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5일 화요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Pelléas et Mélisande

마테를링크(Maeterlinck, Maurice) 1862~1949 벨기에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겐트 출신인 모리스 메테르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는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침묵과 죽음 및 불안의 극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부유한 부르주아 가문 출신으로 겐트의 자연 속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불어가 모국어였고 가정교사에게 영어와 독일어를 배웠으며 8살 때 셰익스피어를 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의 생트 바르브(Sainte-Barbe) 기숙학교 생활은 그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으며 그곳에서 발견한 신은 사랑의 신이 아니라 공포로 군림하는 독재자였다. 반면 그곳에서 르 루아(G. Le Roy), 반 레르베르크(Ch. Van Lerberghe), 로덴바흐(G. Rodenbach) 등의 친구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외에도 상징주의 시인이었던 베르아랑(E. Verhaeren)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 생트 바르브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하였으나 글쓰기를 계속하였고, 당시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실었던 <젊은 벨기에(La Jeune Belgique)>에 시를 기고하기도 하였다.
메테르링크가 변호사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로 접어든 것은 몇 달 동안의 파리 체류(1885년 가을~1886년 봄)와 그곳에서 만난 빌리에 드 릴라당(Villiers de l’Isle- Adam)의 영향 때문이다. 특히 빌리에와의 만남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고 가장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빌리에를 통해 메테르링크는 신비(le mystérieux)와 운명(le fatal)과 저세상(l’au-delà)에 눈을 뜨게 되었으며, 말렌 공주 ․ 멜리장드 ․ 아스톨렌 같은 인물들은 빌리에와의 만남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시기에 그는 14세기 플랑드르 출신의 신비주의자 뤼스브루크(Ruysbroeck)를 발견하였고 또 독일 낭만주의 시인이자 상징주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노발리스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후에 이들의 작품을 번역하게 된다.
1886년 3월 메테르링크는 파리에서 만난 젊은 시인들과 잡지 <라 플레이아드(La Pléiade)>를 창간하였고 여기에 자신의 첫 산문 작품인 <무고한 자들의 학살(Le Massacre des Innocents)>(1886년 5월)을 발표한다. 이것은 플랑드르 출신 화가인 브뢰겔(Breughel)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는 또 파리에 체류하며 쓴 일련의 시를 모아 ≪온실(Serres chaudes)≫(1889)을 발표하는데 메테르링크는 이 시집이 베를렌, 랭보, 라포르그, 휘트먼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고백한다. 이어 그의 첫 희곡 <말렌 공주(La Prin- cesse Maleine)>(1889)를 발표하였으며 셰익스피어, 포, 반 레르베르크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옥타브 미르보의 <피가로> 기사를 통해 유명해진다. 1896년에는 수필집 ≪빈자의 보물(Le Trésor des humbles)≫을 발표하였고, 1908년 스타니슬랍스키가 연출한 <파랑새(L'Oiseau bleu)> 공연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어 1911년 노벨상을 수상하여 그의 작품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메테르링크는 상징주의가 꿈꾸었던 일종의 영혼의 연극을 창조한다. 이 새로운 형태 속에는 세 가지 개념이 들어 있다. 첫째는 움직이지 않고 수동적이며 미지의 것에 예민한 인물들이 있는 정적인 극이라는 점이며, 둘째는 숭고한 인물(종종 죽음과 동일시되는 이 숭고한 인물은 운명 혹은 숙명이며 죽음보다 더 잔인한 어떤 것이다.)의 존재를 들 수 있고, 셋째는 일상의 비극, 즉 산다는 일 자체가 비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극 사건은 배우들의 양식화된 연기를 통해 운명과 마주한 영혼의 태도 및 숙명에 천천히 눈떠가는 것을 암시해야만 한다.
메테르링크가 인형극(théâtre pour marionnettes)이라고 부른 그의 초기작들은 사실주의극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뤼네 포(Lugné-Poe)와 같은 상징주의자들에 의해 무대화되었다. 신비, 보이지 않는 운명의 힘, 그리고 현실 너머의 세계를 느끼게 하는 그의 극은 뒤에 오는 초현실주의자들 및 아르토와 베케트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침묵이 많고 대사와 대사가 때로는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베케트의 부조리극은 메테르링크를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용 소개

이 작품은 원전의 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발췌하지 않고 모두 번역했습니다.

