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수요일

악마파 시의 힘 摩羅詩力說

루쉰  魯迅 (중국, 1881~1936)

루쉰(魯迅)  1881년 중국의 저장성(浙江省) 사오싱(紹興)에서 태어나 1936년 상하이(上海)에서 세상을 떠났다. 일본유학시기에 정신의 중요성을 깨닫고 마비된 중국인의 국민성을 일깨우기 위해 전공하던 의학을 버리고 문학으로 전향했다. 귀국 후에는 고향에서 교사로 봉직하기도 했으며 베이징(北京)에서 교육부 직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는 베이징 시기에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 <광인일기>를 발표하여 정식으로 중국문단에 등장한 뒤 <고향>, <아Q정전>을 비롯한 걸작들을 많이 창작했으며, 현실 비판적인 수많은 잡문(雜文)을 써서 어두운 중국현실과 첨예하게 대결했다. 그는 문학을 통해 중국의 봉건예교와 나약한 국민성을 가장 심각하고 철저하게 폭로·비판함으로써 중국인의 각성을 촉구했는데, 그의 죽음과 동시에 그에게 ‘민족혼’이라는 이름이 부여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소설집으로는 ≪눌함(吶喊)≫, ≪방황(彷徨)≫, ≪고사신편(故事新編)≫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야초(野草)≫,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朝花夕拾)≫가 있으며, 잡문집으로는 ≪무덤(墳)≫, ≪열풍(熱風)≫, ≪화개집(華蓋集)≫ 등이 있다.

해설        

루쉰(魯迅)은 1918년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 <광인일기>를 발표하고, 1921∼1922년 사이에 중편소설 <아Q정전>을 발표하여 창작 면에서 중국현대문학의 길을 처음 열었다. 그는 소설 창작을 통해 중국의 ‘인의도덕’의 봉건이데올로기가 사람을 잡아먹는 근원임을 폭로했으며, 시사적인 논평문인 수많은 잡문(雜文)을 써서 ‘창문도 없고 절대로 부술 수 없는 쇠로 된 방’으로 비유한 ‘암흑’의 중국현실과 첨예하게 대결했다. 1936년 10월 19일 그가 죽었을 때, 그의 유해 위에는 ‘민족혼(民族魂)’이라는 명정(銘旌)이 덮여 있었는데, 그의 죽음과 동시에 ‘민족혼’이라는 이름이 부여된 것은 그가 문학적 실천을 통해 가장 심각하고도 철저하게 중국인의 영혼을 해부하여 펼쳐 보임으로써 중국인의 각성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루쉰은 1918년 정식으로 중국문단에 등장한 이후 1936년 죽을 때까지 18년 간 3권의 소설집, 2권의 산문집 및 10여 권의 잡문집을 펴냈다. 소설집으로는 ≪눌함(吶喊)≫, ≪방황(彷徨)≫, ≪고사신편(故事新編)≫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야초(野草)≫,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朝花夕拾)≫가 있으며, 잡문집으로는 ≪무덤(墳)≫, ≪열풍(熱風)≫, ≪화개집(華蓋集)≫, ≪이심집(二心集)≫, ≪삼한집(三閑集)≫, ≪이이집(而已集)≫, ≪남강북조집(南腔北調集)≫, ≪위자유서(僞自由書)≫, ≪준풍월담(准風月談)≫, ≪차개정잡문(且介亭雜文)≫ 등이 있다. 또 그는 중국고전문학 연구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중국문학사 관련 저술인 ≪중국소설사략(中國小說史略)≫과 ≪한문학사강요(漢文學史綱要)≫를 남겼고, 고적(古籍)의 집록·교감에도 많은 업적을 이룩했다.

량치차오(梁啓超)는 그의 저서 ≪청대학술개론(淸代學術槪論)≫에서 저장성(浙江省)과 장난[江南, 즉 장수·안후이(江蘇․安徽)]을 ‘근대문화의 중심점’이라 하고 “실로 근대의 인물·문화의 집결지로서 어느 파의 학술예술이든 거의 모두가 이곳을 광염(光焰) 발사의 중추로 여겼다”라고 했다. 저장성은 근대중국의 뛰어난 문인과 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곳으로 유명한데, 루쉰 역시 저장성 출신이다. 루쉰은 1881년 9월 25일 저장성(浙江省)의 조그마한 수향 도시인 사오싱(紹興)에서 몰락한 사대부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루쉰이 태어난 19세기 후반은 서양열강의 침탈로 인해 중국사회가 큰 혼란을 겪었고 새로운 사회개혁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서양의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부국강병을 도모하고자 했던 양무운동(洋務運動)이나 서양의 문화와 제도를 수용하여 사회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던 유신변법운동(維新變法運動)은 바로 그러한 개혁운동의 일환이었다.

