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수요일

유마경 維摩經



석가모니 부처님이 쿠시나가라에서 열반하신 후 붓다의 장례는 붓다의 뜻에 따라 말라족의 재가신도들에 의해 전륜성왕의 의식으로 거행되었다고 한다. 붓다의 유골은 8부족에게 나누어져 8개의 사리탑이 세워졌고, 그 후 불교신앙은 사리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붓다 입멸 후 부처님의 가르침을 확인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마하 카사파(대가섭)를 중심으로 500명의 비구가 모여 부처님의 가르침과 율을 결집했다고 한다. 이것을 제일결집이라 하는데 이후 몇 차례의 결집이 더 있었다고 전해진다. 원시불교의 경전은 이 첫 결집에 의해 정리되어 구전되었다고 한다.
불교는 시대적으로 원시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로 구분한다. 원시불교는 석가모니부처님 입멸 후 100여년 경 불교교단이 분열하기 이전까지를 말하며, 부파불교는 불교교단 분열이후 시기를 말한다. 출가교단의 엄격한 금욕생활에 대한 규정의 완화를 둘러싸고 상좌부와 대중부의 근본분열을 시작으로 18개 또는 20개의 부파로 분열하였다. 각 부파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비달마의 연구를 통해 불교철학의 시대를 열었다. 부파 중 유력한 부파는 각자 독자적으로 삼장(율, 경, 논)을 편찬하여 전승하였다. 각 부파의 승려들은 승원을 중심으로 교리해석에 의한 전문적인 법(法) 중심의 불교와 자기 수행에 치중하여 붓다의 근본정신이었던 대중구제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소승불교라는 폄칭에는 원시불교와 부파불교가 모두 포함되지만, 대중구제를 소홀히 한 자기 이익(自利) 중심의 부파불교를 말한다. 부파불교는 대승불교 성립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대승불교와 경쟁하면서 세력을 유지했었다.
대승불교 운동은 부파불교의 자리(自利) 중심의 왜곡된 불교관과 힌두교의 흥성에 자극받아 기원전 1세기 전후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대승불교운동은 대중부에서 대승불교로 발전하였다는 설과 붓다의 유해를 모신 불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불교운동이라는 설이 있다. 대승불교 운동가들은 붓다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붓다의 덕을 찬탄하고, 그 자비의 힘으로 모든 사람들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출가자들이 자신만의 구제에 전념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모든 사람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승불교 운동을 밑받침할 대승경전이 제작되었다.
대승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타행을 실천하기 위한 이상적 인간상인 보살의 출현이다. 보살이라는 개념은 원시경전에서는 석가모니가 부처되기 이전의 수행자 시절이나 미륵보살을 지칭하지만, 대승불교의 보살은 출가자, 재가자를 막론하고 이타(利他)의 서원을 세우고 깨달음을 향해서 노력하는 자이다. 그들은 때로는 자신의 깨달음을 뒤로 하고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중생 구제에 힘쓰는 구도자이다. 즉 보살은 붓다의 자비에 근거해서 중생 구제에 매진하는 이상적 인격자라 할 수 있다.
둘째,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이라는 삼신(三身)사상의 구체화이다. 역사적 실재인물인 석가모니 부처님은 신앙의 대상인 초월적 존재로 변하게 된다. 석가모니 부처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화현한 화신불(化身佛)이고, 초월적 붓다는 진리의 부처인 법신불(法身佛)이다.
셋째, 깨달음에 대한 보편화이다. 우리들은 누구다 다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인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삼세시방(三世十方)에 수많은 부처가 상정되게 된다.
넷째, 공(空)개념의 이해와 실천이 강조된다. 공이란 원시불교의 무상(無常), 무아(無我)설의 대승불교적 전개이다. 일체존재는 연기적 산물 즉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성립되기 때문에 실체적인 것은 없다. 즉 무자성(無自性)이다. 무자성이기 때문에 공이다. 공은 이념으로서 이해되어야 하기 보다는 실천되어야 한다. 이 실천이 6바라밀로 구체화 되어 일상생활에서 이것을 실천하고자 하였다. 6바라밀은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반야(般若)이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 그 자체가 진실의 기반이며, 이것을 떠나서 따로 청정한 생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된다.
가장 먼저 생겨난 대승경전은 공의 실천이념인 반야바라밀을 중심으로 하는 『반야경』이다. 『반야경』을 비롯한 주요 대승경전들은 대체로 기원 전후에 제작되었는데, 점차적으로 『화엄경』, 『법화경』 등이 제작되었고, 이후 『승만경』, 『열반경』, 『해심밀경』등이 제작되고, 마지막으로 밀교계 경전들이 제작되었다.
많은 대승경전의 제작에 의해서 대승경전을 수지(受持), 독송(讀誦), 해설(解說), 서사(書寫)하게 되면 많은 이익이 있음이 말해져 대승경전에 대한 신앙이 일어나게 된다. 대승경전의 신앙은 바로 법(法)의 절대화로 진행되어 역시 대승불교의 학문화, 철학화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반야부 계통에 속하는『유마경』은 재가거사인 유마힐을 주인공으로 한 경전이다. 불교경전 중에서 재가자를 주인공으로 한 경전은 『유마경』과 승만부인을 주인공으로 한 『승만경』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두 경은 매우 중요한 경전으로 간주된다.『유마경』에서는 출가 중심의 왜곡된 불교를 철저하게 비판하여 대승불교의 진의를 밝히고 있다. 유마거사가 살고 있는 바이살리는 중인도 갠지스강 지류인 간다아크강의 연안에 발전된 상업도시로 화폐경제가 발달되었고,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이 넘쳤던 곳이었다. 유마거사는 이 시대의 자유롭고 진취적이며 비판적인 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경의 성립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개 1〜2세기 경으로 추정된다. 