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5일 화요일

마리아 María

호르헤 이삭스 Jorge Isaacs(콜롬비아, 1837-1895)

1837년 콜롬비아의 칼리에서 유태계 영국 상인인 아버지 조지 이삭스(George Isaacs)와 콜롬비아 출신 어머니 마누엘라(Manuela) 사이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뒤로하고 11살 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수도 보고타의 성령 학교(El Colegio del Espíritu Santo)와 성(聖) 부에나벤투라(San Buenaventura) 학교에서 5년 동안 유학을 했던 모습은 이후 그의 자전적인 소설 ≪마리아(María)≫(1867)를 통해 그대로 재현되며 낭만적인 시인과 동일시되던 주인공 에프라인의 영국유학 모습도 1852년 11월에 보고타에서 고향집으로 돌아온 후 경제적인 문제로 영국 유학을 포기한 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서 다시 재구성 된다. 1854년 그의 아버지는 칼리, 카우카 계곡의 산등성이에 위치한 아름다운 저택을 구입한다. 낙원(Paraíso)이라고 불렸던 산기슭에 위치한 이 하얀 집은 그의 행복했던 유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묘사되며 실제 <마리아>의 가장 중요한 공간배경으로 등장한다. 1856년 이 고향집에서 아내 펠리사와 결혼을 한 후 그는 1860년 중앙정부에 반기를 든 모스케라(Mosquera) 장군이 이끄는 내전에 참가한다. 1864년 호르헤 이삭스는 <모자이크(El Mosaico)>라는 보고타의 청년문학 동호회를 통해 낭만주의 성향의 시들을 발표하여 많은 호평을 받는다. 이 해 말 모스케라 장군에 의해 부에나벤투라와 칼리 사이의 도로를 건설하는 다구아(Dagua) 도로건설 부감찰관으로 임명되고 힘든 도로건설 현장 속에서 그 유명한 소설 <마리아>의 첫 장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모자이크에서 첫 번째 작품인 시들을 발표한 이후 부유했던 가정환경과 유학시절의 다양한 사회경험, 그리고 내전참가의 경험 등은 그를 정치세계에 몸담게 하고 1866년 카우카 주를 대표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변모시킨다. 1867년 보고타에서 <마리아>를 출간하고 낭만주의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가지만 사회현실 문제의 직접적 참여라는 그의 정치적 행보는 1869년 급진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욱 심화된다. 1870년부터 1872년까지 칠레 산티아고의 영사 직(1870-1872)을 수행했으며 현실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안티오키아의 급격한 혁명(La revolución radical en Antioquia)≫(1880), 아르헨티나 로카대통령에게 헌사를 했던 시집≪사올로(Saulo)≫(1881)를 비롯하여 ≪코르도바의 땅(La Tierra de Córdova)≫(1893) 등의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1867년 5월 800부로 보고타에서 처음 출간된 <마리아>는 문단의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그를 낭만주의의 작품의 대가로 자리 잡게 한다. 하지만 내전 참가의 주된 동기가 되었던 자유주의 운동과 정치적 투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이후 문학가로서의 활동을 점점 더 소홀하게 만든다. 말년기의 정치적 좌절과 사업실패는 노후의 그를 경제적으로 어렵게 하고 1895년 58세의 나이로 콜롬비아 이바게에서 홀로 고독하게 생을 마감한다.
정치적 투쟁이라는 작가의 굴곡진 삶 전체를 놓고 본다면 우수에 젖은 「눈물의 남자」(El hombre de las lagrimas)라는, 낭만주의 작가의 전형이라는 그의 문학적 이름은 호르헤 이삭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마리아>를 통해 보이는 작가의 모습은 내전에 자발적으로 참가한 군인, 군사종군 기자, 신문 발행인, 계몽열정을 가진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교육자, 거대 상인, 외교가이자 정치인이라는 다양한 사회현실 참여주의자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그의 불후의 명작 <마리아>는 역설적으로 그가 항상 부딪쳐 왔고 투쟁해 왔던 사회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로서 그리고 보존되어야만 할 불변의 시대적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한 호르헤 이삭스의 열정의 한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머리말 중에서  

