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7일 목요일

렐리아 Lélia

조르주 상드 George Sand(프랑스, 1804∼1876)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여성 작가다. 그녀의 아버지는 폴란드 왕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귀족 출신이고, 어머니는 파리 센 강변의 새 장수 딸로 태어난 가난한 서민 출신이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상드는 프랑스 중부의 시골 마을 노앙에 있는 할머니의 정원에서 루소를 읽기 좋아하는 고독한 소녀 시절을 보냈다.

18세 때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으나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로 인해 곧 이혼하고, 두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문필 생활을 시작해서 <피가로(Le Figaro)>지에 짧은 글들을 기고하며 남장 여인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다. 이때 여러 문인, 예술가들과 친교를 맺었는데, 특히 여섯살 연하인 시인 뮈세, 작곡가 쇼팽과의 모성애적인 연애 스캔들은 당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또한 화가 들라크루아, 소설가 플로베르와의 우정도 유명하다.

상드는 이처럼 72년의 생애 동안 우정과 사랑을 나눈 사람들이 2000명이 넘는 전설의 신비한 여인이었으며 ‘정열의 화신’이었고,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사랑의 여신’이었다.

여성에 대한 사회 인습에 항의하여 여성의 자유로운 정열의 권리와 남녀평등을 주장한 처녀작 ≪앵디아나≫(1832)를 발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고, 같은 계열의 작품 ≪발랑틴≫(1832), 90여 편의 소설 중에서 대표작인 자전적 애정소설 ≪렐리아≫(1833)와 ≪자크≫(1834), ≪앙드레≫(1835), ≪한 여행자의 편지≫(1834∼1836), ≪시몽≫(1836), ≪모프라≫(1837), ≪위스코크≫(1838)등 연이어 나온 소설들도 모두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장 레이노, 미셸 드 부르주, 라므네, 피에르 르루 등과 교제하며 그 영향을 받아 인도주의적이며 사회주의적인 소설들을 썼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 ≪프랑스 여행의 동료≫(1841), ≪오라스≫(1841∼1842), ≪앙지보의 방앗간 주인≫(1845), ≪앙투안 씨의 죄≫(1845), 대표작이며 대하소설인 ≪콩쉬엘로≫(1842∼43), ≪뤼돌스타드 백작 부인≫(1843∼1844), ≪스피리디옹≫(1838∼1839), ≪칠현금≫(1839), ≪테베리노≫(1845) 등이 있다.

또한 상드는 1844년 ≪잔≫를 필두로 해서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련의 전원 소설들을 발표했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는 ≪마의 늪≫(1846), ≪소녀 파데트≫(1848∼1849), ≪사생아 프랑수아≫(1849), ≪피리 부는 사람들≫(1853)등이 있다.

노년에는 자서전 ≪내 생애의 이야기≫(1847∼1855), 손녀들을 위한 동화 ≪할머니 이야기≫를 쓰면서 초기의 연애 모험소설로 돌아가 ≪부아도레의 미남자들≫(1857∼1858)과 ≪빌메르 후작≫(1860), ≪검은 도시≫(1861), ≪타마리스≫(1862), ≪캥티니양≫(1863), ≪마지막 사랑≫(1866), ≪나농≫(1872)등을 발표했으며 25편의 희곡과 시,  180여 편에 달하는 평론, 수필, 일기, 비망록, 기행문, 서문, 기사 등 많은 글을 남겼다.

특히 그녀가 남긴 편지들은 파리의 클라식 가르니에 출판사에서 상드 연구가 조르주 뤼뱅에 의해 26권의 전집으로 출간되었는데, 이 기념비적인 방대한 규모의 서간집은 세계 문학사에서 서간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교환 서간집으로는 ≪상드와 플로베르≫(1904), ≪상드와 뮈세≫(1904), ≪상드와 아그리콜 페르디기에≫, ≪상드와 피에르 르루≫, ≪상드와 생트뵈브≫, ≪상드와 마리 도르발≫, ≪상드와 폴린 비아르도≫등이 간행되었다.

해설           

이 작품은 전체의 25%를 발췌하였습니다.

