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수요일

시바의 여왕과 정령들의 왕자 L' Histoire de la Reine du matin et de Soliman,  prince des genies

네르발 Gerard de Nerval(프랑스, 1805~1855)

프랑스 남부 출신의 한 남자가, 북부로부터 와서 발루아 지방에 정착한 가문의 처녀와 결혼하여 이듬해 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 아이를 발루아 지방의 어느 유모에게 맡기고 나폴레옹을 따라 전장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 아이는 1808년 5월 22일 파리의 생마르탱 가 96번지에서 태어났고, 1855년 2월 26일 새벽 파리의 으슥한 골목에서 목매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죽은 후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20세기 초가 되자 그의 작품 속에서 놀라운 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는 18세기 유럽의 내면을 흐르던 온갖 기원의 신비주의가 있고, 괴테의 ≪파우스트≫와 실러의 ≪군도≫, 호프만의 ≪악마의 정수≫,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가, 하이네의 ≪아타 트롤≫과 같은 독일의 낭만주의가 배어 있고, 보들레르와 파르나스 시파와 상징주의의 싹이 있으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축소판이, 초현실주의자들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자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구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던 초현실의 세계가 또한 있었다.
그가 광증에 시달리는 고난의 삶을 살았고 그로 인하여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비극의 주인공으로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판도라>나 <오렐리아> 같은 작품은 이해할 수 없는 광증의 발로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판단되었던 것이다.
20세기에 와서 그가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의 모든 작품은 논리를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2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네르발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1950년대 이후 특히 1960∼1970년대에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프랑스 사람들은 네르발을 ‘가장 프랑스적인 서정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고 있다.

작품 소개        

국내 최초 소개.
이 이야기는 콘스탄티노플의 라마단 축제 기간 동안 일종으 음유시인격인 직업적 이야기꾼이 어느 카페의 청중 앞에서 한 이야기를 저자가 전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해설 중에서     

≪동방 여행기≫의 방대한 이야기 속에는 <칼리프 하켐 이야기>와 <시바의 여왕과 정령들의 왕자 솔로몬 이야기>가 삽화로 들어 있다. 우리가 읽을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 이야기>는 신전의 건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과 명인 아도니람 사이의 애증의 관계를 그리고 있으며, 라마단 축제 기간 어느 카페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작가가 번역해서 전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순수한 작가 자신의 창작물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살해당한 명인名人 아도니람은 프리메이슨의 선조로 인정되고 있는 인물이다. ≪성서≫의 기록에서 그를 “납달리 지파 과부의 아들”이라 했고, 더 근원적으로 올라간다면,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도 죽은 남편 오시리스와의 사이에 호루스라는 아들이 있었기 때문에 호루스-아도니람은 ‘과부의 아들’이다. 그래서 석공들은 자신들을 ‘과부의 아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여주인공 시바의 여왕은 <실비>의 여주인공 오렐리-아드리엔느에서 시바의 여왕으로 이어지는 네르발의 여성 연상망 속에 포함된 인물이다. 작가는 평소에 시바의 여왕을 흠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여인 또한 ‘불의 딸들’에 속하는 여인이며 여배우와 동일시되었던 여인이었다. 시바의 여왕은 일찍이 그녀에 대하여 마음을 빼앗겼던 네르발의 에로틱한 사랑의 대상이 되어 있었고, 네르발은 한동안 여왕에 관한 거창한 오페라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1848년 ≪동방 여행기≫ 속에 포함된 하나의 꽁뜨로 끝난다. ≪보헤미아의 작은 성들≫에서 작가는 여배우 제니 꼴롱과 함께 “히미아르 가문의 딸(시바의 여왕)의 눈부신 유령이 (…) 내 밤을 괴롭히고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러므로 네르발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여인들, 즉 <실비>의 아드리엔느와 여배우, 그리고 시바의 여왕은 동일한 ‘불의 딸’이며, 주인공 아도니람은 ‘불의 아들’이다. 동방여행은 시인에게는 종교적 수련일 뿐만 아니라 사랑과 죽음의 수련이었다. 그리고 이 수련은 시인의 전 생애를 통해서 계속되었으며, ≪오렐리아≫에서 그 수련의 과정이 총체적으로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의 무대는 기독교 ≪성서≫의 전통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18세기 유럽의 신비주의와 프리메이슨 사상이 함축되어 있어서 전통적인 이야기와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 부분이 종종 발견된다. 더욱이 19세기 낭만주의자들과 보들레르를 비롯하여 상징주의 시인들이 선호한 ‘카인숭배’ 사상이 완연하다. 또한 작가의 다른 여러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아도니람은 작가 자신의 이상적인 인물이 투사되어 있는 것 같다. 이를 뒷밭침할 만한 여러 증언이 있지만, ≪동방여행기≫의 친구에게 보내는 서한의 형식을 띤 글에서, “그런데 자네도 알다시피 나 자신이 아도니람의 살해를 증오하고, 그 기둥들이 레바논의 삼나무로 된 성스러운 신전을 찬미하며 자라난 과부의 한 아들이고, 루브또(명인의 아들)”라고 주장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제라르 드 네르발은 1841년 정신병 발작을 겪고 요양원에서 퇴원한 후, 1842년 12월부터 만 1년 동안 동방여행을 한다. 이 여행 중 보고 경험한 것들을 1844년 2월부터 친구 아르센느 우세가 경영권을 맡은 <라르띠스트>L'Artiste 지에 동방여행에 관한 글을 규칙적으로 발표한다. 이 여행기는 동방여행과 관련이 없는 1839년의 스위스와 독일여행에 관한 글을 포함해서 이미 발표된 여행기 전체를 한데 모아 1851년 5월 말 ≪동방 여행기≫라는 표제로 출판사 샤르팡티에Charpentier에서 전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된다. 광증의 발작상태에서도 동방을 꿈꾼 그의 정신적 여정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 중에서      

