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7일 목요일

누에르족 The Nuer

누에르족: 나일계 민족의 생활양식과 정치제도
The Nuer: A description of the modes of livelihood and political institutions of Nilotic people

E.E.에번스-프리쳐드 E.E.Evans-Pritchard(영국, 1902~1973)
에번스-프리처드(1902∼1973)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말리노프스키와 래드클리프-브라운을 제치고 가장 존경받는 인류학자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여 1924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런던 정경대학으로 학교를 옮겨, 셀리그먼의 지도로 인류학 전공을 시작하여 말리노프스키에게서 배웠으며, 아잔데족 조사를 통해 1927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런던대학에서 사회인류학을 강의하면서 계속하여 조사를 수행했다. 1932년 카이로 푸아드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가 되었으나 곧 그만두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이보다 앞선 1930년에 셀리그먼의 주선으로 수단 지역의 원주민 집단에 관한 조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2차 대전 중에는 영국군의 정보장교로 복무하면서, 수단과 에티오피아의 국경에서 이탈리아군에 맞서 게릴라 부대를 지휘했다.

그의 초기 저작은 ≪아잔데족의 마술과 신탁(Witchcraft, Oracles and Magic among the Azande)≫(1937), ≪누에르족(The Nuer)≫(1940), ≪누에르족의 친족과 결혼(Kinship and Marriage among the Nuer)≫(1951), 그리고 마이어 포티스와 함께 편집한 ≪아프리카의 정치체계(African Political Systems)≫(1940) 등이 있으며, 영국 인류학의 조류인 구조주의와 기능주의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후기의 중요한 저작으로는 ≪원시종교론(Theories of Primitive Religion)≫(1965), ≪아잔데족(The Azande: History and Political Institutions)≫(1971) 등을 들 수 있으며, 인류학의 과학적인 측면보다는 해석학으로서의 인문학적인 측면을 추구한다.

해설           

이 책은 ≪The Nuer: A description of the modes of livelihood and political institutions of Nilotic people≫(E. E. Evans-Pritchard, Oxford University Press, 1940)를 기본으로 요약했다. 전후 맥락을 고려하여 전체적으로 요약한 부분과 부분적으로 발췌한 부분이 섞여 있다. 원본은 본문 266페이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을 원고지 약400매 분량으로 요약했다. 누에르족의 단어는 알파벳 표기를 생략하고 모두 한글로만 표기했다. 소에 대한 용어 번역은, ‘cattle-소’, ‘cow-암소’, ‘bull-수소’, ‘ox-거세소’로 했다.

≪The Nuer≫는 누에르족 3부작 중 첫 번째로 1940년에 출판된 이래 사회인류학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이 되었다. 에번스-프리처드의 누에르족 3부작은 ≪The Nuer≫(1940), ≪Nuer Religion≫(1956), ≪Kinship and Marriage among the Nuer≫(1951)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여러 번에 걸쳐 자료수집과 분석의 한계를 고백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후 모든 연구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치밀한 구성과 번뜩이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래서 출판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전의 향기를 풍기면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누에르족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다. 그들은 소 오줌으로 세수를 하고 우유와 유제품을 주식으로 삼으며, 소의 피를 먹고 쇠똥을 벽에 바르며, 쇠똥을 태운 재로 화장하고 양치질하며, 수많은 의례와 상징들에 소를 동원한다. 생활과 이동의 주기는 소의 생태에 맞추어 이루어지며, 소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를 가지고 배상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소가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땅은 나쁜 땅이며, 소를 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는다. 인류학자가 그들의 동료가 되기 위해서는 소의 소유자가 되어서 그들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의 제1장에서는 누에르족의 소에 대한 관심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 누에르족의 생태환경 이용 방식,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 정치체계, 친족과 출계, 연배체계 등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누에르족이 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가치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2장은 생태환경에 대한 설명이다. 생태환경은 생물이나 기후 변동과 분포뿐 아니라 인간 집단의 생활환경과 관련시킬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누에르족은 자신들이 이용하고 이동하는 일정한 지역을 가지고 있고, 다른 집단들과 자신들의 영역을 구조화시키고 있다. 소먹이, 물, 재배작물, 물고기 등을 확보하기 위한 계절적인 이동은 생태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최적의 상태로 접근하게 된다.

제3장은 누에르족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관한 분석이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은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상대적이고 구조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생태학적 시간은 1년 단위로 마을과 캠프를 왕복하는 시점들을 이어주며, 구조적 시간은 장기간에 걸쳐 규정되는 사회적 변화의 주기나 개인의 삶의 궤적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두 지점 간의 거리는 물리적으로 규정되기보다는 그 사이에 있는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강이나 체체파리 서식지를 사이에 둔 두 지점은 매우 거리가 멀다. 이런 생태학적 조건은 집단과 집단 사이의 구조적 거리를 만든다. 결국 구조적 시간이란 사회체계 속에 있는 인간 집단 간의 거리를 반영한 구조적 거리이며, 구조라는 차원에서 볼 때 시간과 공간은 단일한 모델이 된다.

