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수요일

프랑시옹 Histoire comique de Francion

샤를르 소렐  Charles Sorel(프랑스, 1600~1670)

샤를르 쏘렐의 생애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프랑시옹≫과 같은 걸작을 남긴 사람의 자취가 그토록 희미해지다니, 프랑스 문예사 속의 대표적인 불가사의이다. 우선 그의 출생년도만 보더라도, 그것이 1598년 혹은 1599년일 것이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1602년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다만 그의 사망 년도가 1674년이라고들 믿어, 그가 1600년 전후에 태어났으리라 추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프랑시옹≫의 초판본(제1∼7권)이 1623년 초에 서점에 등장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샤를르 쏘렐의 출생년도가 1600년 훨씬 이전일 것으로 짐작된다. 나이 스물 전후의 소년이 ≪프랑시옹≫과 같은 작품을 썼으리라고 생각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의 사회적인 활동에 관한 기록 또한 전무한 형편이다. ≪프랑시옹≫의 초판본이 자취를 감춘 지 250여 년이 지난 후, 즉 1891년에야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실로 보아, 그의 작품들이나 생애의 흔적을 지워버리려 한 대대적이고 암묵적인 시도가 있었던 듯하다. 루크레티우스(BC 98∼BC 55)나 세네카(4∼65),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 등의 작품들에까지 인용되던 에피쿠로스(BC 341∼BC 270)의 저서들이, 어느 순간 몽땅 자취를 감춘 사실을 연상시키는 문예사적 기현상이다.

해설              

국내 최초 소개.
이 작품은 프랑시옹이라는 어느 귀족 청년의 우스운 행적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야기이다. 조금 부연하자면, 심각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우스개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이소포스의 ≪우화≫나 프랑스 중세의 패설들(fabliaux), ≪여우 이야기≫, ≪즐거운 한담≫, ≪캔터베리 이야기≫, ≪데카메론≫, ≪노벨리노≫ 등과 같은 일화집이 아니라, 유유히 이어지는 긴 이야기이다. 따라서 누구나 그 긴 이야기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긴 채, 각자의 능력껏 나름대로의 의미를 발견하고 즐거움도 취할 수 있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구태여 작가의 서문을 읽지 않더라도, 그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 즉 사람들의 시름을 달래주려는 그의 지극한 정을 작품 갈피갈피에서 느낄 수 있는 바, 시대적 혹은 보편적 질곡에서 허덕이는 이들에게는 잠시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갈리아적 기질, 즉 프랑스의 가장 유구한 기질을 짙게 간직한 작품이다. 따라서, 문예 일반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프랑스인들에게는 귀중한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건만, 우리나라의 일반 독자들에게는 물론,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도 그리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다. 심지어 많은 프랑스인들에게조차 낯선 작품이다. 몰리에르나 스까롱의 이름을 들으면 잘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샤를르 쏘렐이나 그의 작품 ≪프랑시옹≫ 이야기를 꺼내면, 대다수 프랑스인들이 멈칫거리는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어찌 된 연유인가?
“그분의 덕망과 용맹 뛰어나셨으나, 프랑스 역사책에는 그분에 대한 언급이 한 마디도 없습니다. 금세기 역사가들의 등한함과 신의의 결여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분의 인품과, 그분이 당신의 주군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접전을 치르셨는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프랑시옹≫ 제3권에서, 프랑시옹이 자기의 선친 이야기를 시작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샤를르 쏘렐(1600?∼1670?)의 생애나 작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위의 구절이 작가 자신의 운명을 예언하고 있다는 감회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가 언제 태어나서 언제 타계하였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은 물론, 그의 생애에 대해서도, 부친이 법조인이었고, 그 자신이 한때 왕실 사관(史官)이었으며, 수비니 공(sieur de Souvigny)으로 불렸고, 몇몇 문인들과 교분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어느 백작의 개인 서기였다는 이야기가 고작이다. 또한 그의 ≪프랑시옹≫이 1623년부터 1633년까지 3회에 걸쳐 출판되었으며, 만년에는 프랑스 문학, 물리학, 윤리학 연구에 몰두했다는 것 등이, 그의 활동에 관한 기록이다. 그의 ≪프랑시옹≫을 17세기의 걸작품들 중 하나라고 하면서, 그리고 하찮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의 생애까지도 샅샅이 파헤치기를 좋아하는 프랑스 학자들이, 그의 생애나 작품에 대하여서만은 간단한 언급으로 그치니, 한마디로 기이한 현상이다. 구태여 다른 작가들을 폄훼하려는 뜻은 없으나, 17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그의 ≪프랑시옹≫에 비할 만한 소설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의 이름을 라블레, 르싸주, 싸드, 발자끄, 쎌린느 등과 나란히 놓아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프랑스 학자들 중에는, ≪프랑시옹≫을 가리켜 “≪질 블라≫의 조상” 혹은 “17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언급들은 작품의 특성이나 문학적 가치 등을 별로 드러내주지 못한다. 그저 의례적이며 마지못해 하는 칭찬 내지 노변정담식 논평일 뿐이다. 그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차마 상세한 이야기는 펼치지 못하겠다는 듯한 조심스러운 어조이다. 그러한 측면에서는 ≪프랑시옹≫ 역시, 싸드의 작품들과 유사한 운명에 놓여 있다. 어휘 및 구문의 독특한 용례들로 넘치는 그 언어적 보고가, 사전 편찬자들에 의해 외면당했다는 점에서도, 싸드의 작품들과 그 처지가 비슷하다. 그러나 여하튼, 작품의 구성적 측면이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학적 일화들의 풍자성을 고려할 때, ≪프랑시옹≫을 프랑스의 ≪돈끼호떼≫라 칭하여도 무방할 듯하다.
이 초역본은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상의 면모와 사회적 만화경을 드러내는 일화들을 몇몇 선별하여 구성하였다. 또한 작가의 세계관과 내밀한 의지 및 문체적 특성을 독자들께서도 짐작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물론 작품의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줄거리를 요약하는 형태의 초역은 시도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이동함에 따라 새로운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며, 그 사건들 사이에 필연적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구성상의 특징(삐까레스꼬 소설의 특징이다) 때문이다. 오직 작품의 특성을 드러내는 징후임 직한 표본을 제시하려 하였을 뿐이다.
번역의 대본으로는 앙뚜완느 아담(A. Adam) 씨가 편집하여 1958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간행한 판본(Bibliothéque de la Pléiade)을 사용하였다.