“내 선조들의 성스러운 망령들이여! 오, 두발가인, 나의 아버지! 당신은 나를 속이지 않았군요! 발키스, 빛의 정령, 나의 누이, 나의 신부, 드디어 내가 당신을 찾게 되었군요! 우리가 비롯한 불의 정령들의 날개 달린 이 사자使者를 통솔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지상에서 오직 당신과 나뿐입니다.”741

“Ombres sacrées de mes ancêtres! ô Tubal-Kaïn, mon père! vous ne m'avait point trompé! Balkis, esprit de lumière, ma soeur, mon épouse, enfin je vous ai trouvée! Seuls sur la terre vous et moi, nous commandons à ce messager ailé des génies du feu dont nous sommes descendus.”

발키스는 더할 수 없을 만큼 차분했다. 아도니람을 언뜻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정력적이고 위압적이며 오만한 이 사내는 창백해지고 공손해지며 힘이 빠져서 입술에 죽음의 그림자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고 감동과 행복에 젖어 몸을 떨면서, 이 세상이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 처녀 여왕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오호라! 나 역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구나.”

Balkis n'était guère mieux assurée; un coup d'oeil furtif sur Adoniram montra cet homme si énergique, si puissant et si fier, pâle, respectueux, sans force, et la mort sur les lèvres. Victorieuse et touchée, heureuse et tremblante, le monde disparut à ses yeux. “Hélas! balbutia celle fille royal, moi non plus, je n'ai jamais aimé.”

역자 소개        

이준섭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 후 도불해 파리4대학에서 프랑스 낭만주의와 제라르 드 네르발 연구로 문학석사 및 박사학위(1980년) 취득했다. 1981년부터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7년에 정년퇴임한 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2002년에는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프랑스 문학사(I)≫(세손출판사, 1993), ≪제라르 드 네르발의 삶과 죽음의 강박관념≫(고려대출판부, 1994), ≪프랑스 문학사(II)≫(세손출판사, 2002), ≪고대신화와 프랑스문학≫(고려대출판부, 2004) ≪프랑스문학과 신비주의 세계≫(고려대출판부, 2005) 등이 있고, 역서로는 ≪불의 딸들≫(아르테, 2007)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18세기 프랑스 신비주의와 G. de Nerval>, <테오필 고티에와 환상문학> 외 다수가 있다.

일러두기         

‘Oeuvres Complètes II, Ed. Jean Guillaume et Claude Pichois, Gallimard, 1984’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역자가 최초로 번역한 이 이야기는 완역•소개하기에는 출판사의 편집방침에 비해 너무 방대하여, 이야기의 진행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일부를 축소•요약하여 ‘(…)’ 또는 ‘인용문 형태’로 삽입했으며, 한 회기, 즉 하루 분의 이야기가 끝난 전후 청중들 사이에 일어나는 돌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와 이야기의 전개과정에 삽입되어 있지만 이야기가 손상되지 않는 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생략할 수밖에 없었음으로 이점 이해하여주시기 바란다.

편집자 리뷰     

이 작품은 기독교 경전인 <성서>에 나오는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만남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18세기 유럽의 신비주의와 프리메이슨 사상이 함축되어 있어서, 전통적인 이야기의 시각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이 점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광증의 발작 상태에서도 동방을 꿈꾼 네르발의 정신적 여정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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