경의 주인공인 유마힐은 Vimalakīrti의 음역으로 “깨끗한 이름(淨名)” 또는 “때 묻지 않는 이름(無垢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경의 또 다른 이름인 『불가사의해탈경(不可思議解脫經)』은 제14장 「위촉품」에서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 경을 불가사의 해탈문이라고 이름한다.”라고 한 것에 근거해서 붙여진 경명이다. 이 경의 내용이 상식이나 이론적인 입장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종교적 체험의 경지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마경』은 산스크리트 원전은 없어졌지만, 일부가 월칭(月稱)의 『중론석(中論釋)』이나 적천(寂天)의 『대승집보살학론(大乘集菩薩學論)』에서 인용되고 있다. 대승경전 중에서 유마힐이 언급되는 경전으로는 『불설대방등정왕경(佛說大方等頂王經)』, 『불설월상녀경(佛說月上女經)』등이 있다. 『유마경』의 번역본으로는 고오탄(于闐)어 역 단편과, 페르시아의 한 방언인 소구드(Sogdh, 栗特)어 번역본 일부가 전해지고 있다. 티베트 역은 산스크리트 원전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한역(漢譯)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불엄조(佛嚴調) 역, 『고유마힐경(古維摩詰經)』 2권(187년)
지겸(支謙) 역, 『불설유마힐경(佛說維摩詰經)』 2권(223〜253)
축숙란(竺叔蘭) 역, 『비마라힐경(毘摩羅詰經)』 3권(296년)
축법호(竺法護) 역, 『유마힐소설법문경(維摩詰所說法門經)』1권(303년)
사문 지다밀(沙門 祗多密) 역, 『유마힐경(維摩詰經)』 4권(미상)
구마라집(鳩摩羅什) 역,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3권(406년)
현장(玄裝) 역,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6권(650년)
이 중 현존하는 것은 지겸, 구마라집, 현장 역본이다. 한역 중 티베트 역과 가장 일치하는 것은 현장 역이지만, 전통적으로 구마라집 역본이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유마경』에 대한 주석서로는 인도에서 세친(世親)의 주석서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중국의 주석서로는 구마라집의『유마경소(維摩經疏)』, 승조(僧肇)의『주유마힐경(註維摩詰經)』, 혜원(慧遠)의『유마힐기(維摩詰記)』, 지의(智顗)의『유마경현의(維摩經玄義)』, 지의(智顗)설 담연(湛然)약(略)의『유마경약소(維摩經略疏)』, 지원(智圓)의『유마경약소(維摩經略疏)』,『수유기(垂裕記)』, 길장(吉藏)의 『정명현론(淨名玄論)』,『유마경의소(維摩經義疏)』, 규기(窺基)의 『설무구칭경소(說無垢稱經疏)』, 전등(傳燈)의 『유마경무아소(維摩經無我疏)』, 양기원(揚起元)의 『유마경평주(維摩經評註)』, 정연(淨挺)의 『유마힐경요설(維摩詰經饒舌)』등이 있다.
『유마경』은 재가의 거사인 유마힐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출가중심주의의 형식적인 부파불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승불교의 진의를 드러내고 있다. 유마거사는 세속에 있으면서도 대승의 보살도를 성취하여 출가자와 동일한 종교 이상을 실현하며 살고 있었다. 유마거사는 방편으로 병이 들었는데, 문병 오는 사람에게 설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 제자들에게 유마거사의 병문안을 갈 것을 명하였지만, 일찍이 유마거사로부터 힐난을 들은 적이 있는 제자들은 병문안 가는 것을 극구 사양한다. 유마거사는 비록 세속에 있지만, 대승의 가르침을 자각하였기에 10대 제자들과 보살들이 그를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문수보살이 부처님의 명을 받아 유마거사의 병문안을 가게 된다. 두 사람은 유형적 상대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하게 대화한다. 유마거사는 기존의 출가중심의 불교에 대한 비판을 통해 당시 불교의 문제점을 비판 지적하고 있다. 경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의 국토가 불국토이다. 불국토라는 것이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현재 살고 있는 이곳이다. 「불국품」에서 “직심(直心), 심심(深心), 보리심(菩提心)이 보살의 정토이다.” “이 마음이 청정하면 불국토도 청정하다.”라고 하여 정토라는 것은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보살의 실천정신 가운데 이미 표현되어 있으므로 현실국토가 바로 정토라고 하였다.
둘째, 자비정신의 실천이다. 「문질품」에서 “어리석음과 탐욕, 성내는 마음으로부터 내 병이 생겼습니다. 모든 중생들이 병에 걸려 있으므로 나도 병들었습니다. 만일 모든 중생들의 병이 나으면, 그 때 내 병도 나을 것입니다.”라는 유마거사의 말은 중생과 고통을 함께하는 보살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즉 보살의 병은 보살의 자비에 의한 것이다. 보살은 이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번뇌에 싸인 중생들을 깨달음에로 인도하는 것이 보살이다. 5무간죄, 지옥, 아귀, 축생의 3악도, 탐, 진, 치의 3독에 몸을 던지면서도 이에 속박됨이 없는 것이 보살의 길이다.
셋째 평등의 불이사상(不二思想)의 실천이다. 출가, 재가와 같은 이분법적 구분으로는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보리와 번뇌가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며, 정토와 예토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사상을 통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들어가야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 실상의 진리는 형상이 없고,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공의 경지이다. 이러한 궁극적인 깨달음은 언어문자를 초월해 있다.
넷째, 중생들에게 모두 깨달음의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유마거사는 현실의 인간이 비록 번뇌를 가지고 악을 행하고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체의 번뇌가 곧 여래의 종성이다.”라고 하여 불법은 번뇌 가운데 나타난다고 하였다.
『유마경』의 번역본 중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은 구마라집의 역본이다. 본 역서도 구마라집의 번역본을 토대로 하였다. 『유마경』은 전체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번역에서는 『유마경』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3장, 5장 9장을 중심으로 완역 또는 발췌 번역하였지만 12장에서 14장은 제외하였다.