제4장 정치체계는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제5장 출계체계와 함께 집권적 정치체계가 없는 누에르족이 어떻게 거대한 집단을 포섭하는 사회구조를 형성하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지은이는 누에르족의 정치체계를 작은 분절들이 보다 큰 분절로 통합되어 가면서 마침내 누에르족 전체로 확장되는 분절체계로 파악한다. 부락이나 마을을 대표하는 권력자가 존재하지 않고, 친족 내에서도 집단을 대표하는 권력자가 존재하지 않지만, 분쟁이 일어나면 그 사안에 대해서만 권위가 인정되는 표범가죽 추장이 나서서 대립이 파탄에 이르는 것을 막는다. 공동체 내에서의 극한 대립을 방지하는 이러한 장치, 그리고 분절 간의 대립구조가 보다 큰 외부 분절과의 대립 상황에서는 통합되는 반복구조는 누에르족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통합하는 구조적 원리가 된다.

제5장에서는 부계 친족의 최대 집단인 씨족을 정점으로 하는 출계체계와 분절체계, 출계체계와 정치체계, 출계체계의 구조적 시간, 딩카족을 출계체계 속에 편입시키는 구조적 원리, 출계집단과 외혼을 통한 연계망의 확장, 씨족의 신화를 통한 정치적 가치와 친족적 가치의 동화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우월적 지위의 씨족을 인정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상징적인 중심축을 상정하는 것을 통해, 부족의 정치체계와 출계집단의 분절체계가 형태적으로 같다는 것을 지적한다.

제6장의 연배체계에서는 일정한 시기에 성인식을 행한 연배집단들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 이 연배체계가 누에르족의 사회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특징인 분절의 원리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예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연배체계는 친족체계나 정치체계와 독립하여 존재하며, 동일한 원리에 따라서 정치적인 의미를 획득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아프리카의 부시맨이나 피그미족,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집단은 규모가 매우 작다. 따라서 연장자의 권위와 같은 비공식적이면서 한시적인 지도 체제를 통해 집단이 유지되며 구성원들의 관계가 아주 평등하다. 그러나 인류학자들은 수천 명 혹은 수만 명 이상의 규모를 지닌 아프리카의 거대한 집단들을 상대할 경우에, 이런 사회들이 어떤 원리로 질서를 유지하며 사회관계는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설명할 때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구가 20만 명에 달하는 누에르족은 중앙정부나 특별한 정치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평등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잘 통합되어 있고, 일정한 지역을 점유하는 부족 집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거대한 집단이 분쟁을 해결하고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지니면서 집단을 유지해 나가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논점이다.

≪The Nuer≫에서 드러나는 에번스-프리처드의 관점은 기본적으로는 구조주의적인 정태성에 근거하며 영국의 구조-기능주의적 시각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나 거프 등은 이러한 관점의 몰역사성과 구조-기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시간적인 맥락 속에서 누에르족을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에번스-프리처드 스스로가 래드클리프-브라운의 구조-기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사회사로서의 사회인류학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리고 인류학자는 다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충실히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며, 자연과학적인 엄밀성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의미와 상징성을 발견하는 것이 한층 중요하다고 보았다. ≪The Nuer≫는 역사와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의 저술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역사적인 관점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사회인류학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서문


제1장 소에 대한 관심
제2장 생태환경
제3장 시간과 공간
제4장 정치체계
제5장 출계체계
제6장 연배체계

옮긴이에 대해

작품 중에서     

The Nuer is a product of hard and egalitarian upbringing, is deeply democratic, and is easily roused to violence. His turbulent spirits finds any restraints irksome and no man recognizes a superior. Wealth makes no difference. A man with many cattle is envied, but not treated differently from a man with few cattle. Birth makes no difference. A man may not be a member of the dominant clan of his tribe, he may even be of Dinka descent, but were another to allude to the fact he would run a grave risk of being clubbed.

누에르족은 엄격한 평등주의적 원칙에 따라 양육되며, 매우 민주적이고, 간단히 폭력을 행사한다. 그의 야성적 정신은 어떤 속박도 거부하며 우월자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는다. 재산도 차별을 낳지는 않는다. 소를 많이 소유한 남자는 부러움을 사기는 하지만 소가 적은 남자와 다른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출신에 따른 차별도 없다. 어떤 남자가 부족의 우월 씨족이 아니라든가, 심지어 딩카족 출신일지도 모르지만 타인이 이것을 언급하려고 하면 곤봉으로 머리를 얻어맞을 위험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옮긴이        

박동성은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은 <근대 일본의 ‘지역사회’의 형성과 변용: 시즈오카현 시모다시의 사례를 중심으로>(2006, 일본어)다. 주요 논문은 <일본의 공중목욕탕: 한 지방도시의 사회사와 센토의 변천>, <일본의 한 지역의 사회사와 향토사 운동: 이즈시라하마(伊豆白浜)의 사례> 등이 있고, 역서로는 ≪정보인류학의 세계: 원숭이가 컴퓨터를 만든 이유≫(오쿠노 다쿠지奧野卓司 저, 정보문화센터, 1994), ≪쌀의 인류학: 일본인의 자기인식≫(오누키 에미코 大貫惠美子 저, 소화, 2001)이 있다.

편집자 리뷰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 가운데 한 명인 에번스-프리처드의 누에르족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누에르족≫에서 에번스-프리처드가 사회관계에서의 구조와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누에르족의 소에 대한 관심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정치체계, 연배체계 등의 구조적인 사회체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에르족≫은 상대적으로 역사적인 관점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사회인류학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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