일러두기          

이 책은 삐까레스꼬 소설인 이 작품의 특성을 드러내는 일화들을 중심으로 원전에서 약 20% 정도 발췌하였습니다. 따라서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줄거리를 요약하는 형태의 초역(抄譯)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각 일화에 붙인 일련번호들은 총 11권으로 되어 있는 원전의 번호체계와는 상관없이 옮긴이가 임의로 붙인 것입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 엽색꾼
2. 매춘부
3. 학창시절
4. 시인들
5. 미치광이
6. 사교계
7. 연회
8. 공개 교접
9. 수전노
10. 목동
11. 마법사
12. 선동꾼
13. 돌팔이

작품 연보
옮긴이에 대해

본문 중에서     

“하지만 저는 진실을 하도 사랑하는지라, 부인들의 노여워하시는 성정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감추지 않겠습니다. 특히, 입을 다물어 감추어 두는 것보다는 널리 유포시키는 것이 이로울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Neantmoins j'ayme tant la verité que malgré vostre fascheuse humeur, je ne veux rien celer, et principalement de ce qui profite plus estant divulgué, que non pas estant teu."

역자소개        

이형식은 1972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72년부터 1979년까지 빠리4대학과 빠리8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르셀 프루스트―희열의 순간과 영원한 본질로의 회귀≫, ≪프루스트의 예술론≫, ≪작가와 신화≫, ≪감성과 문학≫, ≪정염의 맥박≫, ≪루시퍼의 항변≫, ≪현대 문학 비평의 방법론≫(공저), ≪프루스트, 토마스 만, 조이스≫(공저), ≪프랑스 현대 소설 연구≫(공저), ≪그 먼 여름≫(장편소설) 등이 있고, 역서로는 ≪외상 죽음≫(쎌린느), ≪밤 끝으로의 여행≫(쎌린느), ≪미덕의 불운≫(싸드), ≪사랑의 죄악≫(싸드), ≪철부지 시절≫(까바니), ≪미소 띤 부조리≫(사바띠에), ≪여우 이야기≫(이형식 편역), ≪트리스탄과 이즈≫(베디에), ≪중세 시인들의 객담≫(이형식 편역), ≪중세의 연가≫(이형식 편역), ≪농담≫(이형식 편역), ≪롤랑전≫, ≪웃는 남자≫(위고)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프랑시옹≫은 그 뛰어난 문학성에도 불구하고 널리 알려지지 않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프랑시옹’이라는 귀족 청년의 기상천외한 풍자와 해학을 통해 당시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면모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신혼 첫날 아이를 낳은 신부의 이야기와, 부정한 아내를 가려내기 위한 프랑시옹의 묘안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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