전통교육을 받던 루쉰은 1898년 18세가 되던 해에 고향인 사오싱을 떠나 난징(南京)으로 가서 강남수사학당(江南水士學堂)과 광무철로학당(礦務鐵路學堂)에 입학하여 신식교육을 받는다. 그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수학, 화학, 생물학, 진화론 등 신학문을 접하고 중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세계에 대해 눈을 뜬다. 1902년에는 관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 유학 길에 오르고, 도쿄(東京)에 도착한 루쉰은 먼저 당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일본어 및 유학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교육하던 홍문학원(弘文學院)에 들어가 2년 간 수학한다. 그는 1904년 홍문학원의 졸업과 동시에 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센다이(仙臺)로 가서 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한다. 그런데 루쉰이 의학을 공부하고 있을 무렵 러일전쟁(1905년)이 발발하고, 이때 미생물학 시간에 우연히 러일전쟁에 대한 슬라이드 상연을 통해 한 중국인이 러시아군의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죄목으로 일본군에 체포되어 중국 땅에서 중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되는 장면을 목도한다. 여기서 루쉰은 “무릇 어리석은 국민은 체격이 제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하다 하더라도 전혀 의미 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구경꾼밖에는 될 수 없다”(≪눌함≫의 자서)는 심각한 자각에 이르고, 마침내 의학을 포기하고 문학을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왜냐하면 신체의 치유보다 마비된 정신의 치유가 더 시급하여 문학을 통한 국민정신의 개조가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루쉰은 문예잡지 <신생(新生)>의 발간을 기획, 문학에 관한 글을 써서 발표하고 동유럽의 단편소설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등 1909년 일본유학을 청산하기까지 매우 열정적으로 문예운동에 투신했다. 루쉰의 초기 비평문으로 유명한 <인간의 역사(人之歷史)>, <과학사교편(科學史敎篇)>, <문화편향론(文化偏至論)>, <악마파 시의 힘(摩羅詩力說)>, <파악성론(破惡性論)>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씌어졌다. 이들은 모두 루쉰 문학의 원형을 구성하는 글이며, 특히 <악마파 시의 힘>은 루쉰 문학의 정수에 육박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요한다. 루쉰은 <악마파 시의 힘>에서 밝히고 있는 자신의 문학적 전망을 1918년 이후 그의 문학 생애 전반에 걸쳐 구체적으로 구현해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루쉰이 일본유학시기에 쓴 <악마파 시의 힘>을 완역한 것이다. <악마파 시의 힘>은 원래 문예잡지 <신생>에 실을 원고의 하나로 집필되었으나 잡지의 발간이 수포로 돌아가자 1908년 당시 일본에서 발행되던 중국인의 동향(同鄕) 잡지인 <허난(河南)>에 발표되었다. 이 글은 나중에 잡문집 ≪무덤(墳)≫(1927년)에 실려 출판되는데, ≪무덤≫은 루쉰의 대표적인 잡문집으로서 그 스스로가 말했듯이 논문의 성격에 가까운 에세이집이다. ≪무덤≫은 루쉰의 여타의 잡문집에 비해 역사적 논거와 차분한 논리가 돋보이며, 당시의 세계문화 및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루쉰의 심오한 이해와 통찰을 담고 있다. <악마파 시의 힘> 역시 루쉰의 초기 문학 활동을 대표하는 글로서 그러한 성격의 에세이다. 20세기 초 전환기의 중국 상황, 문학 일반에 대한 새로운 인식, 중국인의 국민성 개조의 필요성 등 다방면에 걸친 루쉰의 사유를 읽을 수 있다.

