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수요일

실종자 Der Verschollene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체코, 1883~1924)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체코 출신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 상인의 아들로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막스 브로트와 평생에 걸친 우정을 시작했다. 1906년에 프라하 법과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난 후, 일 년 동안 프라하의 형사 법원과 민사 법원에서 실무를 익힌 다음, 이듬해인 1907년에 '일반보험회사'에, 1908년에 관리로 프라하에 소재한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 취직했다. 그는 재해예방부서에서 중요하고 높은 지위에서 활동했다. 상사와 부하로부터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의무에 대한 충실, 전문 지식, 친절한 언행이 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노동자재해의 기술적 예방책의 개선에 대해 지도적이며 고무적인 역할을 했다. 직업과 문학적 소명과의 갈등 때문에 몹시 시달리면서도 그는 시민적 직업의 요구를 회피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신념을 지켰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06년에서 1907년에 그는 미완성 작품 <시골의 결혼 준비>를 썼다. 1909년에 그는 잡지 <히페리온>에 이미 1904년과 1905년에 씌어진 <어느 투쟁의 기록>에서 두 개의 대화를 발췌해서 출판했다. 1910년에 그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는 그에게는 성찰의 형태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문학적 창조물들 즉 형상, 비유, 이야기의 형태를 지닌 자기해명과 자기형성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1913년 1월에는 <어느 투쟁의 기록>에 들어있는 짧은 산문소품들과 1910년에서 1912년 사이에 씌어진 다른 산문스케치들을 모아서 단편집 <관찰>을 출판했다. 1911년에서 1914년까지 그는 장편소설 <실종자>를 집필했다. 1912년 9월 12일에 단편소설<선고>가 씌어졌다. 디킨즈의 영향을 받은 소설 <실종자>의 서술형식과 달리, 이 작품을 그는 새로운 문학적 표현방법으로의 돌파로 느꼈다. <선고>를 집필하고 난 직후 같은 해인 1912년에 그는 단편소설 <변신>을 창작했다. 1914년 10월에는 세계대전의 영향을 받아 <유형지에서>를 썼다. 거의 같은 시기인 1914년 가을에 그는 장편소설 <소송>을 쓰기 시작했다. <소송>의 창작은 1915년에 계속됐다. 1915년에는 1913년에 출판된<화부> (장편소설 <실종자>의 첫 장)로 폰타네 상을 수상했다. 1916년과 1917년에 대부분의 단편소설들이 창작됐고, 카프카는 1919년에<시골 의사>라는 대표 표제로 묶어서 출판했다. 카프카에 의해서 <단식광대>라는 대표 표제를 달고 1924년에 출판된 네 개의 단편소설은 1921년에서 1924년 사이에 씌어졌다. 마지막 단편소설(<여가수 요제피네>)은 1924년 3월에 씌어졌다. 카프카는 1921년에 그리고 특히 1922년 '밀레나 위기' 동안에 장편소설 <성>을 썼다.
카프카는 현실성의 결여, 흥미 추구, 공허함 등을 문학 작업의 위험 요소로 인식했다. 그는 문학 작업의 목표를 대단히 높게 설정했다. 그에게 문학은 '예언자적 임무'를 지닌 것이다. 문학은 고차원의 관찰형식이며, 우연성을 법칙성으로 바꾸고, 진리를 인식하는데 봉사하는, 일종의 '기도 형식'이다.