이 극은 알르몽드의 왕자 펠레아스와 신비한 여인 멜리장드와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펠레아스의 형이자 멜리장드의 남편인 골로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결국은 두 사람의 죽음을 야기한다. 이들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죽음은 운명이라는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의한 것임을 작가는 상징적인 수법으로 암시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빛과 어둠,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상징화를 통해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오래 묵히면서 나온 번역이자, 몇 년 전 서울에서 공연을 거친 대본이므로, 매우 읽기에 자연스럽다. 자세한 작품 해설을 곁들이고 시적인 언어를 역자 특유의 감수성으로 잘 표현해 내고 있다."-임혜경(숙명여대 불문과 교수)
머리말 중에서

운명적인 사랑으로 인한 죽음을 다룬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892)는 단순하게 보면 남편-아내-정부(情夫)라는 삼각관계로 이루어진 치정극(drame passionnel)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구도는 마테를링크라는 작가의 손에 의해 신비의 색채를 띠게 되고 운명이 그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모호함으로 가득 찬 극으로 변하게 된다.
모호함은 우선 주인공들의 성격으로부터 온다. 멜리장드는 어디에서 왔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물의 요정을 상기시키며 또 《햄릿》에 나오는 오필리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녀는 어느 날 숲속의 샘가에서 물속에 떨어뜨린 왕관을 바라보며 울고 있다가, 사냥하러 왔다가 길을 잃은 골로에 의해 알르몽드(Allemonde) 왕국에 오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며 남편 골로에게 그곳을 떠나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곧 죽게 될 것이라며 흐느낀다. 하늘을 보지 못한다는 그녀의 고백을 골로는 말 그대로 해석하여 곧 여름이 올 것이라는 말로 위로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꿈꾸는 또 다른 세계(ailleurs)에 대한 갈망의 표현 혹은 그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펠레아스에 대한 사랑과 그것을 이룰 수 없는 절망의 감정을 대신하는 말일 것이다.
펠레아스는 ‘울음’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여성적이고 몽환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한 인물이다. 그는 항상 다른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지만 떠나지 못한다. 죽어가는 친구를 만나러 가고자 하지만 아버지의 병환을 이유로 만류하는 할아버지 아르켈에 의해 좌절되고, 이후에는 멜리장드에 대한 사랑이 그의 발목을 붙잡게 된다. 아버지의 병환이 호전되면서 결정적으로 멀리 떠나고자 하였지만 멜리장드와의 마지막 밀회 장소인 소경의 샘가에서 질투심에 눈먼 골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죽음은 어찌할 수 없이 운명의 덫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비극을 대변하고 있다.
펠레아스와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 골로는 거구이며 사냥을 좋아하는 남성적인 인물이다. 처음 그의 커다란 몸을 보고 멜리장드가 “당신은 거인인가요?”라고 물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의 큰 몸은 상대적으로 그에게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영혼의 깊이가 결여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는 단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여 펠레아스와 멜리장드가 함께 있을 때 멜리장드의 방문이 닫혀 있는지 혹은 그들이 침대 곁에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여 매복하고 염탐하는 모습은 오셀로처럼 의심 많은 남편의 모습이다.

차례

해설····················               9
지은이에 대해················   18
나오는 사람들················   23
제1막····················            25
제2막····················            43
제3막····················            61
제4막····················            87
제5막····················           109
옮긴이에 대해················ 128
같이 읽으면 더 좋은 지만지 작품
노발리스 《푸른 꽃》, 사뮤엘 베케트 《놀이의 끝/마지막 테이프 외 단편》

역자    이용복 숙명여대 불문과 

이용복은 숙명여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2대학에서 불문학 석사학위를,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숙명여대 불문과 강사로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로제 비트락의 극작품에 나타나는 비구술 언어에 대한 연구>, <주네의 ≪발코니≫에 나타나는 이미지에 대한 연구>, <샤를르 페기의 <잔 다르크>에 나타나는 잔 다르크 이미지>, <자크 오디베르티의 ≪동정녀≫ 연구−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현실과 허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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