루쉰은 일본유학시기에 외세의 침탈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중국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정신의 진작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국민정신을 진작시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서 문학을 발견했다. ‘마음의 소리(心聲)’로서 문학은 인생의 오묘함을 드러낼 수 있고 ‘불용지용(不用之用)’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 국민정신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루쉰은 영국의 셰익스피어, 이탈리아의 단테 등의 실례를 들어 국민정신을 진작시키는 데 기여한 문학의 힘을 예증하고자 했다. 특히 그는 악마파 시인들을 주목했는데, 그들은 ‘반항에 뜻을 두고 행동에 목적을 둔’ 시인들로서 그 정신을 중국에 소개함으로써 국민정신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여겼다. 루쉰은 먼저 영국의 악마파 시인 바이런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기성도덕에 반항하고 자유와 독립을 위해 헌신한 그의 행적을 서술하고 작품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반항정신과 복수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영국의 셸리, 러시아의 푸시킨과 레르몬토프, 폴란드의 미츠키에비치와 슬로바츠키, 헝가리의 페퇴피 등의 독립정신과 반항정신을 소개했다. 루쉰은 바로 이러한 악마파 시인들의 정신을 소개함으로써 문학의 힘을 구체적으로 예증하고, 이를 빌려 중국의 국민정신을 진작시키고자 했다. 더욱이 국민정신을 진작시킬 수 있는 정신계(精神界)의 전사(戰士)가 나타나 중국의 제2의 유신을 추진할 것을 강렬히 희망했으며, 스스로 그 역할을 떠맡는다고 생각했다. 요컨대 <악마파 시의 힘>은 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개인의 독립과 반항정신을 중시하고, 기성도덕의 부정과 새로운 가치의 확립을 추구하고, 애국주의적 열정을 선양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5·4신문화운동의 전조로서 풍부한 근대적 이념을 체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책은 1981년 중국 인민문학출판사 간 ≪루쉰전집(魯迅全集)≫ 제1권 ≪무덤(墳)≫을 원본으로 하여 거기에 실린 <악마파 시의 힘>을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의 주석 역시 ≪루쉰전집≫을 참고했다. 다만 원주를 번역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은 많이 생략했다. 일본유학시기 루쉰의 글은 당시 중국의 국학자로 유명한 장빙린(章炳麟)의 영향을 받아서 난해한 문언문으로 씌어졌는데, <악마파 시의 힘>도 역시 그러하다. 역자는 이미 ≪무덤≫을 완역하여 2001년 도서출판 선학사에서 출판한 바 있으며, 이번의 이 책은 이전의 번역을 기초로 원문을 대조하며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루쉰의 나이 27세에 발표된 <악마파 시의 힘>을 통해 우리는 청년 루쉰의 애국주의적인 열정과 더불어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는 그의 해박한 지식과 사유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악마파 시의 힘>을 통해 루쉰 문학의 원형에 접근하고 중국에서 개인과 민족의 근대적 관념이 형성되는 계기를 포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지만지고전천줄> 시리즈의 기획이 국내의 학술 분위기를 크게 고조시키고 지식수준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문 중에서      

대개 인류가 후세 사람들에게 남겨놓은 문화 중에서 가장 힘 있는 것은 마음의 소리, 즉 문학만 한 것이 없다. 옛사람의 상상력은 자연의 오묘함에 닿아 있고 삼라만상과 연결되어 있어, 그것을 마음으로 깨달아 그 말할 수 있는 바를 말하게 되면 시가가 된다. 소리는 세월을 거치면서 사람의 마음속에 파고들면 함구하듯이 그렇게 단절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만연되어 그 민족을 돋보이게 한다. 점차 문사가 쇠미해지면 민족의 운명도 다하고 뭇사람의 울림이 끊기면 그 영화도 빛을 거둔다.

蓋人文之留遺後世者, 最有力莫如心聲. 古民神思, 接天然之閟宮, 冥契萬有, 與之靈會, 道其能道, 爰爲詩歌. 其聲度時劫而入人心, 不與緘口同絶, 且益曼衍, 視其種人. 遞文事式微, 則種人之運命亦盡, 群生輟響, 榮華收光.

일러두기        

이 책은 1981년 중국 인민문학출판사 본 ≪루쉰전집(魯迅迅全集)≫ 제1권 ≪무덤(墳)≫을 원본으로 하여 거기에 실린 <악마파시의 힘>을 완역한 것입니다. 이 책의 주석 역시 ≪루쉰전집≫을 참고하였습니다.

역자 소개      

홍석표
홍석표(洪昔杓)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릉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부교수를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의 근대적 문학의식 탄생≫(선학사, 2007), ≪천상에서 심연을 보다−루쉰(魯迅)의 문학과 정신≫(선학사, 2005), ≪현대중국, 단절과 연속≫(선학사, 2005) 등이 있다. 주요 역서로는 ≪매의 노래(巴金)≫(황소자리, 2006, 3인 공역), ≪신적시선≫(문이재, 2005), ≪화개집·화개집속편≫(선학사, 2005), ≪한문학사강요·고적서발집≫(선학사, 2003), ≪아Q정전≫(선학사, 2003), ≪무덤≫(선학사, 2001), ≪중국당대신시사≫(신아사, 2000)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한없이 부끄러웠을 루쉰에게 혼란한 19세기의 중국은 한없이 어리석을 따름이었다. 의학을 접고 문학을 선택하며 육체적 건강보다는 국민정신을 일깨우겠다는 그의 일념은 한 점 펜 끝에서 시작되어 ‘民族魂’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민족이여! 사람 잡아먹는 인의도덕에서 탈피하라. 반항과 복수의 정신을 다잡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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