해설               

카프카는 1911년부터 1914년에 걸쳐 집필한, 그의 최초의 장편소설 ≪실종자≫에서 권력에 대한 공포를 서술하고 있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손에 횃불 대신에 들고 있는 칼은 무자비한 폭력의 상징이며 소설의 사회비판적 내용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이데올로기로서의 미국의 자유를 분명하게 드러내는데, 미국의 자유의 배후에는 폭력과 권력이 숨어 있다.
사실 노동자재해보험공사의 관리인 카프카는 폐쇄적인 관료주의의 위협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밤에 고독하게 악몽에 시달리면서 글을 쓴 카프카는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고, 세상의 폭력구조와 지배구조를 힘없는 자의 시각에서 꿈의 논리로 남김없이 우리 눈앞에 펼쳐 놓았지만, 어렴풋이 구원의 가능성으로 여겼던 사회주의나 시오니즘도 사적이고 비정치적이며 동경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소설에서 옥시덴탈 호텔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쉼 없는 노동은 소외와 비인간화를 가져온다. 인간 상호간의 직접적인 접촉은 중단되고, 중재기관들은 독립적인 권력으로, 경제 기계, 관청 기계로 변한다. 중재자들은 부패하고 가학적이며, 동료 인간과의 관계는 손상되고, 사랑은 폭력과 굴종으로 왜곡된다.
자본주의 체제에 갇혀 있는 사람은 모두 사회 계급 피라미드의 정점 (외삼촌, 폴룬더)에서 최하층 (엘리베이터 보이와 빈둥거리며 브루넬다의 집에서 빌붙어 사는 로빈슨과 들라마르쉬)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계급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회적 지위의 차이는 겉보기에 불과하다. 심지어 사회의 정점에 서 있는 상원의원인 외삼촌도 규격화된 규율에 복종한다. 그는 조카 카알 로스만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이라는 개인적인 가정일로 말미암아 공무를 방해한 점에 대해서 선장에게 사과한다. 카알은 이 사죄를 이해하기 어려운 외삼촌의 자기비하라고 느낀다. 심지어 선장은 이 사죄를 사양하는 의례적인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 사람들의 의식에서는 공적인 것이 사적인 모든 것을 우선한다.
이런 체제에서는 가부장적 질서를 어기면, 최고의 권위에게 죽음이나 추방의 처벌을 받는다. 추방에 따른 고립을 극복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카알은 권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가 공동체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공동체에 받아들이는 권력을 갖고 있다. 그들은 아버지의 대리인처럼 행동한다. 그를 내쫓고 그럼으로써 그의 사회적 몰락을 초래하는 선장, 외삼촌 야콥, 웨이터장, 수위장 등이 그런 인물들이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관료주의 체제의 사회는 무정형하고 파악할 수 없으며, 비합리적이고 투시할 수 없는 것으로 개인을 억압한다. 이런 체제에서는 동일화라는 자기유지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기 때문에 비동일화하는 자는 추방된다. 이런 체제에서 개인의 운명은 비합리적 우연성에 내맡겨지고, 개인들은 질서의 공포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다.
소설을 완결하는 오클라호마 극장-장(章)은 소설의 다른 사건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카알의 사회적 몰락이 멈추는 것 같고, 지금까지 냉혹한 소설의 현실이 조화로운 사회적 유토피아로 끝날 것처럼 보인다. 오클라호마 극장은 카알 로스만이 죽은 후 들어가게 될 피안의 세계, 클레이튼 행 지하철 여행은 죽음의 여행, 클레이튼 입장은 죽은 사람들의 나라로의 입장 그리고 오클라호마는 낙원으로 해석되어 왔다. 브로트가 구두로 전한 카프카의 발언이 소설의 결말에 대한 이러한 해석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카프카의 발언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극장을 다룬 이 미완성 장이 작품의 마지막 장이 될 것이고 화해로 끝날 것이라고 한다. 수수께끼 같은 말로 카프카는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작품의 소년 주인공이 이 거의 끝이 없는 극장에서 낙원의 마법을 통해 직업, 자유, 후원(後援), 심지어  고향과 부모를 다시 찾게 될 지도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카프카 연구에서 오클라호마 극장에 대한 평가는 주인공의 구원과 치명적인 종말 사이를 오간다. 그러나 오클라호마 극장의 유토피아적 성격은 의심스럽다. 그것은 사고의 논리가 모순의 합일로 향하지 않고 계속 전복과 전환을 반복함으로써 의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줄거리를 제자리에서 맴돌게 하고, 모든 삽화의 종말을 다시 지나간 것의 처음으로 되돌려, 카알의 상황을 근본에 있어서는 처음과 끝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카프카의 글쓰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에서 카프카는 이 소설을 의도적으로 미완성 상태로 남겨둔다. 카프카는 카알의 투쟁의 결과의 완결적인 마무리를 회피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투쟁의 결과는 모순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에만 진실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췌본은 요스트 쉴레마이트(Jost Schillemeit)가 편집하고, 독일 피셔 출판사에서 1983년에 간행된 비평판 ≪실종자≫를 다시 새롭게 번역한 것을 토대로 삼았다. 원본은 200자 원고지로 약 1382장인데 지만지의 번역 지침에 따라서 약 63%를 삭제하고 약 37%인 509장만 살렸다. 발췌는 사건의 진행이나 원본의 문학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졌고, 카알의 거듭되는 추방에 초점을 맞추었다.

역자 소개         

편영수는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연암문화재단 해외연구교수로 선발되어 독일 루드비히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전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프란츠 카프카≫ ≪카프카문학의 이해≫ ≪독일 현대작가와 문학이론≫(공저) ≪동서양 문학고전 산책≫(공저), 역서로는 ≪카프카의 엽서≫ ≪카프카를 읽다≫(전 2권) ≪카프카와의 대화≫ ≪카프카 문학사전≫(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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