차례            

1. 불국품(佛國品)
2. 방편품(方便品)
3. 제자품(弟子品)
4. 보살품(菩薩品)
5.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
6. 부사의품(不思議品)
7. 관중생품(觀衆生品)
8. 불도품(佛道品)
9.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
10. 향적불품(香積佛品)
11. 보살행품(菩薩行品)

옮긴이에 대해

본문 중에서      

從癡有愛 卽我病生. 以一切衆生病 是故我病. 若一切衆生 得不病者 卽我病滅. 所以者何 菩薩 爲衆生故 入生死.

어리석음으로 인한 애착이 있어 나에게 병이 생겼습니다. 일체중생이 병이 들었기 때문에 나도 병이 들었습니다. 만약 일체 중생에게 병이 없어지게 되면 나의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들을 위하여 생사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역자 소개       

조수동(曺洙東)은 대구에서 출생하여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여래장(如來藏) 사상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대구한의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인도철학사』(1995, 이문출판사), 『여래장』(1997, 이문), 『삼국유사의 종합적 연구』(2002, 박이정, 공저), 『불교사상과 문화』(2003, 세종), 『한의 학제적 연구』(2004, 철학과 현실사, 공저), 『종교의 이해』(2005, 학진출판사), 『현대인의 윤리학』(2005, 학진출판사) 등이 있다.

편집자 리뷰     

대중구제를 소홀히 하고 자기 이익만 중시하던 부파불교를 비판한 대승불교의 경전. 누구나 보살이 될 수 있고,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병든 유마힐과 문병 온 부처의 제자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 불교 경전이 아닌, 고전을 읽는 맛이 있다. ‘모든 중생들이 병에 걸려 있으므로 나도 병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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