606-1684년) 극작품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라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장르 면에서 본다면 총 33편의 극작품 중에 8편의 희극, 1편의 희비극 발레, 2편의 희비극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3편의 영웅희극도 있으며, 나머지는 비극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주제의 차용을 보더라도 순수비극이라 불리는 16편 중, 로마사에서 차용한 작품이 9편, 동양의 역사 2편, 고대의 성인전 2편, 그리이스 전설 2편 그리고 나머지 한편은 그 주제가 아주 모호한 작품 등으로 아주 자유롭다.
순수비극에 속하는 16편 중 하나인 《로도귄》는 《속 거짓말쟁이》에 바로 뒤이어, 다시 말해서 1644년 말이나 1645년 초에 세상에 나타났을 것이며, 코르네유 자신이 언급한 역사적인 출전은 아피앙, 저스티누스, 조세푸스 그리고 《마카베오》이다. 그는 1막과 5막에서 역사적인 소재를 사용했으며, 네 명의 주요 인물들, 즉 클레오파트르, 셀레우쿠스, 안티오쿠스, 로도귄은 모든 출전 속에서 똑같은 이름과 함께 발견된다. 아피앙의 텍스트 속에서 비극적 원형을 발견한 후, 코르네유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주된 줄거리를 구성했다. 이미 자신의 남편을 죽게 만든 여왕 클레오파트르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권력을 넘겨주어야 하며, <이것이 시작이다>. 그녀는 그들을 죽게 만드는 것을 각오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권력을 보유하기로 결정하며, <이것이 중간이다>. 한 아들을 죽인 이후, 그녀는 다른 아들을 독살하려고 애쓰면서 죽으며, <이것이 결말이다>.
이와 같은 작품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클레오파트르의 전기를 읽을 수 있다. 그녀는 시리아 왕인 데메트리우스 니카노르의 부인이었다. 그는 파르티아인들에게 정복당해 포로가 된다. 왕위찬탈자인 트리퐁이 시리아의 절반을 빼앗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했다. 클레오파트르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집트의 왕 곁으로 보냈던 두 아들 안티오쿠스와 셀레우쿠스의 이름으로 다른 절반의 섭정 여왕이 된다. 사실 그녀는 이집트 여인이며, 프토레메 필로메스토르의 누이이다.
시리아 국민은 그녀에게 재혼하라고 강요했다. 왜냐하면 니카노르가 사라졌으며, 그가 죽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의 동생인 안티오쿠스와 결혼했다. 이번에는 안티오쿠스가 파르티아인들과 싸우면서 살해될 것이다.
니카노르는 실제로는 살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복자인 파르티아 인들의 왕의 누이동생, 즉 로도귄과 결혼할 것이다. 그는 거대한 파르티아 인들의 기병대의 우두머리가 되어 시리아를 공격하러 온다. 클레오파트르는 그에게 함정을 파서 그녀 손으로 죽인다. 로도귄은 경쟁자의 포로로 그녀의 손안에 남아 있다.
그녀는 섭정이었기 때문에 권력욕을 가졌을까, 아니면 이 욕구는 선천적이었을까? 언제나 그녀는 거의 관능적인 방식으로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왕좌에 대해서는 사랑에 의해 사랑받는 살아있는 존재에 관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녀는 두 번째 남편인 안티오쿠스의 이불 아래에서 군림했다. 그녀는 두 아들 중 누가 장자이며, 따라서 왕인가를 밝히지 않은 채 계속해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인 그녀는 이름뿐일 왕일지라도 사실은 그녀의 부관에 불과할 남편이나 아들을 필요로 한다.
그녀에게서 모성애와 도덕심은 궁극적인 죄악 이전의 상태에서만 발견되며, 맹세는 그녀를 구속하지 않는다. 그녀는 ‘왕들에게 합당한 미덕, 궁정의 비밀’을 찬양한다. 인간의 근저에는 지배하고자 하는 분노가 있다.
자존심을 포기한다는 것, 그것은 사실상 악마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르는 악마를 믿는다. 그녀는 로도귄이 자신을 저주했으며, 니카노르를 죽이도록 강요했다고 믿으며, 아니면 적어도 그렇다고 말한다. 그녀는 저주받았다고 말하고, 사실상 그녀는 홀렸으며, 저항하지 않는다. 즉 그녀는 악마와 함께 있음을 즐긴다. 코르네유는 그녀에 대해 공포와 존경의 혼합을 느낀다.
반면에 로도귄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녀는 ‘평화의 담보물’이며, 시리아의 왕은 그녀의 ‘필연적인 남편’이다. 따라서 그녀는 왕위 계승자의 약혼녀이다. 계승자에 대해 의혹이 있음이 발견된다. 즉, 죽은 왕은 누가 장자인지 모르는 두 쌍둥이 형제를 남겨두었다. 그녀는 내밀한 감정만큼이나 과거의 모욕을 제외시킴으로써 자신을 미래의 왕의 약혼녀라고 여긴다.
로도귄을 죽이기를 바라면서 클레오파트르는 파르티아 왕국과 시리아 왕국 사이의 평화 정책을 깨뜨린다. 따라서 로도귄은 의무에서 해방되어 있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의 자유를 재발견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자신의 의무라고 평가하는 것, 즉 니카노르를 복수하는 것 또한 재발견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평화협정의 조건들 속에 남아, 클레오파트르에게 그녀의 증오를 표명할 구실을 제공하지 않고자 한다. 그녀는 단절을 재촉하지 않기 위하여, 정치적이며 동시에 감정적인 현상 속에 남아있지 않기 위하여 최후의 노력을 한다. 그녀는 두 형제에 의해 제공된 왕관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이것은 왕을 선택하는 것이 될 것이며, 따라서 클레오파트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복수한다는 힘과 복수를 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의무를 동시에 지닌 그녀는 국익에 의해 속박당하는 공주의 법률적인 상황 속에서 안전하게 수동적으로 남아 있으려고 애쓴다.
두 왕자는 고집을 부리고 어떻게 해야 그들이 그녀에게 ‘합당한지’를 요구함에 따라 그녀는 자신의 조건을 말한다. “로도귄을 얻기 위해서는 아버님을 복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요구는 진정으로 클레오파트르의 죽음을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연인들에게 부과하는 것은 시련이다. 이 시련 때문에 왕좌와 로도귄의 사랑에 대한 요구를 단념했던 셀레우쿠스를 물러나게 했다. 안티오쿠스와 로도귄은 정치적이며 동시에 감정적인 곤경 속에서 단 둘이 대면한다. “다른 복수자들 이름을 대십시오. 저는 어머니를 죽일 수 없습니다.” 라고 안티오쿠스는 말한다. 그러자 로도귄은