<마리아>는 주인공인 에프라인이 공부를 하기위해 6년간 고향을 떠나있다 보고타에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어린 소년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변한 그의 가슴은 그동안 간절히 보고 싶어 했던 마리아에 대한 애틋한 감정으로 끓어오른다. 부모와 가족이라는 세상의 중심과 같은 고향집과 카우카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에프라인과 마리아는 어릴 때부터 싹터 온 그들의 사랑을 서로 확인하고 키워간다. 하지만 점점 커가는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운명적인 사랑을 방해하는 불행한 조짐도 함께 나타난다. 에프라인과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보고타에서 같이 유학한 카를로스가 마리아에게 청혼을 하고 무엇보다도 치유할 수 없는 마리아의 선천적인 병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로 등장한다. 둘 사이의 관계를 일찍부터 알고 있던 아버지는 원래 계획대로 의학공부를 마치기 위해 에프라인을 다시 런던으로 보낼 결정을 한다. 아버지는 그의 사업실패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과 마리아로 인해 유학을 망설이고 있던 에프라인에게 공부를 마치고 오면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이라는 약속을 한다. 런던으로 떠나 유학공부를 하던 에프라인은 1년이 지난 어느 날 마리아가 병으로 위급하니 빨리 귀국하라는 편지를 받는다.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병이 치유될 수 있을 거라는 마리아의 희망을 품에 안고 급하게 귀국을 서두르지만 결국 그녀는 에프라인이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둔다. 그토록 사랑했던 마리아의 차디찬 죽음 앞에 절망한 에프라인은 그들이 사랑했던 모든 장소를 돌아보면서 괴로워한다. 그리고 결국 두 달 후 그가 사랑했었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마리아의 무덤을 찾아가 한없는 눈물을 뿌린 후에 광활한 대지의 평원위로 새 길을 떠난다.
<마리아>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며 쓴 애절하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의 형제들에게 전해주는 서정적인 전원 애정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다른 낭만주의 소설과 구분되는 형식적인 특징이 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눈물’임을 화자에게 강조하면서 자신이 눈물이 다 마를 때까지 그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형제들에게 전해주라고 한다. 작가가 주인공이 되어 화자의 역할을 맡게 되는 이러한 독특한 형식은 1인칭의 관점에서 가장 극적으로 표현이 되는 주관적인 감성표현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소설장치의 역할을 한다. 독자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자극하고 서정성을 강조하는 주관적인 ‘나’중심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낭만주의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옛 사랑의 추억을 작가 스스로가 아닌 화자를 통해 전한다는 일종의 객관성을 담보함으로 해서 직관과 주관적 감성에만 치우칠 수 있는 낭만주의 문학의 단점을 보안해주는 역할도 한다. 감상적 내용에서 강조되는 낭만주의적 사랑과 구분되는 이러한 태도는 전원의 목가적 분위기나 산골 촌락의 모습, 농장생활 그리고 노예제도나 주종간의 신분제도에서 보여 지는 사회적 삶의 객관적 기술태도에서 두드러진다.

본문 중에서    
첫사랑!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고귀한 자존심, 사랑하는 여인에게 모든 것을 바쳤던 달콤한 희생, 모든 눈물의 대가로만 얻을 수 있는 행복감, 신의 은총으로 다가서는 삶의 진정한 의미, 미래를 위한 향기로운 입맞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추억 속의 불빛,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순수한 영혼의 아름다운 꽃망울, 질투심마저도 빼앗을 수 없는 마음의 보물, 아찔할 정도로 정신을 잃게 하는 감미로운 황홀경, 하늘의 영감 ... 마리아! 아, 나의 첫사랑 마리아!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또 얼마나 당신을 살아하고 있는지! 
출판사 서평    

콜롬비아 농촌의 목가적 풍경을 배경으로 한 애정소설로, 19세기 중남미 낭만주의 소설의 대표적 작품이며, 동시에 최초로 중남미라는 지역적 한계성을 뛰어넘은 세계적인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사랑이라는 영원불변의 주제를 감상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문체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마리아≫는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많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역자 소개

이상원
고려대학교 서어 서문학과 졸업.
콜롬비아 하베리아나 대학교 (문학 석사 및 박사) 졸업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왕립 대학교 문학박사 Post Doc 과정 졸업.
현재 배재대학교 외국학 대학 스페인어 중남미학과 교수.
논문으로는 “원숭이 문법학자(El mono gramático)에 나타난 옥타비오 파스(Octavoi Paz)의 메타픽션 비평”, “언어의 가변적 유희성을 통한 Paz의 시와 창작의 세계”, “중남미 서사문학에 나타난 신화의 접근방법론 고찰”, “카를로스 푸엔테스: 문화적 기호와 신화 그리고 시대정신의 비판”, “Elizondo: 텍스트 글쓰기와 자의식 언어의 서술적 책략”, “Los pasos perdidos: 자아의 근원과 망각의 역사”, “씨앗으로의 여행에 나타난 역전시간성의 연구”, “중남미 현대 증언소설의 문학적 담론에 관한 고찰”, “음탕한 밤새에 나타난 포스트 모던의 특성연구” 등이 있으며 저서와 역서로는 “중남미 문화”, “잉카와 과라니”등이 있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