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6일 토요일

포르투나타와 하신타 Fortunata y Jacinta

스페인의 대표적 사실주의 소설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포르투나타와 하신타라는 두 여성과 각기 다른 계층의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이야기를 더할 수 없이 섬세하게 묘사한 이 책은 성공하지 못한 온건 부르주아 혁명에 대한 환멸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 더불어 19세기 스페인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는 더욱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 책 소개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상징하는 계층과 시대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포르투나타와 하신타라는 두 여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포르투나타는 서민 계층을, 그리고 하신타는 부르주아 계층을 상징한다. 1868년 스페인은 온건 부르주아 혁명을 통해 이사벨 2세를 폐위하고 입헌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 혁명의 한계는 주도세력을 밀어줄 수 있는 광범위한 지지 기반이 없었던 위로부터의 혁명이었다는 점이다. 갈도스는 이 1868년의 혁명에 대한 환멸을 이 소설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르투나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후아니토는 혁명의 주도 세력이었던 온건 부르주아 계층을 상징하는데, 이 혁명의 튼튼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포르투나타로 대표되는 서민 혹은 민중 계층과 함께하지 못하고 결별했기 때문에 이 혁명은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공간과 인물에 대한 자세하고 세밀한 묘사
사실주의 소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세밀한 묘사가 곧 이 책의 특징이다. 등장인물이 살고 있는 집이 광장에서 보면 4층이었지만 광장의 외곽 길에서 보면 7층이라거나, 그 건물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높고  그 높이에 오르기 위해서는 12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만 한다는 등 계단의 개수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소설을 더욱 재밌게 하는 요소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히 공간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와 대화, 행동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포르투나타를 처음 만나는 순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날계란을 보며 역겨움을 느끼는 후아니토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마치 우리가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모두 네 편으로 구성된 방대한 줄거리
≪포르투나타와 하신타≫는 모두 네 편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소설이다. 주인공 포르투나타는 후아니토를 만났다가 버림받고 다른 남자 막시밀리아노 루빈과 결혼했다가, 다시 후아니토와 밀회를 즐긴다. 결국 후아니토에게 버림받은 포르투나타는 아이를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책은 포르투나타와 후아니토의 애정 관계를 주축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줄거리 중에 옮긴이가 가장 핵심적이라고 판단한 1편과 2편의 일부를 발췌·번역했다. 전체 소설의 줄거리는 실패한 혁명에 대한 작가의 환멸에 기초하고 있지만 옮긴이의 판단에 따라 사실주의 소설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발췌했다.


☑ 책 속으로

¡Pueblo!, eso es -observó Juan con un poquito de pedantería-; en otros términos: lo esencial de la humanidad, la materia prima, porque cuando la civilización deja perder los grandes sentimientos, las ideas matrices, hay que ir a buscarlos al bloque, a la cantera del pueblo.

그러자 후아니토는 현학적인 태도로 말했다.
“민중! 바로 그거야. 다른 표현으로 인류의 본질이고 원초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어. 문명이 위대한 감정과 본질적인 사상을 상실하게 되었을 때 민중이라는 채석장에 그 원석을 구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거든.”


☑ 지은이 소개

베니토 페레스 갈도스(Benito Pé́rez Galdó́s, 1843∼1920)
갈도스는 지금은 사라진 스페인의 1000페세타(peseta) 지폐의 인물로 등장할 정도로 세르반테스 다음가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소설가다. 그러나 사상적 편향성(좌익)으로 인해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세기 스페인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이 소설가는 너무나 소심한 성격 탓에 말수가 적었고 대중 앞에서 잘 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어 ≪돈키호테≫의 중요한 부분을 줄줄 외웠으며 오래전에 본 장면도 정확하게 기억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찰력 덕분에 어쩌면 19세기 스페인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소설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갈도스의 역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1873년부터 1907년까지 다섯 번의 시리즈로 나눠 출판한 역사대하소설인 ≪국민 일화집(Episodios nacionales)≫이다. 이 작품은 모두 46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년에는 눈까지 멀게 된, 19세기를 대표하는 이 위대한 스페인 소설가는 1920년 1월 4일 마드리드의 자택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그의 장례식에는 2만 명의 마드리드 시민들이 운구 행렬에 참가했다고 한다.


☑ 옮긴이 소개

박효영
박효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대학교(La 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 어문학부에서 스페인 근·현대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국제지역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스페인 아방가르드 문학(1919∼1930)>, <프란시스꼬 아얄라와 영화>, <스페인의 근대화와 여성 지성인의 역할>, <스페인 전전사회소설−기원과 서술기법에 관하여>, <에밀리아 빠르도 바산과 근대 여성교육>, <98세대와 지역성−삐오 바로하와 바스크> 등이 있다. 역서로 ≪강요된 대답≫, ≪삼각 모자≫를 출판했고 저서로는 ≪스페인 문학의 이해≫, ≪초급스페인어 I≫, ≪중급 스페인어≫, ≪지중해의 근대화와 여성≫(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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