        만일 왕자님이 저를 자유롭게 해주시면, 제가 복수해야지요.

로도귄은 언제나 자신의 의무의 의미 속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따라서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누가 장자인지를 클레오파트르가 말해주기를, 아니면 파르티아와 시리아 사이의 평화협정을 깨는 책임을 그녀에게 남겨 두기를 기다려야 한다.

두 쌍둥이 형제를 지배하고 있는 두 여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로도귄》와 함께 코르네유의 비극에 새로운 요소가 개입된다. 즉, 정치적이며 왕조의 이유 대문에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로 결혼하는 공주, 말하자면 왕족의 ‘잘못된 결혼’의 유형이 그것이다. 한 마디로 《로도귄》와 함께 정치-결혼의 비극이 태어난다.
이 책의 번역은 Pierre Corneille, Oeuvres complètes II, Bibloithèque de la Pléiade, 1984년 판을 원전으로 사용하였으며, 2006년 12월 울산대학교출판부에서 간행된 《퐁페/로도귄》 중 「로도귄」를 손질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첫 머리에 있는 「검토」는 이 작품의 출판 당시부터 수록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이 흐른 후, 즉 1660년에 그간의 작품을 3권의 책으로 묶어내면서 각 권의 서두에는 「담론」을, 각 작품 첫 머리에는 「검토」를 수록한 것이다. 따라서 저자의 의도, 극작술 등을 이해하기 위해 「검토」 부분은 크게 줄이지 않았으나 본문의 경우에는 줄거리의 전개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췌 수록하였다. 전체적으로는 거의 40% 정도 줄였다.
원전의 텍스트는 프랑스어 12음절 4행으로 된 구절들의 연속으로 보아도 무방하며, 두 행마다 각운이 맞추어져 있어 당시의 희곡작품들은 극시라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운문형태의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운문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번역문의 행을 가능한 한 맞추었으며, 원문에서 12음절을 여러 행에 걸쳐 표현한 경우에도 이를 따랐다. 따라서 산문의 어순과는 상당 부분 달라 산문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색한 표현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지만 17세기 프랑스 희곡, 특히 비극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는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등장인물

클레오파트르, 시리아의 여왕, 데메트리우스 니카노르의 미망인.
셀레우쿠스, 데메트리우스와 클레오파트르 사이의 아들.
안티오쿠스, 데메트리우스와 클레오파트르 사이의 아들.
로도귄, 파르티아의 왕 프라아트의 누이.
티마젠, 두 왕자의 가정교사.
오롱트, 프라아트의 대사.
라오니스, 티마젠의 누이, 클레오파트르의 속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인.

본문 중에서      

군림하라. 많은 죄악을 거쳐 결국 네가 왕이 되었구나.
나는 네게서 아버지, 형제 그리고 나를 없앴다.
나는 바란다. 하늘이 너희 둘 모두를 희생물로 만들어주기를,
내 죄악에 대한 처벌을 너희에게 떨어지게 해 주기를.

Règne, de crime en crime enfin te voilà Roi:
Je t'ai défait d'un père, et d'un frère, et de moi.
Puisse le Ciel tous deux vous prendre pour victimes,
Et laisser choir sur vous les peines de mes crimes,

역자 박무호 소개        

1953년 경북 영천 생
용산 중, 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박사학위 취득
프랑스 루앙대학 수학
1985년부터 울산대학교 인문대학 프랑스어프랑스학과 재직 중

논문
코르네이유의 <티트와 베레니스> 연구, 인문논총, 2002. 12
코르네이유의 <쉬레나> 연구, 한국프랑스학논집 44집, 2003. 11
코르네이유의 중기 비극 연구, 한국프랑스학논집 제48집, 2004. 11 외 다수

저서
《코르네이유 후기비극 연구》(울산대학교출판부, 1994)
《코르네이유―삶과 연극세계》(건국대학교출판부, 1996)

역서
《고전주의란 무엇인가?》(울산대학교출판부 1993)
《폭력과 성스러움》(민음사 1993)
《르시드・오라스》(울산대학교출판부, 2004)
《시나・폴뤼엨트》(울산대학교출판부, 2004)
《니코메드・쉬레나》(울산대학교출판부, 2005)
《크로네유 희곡선》(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
《퐁페, 로도귄》(울산대학교출판부 2006) 외 다수

편집자 리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두 여자의 음모에 관한 이야기. 권력에 대한 관능적 사랑을 노래하는 여왕 클레오파트르, 오직 왕좌만을 사랑하는 그녀에겐 행방불명 되었다가 다시 살아오는 왕도, 쌍둥이 아들들도 모두 걸림돌일 뿐이다. 남편의 여자였고, 이제는 두 아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로도귄을 향한 클레오파트르의 끊임없는 증오는 결국 자기 파멸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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