≪렐리아≫는 조르주 상드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분류하기 힘들고 가장 호되게 비난받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렐리아는 상드의 제2의 필명이 될 정도로 네쉬(Nessus)의 피막처럼 상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또한 조르주 상드 자신도 그런 결합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꾀했다. 우리는 열정적인 시인들이 렐리아(상드)에게 바친 수많은 시들과, 상드의 얼굴에 침을 뱉듯이 그 이름을 내던지며 신랄하게 매도하는 독설가들의 수많은 풍자문들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이 형이상학적인 소설−아마도 조르주 상드는 이 작품에서 평생의 관심사였던 위대함의 비밀을 간파하려고 시도했으리라−은 그녀에게는 물론이고 낭만주의 사조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상드는 1854년 렐리아의 증보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진실하게 쓰여졌다. 거의 치명적이었던 내적 고통, 완전히 심리적이고 정신적이며 종교적인 고통, 인생의 이유와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서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번민을 느끼도록 하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서 집필했다. 훗날 ≪내 생애 이야기≫를 읽게 될 사람들은 의심이란 것이 나에게 무척 진지한 문제이며 몹시 끔찍한 위기였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언급을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귀스타브 플랑쉬가 조르주 상드의 앨범에서 전개한 논지를 상기하는 것이 좋겠다.

“≪렐리아≫의 주제는 싹트기 시작하는 열정과 소멸되어가는 열정과의 싸움, 회의주의와 경솔한 믿음간의 싸움, 늙은 영혼과 젊은 영혼간의 싸움이다. 렐리아는 실망, 고통, 불신하고 메마른 마음 그리고 절망을 의미한다. 트랑모르는 징벌 때문에 되살아난 불행, 고통으로 인한 체념과 금욕주의를 의미한다. 마뉘스는 렐리아가 그에게 보여주었던 경멸에서 생겨난 무신론을 상징한다. 마뉘스는 그가 그토록 희망한 사랑을 잃게되자 신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살아 있는 존재라기보다는 사상과 은유가 인격화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렐리아는 사랑하고 믿고 기도하기를 원하지만 분별력이 없다. 렐리아는 사랑을 할 수 없고 신앙을 가질 수도 없다. 그녀는 영원한 의심, 정신적 불모, 목적 없는 인생에 대한 환멸이라는 선고를 받은 ‘구제불능의 렐리아’이며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렐리아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이상주의자 스테니오는 이런 렐리아로 인해 절망한다. 절망 속에서 스테니오는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되고 마침내 자살에 이른다. 한편 미치광이가 된 마뉘스는 렐리아의 목을 조른다. 트랑모르만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짓누르는 저주로부터 벗어난다.

“도처에 괴로워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도처에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용해야 할 힘이 있으며 실현해야 할 운명이 있다.”

트랑모르는 이 말을 끝으로 ‘언제나 인간의 희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광대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떠난다.

조르주 상드의 수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은 새로운 출발점에서 끝난다. 독자들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쓰라림과 절망으로 가득찬 이 소설의 마지막 단어들 중 하나이며, 이를 통해 무(無)에 귀착되지 않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리라.

이 시(詩)적인 소설은 때때로 과장되었고 냉정하다. 1839년도 판의 서문에서 조르주 상드 자신도 이 작품의 내용이 장황하며 수사적 허식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여러 장(章)에서 나타나고 있는 서정성은 그녀의 어느 작품보다도 뛰어나다.

작품 중에서     

Ô mon bien-aimè, que nous ne pouvions pas ici suivre la même route, ni marcher au même but. Les douleurs qu'il nous a envoyées n'ont pas été pareilles. Le maître sévère que nous avons servi tous deux nous expliquera le mystère de nos souffrances.

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우리가 지상에서 같은 길을 추구하고 같은 목적을 지향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신이 우리에게 보냈던 고뇌가 비슷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섬겼던 엄격한 주인은 우리에게 고통의 신비를 설명해 주실 거예요.

옮긴이        

이재희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한국외대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조르주 상드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의 상드 문학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노앙에서 개최된 상드와 쇼팽 애호가 모임이나 상드 국제회의에 여러 번 참가했으며, 뉴욕 상드협회 <상드 연구>지 국제 편집인이었고, 프랑스 에시롤, 노앙 상드협회 회원이었다. 현재 파리의 상드협회 회원이며 외대 불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자서전 연구서 ≪조르주 상드, 문학 상상력과 정원≫, 주제 연구서 ≪상드 연구 1, 2, 3≫이 있고, 상드 번역서로는 ≪상드 서간집 1, 2≫, 자전적 애정소설 ≪렐리아≫, 전원소설 ≪마의 늪≫, ≪소녀 파데트≫, ≪사생아 프랑수아≫ 등과 동화 ≪할머니 이야기≫가 있으며, 그 밖에 ≪쇼팽과 상드≫, ≪상드 전기≫, ≪상드 문학 앨범≫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72년의 생애 동안 2천명이 넘는 사람들과 우정 혹은 사랑을 나눈 ‘정열의 화신’이자,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사랑의 여신’조르주 상드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렐리아≫는 가장 혹독하게 비난 받은 소설이다. 상드의 제2의 필명이 될 정도로상드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주인공 렐리아의 삶을 통해서 독자들은 상드의 내면 속 고뇌와 서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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